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inst.) - 길구봉구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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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어, 성우 왔니?
시간이라는 놈은 참 야속해서
" 오늘도 표정이 밝네, 성우는. "
" 그게 제 트레이드 마크 아니겠슴까~ "
" 그치. 내가 그래서 성우를 알바생으로 딱 뽑은거 아니겠어. "
" 에이. 사모님은 저 잘생겨서 뽑은거라 그러셨는데. 아니에요, 사장님? "
" 아, 물론 성우가 잘생겨서 뽑은 것도 있지만 그 밝은 표정. 그게 너무 좋았다 이거지~ "
눈 깜짝할 새에 한 달이 지났다.
" 성우야, 테이블 한 번 닦고 세팅 좀 해줘. "
" 넵~ 알겠습니다! "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의 크기라는게 꼭 시간에 비례하는건 아니라서
" 사장님, 여기 김치랑 단무지 다 떨어졌어요. "
" 여기 통 있으니까 가져가서 채워줄래? "
" 네~ "
나는 아직도 천천히 정리 중이다. 완전하게, 서서히 없어질 때까지.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 야야. 옹성우는...어디 뭐 화장실 갔냐? "
시끄러운 술집 안. 한 남자가 테이블을 두리번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성우가 없네. 남자가 그렇게 말을 하며 앞에 놓인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 성우 형, 요즘 잘 안 나오던데요. 술자리에. "
" 엥? 걔가? "
" 네. 저희도 오빠 못 본지 꽤 됐어요. "
" 성우 요즘 도서관 다니잖아. "
옆에 있던 동기 하나가 성우를 찾던 남자에게 말했다. 걔, 요즘 겁나 바빠. 알바하고 맨날 도서관만 가고. 동기가 안주를 먹으며 말했다.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새낀 왜 안 하던 짓을 하냐. 하고선 다시 술잔을 들었다. 아아, 됐고. 빨리 짠이나 하자, 짠이나.
아. 한 때는 옹성우가 이 분위기를 주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웃긴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 바쁘게 산다는 말이.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정신 없이 산다는 말이.
" 만육천원 입니다~ "
" 여기 카드요. "
"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
" 네? 아...네. "
" 다음에도 또 찾아주세요~ "
오올.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빠져나가고 나서 들린 사장님의 목소리였다. 카운터에서 뒤를 돌자 주방에 있던 사장님이 허리에 손을 얹고는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 저 여자분들도 너한테 홀딱 빠진 것 같은데. "
" 에이. 무슨. "
" 어머, 성우야. 네가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면서 꽃미소 날리면 안 넘어갈 여자들 없어. 요즘 우리 가게에 여자들 엄청 많이 오는 것만 봐도 모르겠니? "
사모님이 그릇을 정리하면서 내게 말했다. 그런가요? 내가 씩 웃고서 앞치마를 풀었다. 4시부터 10시까지. 매일매일 라멘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알바가 나 혼자 뿐이긴 하지만 사장님도 사모님도 잘해주시는데다가 서빙만 하면 되니.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생각에 잠길 틈이 없어서 더더욱 좋았다. 아, 물론 이렇게 휴대폰을 켜면 카톡이 수백개 있는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지만.
[ 옹 ㅠ 요즘 바쁘냐? ] 오후 8 : 20
[ 오빠~~~ 요즘 왜 이렇게 안 보여요? ㅠㅠㅠㅠㅠㅠ 다들 오빠 기다려요!! ]
[ (사진) ]
[ (사진) ]
[ ㅋㅋㅋㅋㅋ재밌겠죠? 빨리 와요 ㅠㅠ ] 오후 8 : 54
[ 옹아 ]
[ 네가 없으니 술맛이 나질 않는다 ]
[ 얼렁와라 ]
[ 형아가 너 마니 보고싶다 임마 ] 오후 9 : 03
여러개의 카톡을 눈으로 대충 확인하다가 나도 모르게 주춤했다. 민현이에게서 온 카톡. 저만치 밑에 있는 아직도 읽지 않은 카톡방을 보고선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래. 바보 같은거 알지만, 정말 멍청한 소리인걸 알지만... 아직도 조금은... 편하지가 않다. 예전만큼 완전히 편히 대할 수가 없다. 혹시라도 황민현이나 김여주가 이런 내 모습을 눈치챌까봐 연락을 하지 않는 중이였다.
