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보통의 날 (inst.) - 스탠딩에그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外
< IF -3 >
" 잘~ 하는 짓이다. "
결국 열이 39도나 올라갈 정도로 앓아 눕게 되었다. 엄마가 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서 한숨을 푹 쉬었다.
"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실실 웃니, 너는 이 엄마 속도 모르고! "
엄마가 링겔이 꽂혀 있는 내 오른팔을 찰싹 때렸다. 아아아, 엄마. 나 환자야, 왜 이래. 진짜.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엄마가 그제서야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못 살아, 진짜. 그 네 친구 민현인가 걔 반만 닮아봐라. 엄마가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 엄마~~ 어디가~ "
" 화장실 간다! "
엄마가 말을 톡 쏘고는 응급실 밖으로 나갔다. 엄마가 속상하다고 하는 와중에도 내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온 몸이 불덩이인데도 아파 죽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참 신기한 노릇이었다. 이렇게 아픈데도 내 머리가 온통 김여주, 너로 가득 차있다는게.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IF
" 죽을 해주면 뭐해, 먹지도 않고 찾아와서는 감기만 더 심해지고. "
이번엔 너다. 네가 아까 엄마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다. 너도 엄마처럼 말한다.
" 넌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고 있어! "
" 여주야, 원래 남자들은 엄마 닮은 여자를 좋아한대. "
내 말에 네가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내가 계속 너를 쳐다보고 웃고 있으니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내 오른손을 꼭 잡았다. 지난 밤, 차가운 네 손이 생각났다.
" 아프니까 좋네. 김여주가 죽도 해주고, 병원에도 와주고, 손도 잡아주고. "
너와 잡은 손을 살짝 들다 손깍지를 끼자 이제는 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아, 뭐야. 왜 또 울라 그러냐. 내가 나지막히 말하자 네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지금 웃음이 나오냐고. 아픈데. "
" ...난 좋은데. "
" 난 안 좋아! "
네가 그렇게 말하고서 손깍지를 낀 내 손을 풀었다. 내가 다시 붙잡을 틈도 없이. 뭐가 좋아, 뭐가. 네가 다시 속상한 표정을 하고서 눈 주위를 꾹꾹 눌렀다.
" 여자친구가 이렇게 걱정해주니까 엄청 좋은데. "
" ... "
여자친구라고 말하자 눈 주위를 꾹꾹 누르던 너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나도 모르게 나온 '여자친구' 라는 말이었다. 뭐 지난 밤에 우리가 서로 좋다고 그랬으면 어제부터 1일인거 아니겠냐고. 난 그렇게 생각해서 말을 했는데 네 반응은 이상했다. 네가 손을 내리자 이미 붉어진 눈시울에서 눈물이 떨어지는게 보였다. 어, 야아. 나는 울라고 한 말 아닌데... 내가 몸을 일으키며 너를 달래려 하자 네가 심통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밀어 다시 눕혔다.
" 이씨... "
" ...아니... 야... "
" 너 다 나을 때까지 안 볼거야. "
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엥? 야, 여주야, 김여주! 내가 가려는 너를 붙잡으려 하자 네가 진짜야. 너 다 나을 때까지 안 봐. 하고서 매몰차게 응급실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 이게 아닌데... "
후아. 한숨을 뱉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빨리 나아야지. 갑자기 내 몸이 불덩이인게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 형, 감기가 참 질기네요. "
" 병원까지 갔다 왔는데도 참 오래도 가더라. "
결국 학교를 이틀이나 빠지고서야 나는 완쾌할 수 있었다. 아, 이 여름감기 드럽게 오래가더만. 내가 투덜거리며 가방을 싸고 있는데 다니엘이 내게 불쑥 노트 한권을 건넸다. 한번도 본적없는 다니엘의 노란 노트였다.
" ...뭐야, 이거? "
백팩 지퍼를 올리다 말고 다니엘을 보고 묻자 다니엘이 또 씩 웃으며 눈썹을 찡긋해보였다. 뭐긴요, 노트죠.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내가 황당한 눈빛으로 보자 다니엘이 내 손에 노트를 쥐어주었다.
