LovelyLove
: 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Special 中
"... 하루야. 거기 가면 안 ㄷ,"
"아찌!"
"잠시만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의 하루는 조금도 참지 못하고, 내 품을 버둥거리며 벗어나 아장아장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우리를 찍던 카메라맨의 바지를 잡아 당기고, 그에게 안아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조그만 게, 자기 예쁜 건 알아가지고. 저렇게 하면 다들 안아주고 예뻐해주는 걸 안다. 두 눈 초롱초롱 뜨고, 베시시 웃고. 지금처럼. 결국 하루의 애교에 넘어간 카매라맨이 카메라 대신 하루를 손에 안아 들었다. 십 분이면 끝날 촬영이 이런 식으로 한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아까는 작가한테 뽈뽈, 조금 뒤에는 VJ한테 뽈뽈 또 그 뒤에는 오디오 감독한테 뽈뽈. 그렇게 모든 스텝들의 품에 사이좋게 한 번 씩 번갈아가면서 안긴 하루였다. 어쩜 아이가 낯 가리는 게 하나도 없는지. 부인 말에 의하면 나를 닮아 그런 거라는데, 그래도 난 저 정도는 아닌데. 나는 하루를 품에 안은 채, 어쩔 줄 몰라하는 그에게 다가가며 손을 벌렸다. 하루. 아빠한테 오세요. 하지만 하루는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분홍빛 볼을 방실방실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안냐. 앙가!
촬영이 더욱, 길어질 듯 싶었다.
**
"사탕 왕! 해써?"
"... 하루야. 아빠 졸려."
"사탕이 업서. 어디가써!"
"...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한테."
"엄마도 업서! 엄마 슝슝 가써!"
"엄마가 왜 없ㅇ, 아."
오늘부터 촬영이었구나. 나는 머리 끝까지 덮었던 이불을 살짝 내리고는 집안을 살폈다.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집이 지나치게 깔끔하다 했는데, 호빵이 방송에 집 좀 나온다고 대청소라도 한 모양이었다. 카메라도 집 구석구석에 달려 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엄마가 없다는 하루의 말을 받아들이며, 내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하루는 내가 안자마자 내 품에 폭 안겨 내 옆에 따라 누워, 내 양볼을 작은 손으로 잡고는 이리저리 흔들며 물었다. 사탕 어디가써. 아빠가 또 머거찌. 아. 아. 해봐. 아빠. 아. 얼마 전, 한 번 술에 취해 하루 사탕 좀 왕창 먹었더니... 그 뒤로 제 사탕만 사라지면 전부 내 탓만 하는 아이였다. 나는 이번만큼은 정말 억울한 마음에 내 볼을 감싼 아이의 손을 잡아 손가락을 아프지 않게 깨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며 아이의 이마에 잘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이번에는 진짜 아빠 아니야. 하지만 이를 믿을리 없는 하루는 침대를 벗어나는 내 뒤를 따라 걸어오며, 뻥이지! 하고 나를 추궁했다. 진짜 아니라니까.
결국은 소파까지 나를 따라온 하루가 제 키만한 높이의 소파를 끙끙거리며 올라와서, 내 다리 위에 앉았다.
"지금 말하면 때찌 업서!"
"하루. 아빠 때찌 할거야?"
"어마가 아빠 때찌 하랬어."
"엄마가?"
"웅."
"왜?"
"아빠가 사랑해요 해짜나."
"응?"
"테레비에서 예쁜 공주야 언니한테, 이케이케."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하루의 행동을 보니, 아무래도 어제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화를 본 것 같았다. 하루는 예쁜 공주야 언니한테 한 행동을 따라 하려는 듯, 내 다리에서 내려가 거실 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짧은 다리로 오도도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겼다. 이케이케. 했자나! 하며. 엄마 옆에서 뭘 보긴 본 모양인지 하루의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루를 한 손으로 안아든 채로 주방으로 향했다.
"하루야. 근데 왜 그 언니가 예쁜 공주야?"
"어마가 공주야 언니래써."
"공주는 되게 예쁘잖아!"
"웅! 대따 예뻐."
"하루가 봤을 때는 테레비 언니가 예뻐, 엄마가 예뻐."
"... 테레비 언니."
당연히 엄마라고 할 줄 알고 한 질문이었는데. 하루는 내게 안긴 채로, 내 귀에다가 속삭였다. 테레비 언니. 옷에 차고 있는 마이크 때문에 이거 다 들릴텐데. 하루 큰일 났다.
"에이. 엄마가 더 예쁘지."
"...!"
"하루는 테레비 언니가 더 예ㅃ,"
"안냐, 안냐! 아빠 왜 뻥이 해!"
"아빠가 뻥친거야?"
"마짜나! 나는 어마가 더 아 예뻐. 했자나!"
"와. 너 이러면 사탕 없어."
"... 아빠한테 없다꾸! 그래짜나!"
"아빠한테 없는데, 아빠는 엄마가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지."
