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 여어, 김여주 왔냐. ”
“ 어, 하이. ”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자 음흉한 얼굴로 웃으며 박지훈이 제 쪽으로 다가왔다.
분명 다 알고 이러는 거겠지.
“ 영민이 형이 아주 마성의 남잔가 보네. ”
“ 뭐래. ”
“ 그래서 진전은 좀 됐고? ”
“ 아직 사귀는 거 아니야. ”
“ 오, 김여주 밀당 좀 한다 이거냐? ”
우리 과 오지라퍼가 어딜 가겠나.
제 옆에 딱 붙어서는 쫑알거리는 박지훈에게 떨어지라는 표시로 손을 휘적거렸다.
제발 내 연애 말고 니 연애에 신경 좀 썼으면 좋겠다, 지훈아.
“ 박우진은? ”
“ 아마 자체공강? ”
“ 왜? ”
“ 어제 술을 뒤지게 마셔서. ”
평소에도 종종 자체공강을 하던 박우진이라 그냥 고개만 끄덕이곤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러자 박지훈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 별로 예쁘진 않은데. ”
“ …… ”
“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
“ 뒤진다, 박지훈. ”
“ 이거 봐, 딱 성질 더러운 거 나오잖아. ”
“ 아, 씨. ”
손을 들어 박지훈의 어깨를 때리자 박지훈이 어깨를 감싸쥐곤 책상에 엎어져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자꾸 옆에서 깐족거리지 말라니까.
있는 힘껏 박지훈을 째려보자 박지훈이 실실 웃으며 몸을 일으키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듯 손바닥을 짝- 소리나게 쳤다.
“ 야, 내가 대박인 거 알려줄까? ”
“ 뭔데. ”
“ 궁금하지? ”
“ 꺼져. ”
“ 어제 박우진 영민이 형이랑 둘이 술마신 거야. ”
“ …뭐? ”
“ 그런 꿀잼 술자리엔 내가 같이 있었어야 되는 건데. ”
처음 듣는 사실에 벙찐 채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박우진이랑 임영민이랑 둘이 술을 마셨다고?
어쩐지 임영민이 누구 만나는 지 안 알려주더라.
가뜩이나 사이도 안 좋은데 왜 둘이서 술을…
핸드폰을 꺼내 임영민에게 톡을 보내려다 멈추곤 다시 폰을 집어넣었다.
“ 그래서 어제 별일 없었대? ”
“ 어제 갑자기 영민이 형한테 연락와서 가니까 박우진 존나 꼴아있던데. ”
“ 뭐? ”
“ 둘 다 엄청 마신 것 같더라. ”
“ …… ”
“ 영민이 형이야 원래 술 잘 마시니까, 근데 박우진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 ”
“ …… ”
“ 박우진이 영민이 형한테 존나 꼬장부린 것 같던데? ”
절로 한숨이 나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둘이 나한테 말도 없이 어제 대체 뭘 한거야.
“ …… ”
“ 너 몰랐지? ”
“ 어. ”
“ 딱 봐도 너한테 말 안 했을 것 같았어. ”
설마 아무 일도 없었겠지.
박우진에게 연락을 해볼까 고민을 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따 임영민한테 물어봐야겠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자 박지훈이 제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 왜. ”
“ 안 그래도 못생겼는데 인상 찌푸리면 더 못생겼다. ”
“ 꺼져, 좀. ”
장난 가득한 얼굴로 저를 보며 웃는 박지훈에게 주먹을 한 번 쥐어주곤 책상에 엎드렸다.
대체 둘이 무슨 얘기를 한 거지.
그리고 박우진은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머리가 복잡했다.
“ 여주야. ”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나오자 언제부터 기다렸던 건지 임영민이 서있었다.
고개를 한 번 까딱이곤 다가가자 임영민이 웃으며 가방을 고쳐 맸다.
“ 언제부터 기다렸어요? ”
“ 얼마 안 지났어. 배고프지. ”
“ 조금요. ”
“ 얼른 가자. ”
고개를 끄덕이고 임영민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근데 임영민은 별로 안 마신 건가.
엄청 멀쩡해보이네.
“ 선배. ”
“ 응? ”
“ 어제 박우진이랑 술마셨어요? ”
“ 말한 거 박지훈이지. ”
“ 네. ”
“ 하여튼 박지훈. ”
“ 둘이서 마셨다면서요. ”
“ 응. 우진이한테 연락와서. ”
“ 박우진이요? ”
박우진이 먼저?
놀란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임영민을 쳐다보자 임영민이 작게 웃으며 제 볼을 쿡- 찔렀다.