" 형 안 오는 동안 공부 좀 해봤지요. 노트랑 필기도구 좀 가지고 다니라며요. 많이 아픈 사람 괜히 술 먹인거 아닌가 미안하기도 하고. "
" ...좀 감동인데? "
" 뭘요. 이제 형 왔으니까 다시 노트 필기 안 할라고요. "
다니엘이 키득거렸다. 다시 백팩 지퍼를 내려 다니엘의 노란 노트를 가방 안에 넣었다. 고맙네, 짜식. 내가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메자 다니엘이 고개를 내저었다.
" 뭘요. 그리 고마우면 다음엔 둘이 술이나 한잔해요. "
" 아, 좋지. 나는. "
" 근데 형. 너무 한거 아니에요? "
" 뭐가? "
" 내가 집 가면 연락하라 그랬는데 연락 한 번도 없고. "
" ...아... 그날 일이 좀 있어서. "
" 일이요? 무슨 일? "
교양관을 내려가는 길. 다니엘이 내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 원래는 황민현한테 제일 먼저 알려서 약올리려고 했는데. 내가 다니엘을 슬쩍 보자 다니엘이 여전히 궁금하다는 눈빛을 내게 쏘고 있었다. 뭐... 나 이렇게 챙겨주는 후배니까. 내가 크게 숨을 내뱉고는 내가 말이야. 하며 운을 뗐다.
" ...여자친구가 생겼다. "
" 헐, 대애박. "
다니엘이 놀랍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야, 입 찢어지겠다. 이거 지금 너한테 처음 말하는거야. 내가 흐흥, 하며 웃자 다니엘이 갑자기 내 옆에서 떨어져 걸었다. 아, 뭐야. 다니엘. 내가 다니엘을 보자 다니엘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 커플은 취급 안 해요. "
" ...참나. "
" 솔로만세. "
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아, 됐어. 임마. 나중에 보자. 다음 수업도 교양관인 다니엘에게 인사를 건네고 경영관으로 향했다. 여자친구. 여자친구... 방금 전 내가 뱉었던 말을 자꾸만 혼자서 곱씹었다.
김여주... 네가 내 여자친구라니. 자꾸만 그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래도 대나무숲 같은 데에 '오늘 교양관 앞에서 미친놈처럼 실실 쪼개던 사람 누구에요?' 라고 올라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라는 단어 앞에 딱 두 글자만 추가 돼서 여자친구가 되었을 뿐인데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하늘을 난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을 정도로.
" 잘 됐네. "
다니엘의 반응과 다르게,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반응과는 다르게 황민현은 시크하게 잘 됐네. 라는 말을 뱉을 뿐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반응은 이런게 아닌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뭐어? 김여주랑 사귄다고오? 하면서 경영관이 떠나가라 소리 내는걸 기대했는데...? 황민현이 무거운 전공 책 세권을 사물함에 넣어놓고 자물쇠를 잠그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러고선 이내 씩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참 오래도 걸렸다. "
또또또.
황민현이 요새 계속 그랬던 것처럼 제 할 말만 하고 먼저 강의실로 걸어갔다. 야, 좀 내가 알아듣게 말을 해. 내가 투덜대며 황민현 옆에 서자 황민현이 날 보고 씩 웃었다. 뭐야, 저 기분 나쁜 웃음.
" 걔 마음 알아주는데 오래도 걸렸다고. "
" ...걔? 우리 여주? "
" 응. 너네 여주. "
황민현이 어깨를 떨며 웃었다. 아니, 너 김여주랑 얘기해 본 적도 없잖아. 내가 황민현의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묻자 황민현이 계속 나를 흘끔 보고 웃을 뿐 별다른 말은 해주지 않았다.
" 아, 황민현. 민현아. "
" 내가 왜 말해줘야되냐? 괘씸해서 안 알려줄래. "
" 아, 너 설마. 아직도 우리 여주한테 흑심 품은거 아니지? "
이 새끼가...? 내가 황민현을 죽일듯이 노려보자 황민현이 다시 너털웃음을 지었다. 미쳤냐. 그럴리가 있겠어? 황민현이 한 손으로 내 볼을 밀어냈다.