" 성우야, 빨리 정리하고 집에 갈 준비 해야지? "
" 아. 네넵. 쓰레기통 먼저 비우고 올게요. "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완전히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것봐. 나한테 틈을 주면 안된다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한 이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그렇게 참는 중이었다. 언젠가 식어질 마음일거라고 그렇게. 김여주가 황민현을 완전히 받아들이며 정리한 것처럼 내 마음도 언젠가는 완전히 비울 수 있을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방학이 끝나갔지만 더위는 물러갈 줄을 몰랐다. 방학을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아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토익 공부를 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했다. 물론 알바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늘 쉴 틈이 없던 내 휴대폰은 잠잠해졌다. 술자리에도 자연스럽게 나가지 않고, 매일 학교,집, 알바만 반복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이러는 편이 나한테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셔봤자 술기운에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봤자 그 때뿐인 즐거움이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이나마 나를 어지럽혔던 생각들이 정리 되는 것 같았다.
[ 성우야. 오늘도 도서관이니? ]
" 네? 아. 네. 어쩐 일이세요 사장님? "
[ 다른게 아니라 월급 입금 했다고~ 통장 확인해봐. 이번에는 보너스도 쏠쏠하게 챙겼다. ]
" 진짜요? 감사합니다! "
[ 뭘~ 우리 매장 일등 공신인데. 고생했고, 내일 보자. ]
" 네~ "
이것봐.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알바하고. 나한테 얼마나 생산적이냐고. 그렇게 생각하고선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학기 개강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도 이렇게 더울 수가 있나. 후. 버스를 타러 가는 내내 방금 들은 입금소식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진 몰라도 괜히 마음이 즐거웠다. 아. 어쩌면 가장 좋은건 이제 황민현과 김여주 생각에도 일렁이지 않는 이 잔잔한 마음 때문인건 아닐까.
김여주는 그 후로 내게 연락이 없었고, 나도 따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가끔 학교에서 민현이를 만날 때면 황민현과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는 딱 그 정도 사이. 전공시간에 늘 그렇듯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듣는 그 정도 사이. 황민현은 어쩌면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워낙 눈치가 빠른 놈이라 내가 아무렇지 않게 대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알거다.
' 종강이네, 곧. '
' 엉. 기말 시험 공부는 잘 돼가냐? '
' 뭐.. 그렇지. 넌 또 도서관? '
' 밥 먹고 가려고. '
' ... '
' 저녁 맛있게 먹어라. 열공하고. 과탑 한 번 해봐야지. '
기말 기간 전 마지막 수업에서 가방을 챙기며 내가 한 말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야, 뭔 도서관이냐. 오늘 술이나 진탕 마셔. 너도 가야 되는거 알지? 하며 황민현에게 장난이라도 걸었을텐데. 여전히 불편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게 내게는 더 편했다. 황민현을 보면 김여주가 생각나는게 참 빌어먹을 일이었다. 닮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이 겹쳐보이는게 괴로울 일인지 나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 성우야. '
강의실을 빠져나가려던 나를 붙잡은 목소리였다. 누가보면 무슨 로맨스 영화 주인공들인 줄 알겠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았다. 재수없게 황민현은 잘생겼다.
' ...시험 잘 보고. 방학 잘 보내고. '
' ...뭐 평생 안 볼 것처럼 얘기하냐. '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사실은 뒤틀린 마음이 튀어나간 말이었다. 평생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으니까. 재수없게 황민현은 착해빠져서, 그래서 김여주가 그런 황민현에게 물들어버린거겠지. 멍청한 나를 탓해봐도 나는 황민현을 이길 수가 없었다. 나를 오랫동안 좋아해왔다는 김여주의 마음을 한 번을 헤아리질 못하고, 내 마음도 뒤늦게 깨달아버려서.
' ...네가 편해지면 '
황민현이 내게로 다가와 말했다. 황민현은 눈치가 빠른 놈이었고, 나와는 대학생활을 같이 한 3년 내내 가장 많이 붙어다닌 놈이었다.
