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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김범수 - 너의 집 앞에서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너의 집 앞에서











" 진짜 니들 갔다와서 보자매, 다 죽었다매~ "




김종인이 조금 전 내 모습을 흉내냈다. 옆에 있던 박지민이 낄낄대며 아이고 무셔, 하고선 나를 놀려댔고. 




" 우리가 무대 신청 안 했으면 어쩔뻔 했대~ "

" 나는 완전 신인가수 하성운 무대보는 줄 알았잖아. "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 하.. 니들 진짜... 내가 잘 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짜로 죽었어. "




김종인과 박지민.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7년지기 친구들이었다. 뭐 어찌어찌하다 보니 같은 남중에 같은 고등학교까지 다니게 됐지만. 그리고 지금, 어찌어찌하다보니 김종인과 박지민 그 망할놈들이 나 몰래 축제 참가 신청서를 내는 바람에 무대에 올라가서 절절한 발라드 한 곡을 부르고 내려왔다.




" 잘할거 아니까 우리가 신청서 냈지! "

" 맞아. 우리 학교에서 하성운보다 노래 잘 부르는 애 있음 나와보라구뤠! "




말이라도 못하면. 내가 고개를 내젓고 김종인 손에 들린 물병을 낚아챘다. 목이 타는 줄 알았다. 생각도 않고 있었던 무대였다. 어떻게 하기 직전까지 언지를 주지도 않냐고. 지들 멋대로 참가곡까지 정해서. 이게 다 학생회였던 박지민의 작품이었다. 학생회 박지민, 댄스부 김종인을 친구로 둔 나는 피해자 하성운이고.




" 무튼 진짜 잘했어. 오죽하면 우리가 너 몰래 참가 신청서를 내냐. "

" 명색에 실음과 준비하고 가수 준비한다는 애 목소리, 우리끼리만 듣고 있기 아까워서 그런거야. 이해하지? "

" 일 저질러놓고 이해를 바라는게 말이 되냐? "

" 7년 우정으로 퉁치자. 성운. "




박지민이 그렇게 말하며 씩 웃곤 내 손에 들린 물통을 다시 뺏어갔다. 무튼 내 학창시절은 그랬다. 칙칙한 남정네 둘, 그것도 그 특유의 성격 탓인지 인기 많은 남정네 둘과 보냈었다. 그 축제 무대를 올라가기 전까지는.








너의 집 앞에서









" ...어...저기... 이거... "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난 그냥 김종인이랑 빵이나 사먹으려고 매점을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웬 여자애가, 그것도 자줏빛 명찰을 달아서 한 학년 어려보이는 애가 내 앞을 가로막고서 내게 초콜렛을 건넸다. 이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성운 오빠? 엄청 멋있어요. 짱짱. "




김종인은 이미 내 어깨를 두어번 툭툭 치고는 먼저 간다, 하고 가버린 상태였다. 김종인은 이런 일이 꽤 익숙했지만, 난 아니었다. 댄스부 회장까지 하던 김종인과 그냥 옆에 맨날 붙어다니는 쪼매난 애 하나, 그게 나였다. 여학생들의 발렌타인 데이 초콜렛이나 빼빼로 데이 빼빼로는 거의 대부분 김종인이나 박지민의 것이었다. 그래, 그게 내 첫... 선물이었다.




" 저는 김여주에요, 김여주. "




눈을 반짝이며 인사를 하고 그새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그 애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혼자 그 여자애가 간 곳을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내 손을 스치는 바스락 소리에 고개를 떨구자 구름 모양의 포스트잇이 보였다.




[ 저 오빠 팬 할래요! ^0^ ㅎㅎㅎ ]




그 포스트잇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기자기한 글씨에 그 애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김여주, 그게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다. 화장기 없던 너의 모습도 참 예뻐보였던 첫만남이었다.