" 그럼 됐고. "
그 말에 다시 차분해진 나를 보며 황민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 이런 매력에 반한건가. "
" 뭐가? "
" 여주가 말이야. 너 이런 매력에 반했나 싶어서. "
" ...아까부터 뭔 소리를 하는거야, 진짜. 너 지금 존나 짜증나는거 알지, 민현아. "
" 말해줘, 말아? "
황민현이 학식권을 뽑는 기계 앞에 가서야 내게 물었다. 예전부터 뭘 알고 말하는 것 같은 황민현이었다. 하긴 이 새끼 눈치도 빠르니까... 근데 여주랑 따로 만난적이 없을텐데? 예전에, 진짜 예전에 내가 군대 입대하기 전에 술자리에서 인사한게 고작 다일텐데?
" 여주 걔, 너 진짜 오래 전부터 좋아했어. 잘해줘. "
" ...뭐? "
" 내가 말해도 되는건진 모르겠는데 "
" ... "
학식권을 뽑은 민현이가 내게 한 장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 네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너 좋아했어. "
" ... "
" 밥이나 먹자. "
" ... "
황민현이 짧게 말을 하곤 식당문을 열었다. 황민현이 저걸 어떻게 아냐는 궁금증이 들다가도 이내 한번 더 느끼는 이 기분에 조금 전까지 들었던 궁금증은 싹 가시고야 말았다. 나도 너 좋아하는데, 라는 여주의 말이 조금 전 민현이의 말과 오버랩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찍을 때도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 내 마음을 깨달을 때도 나는 너보다 늦었다. 늘 늦고야 만다. 내 마음을 깨닫고 나서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너는 얼마나 나만큼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얼마나 나를 보고 수없이 무너져 내렸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미안했고, 고마웠다. 마음이 괜시리 붕 뜨기도 하다가 다시 착 가라 앉았다.
힘들어했을 너를 안아주고 싶었다. 네가 보고싶었다.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IF
" 완전 다 나았지? 콧물도 안나고 코맹맹이 소리도 안 나고. 딱 데이트 하기 좋은데. "
" 닥치고 밥먹고 약이나 먹어. "
너 내가 아는 여주 맞냐...? 라고 말하려다네 말에 넵. 하고 짧게 대답했다. 친구가 아닌 연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만난 장소는 무드없게도 병원 응급실, 그리고 다 낫고 나서야 만난 장소는 더 무드 없는 10년을 넘게 산 우리 집이었다. 다 나으면 둘다 꼬까옷이나 입고 근사한데 가서 칼질하고 분위기 있는 영화보고, 한강이나 보며 맥주 한 캔이나 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게 다 김여주의 고집 때문이었다. 며칠은 집에 틀혀박혀 있으라면서. 내가 하도 보채니 죽을 사들고 온 김여주였다. 그래서 지금 거실에 나란히 앉아 나는 죽을, 김여주는 포도를 먹으며 IPTV로 영화를 구매하는 중이고.
" 너 원래 이렇게 거칠게 말했던가? 어째 사귀니까 말이 더... "
" 뭐. "
" ...아뇨. 말을 더 예쁘게 하신다구요. "
내가 입을 다물고 죽을 먹었다. 죽을 먹으면서도 흘끔흘끔 옆을 보는데 너는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포도만 먹으며 리모컨만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 친구일 때보다 더 긴장감이 없어... 켁.
" 여기 물. 천천히 먹어. 누가 죽 먹고 목에 걸리냐? "
" ...켁... "
네가 자연스럽게 내게 물을 건네고 난 물을 마시고 또 너를 흘긋 쳐다봤다. 황민현 말이 진짜 사실인가? 나 엄청 예전부터 좋아했다면서... 근데 내가 생각할 때는 전혀 뭐 그런 낌새가 보이질 않았는데...
" 할 말 있어? 아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 ...으응? 아...아니아니. "
네가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고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죽 잘 먹었어. 내가 다 먹은 죽을 치우려고 일어났지만 너는 이제 보고 싶은 영화를 찾은건지 결제만 할 뿐이었다. 분명히 사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게다가 남자친구네 집에 둘 밖에 없는데 이다지도 긴장감 없고, 스파크가 튀기지 않는게 참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으니까 신경 쓰여 죽겠는데.
" 이거나 보자. "
" 어...어어. 네가 보고 싶은거 보자. "
네가 쿠션을 다리 위에 얹고 다시 티비로 시선을 옮겼다. 평소 같았다. 친구일 때와 다름이 없었다. 내 시선은 자꾸 슬그머니 네 눈, 코, 입으로 향하는데 너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광고만 보고 있었다. 그래, 내가 뭘 바라겠나. 이렇게 여자친구 김여주랑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지.