' 그 때 예전처럼 다시 술이나 한 잔 하자. '
황민현이 내 어깨를 꾹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눈치가 더럽게 없던 나는 보고 말았다. 황민현의 반대편 손에 들린 휴대폰에 뜬 발신자 이름을. 하트가 잔뜩 붙은 발신자는 김여주라는 걸 한번에 직감했다. 나는 그 때 느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내 마음은 아직 완전히 비워내지 못했다는 것을. 완전히 두 사람을 예전처럼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 ...지랄. 술도 못하면서. '
내가 그렇게 말하고선 먼저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술 한 잔도 못 마시는 놈이. 이제 술 마실 일도 없잖아. 황민현이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어긋난 뜻으로 자꾸만 받아들였다. 그런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하고 비참했다. 김여주의 지난 일들을 들으면서 쿨하게 놓아주겠다고, 행복을 바라주겠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황민현에게도, 김여주에게도.
차라리 이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쁘게 살았다. 종강 직전부터 알바를 시작하고, 술자리에도 나가질 않았다. 도서관에 가서 되지도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하고, 무작정 자격증 책을 사서 아무 공부나 무턱대고 시작했다. 차라리 그런 고통이 나았다. 그렇게라도 나 혼자에게 집중하며 두 사람을 잊고 싶었다. 진정으로 행복을 바라주고 싶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의 사랑을, 바라주고 싶었다.
" 후우... 덥다. "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 타자마자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대충 닦았다. 버스는 역시나 시원했다. 창 밖을 보니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할 수 있어서. 황민현과 김여주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어서. 역시나 시간이 약이라는게 맞는 말이었다. 점점 옅어지고 옅어져서, 이제 두 사람을 생각해도 저릿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서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을 어쩌면 진정으로 바라줄 수 있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무너진건 몇 달간 연락을 않던 두 사람을 실제로 마주쳤던 때였다.
" 저, 민현아 니가 자몽에이드에 나쵸 조합을 엄청 좋아하는거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
" 응. "
" ...오늘은 카라멜 팝콘 먹으면 안 될까...? "
" 안 될게 어딨어. "
" 네가 항상 영화관에서는 자몽에이드에 나쵸가 진리라고 말을 하니까 이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 "
" 아, 뭐야. 그거 때문에 아까부터 계속 우물쭈물 한거야? 귀엽네, 김여주. "
" 너 자꾸 그렇게 막 아무렇지 않게 귀엽다 예쁘다 어떻다 할래?! "
" 너 얼굴 빨개졌다. "
" 아악. 황민현!! "
알바를 가는 길에 골목에서 꺾으며 보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황민현과 김여주 모두 나를 못 본 것 같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대화 내용까지 생생하게 들었다. 행복해보였다. 내가 행복을 빌어주지 않아도 두 사람의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해보였다. 황민현의 팔짱을 끼고 누구보다 설레는 표정으로 황민현을 바라보는 김여주를 보자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 왜 이러지, 왜 이러는거야. 하고 나를 달래봐도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다. 나는 아직도 괜찮지 않다는걸. 아직도... 아직도 너를 완전히 비워내지 못 했다는걸. 멍청했다.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어쩌자는건데. 한 번이라도 먼저 네가 좋아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냐고, 한 번이라도 김여주의 마음을 눈치 챈 적이 있었냐고. 등신 옹성우. 눈치 없는 병신 옹성우. 스스로를 탓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저 두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 그저 멍청하고 한심한 나를, 과거의 나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 안녕하세요. "
" 성우 왔네~ "
평소와 같이 반갑게 맞이 해주시는 사장님과 사모님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줄 수가 없었다. 두 분도 눈치를 채신건지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셨지만 그저 더워서요, 아직 밖이 많이 더워서. 하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
" 하긴 9월 다 돼가는데도 아직 냉라면이랑 냉우동 잘 나가는거 보면 말 다했지. "
" 덥기는 엄청 더워~ 성우도 이까지 출근하느라 늘 고생이 많네. "
" 아니에요. 뭘. "
앞치마를 매면서 가볍게 답하고는 테이블을 셋팅했다. 평소 같았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을텐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아까 봤던 두 사람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다. 김여주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황민현과 황민현을 보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여주의 모습. 누구보다도 너희가 행복하기를, 나를 좋아했던 김여주가, 나에게 친구 이상의 의미였던 김여주가 행복하기를 바랐음에도. 나의 대학생활에 함께 있어줬던 황민현이,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모든걸 지켜 봐야했던 황민현이 행복하기를 바랐음에도... 나는 결국 그 두 사람의 모습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끊임없이 상상해왔던 두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내 상상 속에서는 김여주의 저런 표정이 없었다. 나는 김여주가 저런 표정을 짓는 모습을 처음 봤을뿐더러 저런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게 배로 충격이 다가온걸까. 연락을 하지 않던 시간 내내 우리 세사람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예전같은 사이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수십번, 수백번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의 상상은 현실과 달랐다.