뭐 설마 싸우고 그랬던 건 아니겠지.
“ 너 지금 얼굴에 다 써있어. ”
“ 뭐가요? ”
“ 어제 우진이랑 나랑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하잖아. ”
“ …네. ”
“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걱정 마라. ”
“ 진짜요? ”
“ 그냥 술만 좀 많이 마시고 별일 없었어. ”
진짜 믿어도 되나.
눈을 흘기며 임영민을 쳐다보자 임영민이 억울한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진짜에요? ”
“ 진짜야. ”
“ 무슨 얘기했는데요? ”
“ 음, 그냥 남자들의 얘기. ”
“ 아, 그게 뭐에요. ”
“ 그냥 어제 술마시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 푼 거야. ”
진심인 듯 담담하게 얘기하는 임영민의 말을 듣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크게 걱정은 아닌데.
근데 이 인간은 왜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임영민을 째려보자 임영민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 오늘 끝나고 저 먼저 갈게요. ”
“ 왜? 약속있어? ”
“ 말 안 해줄 거에요. ”
“ 삐졌어? ”
“ 안 삐졌어요. ”
속도를 높혀 걸음을 빨리 하자 임영민이 다급하게 저를 뒤쫓아왔다.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입술을 꾹 다물고 앞만 보며 걷자 임영민이 옆에서 제 눈치를 슬쩍 보는 게 느껴졌다.
“ 끝나고 같이 가자. ”
“ 싫어요. ”
“ 내가 데려다줄게. ”
“ 싫어요. ”
“ 우진이 만난 거 말 안 해준 건 니가 괜히 계속 신경 쓸까봐 그랬지. ”
“ …… ”
“ 그리고 우진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제 잘 풀었어. ”
“ 안 궁금한데요. ”
괜히 더 뚱하니 대답하자 임영민이 옆에서 안절부절 저를 쳐다봤다 입을 열었다 반복하는 게 느껴졌다.
아, 씨. 자꾸 마음 약해지잖아.
근데 더 놀려먹고 싶기도 하고.
“ 오늘 나 만나고 한 번도 안 웃어준 거 알아? ”
“ …… ”
“ 아까 보니까 지훈이한테는 잘 웃어주더니. ”
“ …… ”
“ 박지훈한테 웃어주지 마, 아까워. ”
“ 뭔 소리에요. ”
“ 질투나. ”
제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임영민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고개를 휙 돌려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자 임영민이 제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저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따라 왜 이래, 민망하게.
얼굴이 빨개질까 싶어 다시 앞을 쳐다보자 임영민이 옆에서 제 쪽으로 더 붙어왔다.
“ 떨어져요, 더워요. ”
“ 근데 여주야. ”
“ 왜요. ”
“ 나 손이 엄청 허전하다. ”
저를 쳐다보고 씩 웃으며 말하는 임영민의 말 뜻을 대충 파악하곤 임영민 어깨를 툭 밀었다.
검은 마음 다 보인다, 인간아.
“ 손이 허전한데 왜요. ”
“ 뭐가 막 잡고 싶고 그래. ”
“ 그래서요. ”
“ 근데 여주 손을 잡을 순 없으니까 그냥 이거라도 잡아야지. ”
임영민이 제가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아 가져갔다.
그리곤 자기 품에 책을 껴안고 저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왜요? ”
“ 이거 생각보다 무겁네. ”
“ 원래 그 책 두껍잖아요. ”
“ 이런 거 나랑 다닐 땐 나한테 줘. ”
“ 제 책이잖아요. ”
“ 내가 너 책 대신 들어주려고 운동하는 거야. ”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는 임영민을 쳐다보다 어이가 없는 마음에 피식 웃자 임영민이 얼굴을 제게 쓱 들이밀었다.
아, 깜짝이야.
“ 뭐에요. ”
“ 방금 오늘 처음 웃어줬다. ”
“ …… ”
“ 아, 역시 여주는 웃는 게 예쁜데. ”
“ …… ”
“ 그렇다고 안 웃는 게 안 예쁘단 소리는 아닌 거 알지? ”
또 임영민 주특기 능글거리기 나왔다.
겉으론 툴툴거리며 임영민을 밀어냈지만 사실 마음이 아니었다.
짜증나게 다 알면서 이런 거에 괜히 설레는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갔다.
역시 상대가 임영민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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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씨입니다 ^.^
다들 좋은 밤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딱히 뭔가 진전이 있기 보단 그냥 소소하게 영민이와 여주가 가까워지는 에피소드를 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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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