" ... "
" ... "
우리 사이에는 말이 없고, 영화 소리만 거실을 울렸다. 분명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도 감사하게 여기자고 했으면서 내 손은 꼼지락 꼼지락 움직여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내 왼손에 닿였다. 네 손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래도 피하지 않았다. 내 오른손이 네 왼손 위에 포개지고 나는 네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너는 역시나 피하지 않았다.
" ... "
너는 아무 말이 없고, 나는 너를 흘긋보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콧바람을 흥흥거리며 웃으니 네가 그제서야 한숨을 쉬고 나를 쳐다본다. 여전히 손은 잡은채로.
" 좋아? "
" ...어, 좋지. 그러면. "
내 반응에 네가 당황한듯 시선을 돌렸다. 아, 왜. 좋은걸 좋다고 하지. 싫다고 그러냐? 내가 그렇게 말하며 네 옆으로 좀 더 붙자 네가 손을 빼려했다. 어딜. 내가 아예 손깍지를 끼자 네가 놀라 나를 쳐다본다. 네 흔들린 눈빛을 난 이미 다 보고야 말았다. 네 두볼이 빨개진 것도 난 이미 다 알아차리고 말았다. 이 눈치없는 옹성우가.
" 너도 좋잖아. 아니야? "
내가 여전히 널 쳐다보며 묻자 네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아, 됐어. 빨리 영화나 봐. 네가 그렇게 말하고선 결국 작게 웃고야 말았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완전히 네 옆에 붙었다. 이상하게 온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둘이 가까이 앉아 본 적이 있던가?
" 여주야. "
" ...왜. "
이미 네 볼은 빨개져 있는데. 네 시선이 텔레비젼에 있다고 해서 네가 내게 신경을 쓰지 않는게 아니란 것쯤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여전히 너를 쳐다보며 김여주, 하고 한 번 더 이름을 부르자 네가 고개를 훽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주 가까이,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본게.
" ... "
네가 고개를 뒤로 빼지 않았다. 나는 너를 보고 있는데, 너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지 않았다. 네 숨소리가 느껴지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내가 조금만 더 너에게 몸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입이 맞닿을 거리였다.
" 왜 그러냐, 진짜...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몸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런데 진짜 나도 모르게, 정말 나도 모르게 네 팔을 덥썩 잡아 코 끝이 닿을 거리 정도로 너를 끌어당겼다. 우리의 코 끝이 서로 맞닿아 있고, 나는 정말 빠르고 짧게 네게 입을 맞췄다.
" ... "
" ...미안. "
아주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고, 나는 그만 미안하다는 말을 해버렸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데. 친구였던 우리가 연인으로, 그것도 처음으로 입을 맞춘 순간이었을 뿐인데.
" ...별 걸 다 미안해한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곤 딴청을 피웠다. 이미 재생되고 있는 영화는 우리의 안중에 없었다. 내가 그 말에 다시 웃음을 터트리자 너도 날 따라 웃었다. 우리 사이의 처음으로 일었던 설렘으로 가득했던 정적이 깨졌다.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IF
이미 연인 사이에 해야할 것들을 숱하게 경험하고 난 후, 늘 그래왔듯 너와 가진 술자리였다.
" ...너 진짜 나쁜 놈인거 알지? 어? 야... 너는 진짜... "
" 그치. 나 진짜 나쁘지. "
친구일 때 술을 마시면 항상 먼저 취했던 것도 나였고, 끝까지 멀쩡했던 것도 너였던 것 같은데 연인이 되고 난 후 우리는 완전히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술을 마시면 항상 먼저 취하는건 너였고, 오히려 끝까지 멀쩡한 채로 더 마시겠다는 너를 말리고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는건 당연히 내가 되었다.
" 이씨... 진짜... "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둘이서 술을 마시면 항상 먼저 취하는 네 모습을 보는 것도. 아무리 남자친구랑 마신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마음 놓고 마시기 있냐? 가끔 그렇게 툴툴대면 너는 웃으며 그랬다. 옛날에 여자친구랑 사귈 때도 술 먹고 전화한 사람이 누구더라? 그럼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술잔을 내려놓는다. 네, 여주님. 마음껏 취하세요. 내가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는 걸 두 번이나 보는 동안 김여주는 한번도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그 때부터 의심을 했었어야 했는건데.