" 성우야, 손님! "
" 아. 네네. 어서오세요! "
상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내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너희 두사람의 다정한 모습과 처음 보는 표정을 마주했을 때.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편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얼마나 많은 날들을 보내야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황민현을, 김여주를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싫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그렇게나 부러워하고 아파하며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냉우동 하나요. "
" 네. 냉우동 하나요. "
주문을 넣고서 또 카운터에서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겨버렸다. 나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그렇게 부단히 노력했었는데, 생각하지 않으려고 그렇게나 노력을 했었는데 결국은 제자리다. 이렇게 감정이 무뎌지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안녕하지도, 편하지도 못하다.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휴대폰을 눌러 계속해서 읽지 않고 있는 카톡방을 확인했다. 저만치 내리면 보이는, 8월의 어느 날 황민현이 보낸 카톡. 방학 잘 보내고 있냐는 안부 카톡에 나는 답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제 쯤이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게 답을 하려 했는데.
차라리 김여주에게서 더는 연락이 오지 않는게 감사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마음이었다. 다시 억눌렀던 마음이 커질지도 몰랐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렇게 허우적 거리고 있는 나란 놈이 너무 한심해서 미칠 것 같았다. 방학동안 쏟았던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김여주를 보며 미련 아닌 미련을 느끼는게, 시작조차 하지 못한 내 감정이 자꾸만 싹을 틔우는게 미치도록 화가 났다.
" 성우야, 냉우동 나왔어. "
" 아... 죄송해요. "
" 오늘따라 정신을 못 차리네, 성우가. "
사장님이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억지로 웃어보였다. 아니에요, 죄송해요. 진짜 더위를 제대로 먹은건가. 장난스럽게 말하고 냉우동을 주문한 테이블로 가는데...
" 아, 헐. 죄송합니다! "
정신머리를 진짜 빼먹은건지. 냉우동을 그만 손님의 치마와 가방에 쏟고 말았다. 너무 당황해 휴지를 뽑아 닦으려다 치마에 묻은 걸 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와중에 사모님이 다가와 덩달아 죄송하다고 사과를 건넸다.
" 괜찮아요. 뜨거운 국물 아닌게 어디에요. "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항상 이 시간 쯤에 일주일에 두 세번은 들르는 손님이었다. 단골 손님이어서 사장님과 사모님도 알 정도였는데 괜히 나 때문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가방을 닦았지만 하얀 에코백에는 이미 국물로 젖어 얼룩이 남은 후였다. 에코백 안에 있던 파일에 꽂힌 프린트물과 두꺼운책이 젖은게 보였다.
" 정말 죄송합니다. "
" 괜찮아요. "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로 옷을 닦았다. 시큼한 냉우동 냄새가 가게에 퍼졌다. 걸레와 행주를 가져와 바닥과 테이블을 닦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며 계속해서 손님에게 사과만 건넸다. 손님은 정말 괜찮다는 듯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가 괜찮을 리가 없었다. 뒤에서 사장님의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 철저한 내 불찰이었다.