" 성운아. 여주 쟤 또 왔다. "




너는 그 다음부터 약속이라도 한듯 나의 교실 앞에서 기웃거렸다. 그리고 나의 7년 지기 친구들도 너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익숙치 않아서, 참 낯설어서 너에게 살갑게 대하지를 못했다. 내 팬을 하겠다며 나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너에게 살갑게 인사 한 번 먼저 걸어준 적도, 말을 먼저 걸어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너는 꾸준히 무언가를 주곤 했다. 어떤 날은 빵을, 어떤 날은 음료수를, 어떤 날은 초콜렛을. 그런 너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지만 낯설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 오늘도 손에 뭘 잔뜩 들고 있는데~ "

" 거의 성운맘 아니냐? 저렇게 맨날 너한테 뭐 챙겨주는거 보면. "

" 진짜 팬심인걸까... 아님... 사랑인걸까. "

" 당연 후자 아니겠냐. "

" 조용해. "




김종인과 박지민은 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보며 즐거워했다. 그도 그럴게 평소에 내가 놀려댔으면 놀려댔지, 이런 적이 있었냐고. 둘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우물쭈물하며 꼼짝도 못하는 나를 보겠냐면서.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 그... 이런거 안 줘도 돼...요. "




참 웃긴게 나는 파란색 명찰에, 너는 자주색 명찰이라 네가 나보다 한 학년 어린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쉽게 말을 놓지 못했다. 모든게 처음이라서, 내 팬을 하겠다는 상황도, 너도 모든게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으로 향하면서 생각하고 또 되뇌며 겨우 뱉은 말이 그 말이었다. 




" 팬으로서 주는건데요? "




어쩌지 못하고 그냥 네가 준 젤리를 꼭 받아들었다. 너는 꽤 당돌했다. 그래서 더 내가 꼼짝 못 한 것도 있었던 것 같고.




" 그리구 오빠, 저한테 반말하세요. 오빠가 저보다 오빤데. "




그 말을 하고서 너는 아무렇지 않게 씩 웃고선 뒤를 돌아 내게 뒷모습을 보였다. 부담스러운건... 아니었다. 그냥 정말로 낯설어서, 처음이라서, 어색해서 그런 거였다. 너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건지 상처 받은 기색 하나 없이 제 할 말만 하고 돌아섰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항상 받기만 하는 나한테, 너의 학년과 이름 밖에 알지 못하는 나에게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하는 너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 ...뭐야뭐야, 오늘 여주가 뭐라 그랬는데 이렇게 하성운이 웃어대? "




그새 궁금했는지 뒷문으로 빼꼼 나를 보고 있는 김종인과 박지민이었다. 신경 꺼. 내가 평소처럼 눈을 흘기며 툭 내뱉자 김종인이 오, 하고 굵은 목소리로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 하성운~ 다시 돌아왔어. 예민 하성운으로~ "

" 조용해라, 진짜. "

" 뭐야. 여주가 뭐라 했길래 갑자기 저렇게 여유 뿜뿜이야. 평소에는 얼굴 빨개져서 낯 가리던 애가. "




김종인과 박지민이 내 옆에서 쫑알거렸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당돌하게 내 팬이라 말하는 김여주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자꾸만 머릿 속에서 둥둥 떠올랐다. 조금씩 나의 머릿 속을 차지한 너는 내게 물음표를 남겼다. 그것도 너에 관한 것만. 너는 어떤 사람인지, 너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너는 어떤 걸 싫어하는지. 점점 너에 관한 많은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너는 차차 스며들어왔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게 다가왔었던 네가 날이 가면 갈수록 천천히 스며들어왔다. 나를 당혹시켰던 너는 이제 너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참 신기한 노릇이었다. 네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내가 너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고 너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 강아지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 "

" 엥? 오빠 뜬금없이 그건 무슨 질문이에요. "

" 아니... 난 아직 너에 대해서 아는게 많이 없는 것 같아서. "




실없는 질문들을 너에게 하기도 했다. 스무고개를 하듯 그렇게. 탁구게임을 하듯 그렇게. 