" 맞아. 나 진짜 나쁜 놈이지. 그러니까 우리 여주가 나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한 것도 몰랐지. 멍청해, 옹성우는. "
" ...야! 멍청하긴 무슨!!!! 우리 성우만큼 잘난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훼!!!! "
술버릇이 솔직하게 말하는 거라고 하면 좋아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네 말에 나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너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빨개진 두볼로 몸을 비틀거리며 내게 말을 하고 있지만. 김여주는 한 번도 내게 너를 얼마나 좋아했다느니, 언제부터 좋아했다느니를 말한 적이 없다. 내가 먼저 물어보면 맨날 몰라. 그런게 왜 중요하냐. 하며 말을 돌릴 뿐이었지. 그러다가 알게 된게... 둘이서 술을 마실 때. 처음으로 김여주가 내 앞에서 만취를 했을 때.
' 내가 맘고생 한거에 비하면 너는 아무것도 아냐 임마... '
' ... '
' 내가...어? 너를... 6년이나... 고딩때부터...어?! '
' ... '
김여주는 옹성우가 친구가 아닌 남자친구가 된 그 순간부터 참으로 마음을 놓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렇게 마시다 만취한 날, 내게 말했다. 6년이나, 열일곱 그 때부터 날 좋아했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고맙고 미안했다. 내가 뭐라고 6년이나, 그리고 이렇게나 지 마음도 모르는 멍청한 놈을 잃고 싶지 않아서 제 마음을 숨긴게 너무 미안했다. 그 얘기를 듣고선 김여주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고.
" 우리..성우... 최곤데... 잘생기구.. 키도 크구... 또... 막... "
" 그치 나 최고지. 근데 여주도 최고지. "
힘이 빠진 네 손에서 술잔을 슬그머니 빼앗고 내 입으로 술을 털어넣었다. 빨리 택시 불러야겠다. 집에 데려다주고... 점점 고개를 푹 숙이는 김여주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김여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 같다.
" 또..음.. 키스도 잘하고... "
" ... "
빈 소주잔에 술을 채우던 내 손이 멈췄다. 쟤가 지금 뭐라는거야! 그 말에 내가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주위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김여주의 중얼거림은 못 들은 것 같았다.
" 그런 얘기는 마음으로만 하자, 여주야. "
사실 기분 좋은데 안 좋은 척 했다. 아무도 못 들었어도, 그래도.
" ...시룬데? 다~~ 말할건데? 사람들한테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야지~~~ 우리 성우가 나 엄청 조아한다고~~~ 잘해준다고~~ "
네가 신이난 듯 생글생글 웃으며 날 보고 말한다. 하여튼 술 취하면 완전 딴 판이라니까. 내가 네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너를 일으켰다. 우리 성우 오늘 또 나 데려다주는고야~? 귀여운 네 목소리가 들리고 난 늘 그렇듯 답했다. 네네, 가셔야죠. 이제. 아저씨가 걱정하셔요. 그러면 너는 항상 그 순간에 그냥 씩 웃고 마자~ 아빠가 걱정하지, 참! 하고서 얌전히 나를 따라온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네가 아무런 말이 없다. 이상하다 싶어 네 짐을 챙기다 너를 보니 네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 ...왜? "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너를 보자 네가 한숨을 푹 쉰다.
" ...성우는 참... 날 집에 꼬박꼬박 보내고... 아빠가 이러니 성우를 믿고 외박을 허락해주시지... 그치? "
솔직하게 말하는 술버릇을 가지고 있어도 난 지킬건 지키는 남자다.
" 그런 말은 맨정신에 하세요, 김여주씨. 빨리 집에 갑시다. "
" ...단호해... 이래서 내가 또 성우를 좋아하지.. 흐. "
네가 그렇게 말하고서 내 팔짱을 낀다. 야, 너 솔직히 말해. 필름 끊긴적 한 번도 없지? 나랑 술 마실 때. 다 기억나지, 김여주. 으엥? 어떻게 알아찌~? 독심술산가 성우는~~? 그럼 이것도 똑똑히 기억해. 알겠지? 내가 집에 꼬박꼬박 보내는걸로 뭐라 한거 너다? ...치... 알았따 알아써!! 내가 기억한다 해!