" 제가 클리닝비라도 드릴게요. "
" 괜찮아요. "
손님이 괜찮다는 듯 정중하게 말하고선 화장실로 향했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그릇을 정리하는 내내 사장님이 성우야, 오늘 진짜 무슨 일 있니. 하며 걱정 반 화가난 목소리 반으로 내게 물으셨다. 황민현과 김여주. 그 두사람이 내게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내 일상을 마비시키고 내 머릿 속을 헤집어 놓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과 사모님께도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손님이 화장실에서 나왔고, 내 눈에는 얼룩진 치마와 가방 밖에 보이지 않았다.
" 저기.. "
가려는 손님을 붙잡고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오늘 제가 정말 정신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클리닝비를 주겠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손님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시곤 가게 문을 나가버렸다. 마음이 찜찜했다.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저 손님에게도 죄송했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는게, 엉망진창이 된 내 기분 때문에 다른 사람들 기분까지도 망쳐버리는게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멍청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이러는 내 마음을 내 자신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 ...와. "
알바가 끝난 후 버스 정류장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탄식이었다. 안주머니, 뒷주머니, 바지주머니를 다 뒤져봐도 지갑이 잡히질 않았다. 허망한 마음에 벤치에 털썩 앉고 말았다. 이럴수가 있냐고. 걸어가면 30분은 더 걸릴 거린데. 오늘 진짜 무슨 운수 좋은 날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지갑을 어디다 놔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그러고보니까 아까 심부름 간다고 앞치마에 지감 넣었던 것 같은데... 가게도 지금 문 닫았고.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 ... 하아. "
동전 한 푼도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건 두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근처 사는 친구에게 돈을 꾸거나 하나는 걸어가거나. 전자를 택하자니 근처에 사는 친구는... 내가 알기론 황민현 뿐이다. 쿨하게 후자를 택하기로 하고 일어서려는데 신발끈이 풀린걸 발견했다. 이 상황에서 신발끈은 또 왜 풀리냐. 허. 헛웃음을 짓고서 신발끈을 묶었다. 왠지 모르게 이 상황마저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왕 가는거 밤산책이나 할겸 머리 식힐겸 해서 걷는다고 생각하면 될 일인데 평소처럼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어? "
어쩔 수 없지.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일어나 몸을 틀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으로 오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손에는 종이가방을 들고 치마에는 남방으로 둘러싸져 있는...
" ...아. "
그 사람도 날 알아본 듯 짧게 소리를 냈다. 낮의 그 손님이었다. 내가 냉우동을 엎은 그 손님. 내가 당황해서 쳐다보고 있다가 꾸벅 인사를 건넸다. 아,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나의 목소리에 상대방이 당황한듯 주춤하더니 아니에요... 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동안 정적이 일었다. 내 시선은 종이가방과 남방에 꽂혀있었다. 치마에 묻은 얼룩이 남방에 가려 있었지만 살짝살짝 보였다.
" ...저기.. "
" ...네? "
" 그 옷... 클리닝 맡기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
" 아, 괜찮아요. 집 가서 세탁기로 빨면 돼요. "
여자가 정말로 괜찮다는 듯 말하며 내 옆에 나란히 섰다. 내가 안 괜찮은데. 계속 신경이 쓰였다. 너무 착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주 가는 가게 알바생이 괜히 민망할까봐 저런걸까?
" ...저,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아. 근데 제가 지금 지갑을 잃어버려서. "
아. 왜 하필 이럴 때 지갑이 없지. 속으로 중얼거리고선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 말을 뱉기 시작했다.
" 아니, 그 저...제가 진짜 지금 돈을 드리고 싶은데 지갑을 잃어버렸거든요. 그... 번호라도 주시면 제가 나중에 연락 드려서 꼭 돈 보내 드릴게요. "
" ... "
" 이상한 의도가 아니라... 어, 음... 정 불쾌하시면 제 번호 드릴까요? 편하실 때 연락 주시면 돈 바로... "
여자가 횡설수설한 내 반응을 보더니 풉, 하고 웃었다. 그 반응에 머쓱해져 뒷머리를 쓸자 여자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그럼 번호 주세요. 제가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이렇게 죄송해하시면서 클리닝비 주고 싶다는데 안 받으면 제가 더 찜찜할거 같네요. 여자가 또박또박 말하며 웃었다.