" 와. 그 말은 나를 알아가고 싶다는 말? "




너는 늘 그렇듯이 부끄럼 없는 모습으로 당돌하게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우물쭈물하며 너의 눈을 피하거나 자리를 뜨려고 했을텐데 그 날은 참 이상했다. 온통 너로 가득찬 머릿 속이 고장이라도 난건지.




" ...응. 알고 싶은데, 나는. "




해맑던 너의 얼굴에서 웃음이 없어지고 점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보였다.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걸까. 네가 항상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면 느꼈을 감정들이 꼭 이랬을까.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허겁지겁 자리를 뜨려는 너의 손목을 덥썩 잡으면서.




" 왜 그래. 아직 물어볼거 되게 많은데. "




그 때부터였을까? 내가 너의 그런 모습을 처음보고나서야 나는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어쩌면 팬심으로 나를 보는 너를, 나는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다고.










너의 집 앞에서









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웃고, 울리고, 위로하고, 쓰다듬는 그런 가수. 중학교 시절부터 가진 소중한 꿈이었다. 노래 부르는 나를 보며 즐거워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긴 꿈. 간절했고, 소중한 꿈이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노래를 즐겼다. 나 스스로가 즐겨야 사람들을 웃고 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운이 좋았는지 실음과에 한 번에 붙게 되었고, 나는 그제서야 눈 앞의 잔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됐다.




" 수석이래. 실기 때 목 풀고 딱 한 소절 불렀는데 붙었댄다. "

" 타고 났어. 저런 애가 가수를 해야지. 안 그래도 얼마전에 기획사 컨택 왔다더라. "

" 누구는 맨날 오디션 보러 다니는데... "

" 이게 재능의 차인가 싶다. "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날고 기는 애들이 모인 곳이었으니 즐기려 해도 즐길 수가 없었다. 나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았고, 점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사람들이 울고 웃을거라는 기대감은 점차 줄어들었고, 노래를 부르는게 잘해야된다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스무살. 고작 스무살의 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은 잔인한 현실이었다. 꿈과 열정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조금만 더 낭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 오빠, 그 때 오빠가 신청한 노래 완전 좋던데? 그거 오빠가 부르면 더 좋을거 같애. 오빠 목소리랑 완전 찰떡일 것 같은데. "




하지만 그나마 내가 노래를 즐겁게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건 내 1호팬을 자처한 네가 부탁한 순간이었다. 새내기였던 나와 여전히 자줏빛 명찰을 단 교복을 입고 있는 너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만나는 시간이 줄었지만 우리가 자주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에 내가 보낸 사연이 나오면 꼭 같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는 내가 사연과 함께 신청한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내가 불러주는 걸 참 좋아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대학생이 되어도 너는 묵묵히 나를 응원해줬고, 나는 그런 네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숨통이 트여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너만을 위한 노래. 너만을 위한 가사.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 아무리 그래도 내가 원곡 가수를 어떻게 이겨. "

" 왜 못 이겨~ 리메이크 해서 뜬 노래도 얼마나 많아. "

" ... "

" 내가 하성운을 하루 이틀 보나? 하성운 목소리를 하루 이틀 들어? "

" ... "

" 내가 오빠한테 딱 첫눈에 꽂힌게 오빠 노래 부를 때였잖아. 오빠는 노래 부를 때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그건 아마 지민오빠랑 종인오빠도 인정할걸? "




너는 작아진 나를 다시 크게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진 나를 항상 다독여준 너였다. 자신의 수험생활로도 충분히 지쳤을 너였을텐데, 너는 내게 늘 힘을 복돋아줬다. 그럴 때마다 너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어쩔 수 없는 척 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처음에는 흥얼거렸다가, 이내 너의 얼굴을 보고 가사를 마음에 꾹꾹 담으며 노래를 부르고. 무반주에 생목이었지만 너는 그런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곤 했다. 그 눈빛이 참 따뜻해서, 내 목소리까지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네 덕에 나는 용기를 얻었고, 네 덕에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랬던 나는 군대도 미루고 꿈에 다가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네가 대학교 2학년, 내가 휴학생이었을 때였을거다. 나는 늘 그렇듯 너로 자신감을 충전 받고 오디션에 도전하곤 했었다. 물론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 그 소속사가 이상한거야. 어떻게 오빠를 떨어트리냐? "