내 오랜 친구였던 네가, 아직도 내 사랑스런 여자친구라는게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너를 잃기 싫은 마음에 고백을 피했던 것처럼 나는 이제 너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 온마음을 다한다.
" 맨정신에 꼭 한 번 더 말해, 알겠지? "
" 예예~ 알게씀니다~ "
" ...하여튼 대답은 잘 해. 난 언제쯤 여주 너랑 술 마실 때 좀 취해보냐. "
나를 좋아해준 너에게, 그리고 오랜시간 동안 친구 이상이었던 너에게.
" 우리 썽우는 취하면 안되지롱~ 내가 취할거니까~ 흐헤헤헤헤 "
" 진짜 귀엽다, 귀여워. 옷 껴입어 얼른. 추워. 아직 좀 쌀쌀해. 밤에는. "
고마워.
" 술 마시니까 더운데요... "
" 감기 걸린다, 그러다가. "
" 안 되지... 또 우리 성우가 막 감기 걸려서 나 찾아와가지구 좋아한다 고백했을 때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냐구... "
" 그 얘기는 좀 그만하고... "
그런 너를 정말로
" 싫어~~~~ 이 얘길 왜 그만해야돼? 성우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그런 중요한 순간인뎅... "
진짜로
" 아, 김여주. 너 취한척 하는거지, 솔직히 말해봐. 술 쎄지, 너? 이 때까지 연기지? "
" 아닌뎅, 아닌뎅~~~ 택시 와따~~ 빨리 타자~ 너 안 타면 나 혼자 타고 가야지~ "
대박 리얼 헐 완전
" ...에휴. 내가 어떻게 널 이기냐. 무슨 수로. "
좋아해.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外 <IF>
完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bye !
진짜 끝! 감사합니다 여러분! |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 드디어 짝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가 막을 내렸습니다. 두두두둥! 성우의 외전편, 만약 성우와 여주가 잘 됐더라면 편까지 마치고 나서야 짝용필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ㅠㅠ 재밌게 봐주신 분들 모두모두모두 감사해요 하트하트 성우 커플은 민현 커플보다는 조금 더 편하면서도 친구같은 또 그래서 더 솔직한 모습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민현-여주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닮아가면서 모든게 서툴고 어색한 풋풋한 첫연애를 그리고 싶었고, 성우-여주는 서로를 잘 알기에 더 솔직하고 거침없는 친구같이 편안하지만 설레기도 하는 그런 연애를 그리고 싶었어요! 어남황이든 어남옹이든 모든 분들께 만족할만한 커플씬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키키 사실 저는 성우, 민현 모두가 남주라 생각해요. 둘의 차이는 그저 누가 여자주인공과 이어지는가 뿐이라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저는 애초에 구상할 때부터 민현이가 여주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 생각했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어떤 독자님께서도 여주가 오랫동안 친구를 짝사랑했기 때문에 당연히 성우와 잘 될줄 알았다고, 그런데 민현이라 뭔가 신선(?) 하다고 하셨는데... 네 맞습니다 전 그 반전을 노렸고 ㅋㅋㅋㅋ 당연히 6년이나 짝사랑한 사람이랑 잘될거라는 결말을 원하지 않았어요!! 여주의 짝사랑을 알면서도 혼자만의 외로운 사랑을 시작한 민현이를 통해서 여주가 어쩌면 평생 숨길 수 있었던 짝사랑을 후련하게 털어내면서 성우에게 고백하며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 민현이가 그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어찌 안 반합니까.. 무려 민현이가 그러는데!ㅋㅋㅋㅋㅋㅋ 성우는 어쩌면 여주에게 친구 이상의 가족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그 둘이 서로를 이성으로 봤음에도 일부러 마음을 숨긴 것도 그 점 때문이겠죠...? 