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03
BGM :: 도끼 - so nice
"너 남편이랑 연애 6년가까이 했네? 헐 그럼 군대도 기다렸어?"
"기다릴 필요 없었는데?"
"왜?? 그 전에 다녀온건가? 뭐야? 면제?"
"비밀. 알면 이상한 소문 퍼질걸"
"아니 뭐 오해할 만도 하잖아요. 안 그래요?"
"닥쳐."
"누나가 좀 늙긴했....."
"닥치라고."
"근데 몇 살 이에요?"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대충의 설명을 듣자마자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서른이냐고 물어오는 놈을 진심을 다해 때리려다가 참았다.
김루한이랑 김종인이랑 둘다 재수없다. 이 새끼들을 딱 한 대 씩만 때리고 싶다. 아니 두 대. 세 대. 네 대. 걍 줘 패고싶다.
음료수를 하나씩 물려주니 조용한 네 녀석들을 쳐다보다가, 울리는 진동에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민석이다!
"여보세요?"
-어디에요?
"카페, 윤중고 근처에"
-바쁜 일이에요?
"나 보고싶어?"
-보고싶어요.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보고싶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떨리는게, 귀여운 것 같아 낄낄거렸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마치 마녀의 웃음 같았다며 질색하는 애들을 한껏 비웃어주고 나가려다가 연락은 해야할 것 같아서, 먹튀하면 죽여버리게.
번호를 일일히 찍어주는 것도 귀찮고 테이블에 있던 티슈 위에 빨대로 번호를 적으니 아날로그하다며 손가락질한다.
이것들이 아날로그함의 소중함을 모르네, 발끈한 나는 또 튀어나가려는 손을 간신히 멈추고 카페를 나오려 했다.
정말로. 혼자 나와서 민석이가 있는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너 왜 따라오냐."
"우리 이제 할 일 없는데..."
"학교나 가."
"지금 가면 더 혼나요! 그냥 안 가는게 낫지."
헤실헤실 웃는 얼굴을 보니까 나오려던 욕도 들어가는 것 같다. 얘랑 있으면 안되겠어.
변백현은 뭔가 사람을 자기 손 안으로 말려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당하는 사람이 되어보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알바가 있다며 뛰어가는 김종인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성격에 저렇게 하루종일 알바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어.
"근데 누나 지금 어디가요?"
"왜."
"따라가려구 그르지~"
따라오지 말라는 내 말은 그냥 가볍게 무시하는 것 같다. 세명이서 조잘조잘 시끄럽게 떠들며.. 아니, 백현이 혼자서 떠들며 도착한 카페.
학교 교실처럼 꾸며놓은 카페 내부를 지켜보며 기분이 나쁘다고 투덜대는 루한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고 준면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내가 인사를 하자 덩달아 인사하던 백현이는 아는사이냐고 묻는 내게 모른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뭔가 얘를 만난게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바람 현장 적발."
"뭔 개소리야."
카운터로 다가가자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대는 준면이다.
평소에도 나랑 민석이를 보며 남녀칠세부동석을 강하게 주장하던 준면이는 내가 몇마디 해줘야 그 입을 다물곤 했다.
이녀석을 변백현이랑 어떻게 연결시켜줄까..? 아니. 내가 몇배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한다.
민석이는 어디있냐고 묻는 내 말에 비밀이라며 익살스럽게 웃는 준면이가 참 재수없다.
재수 없는 새끼. 나도 웃으며 받아치니 무시해버리는 준면이는 너무 나한테 익숙해진 것 같다.
쳇.
"누나 남자친구에요?"
"쟤 말고, 곧 올거야."
"우와~"
"구라.. 존나 없을 것 같은데.."
"이런 개 씹썅!"
"거 봐."
말을 말자. 땀에 살짝 눅눅해진 머리를 손가락 사이사이로 통과시키며 에어컨 바람을 쐬게 하고,
내가 반응이 없자 재미 없어진듯한 녀석들은 경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뭐.. 근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된다. 이 녀석들이 경수를 도와주기는 할까?
아니 학교에서 지들 말고 친구가 있기는 할까? 도대체 이것들은 어떻게 서로 친해지게 된거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누나 뭐 안 마셔요?"
상체를 카운터 밖으로 살짝 내밀어 소리치는 준면이를 보면서 자동으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내가 저새끼 저렇게 하면 카운터 부서진댔는데 개새끼가 말을 귓등으로도 안쳐들어. 존나 예뻐 죽겠네.