" 그 소속사에 엄청 유명한 애들 많은데? "

"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이 잘나서 그런거지. 안목이 없어요, 안목이 하여튼. "




너의 투덜거림이 참 귀여워서 나란히 누워있다가 품에 꽉 안은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럴 때마다 너는 큭큭거리며 내 품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쳤지만 항상 결국 너는 얌전히 내 품에 안겨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너는 알게 모르게 힘들어한 나를 그렇게 안아주며 중얼거렸었다. 오빠는 잘 될거라고, 오빠 목소리는 국보급이라고. 




" ...아직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거야. 내가 소속사 차렸으면 당장 오빠 뽑을텐데. "




나는 그 때 너만의 가수였다.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아무도 몰라주는 나를 가수로 여겨준건 너 뿐이었다. 가수라는 꿈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너와 함께 있을 때면 꼭 그 꿈을 이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너는 참 내게 소중한 존재였다. 내가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순간은 모두 너를 떠올리며 부르던 사랑노래 뿐이었으니까. 노래만큼이나, 꿈만큼이나 소중한 너였다. 내 품에 안겨 어느새 잠이 든 너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꼭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만의 가수가 아니라, 모두의 가수가 되어 너를 부끄럽지 않은 하성운의 여자친구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매번 반복되는 이 루트를 깨고 싶었다. 버스킹을 하고 와서 피곤한 나를 위로하는 너, 오디션에 떨어졌지만 애써 웃는 나를 토닥여주는 너. 이 루트를 깨고 싶었다. 성공한 가수가 되어서 내가 사준 저 라디오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는 걸 네가 들으며 잠에 들기를 원했다.

너는 결국 나의 또다른 꿈이었다. 너는 결국 하성운의 꿈이었다.











" 케이스타? "

[ 그래. 1차 지원은 그냥 온라인 접수래. 밑져야 본전이잖아. 한번 해봐. ]

" ...소속사 오디션도 맨날 떨어지는 놈이 무슨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이야. "

[ 우리는 국민 아니냐? 네 목소리에 감동받는 국민 아냐? ]




유명 댄스팀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민과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김종인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제발 부탁이야, 성운아. 너 이렇게 썩히긴 아까워서 그래, 우리가. 이렇게 좋은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거라니까? 휴대폰을 타고 들리는 목소리에 한숨으로 밖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후. 내가 더이상 아무 말도 않자 박지민의 투덜거림이 들렸다. 




[ 아, 됐어 됐어. 몰라. 하지마. 그래 가수 하지마! ]




뚝. 전화가 끊기고 나는 1 : 24 라는 통화기록이 뜬 화면을 보고 폰을 테이블 위에 엎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네가 치킨을 먹다말고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그런 너에게 애써 웃어보였다.




" 뭐야? 지민오빠 목소리 들린 것 같은데. "

" 별거 아냐. 그냥 쓰잘데기 없는 얘기 하길래 듣고 끊었어. "

" 지민 오빠도 요즘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춤 엄청 잘 추더라. "

" 어릴때부터 그랬어, 지민이. 되게 특출났어. "

" 오빠도 그렇고. "




너는 항상 이런 식으로 떨어져있던 내 자신감을 끌어올리곤 했다. 네가 그 말을 하며 다시 치킨을 입에 물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너도 학교 생활에 알바에 치여 힘든 삶을 살고 있을텐데 항상 나를 위로하느라 얼마나 지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록 마음 속에선 꼭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지만, 방금 전 박지민과 김종인의 부탁에도 망설일만큼 꽤나 지쳐있는 상태였다.