하지만 외전에서는 저렇게 잘 사귀는데요 작가님?!?! 이라고 하시면 네 할 말이 없어요... 두 커플 모두 결혼까지 하고 자식 둘 낳고 잘 산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글을 통해 표현하려고 한 부분들이 혹시 잘 드러나지 않을까 싶어 설명식으로 한 번 더 써봤습니다 ㅋㅋㅋㅋ 어차피 글을 쓰는건 저지만 해석하는건 독자님들 자유니 크게 여의치 않으셔두 돼요 ㅎㅎ 연재하는 동안 참 행복했어요!! 초록글 1페이지 맨 위에도 올라가보고 (캡쳐도 해놨었잖아요..저...) (아 그리구.. 저번화 초록글도 감사해요 ㅠㅠ) 추천수도 30이 넘어가고, 독방에 가끔 짝용필 추천글이 올라오면 혼자 호들갑을 떨기도 했어요 ㅋㅋㅋㅋ (우리 밤들 짱..) 옹성우, 황민현 우리 남주들,,, 개안즈 사랑해요... 쓰면서 몰입도 최고.. 상상하는데 진짜 발린 순간 한두번 아니에요 ㄹㅇ... 그냥 존재만으로도 애절하고 절절하고 설레고 가슴 아파요 ㅠㅠ (실물 쩔어요) 여주가 되어주신 여러분들도 사랑하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구요 연재텀이 길어 계절이 두번 바뀌는 동안 짝용필을 보신 우리 사랑하는 여주이자 독자님들! 늘 말하지만 추천과 댓글에 정말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ㅠ^ㅠ 댓글... 정말 하나하나 다 답댓 달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ㅠㅠ 진짜 다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어요ㅜㅜㅜ 글을 보고 가끔 자신의 경험이나 상황이 생각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잊지마세요. 우리 독자님들도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지금 당신을 짝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건 바로 저. 제가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슴니다 ㅠㅠㅠㅠ) 정말로 감사합니다!! 차기작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교생쌤에서도 짝용필 주인공 스포아닌 스포 했었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 채신거 같아요 ㅎㅋ) 짝용필처럼 장편 이전에 두세편 정도의 짧은 단편을 먼저 보여드리려고 해요~~~~ 꺄악~~ 단편의 남주는 바로바로... 바로...두두두두두두두둥ㅇ우우웅우우우우우웅! 웃음소리가 마치.. ㅅㅍㅈㅂ 같은.. 이까지만 할게요 ^0^ 장편 남주도 이미 정했어요 캬캬 짝용필처럼... 될거에요 ^^... 혹시 업로드 못할수도 있으니 더이상 안 말할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17.8. 10 ~ 2018. 1. 12 감사했고 즐거웠습니다 :)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들은 천사에요!!!! 조만간 다시 뵈어요. 행복했습니다. 안녕!! 암호닉 호두 / 옹옹 / 요뎡 / 옵티머스 / 민트초코 / 콜국 / 푸름 / 빈럽 / 쩨아리 / 헬로키티카 / 꾸쮸뿌쮸 / 여름 / 루쇼 / 다녜리 / 뀨뀨 / 류제홍 / 포뇨 / 옹히 / 애플파이 / 여름동화 / 1111 / 밍밍 ♥ / 뚜기 / 두부 / 흰둥이 / 배배 / 갸똥이 / 윤윤이 / 충성황제 / 쥬쥬 / 옹기종기 / 즈쿠 / 0622 / 햄아 / 1232 / 김짼 / 빵 / 핑핑핑핑 / 자몽솜사탕 / 1217 / 강낭콩 / 진짜대박리얼옹 / 옹옹옹 / 오늘도행복해 / 지오 / 쟈몽 / 황갈량 / 짝지 / 봄꽃 / @불가사리 / 별두개 / 깡다 / 옹웅 / 별빛하늘 / 성우미녀 / 포뇨부기 / 봄파카 / 옹왕 / 민꾸꾸 / 후렌치후라이 / 민꽃 / 000 / 새벽달빛 / 행자 / 0215 / 녤꽃 / 하나둘셋 / 보호 / 러버 / 설빙 / 마이쮸 / 포로리 / 나침반 / 황제 / 페이버 / 0118 / 새벽이슬 / 0846 / 앨리스 / 0406 / 황황황 / 정태풍 / 0209 / 데이지 / 현생불가 / 오월 / 녤니짱 / 러브해 / 굥밤 / 침수 / 박참새짹 / 뷔밀병기 / 맑음 / 나는야뿡뿡이 / 디어 (저번화 신청 암호닉 누락있으면 말씀해주세요 ㅎㅎ 암호닉 분들도 감사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