"난 됐는데, 너넨 뭐 또 마실래?"
"저흰~ 다 잘 먹는데~"
"그럼 얘네 물이나 좀 줘."
"......물..말고오오..."
음료수우우.. 웅얼거리는 백현이를 보다가 여태껏 가장 말이 없었던 오세훈에게 묻자 대답하라는건 안하고 질문을 해온다.
"근데 여기 누나꺼에요? 막 시켜도 돼?"
"어. 내꺼야."
"에에에에에?"
왜 이렇게 놀라는건지, 주변 사람들이 다 돌아볼만큼 크게 소리지르는 변백현이 쪽팔려져서 살짝 떨어져 앉았다.
세상에 참 놀랄 일도 많다. 어려서 그런가.. 매출이 얼마나 되냐, 경영은 어떻게 하느냐, 질문할 것도 많다.
근데 입을 열기가 귀찮아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더워.. 에어컨 더 쎄게 틀까..
"이렇게 아무데서나 엎어지지 말라니까."
"민석이다!"
테이블에 엎드려 더위를 쫓아내려던 내 눈 앞에 훅. 다가온 얼굴은 민석이였다.
우리 햄찌. 두 볼을 감싸안으니 귀엽게 보지 말라며 고개를 쑥 뺀다.
아쉬워진 내가 입맛을 다시자 픽 웃으며 내 긴 머리를 뒤로 넘겨주는 민석이는 나를 잘 알아도 너무 잘 안다.
땀이 차있는 목 뒤에 부채질해주며 덥냐고 물어오는 민석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단조로워서 잠이 올 것 같다.
"저기, 씨발 우리도 여기 있는데요."
진짜 딱 잠에 들려고 하던 찰나, 정적을 깨고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앉아있는 김루한이 보인다.
조금 놀란듯 하던 백현이도 바로 미소를 띄고 민석이에게 살갑게 인사해온다. 여전히 낯을 가리는 오세훈은.. 낯을 가리고 있고.
내게 누구냐고 물어오는 민석이에게 뭐라 할까 하다가 고민 끝에 경수 친구라고 이야기했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누나 남자친구에요~?"
"응. 경수 친구면 윤중고 다니려나? 지금 학교갈 시간 아닌가?"
"맞긴 한데..어.. 오늘 개교기념일!"
"교복 입고?"
"........아...."
"변백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니까."
"그래도 너처럼 한마디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아!"
정신이 없다. 덥고.. 백현이의 무서운 친화력에 민석이도 동화되어가는 것 같다.
여기서 제일 무서운건 백현이가 아닐까 싶다. 진짜로.
김루한은 아니꼽게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백현이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일어선다.
가겠다고 하는 애들을 굳이 잡고있을 이유도 없어 대충 손만 들어 인사하고 보냈다.
하나의 폭풍이 휩쓸고 간 듯한 느낌에 피곤이 몰려온다.
"너무하네."
"응?"
"내가 보고싶다고 해서 왔으면서 얼굴도 안 보여주고."
엎어져있는 내 양 볼을 감싸안고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한 민석이는 눌린 내 볼. 톡 튀어나온 입을 보며 웃는다.
민석이랑 있으면 조련당하는 개새끼가 된 느낌이긴 한데.. 영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내 모든 것을 알고도 이렇게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싶어 눈을 피하지 않고 지긋이 쳐다보기만 했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남자애들 세명이나 달고 오고."
"붸에에.. 퍽이나 남자다."
"맨날 다른 남자 보러다니는거 참는 것도 모자라서."
"......그거야...뭐.."
"내가 선택한 거니까 뭐라고는 안해요. 그냥."
쪽. 짧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부끄러운지 내 눈을 가려버린다.
"이렇게 계속 내 여자친구 하면. 그거면 되니까."
"원래 남 따라하는거 되게 싫어하는데 좋은 말인 것 같아서."
"...김준면?"
"저기, 씨발 나도 여기 있거든요 망할 커플님들?"
김민석
24세
S 대학교 2학년
‘Cafe violett’ 아르바이트생
여자친구 유무 : 有
김준면
24세
S 대학교 2학년
‘Cafe violett’ 아르바이트생
???
나이 : 반수하고 졸업했으니 25살 이상.
직업 : 카페 사장
부업 : ?????
가족관계 : 엄마, 아빠. 동생
남자친구 유무 : 김민석(24세, 대학생이자 알바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