" 에취! "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 너 감기 걸렸어!? "




내 무거운 생각을 깬건 너의 재채기 소리였다. 치킨을 찝다 말고 재채기를 한 너는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 이거해, 빨리. 얼른. "

" 가게에서 무슨 목도리야.. 그리고 재채기 한 번 했는데.... "

" 쓰읍. 빨리 해, 너 콧물 나온다. 그러다가. 콧물 묻은 치킨 먹을래? "

" 아 그게 뭐야. 오빠. "

" 그니까 얼른. "




내 말에 너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나도 덩달아 웃어버렸다. 아줌마! 여기 히터 좀 빵빵하게 틀어주세요! 감기 걸리겠어요, 아주. 내가 그렇게 말하고 너는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 사랑스러운 웃음에 나는 조금 전까지 했던 모든 무거운 생각을 날려버렸다. 결국 또 내 머릿 속을 차지하는 건 너니까.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랬던 것처럼.




" 아프면 안돼. 너 아프면 나 진짜 속상할 것 같단 말이야. "

" 그래서 내가 언제 오빠 앞에서 아픈 모습 보인적 있어? "

" 평생 건강해야지, 내 옆에서. 어? 맥주도 마시지마. 술 마시고 찬 바람 쐬면 안 좋아. "

" 아 싫어~ 맥주 마실거야. "

" 쓰읍, 김여주. "




너의 눈이, 너의 코가, 너의 입이, 너의 행동이 그냥 너의 모든게 나를 웃게 했고 나를 집중하게 했다. 그랬던 너였다. 너는 내게 꿈이자 동기였고, 원동력이었다. 너는 언젠가부터 내 삶을 지배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너의 집 앞에서










" 물건이야, 물건일세. "




그 말 하나로 실검에 올랐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내가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1위 케이스타, 2위 하성운. 내가 화제의 인물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주민번호와 집 주소, 폰 번호 모든 신상을 알고 있던 김종인과 박지민이 몰래 지원서를 넣었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다. 보컬 트레이너 앞에서 노래를 하는 1차 오디션은 입시보다 가볍게 통과할 수 있었고, 방송에 나가게 되는 2차 오디션까지 어찌저찌 올라가게 됐었는데..




" 성운씨, 그거 알아요? 성운씨가 부른 노래 역주행 했대요. "

" 네? 아... 진짜요? "

" 엄청 좋던데요? 근데 성운씨 부른 버젼으로 내달라고 사람들이 난리래요. "




합숙에 들어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네가 내게 불러달라고 부탁했던 그 노래였다. 내가 사연을 쓸 때 같이 신청했던 노래. 가사를 보면 꼭 내 마음 같아서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노래. 교복을 입은 네가 나를 졸라가며 불러달라고 부탁했던 그 노래를 나는 1차 오디션에서 불렀다. 그리고 그 노래는 몇 년이 지나 역주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나 때문에. 어쩌면 너 때문에.

어떤 노래를 불러야할지 몰라서 신청서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문득 네가 불러달라던 그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심사위원 앞에서 불렀던 노래였다. 너를 생각하며 불렀던 나만의 세레나데.




" 성운씨 팬클럽도 생긴거 알아요? 회원 수도 꽤 많아요. "

" 성운이 형이 어떻게 알아요~ 휴대폰도 없는데. "

" 아, 그러네. 한 번 볼래요? 성운씨 인기 엄청 많아요. "

" ...아... 감사합니다. "

" 감사는 팬들한테 해야지. 뭐 성운씨가 노래 잘 부르니까 팬들이 생긴거겠지만? "

" 성운이 형, 형 이러다 1위 하는거 아니에요? "

" 1위는 무슨... "




멋쩍게 답하며 작가님이 내민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봤다. 정말로 내 팬클럽이 있었다. 회원수도 꽤 많은 팬카페. 구름의 노래라는 이름의 팬카페였다. 순간 네가 내게 건넸던 구름 모양의 포스트잇이 생각났다. 이제부터 내 팬을 하겠다던 그 말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 어, 뭐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형? "