" 아. 네. 저.. 여기 제 번호고, 저는 옹성우에요. "
여자의 휴대폰에 '옹성우'라고 이름을 입력하며 말하자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옹성우씨.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선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 ...어, 근데 버스타고 가세요? "
" 네? 아...네. "
나도 모르게 나온 질문이었다. 그냥 조용하고 가면 될텐데 무슨 생각으로 꺼낸 말인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여자가 당황한듯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저 버스요. 저 멀리서 들어오는 버스를 가리키며 여자가 말했다.
" 어, 저거 저도 타는 버슨데. "
" ...아.. "
또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진 모를 노릇이지만.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버스를 타려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순간 나도 모르게, 또 나도 모르게...
" 저기요. "
" 네? "
" 저... 제가 클리닝비랑 같이 교통비도 보내 드릴테니까 버스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
" ... "
내가 생각해도 또라이같은 발언이었다. 무슨 돈을 맡겨놓은 것도 아니고. 오늘 왜 그러냐, 옹성우 이 미친놈아. 여자가 멀뚱멀뚱 나를 보더니 작게 웃고선 네. 그래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해요. 걸어갈 뻔 했네. 내가 그렇게 말하며 여자의 뒤에 서자 여자가 다시 웃었다.
" 지갑 진짜 잃어버리셨나 보네요. "
" 네. 아마 가게에 두고 온 것 같아요. 죄송해요. 여러모로... "
" 아니에요. 저라도 만난게 어디에요. 연락 꼭 해야겠네요. "
여자가 장난스레 말하고 버스에 먼저 올라탔다. 두 명이요. 삑, 하는 카드 찍는 소리가 들리고 앉을 자리가 없는 버스 안에서 어쩌다 보니 나란히 서게 되었다. 계속 죄송해요만 내뱉는 내게 여자가 먼저 편하게 말을 걸었다.
" 아까부터 죄송하다만 열번 들은 것 같아요. 이제 안 하셔도 돼요, 그 말. "
" ...그래도... "
" 제가 꼭 연락 드릴테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
" ... "
" 것보다 아까 사장님한테 혼나지 않았어요? 짤린건 아니죠? "
" 안 짤렸어요. 그 정도로 정 없는 분들은 아니라서... 저 저희 가게 되게 자주 오시던 분 맞죠? "
" 네. 맞아요. 거기 냉우동이 되게 맛있어서. "
" 사장님 주력 메뉴시거든요. 여름 시즌메뉴기도 하고. "
자연스럽게 다른 얘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 버스 안에선 알바를 가기 전 보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게다가 내가 실수를 저지른 손님과 이렇게나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게 참으로 이상했다.
" 전 여기서 내려서요. "
" 아... 조심해서 가세요. 그, 연락은 꼭 하시구요. "
" 알겠어요. 성우씨도 다음에 봐요. "
" 네? 아...네. "
여자가 다음에 보자는 말을 하고선 버스에서 내렸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김여주가 알바하던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탈 때와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의 대화를 곱씹게 되는 이상한 기분. 우웅, 하고 진동이 울리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 성우씨 아까 버스비랑 클리닝비... 저장하세요 ㅋㅋㅋ ]
장난스레 온 문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조금 전까지 날 휘감던 한심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 아... "
개강을 하고 단과대 복도에서 황민현을 처음 만났을 때, 황민현의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표정. 내가 그런 황민현을 보고 든 생각은.
" 안녕, 황민현. "
오랜만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나쁜 감정도, 김여주에 대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에서는 끊임없이 짧은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클리닝비와 교통비를 보내겠다며 계좌번호를 달라 했지만, 여자는 한사코 거절했다. 대신 밥을 사주는 걸로 퉁 쳐달라는 말에 알겠다 말 한 후, 그렇게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동갑이었고, 같은 학교였다.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연락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밀어내지고 있는 중이었다.
" 오랜만이네. "
황민현이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서 전처럼 웃었다. 오랜만이네. 하고 말하는 황민현의 표정에서 안도감을 읽어낼 수가 있었다. 차마 읽지 못한 카톡이 생각나, 야. 미안하다. 형님이 좀 바빠서 연락도 못했네~ 하고 말하자 황민현이 눈을 흘겼다.