"지짜 알아?"
"그럼."
"그러며는 하루가 뻥이야."
"야. 너 이러면 엄마한테 혼나."
"하루 사탕!"
누굴 닮아서 이렇게 단순한지. 나는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르는 입꼬리를 한 채로, 하루의 얼굴에 마구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가장 높은 곳의 선반을 열었다. 그곳에는 하루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들이 모여 있었다. 하루는 그곳을 보자마자 엄청난 것이라도 본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 쪼꼬도! 쪼꼬도 주!
"하루 초코도 먹고 싶어?"
"네!"
"그럼 아빠 뽀뽀."
하루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볼에 입을 가져댔다. 그리고는 입을 떼지도 않은 채로, 내 볼 위에서 작은 입을 달싹였다. 쪼꼬 만니. 대따 만니. 나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하루의 마음 먹은 애교에 얼굴을 떨어트리며, 많이?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하루는 제 엄마한테 배운 윙크 애교를 보여주며 말했다. 대따 만니요! 숨만 쉬어도 귀여운 하루가 마음 먹고 애교까지 부리면, 나는 일단 뭐든 다 내주어야 했다. 여보도 방송 나가야 이 사실을 알 테니까, 지금은 그냥 다 주고 보자. 나는 하루를 잠시 바닥에 내려둔 뒤, 선반 위의 간식들을 죄다 꺼냈다. 내 새끼 다 먹어. 하고 싶은 거 다 해.
**
"하루. 이거 다 먹었어?"
"하루가 움냠냠 해써."
씻는 동안, 잠시 살피지 못했을 뿐인데. 하루는 그 많던 초콜릿과 사탕을 다 먹고 난 후였다. 거실 바닥에 가득한 간식 껍질들은 정말 하루 혼자 다 먹은건가 싶을 정도로, 많았다. 진짜, 정말 많았다. 그래서 거실 한켠 천막 속에 들어가 하루를 찍고 있던 카메라맨에게 다가갔다.
"... 카메라 좀 봐도 되나요?"
"그럼요. 여기."
"진짜 하루가 저거 다 먹었나요?"
"네. 보시면 알 텐데..."
카메라를 뒤로 감다가, 내가 욕실로 들어가는 지점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여전히 설마하는 마음을 안고 카메라를 빨리 돌리기 시작했다. 화면이 흘러가면 흘러갈 수록, 하루의 주변에 초콜릿과 사탕의 껍질이 마구 쌓여갔다. 이제는 아니라고 부정해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상황을 무어라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어느새 내 발밑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 예쁘기는 한데, 엄마한테 뭐라고 말해. 하루야. 내 속을 알 리 없는 하루는 연신 방긋 웃을 뿐이었다. 나는 아이의 입주변에 묻은 초콜릿을 엄지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주며, 아빠 혼났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하루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혼나써? 때찌야? 하고 내 어깨에 제 얼굴을 기댔다.
**
"압바."
"응."
"엄마는 어디가써?"
"그걸 이제야 물어봐?"
"... 압바랑 있는게 조아서 구래찌!"
"어디서 그런 끼는 배워서, 아빠 꼼짝도 못하게 해."
"엄마는 어디로 슝슝 가써...?"
"전화해 볼까?"
그녀가 하루의 간식을 찾는 그 시점에 모든 게 들킬 거라는 걸 알면서도, 쓰레기통에 껍질들을 꾹꾹 눌러 담아 바깥에 버리고 왔다. 그리고는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대충 뭐라도 먹여야겠다 싶어서, 냉장고를 뒤적였다. 단 걸 많이 먹어서 기분이 좋은 하루는 거실 구석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잠시 낮잠에 든 듯 싶었는데, 또 어느새 일어나서 내 다리를 잡고 코알라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귀여워. 진짜. 하루는 저를 단 채로 부엌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내가 재밌는지 소리 내어 웃다가, 갑자기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 찾는 건 좋은데. 너무 일찍 찾는 거 아닌가. 벌써 반나절 다 갔는데. 엄마 보면 섭섭하겠다. 나는 허리를 숙여 하루를 안아든 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짜 어디서 뭐하고 있으려나. 잠시 내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영화 속 노래가 컬러링으로 흐르고, 하루는 압바 목소리. 하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깐 못 봤다고 엄청 보고 싶은 그녀 목소리가 전해졌다.
"응. 여보세요?"
"호빵!"
"... 촬영 아직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응. 하고 있지. 어디야?"
"그럼 호빵이라고 하지마!"
"응. 여보."
"... 하루 잘 있어?"
"나는 잘 있나 안 궁금해?"
"오빠는 잘 있겠지, 뭐."
"여보는 어딘데?"
"나 친구들 만나러 나왔어."
"어디로?"
"여기 그냥 카페야."