" 어? 어...어어. 좋지. "




같이 합숙을 하는 동생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팬카페를 보고 좋아서 웃는 줄로만 안 것 같았다. 사실 오디션장에서 여자친구 언급을 몇 번 했었는데, 합숙을 들어와서 보니 그 부분은 모두 편집이 되어있었다. 네가 생각이 났다. 혹시라도 섭섭해할까 싶어서. 나는 이렇게나 늘 네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부르는 노래는 너를 생각하며 부르는건데.




" 성운씨~ 지금 촬영 들어갈거에요! "

" 아, 네네. 지금 가요. "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유명세를 타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분명 이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네가 보고싶었다. 잘 된 모습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 남자친구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는 걸 네가 자랑스럽게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보면서 너도 행복하기를, 나는 그렇게 빌었다. 멍청하게도.














[ 많이 피곤하지? ]




행복했지만 피곤한 나날이었고, 네가 보고싶은 날들이었다. 




" 피곤한 것도 피곤한건데... 여주를 안 본지가 너무 오래돼서 더 힘드네. "




1위는 하지 못했지만 top 11까지 든 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방송의 힘이 꽤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가 화제의 인물에서 이제는 데뷔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가수라는 꿈에는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날 힘들게 하는건 너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 ...오빠 노래 되게 인기 많은거 알아? 길거리 다니면 오빠 노래 밖에 안 나와. ]




나는 네가 보고 싶었고, 너를 당장이라도 안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나 잘 되고 있는 나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당당한 모습으로, 더 멋있는 모습으로. 매번 동네에서 버스킹을 하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온 힘없는 내가 아니라 데뷔를 목전에 둔 내 모습으로. 




" 넌 어때? 내 노래? "

[ 그런거 좀 묻지마. 당연히 좋지, 나한텐. 맨날 그것 밖에 안 듣고 있는데. 오빠 노래 들으면 기분 좋아. ]




내가 직접 불러주진 못하지만 길거리에서, 이어폰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를 네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기뻤다. 라디오를 통해서 마음을 전했던 것처럼 내 노래를 통해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 다행이다. 너 생각하면서 불렀던 노래야, 전부 다. "

[ ...오빠 팬들 많은거 알지? 그런 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

" 완전 연예인 애인 다 됐네, 김여주? 아... 시간 나면 바로 너네 집으로 가야겠다. 너랑 같이 치킨 시켜먹고 맥주 한 캔 까는게 진짜 행복했는데. "




선을 긋는듯한 네 말에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언제나 한결 같았으니까. 지금도 봐, 이렇게 너를 원하고 있는데.




[ ...지금은? ]



[워너원/하성운] 너의 집 앞에서 中 | 인스티즈


" ...어? "

[ 지금은 안 행복해? 사람들이 다 오빠 노래 좋다고 그러고, 듣는데도? ]




왜인지 모르게 슬프게, 그리고 조금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너였다.




" 갑자기 왜 그래, 여주야... 내가 말한건 지금이 싫다는게 아니라 그냥 네가 보고싶은... "

[ ...오빠는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




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너의 모습. 너를 마지막으로 본게 며칠 전이었던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 너였는데, 너는 아니었나보다.




[ 내가 뭐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어떤 맘으로 오빠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떤 맘으로... ]




화난듯 말하던 너는 결국 울먹거렸다.




[ 맨날 오빠 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




너의 울먹거림이 비수가 돼서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너를 위해 불렀던 노래들이 모두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네가 바랐던건 예전처럼 널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불러줬던 나의 흥얼거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 말해서 미안해. 끊자. ]

" 여주야, 김여주. "




간곡하게 너를 불렀지만 너는 이미 전화를 끊은 후였다.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꿈을 향해 잘 달려가고 있다가 다리가 툭 끊어진 느낌이었다. 이게 정말로 내가 바랐던 길이었을까? 이게 정말로 너와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을까? 마음 속에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그 와중에도 내가 타고 있는 밴은 연습실로 향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답답함이었다. 노래를 부르기 전 날 누르던 중압감이 오랜만에 느껴졌다. 