" 뭐한다고 그렇게 바빴어? "
" 뭐... 알바도 하고 공부도 좀 하고. 이제 건설적으로 살아야지. 너야말로 연애 한다고 바빴던거 아니냐? "
아무렇지 않게 연애 얘기를 꺼내는 나를 보며 황민현이 움찔했다. 야, 이제 괜찮거든? 내가 황민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자 황민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민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김여주와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나를 생각해준 민현이에게 미안했다. 조금씩 마음이 비워지고 나서야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나만큼 괴로워했을, 아파했을 시간이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황민현도 김여주도.
" 김여주는 잘 지내지? "
" 응. 잘 지내지. "
" 사실 방학에 너희 둘이 데이트 하는거 내가 봤거덩. 아주 깨가 떨어지더라. "
" ...언제 봤어? "
" 아주 눈에 하트가 뿅뿅, 꿀이 떨어지는게~ 행복해 죽으려고 하더만? 내가 소개 안해줬으면 어쩔뻔 했냐. "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내는 모습에 황민현이 놀란듯 했다. 이제 정말 괜찮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가 행복하게 연애하는 걸, 나는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친구로서 정말로 응원해 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부럽지? "
" 아, 안 부럽거든! 나도 연애할거야! "
" 연애할 사람은 있어? "
황민현의 말에 불현듯 그 여자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안 지 이주일도 채 되지 않은, 연락하고 있는 그 사람. 내가 아, 몰라. 언젠가 생기겠지. 하고선 나 간다. 하고 인사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바람이 분 것도 아닌데 마음이 일렁거렸다. 얼마 전, 같이 영화를 보러 갔던 때가, 밥을 먹을 때가 생각났다. 묘하게 취향도, 말도 잘 통하던 그 사람.
' 클리닝비 안 받아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일부러 이 치마 입고 나왔어요. 깨끗하죠? '
그렇게 말하며 해사하게 웃던 그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황민현의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이 생각나는게 이상한 노릇이었다. 휴대폰을 보자 카톡이 잔뜩 와있었다. 밥은 먹었냐는 카톡에 이상하게 마음이 쿵쾅거렸다. 답장을 하려는 찰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난 또 누구라고. 전화를 받자 김여주네 집에 반찬을 갖다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여주랑 여주 아빠가 갈비찜 엄청 좋아하시잖니. 안 그래도 우리집에 너무 많이 들어왔으니까 좀 나눠주고 와. 이왕이면 엄마가 한 반찬도 가는 김에 같이 갖다주고. ]
" 엄마 그냥 퀵서비스를 시켜. "
[ 퀵은 돈 아니니? 잔말말고 오늘 학교 마치고 여주네 집에 갔다와. ]
" 네네. 알겠습니다~ "
전같았으면 기를 쓰고라도 안 간다고 했을텐데.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주를 생각해도, 황민현과 같이 있는 김여주를 생각해도 이제는 정말로 아무렇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 생각에 마음이 일렁이는걸 보면 정말로 완전히, 김여주에 대한 마음이 정리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톡을 눌러 답장을 보냈다. 난 밥 먹었어 ㅋㅋ 너는? 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다정한 말투에 조금은 낯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는 오랜만에 늘 연락했던 번호에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
" 야, 김여주. 오늘 집에 반찬배달 서비스 가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
그래. 김여주에게는 이런 말투가 더 잘 어울리지. 내가 말하면서도 웃고 말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 엥? 몇시에? ]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누구 하나 왜 연락이 없었냐며 따지지도, 묻지도 않았다. 예전과 같은 사이. 달라진게 있다면 정말로 두 쪽 마음 모두 친구 이상의 가족같은 관계가 되어버려서. 김여주는 정말로 내게 소중한 친구다. 여자이기 이전에 가족같은 친구. 잃고 싶지 않은 친구였기에 나는 마음을 억눌렀던 것이었고,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나는 내 마음을 부정했다.
" 7시쯤...? 근데 오늘은 민현이랑 데이트 안 하냐? "
후회하지 않는다. 한 때는 미칠듯이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그 경험으로 너와 민현이를 잃지 않았고, 내 마음을 누구보다 빨리 깨닫겠다는 배움을 얻었으니까.