수화기 너머로 그녀 친구들의 목소리와 카페 노래가 흘러왔다. 오랜만에 여유롭네. 우리 부인. 하루는 전화기에서 나오는 제 엄마 목소리에 방실방실 웃으며, 엄마를 불러댔다. 어마! 엄마! 그녀는 하루가 저를 부르자 특유의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하루의 이름을 불렀다. 하루야~ 아빠랑 잘 있어요? 그러자 하루는 엄마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똑같이 애교를 잔뜩 섞어 답했다.
"네에. 잘 이써요! 하루 쪼꼬도 대따 많이 머거ㅆ,"
야. 그걸 말하면! 나는 황급히 하루의 입을 손으로 막은 뒤, 입을 벙긋였다. 비밀! 비밀이야. 하루야. 하지만 이미 늦은 건지,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되물었다. 초코를 진짜 많이 먹었구나. 우리 하루! 아빠가 줬어요? 하루는 저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내 손을 작은 입으로 깨물고는 말했다. 네! 대따 많이 죠써여!
"... 하루가 달라고 막 그랬어. 여보."
"달라고 다 주면, 지금까지 안 주고 그랬던 게. 다 뭐가 돼. 응?"
"안냐! 엄마! 하루가 안 그래써!"
하루가 이렇게 배신할 지는 몰랐지. 나는 하루를 바라보며, 정말 당황한 탓에 올라간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너! 야! 너가 달라고! 막 아빠 졸랐잖아! 그러자 하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내 휴대전화를 들고 총총 걸어갔다. 안냐. 엄마. 하루는 안 그래써. 나는 하루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어이가 없어, 하루를 따라가 휴대전화를 빼들었다. 김하루.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여보. 하루가 여보보다 드라마 지예씨가 더 예쁘다고, 막 그랬어."
하루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작은 키로 점프를 하다가 손이 닿을 리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목청을 높였다. 안니야! 하루! 안 그래써! 하지만 그녀는 하루의 그런 목소리가 마냥 귀여운건지, 말간 웃음을 흘리고는 그럼. 엄마는 다 알지! 하며 다정하게 답했다. 와. 어이없어. 나한테는 그러지도 않으면서.
"여보. 나한테 하는 거랑 하루한테 하는 거랑, 너무 다른 거 아니야?"
"... 나 지금 친구들이 전화 끊으래. 이따가 촬영 끝나면 전화해요."
"안 할 거야. 나 삐졌어."
"... 왜 또 그래."
"뭘 또야. 여보가 자꾸 서운하게 하니까, 그러지."
"알았어. 알았어. 집에 가서 이야기 하자. 그럼. 응?"
"이것 봐. 또. 하루가 삐지면 막 달래주면서, 내가 서운하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하고."
"... 아니야. 왜 그래."
"... 됐어. 친구들이랑 놀아. 하루 보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잖아."
"... 이따 전화해요."
"응. 쉬어."
사실 이렇게까지 투정 부릴 일도 아닌데, 하루가 생긴 후로 서운했던 마음들이 한 번에 터져버렸다. 하루한테는 애교도 잘 부려주고 목소리도 나긋나긋 해주면서, 나한테는 애교도 안 부려주고 목소리도 하루랑 다르게 하고. 또 하루가 좋아하는 음식은 맨날 해주면서, 내가 먹고 싶다고 한 거는 안 해주고. 핸드폰 배경화면부터 노트북 배경화면까지 전부 다 하루이고. 내가 예쁘다고 한 립스틱은 안 바르고, 하루가 바르라고 하는 립스틱만 바르고. 뭐 대충 이런 것들. 이런 사소한 것들이 터진 거였다. 나는 괜히 쉬고 있는 사람한테 목소리를 높였나 싶어, 마음이 불편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하루가 내 눈치를 보며 쫄래쫄래 걸어와서는 내 무릎 위에 폭 앉았다.
"아빠 어마랑 싸워써?"
"그런 것 같은데?"
"아빠가 이겨써?"
"아빠는 엄마 못 이겨."
"왜? 아빠가 키도 더 크고! 힘이도 더 쎄자나."
"아빠가 엄마 더 많이 좋아하잖아."
"좋아하면 지는거야?"
"그럼."
"... 그러며는 하루도 아빠한테 져써."
"... 애교 부리지 마. 하루 때문에 엄마랑 더 싸운 거 같아."
"아빠 사라해!"
"... 아빠도 하루 사랑해."
"응! 사랑해죠서 고마어!"
"예뻐가지고. 진짜."
평생 지는 삶을 살거라는 걸 알고 한 결혼인데. 정말 이렇게 완전 완패하는 삶을 살지는 몰랐지. 심지어 내 딸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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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오늘은 여전히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하루네로 인사드리게 됐네요! 다음 화에서는 여주와 태형이 위주의 스페셜 화가 될 것 같아요...! 7월도 어느새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데, 다들 7월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마음가짐으로 8월을 또 살아봅시다. (나두...) 그럼 저는 이제 투앤드로 인사드릴게요! (어제는 릴레이글잡 올렸고, 오늘은 러블리러브 스페셜화 올렸고! 뒤늦게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늘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