네가, 너무나도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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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죠 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 제가 현생에 치여 살다 보니 이제 와버렸어요 8ㅅ8 죄송합니다...

中편은 성운이의 첫만남부터 과거까지의 이야기에요! 下 편에서는 이제.. 다시 여주의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아마도 마지막편은.. 분량이 엄청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이게 다.. 분량 조절의 실패 때문 아니겠어요...?


사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신알신 울린 독자님들 깜짝 놀라셨을까봐 걱정도 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은 빨리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늦지 않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여러분 제가 오랜만에 들어와서 진짜 놀란게 사진이랑 브금이.. 거의 다.. 날아갔더라구요...?

짝용필도 그렇고... 너무 당황스러운데 이 상황을 어쩌면 좋나요 ㅠㅠㅠㅠ 이거 복구가 안 되려나 흑흑


암호닉은 上 편에서 받은 분들만 쓸게요!!! 

원하시는 분들 남겨주세요! (짝용필에서 쓰셨던 분들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겟읍니당)




구름아 / 뿜뿜이 / 일오 / 새벽이슬 / 마이옹 / 난나누우 / 핑핑핑핑 



처음 보는 분들도 있고 오랜만에 뵙는 분들도 있네요 사랑해요 여러분 잊지 말아주세요 저를,,,,,

아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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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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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꾸쮸뿌쮸에요!!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__<
6년 전
독자2
뿜뿜이입니다ㅠㅠㅠㅠ성운이와 여주의 생각차이가 다음편에선 어떻게 풀어서 나올지 너무 기대됩니당ㅠㅠ
6년 전
독자3
허류ㅠㅠ작가님 오랜만입니다 ;ㅅ; 암호닉 신청...여기에 하면 되는건가요..짝용필 외전에서만 암호닉 신청 했었는데..(동공팝핀) ㅋㅋㅋㅋㅋ그때 서버 이상해진 뒤로 옛날 글들 사진, 음성 안나오는 글 엄청 많아요 ㅠ 3년?4년? 정도 된 꽤 옛날 글들은 어느 정도 복구 됐던데 비교적 최근 글들은 천천히 하고있지 않을까 싶네요..ㅎㅅㅎ
아니 근데 작가님 글은 왜이렇게 아련하고 슬프고 그렇죠ㅠㅠㅠㅠㅠㅠㅠㅠ으으으어어ㅜ 저 무진장 기다리고 혼자서 바라보고 하는거 정말 못견뎌하는데 너무 안타까워요ㅠㅠㅠㅠ 하지만 성운이는 그렇게 두지 않으리라..믿습니다 껄껄ㄹ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ο´ω`ο)

6년 전
독자5
난나누우에요!!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진짜 작가님 신알신 뜬거 보고 바로 들어왔어요 ㅠㅠㅠ 오늘은 새로운 시점의 여주와 성운이네요8ㅅ8....
진짜 이런일이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면 얼마나 슬플까... 하면서 어느새 울고있는 저를 어쩌면 좋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렇게 글 들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히 잘 읽고 가요! 사랑해요 작가님❤️❤️❤️

6년 전
독자6
작가님... 일오입니다요ㅠㅠ 우앵 세상에나... 성운이 인기왕짱스타가 돼서 좋지만 여주에게 소홀한... 소홀하고싶어서 소홀한게 아니겠지만... 이런 거 넘나 슬프네요ㅠㅠ 오늘두 잘 읽고갑니다... 작가님... 성운이 글 써주셔서 감사하고... 그러믄... 다음화도 기다리구 있겠습니다요...
6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ㅜ눈물샘자극하지마여ㅠㅠㅠ성우나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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