[ 오늘 원래 영화 보기로 했는데 너 그 때 쯤 오면 뒷시간 영화 보지 뭐. ]
이 순간에도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면서 나는 다시 느낀다.
" 아저씨가 너무 늦으면 뭐라고 안 하셔? 그냥 경비실에 맡겨 놓을테니까 나중에 가지고 올라가든가. "
[ 너 올라오는거 귀찮아서 그러지? ]
" 그게 귀찮겠냐? 참나... "
더이상 억지로 내 마음을 밀어내지고, 부정하지도 않겠다고. 지금 생각나는 그 사람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내 마음을 외치겠다고.
[ 알겠어. 그럼. 경비실에 맡겨줘. 내가 가지고 갈게. 다음에 민현이랑 셋이 한 번 보자. ]
" 그래, 그러자. 다음엔 나도 좋은 소식 들고 간다. 알겠냐? 너희만 언제까지 커플인거 나 두고 볼 수 없다, 진짜로. "
[ 예예~ 그러시든가요~ 야. 나 곧 수업이거든? 끊는다. ]
" 알겠어. 수업 열심히 들어라. "
김여주와 통화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더이상 김여주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듣는다면 가슴 아픈 짝사랑이 결국엔 이뤄지지 못해 슬프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지난 몇 달간 괴롭고, 아팠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고, 다시는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내 마음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팠던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짝사랑을 시작해보려 한다.
새로운 짝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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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억... 여러분... 너무...ㄴㅓ무 오랜만이죠 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 연휴에는 꼭 올리고 싶었는데 사정상 올리지 못했답니다 ㅠㅠㅠㅠㅠㅠ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요? 갑자기 추워졌는데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계신거죠?!
저는 아프지도 않고 자알~ 지냈답니다 ㅠㅠ 다만 현생에 치여 조금 바빴을 뿐...
언제나 짝용필을 업로드 하고 싶은 마음과 여러분을 뵙고 싶은 마음이 엄청났단거 알아주세요 ㅠ.ㅠ
늦게 온 만큼 오늘은 5p 로 잡았습니다...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
저번편 초록글과 무려 추천수 14개..!! 넘넘 감사드려요 ㅠㅠㅠ
언제나 포인트 내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과 추천 눌러주시는 독자님들 정성가득 댓글 써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저 정말 댓글 하나하나 다 챙겨봐요... 진짜 너무 감사한 댓글 많아서 항상 버팁니다 감사해요!)
사실은 저번 공지에도 알려드렸지만 제가 13편은 조금 더 밝고 해피해피한 여주-민현 연애 스토리를 올리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성우의 이야기를 먼저 올리는게 맞는 것 같아서 먼저 업로드 하게 되었습니다...!
14편에는 조금 더 부농부농한 우리 커플들의 모습을 데리고 오도록 하겠슴니다 ㅎㅎㅎ
네 그 말은 곧.. 14편이 완결편이 될 예정입니다!!!!! 끄아아아악
너무 슬퍼요 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공지에도 언급했듯이 성우 외전편 if가 준비 돼있을거구요!!! (어남옹 소리쥘러!!!!!!!!!)
네 또... 제가 음... 바빠서 조금 텀이 길 수도 있어요 ㅠㅠㅠㅠㅠ
대신 꼭 이만큼 긴 텀은 아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T.T 정말정말 죄송해요...
오늘은 성우의 마지막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제가 잘 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사실 성우의 마무리는 생각해놓은게 있었는데 맘처럼 쉽게 잘 써지지 않더라구요
성우가 새사랑을 찾아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썼는데...
흐ㅡ그그극그 야 임마 ㅠㅠㅠ 행복해라 ㅠㅠㅠ뜨ㅎ아아하아압 (오열)
여주, 민현이의 이야기도 얼른 가지고 오겠습니다 !
오래 기다려주신 독자분들 너무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혹시 문제되는 움짤이나 브금 등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바로바로 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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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분들..
절...
용서해주세요... 뜨허아ㅓ아ㅓㅎ바허바허바엏
사랑해요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