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ㅏㅁㅎㅗㄴㅣㄱ |
언어영역 백현망태기 봄구 코코몽 껌 해바라기 돌핀 한우☜헐 한우님 저 오늘 저녁에 한우먹었어요! 근데 갈비찜용이었는데 구워먹음. 나 바보. |
너징은 지금 굉장히 신나있어. 이번 합동 콘서트 반응이 꽤나 좋아서 공연이 끝난 직후 초록창과 빨간창, 파란창에 엑소와 빛이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를 앞다투고 있기 때문이야. 역시 믿고 가는 빛! 역시 엑소다. 하는 칭찬이 계속해서 들려오자 실장님은 깨나 기분이 좋으신지 그냥 소고기가 아닌. 무려 한우를 사주시겠다고 고급 고깃집으로 엑소와 빛을 데려가셨어. 엑소의 멤버인 타오는 자리에 앉자마자 무섭게 타어 하누 먹코시펐어요! 하며 테이블 옆에 준비되어있는 접시에 담긴 토시살을 불 판 위에 올려 놔. 그걸보고 있던 레이가 깜짝 놀라며 타오가 들고 있던 집게를 빼앗아서는 굽기 시작해. 타어! 집케 내 놔. 한 접시를 한 번에 다 구우면 어떡해! 그런 레이와 타오를 보던 멤버들이 빵 터져. 이제야 조금 뒷풀이 같은 분위기에 멤버들이 시끌시끌해져
“오늘 개인무대하는데 바지가 찢어진게 느껴지는거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격하게 추래ㅋㅋㅋㅋ”
고기를 먹다가 오늘 개인무대에서 있었던 실수담을 말하는 카이. 종인이의 말에 음료수를 벌컥벌컥 먹고 있던 경아가 풉! 하며 뿜어냈어. 그런 경아의 맞은 편에서 얘기하던 종인이에게 몇방울이 튀자 종인이가 눈을 찌푸리며 아, 더럽게. 하고 한 마디 해. 살짝 미안한지 경아가 자신의 앞에 놓인 깨끗한 물수건을 건네며 너 바지 찢어진 것 보다 더 더러울까. 하며 장난스레 받아쳐. 티격태격 대는 경아와 종인이의 모습에 하하하 하고 웃은 너징은 자신의 앞에 놓인 불판의 고기를 뒤집기 시작해. 잘 구워진 고기를 네 맞은 편의 세나와 종대, 실장님에게 나누어주고 조금 탄 고기를 제 앞 접시에 담아놓고 새로운 고기를 구우려고 하는데 옆에서 저지하는 손길이 나타났어.
“내가 구울게.”
경수였어.
마침 고기를 굽느라 손이 뜨거웠던 터라 너징은 경수에게 웃으며 집게를 넘겨주고는 회식을 즐겼어. 지금쯤 멘붕일 한 사람을 새까맣게 잊은 채.
*
소리없는 아우성이 백현이의 방을 울렸어. 교복이라니. 졸업한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교복이라니! 백현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옷장을 뒤적거렸어. 그래도 우리 징어랑 한 약속인데 안 지킬 수는 없지.. 축 처진 눈꼬리가 더 쳐진 것만 같이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낑낑대며 옷장 저 구석에 구겨져있는 교복을 펼쳐든 백현이가 와이셔츠 끄트머리를 잡고는 탈탈 털어. 어후 먼지. 얼마나 입지 않은 건지 터는데 쌓여있던 먼지가 공기를 타고 이리저리 흩어져. 켈록켈록 기침을 하던 백현이가 와이셔츠 상태를 보고는 한숨을 쉬어. 한 번 구겨진 교복은 펴지지 않아..
세탁소에 맡겨야겠다.
교복을 꺼내 옷걸이에 걸어놓은 백현이가 다시 징어의 팬페이지인 빛이되어줘에 접속했어. 일단 징어라는 걸 알리면 안 되니까 비공개회원으로 전환 해 놓고.. 백현이의 마우스가 분주하게 딸깍딸깍 거려. 레벨1.5로 등업을 시켜줘야지.. 아니야. 우리 징어인데. 나보다 낮다니. 하늘보다 높은 우리 징어가 감히 한낱 덕후보다 낮다니! 백현이도 덕후는 덕후였어. 한참을 끙끙대며 나보다 어떻게 높여주지 우리 징어. 하며 팬페이지를 등급을 다시 수정하던 백현이가 결국 징어를 레벨0에 올려놓고는 만족한 듯이 빙긋 웃어.
그렇게 한참을 어제 찍어 온 사진을 보정해서는 팬페이지에 올린 백현이가 기지개를 쭈욱 피고는 목을 이리저리 돌려 스트레칭을 해 줘. 목 부러지겠다. 어우. 오늘 조명이 좋아서 그런지 대체적으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사진을 건졌어. 특히 두 손을 쫙 펴고 백현이의 카메라와 아이컨택을 하며 웃고 있는 징어의 사진은 레전드 중의 레전드였어. 스트레칭을 마친 손을 모으고 한참을 풀까 말까 고민하던 백현이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비공개 사진폴더에 넣어 놔. 놀부 홈마라고 놀려도 이 사진은 절대 못 풀어. 가보로 물려줘야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팬페이지에 사진을 업로드가 되기를 기다리던 백현이의 눈에 방 옷걸이에 걸려있는 교복이 눈에 띄어. 저걸 입고 연말 3사를 뛰어야된다고? 세상에나. 흥겹게 나오던 콧노래가 백현이의 기분을 따라가는 듯 낮춰지고 낮춰지고.. 한참이나 낮춰진 백현이의 콧노래는 업로드가 완료되었다는 창이 뜰때까지 계속 되었어.
업로드가 되자마자 댓글이 달리는 듯 쪽지소리가 도로롱도로롱하고 울려.
<131212 합동콘서트에서도 빛나는 징어!>
징어야 노래를 잘 부르던지 얼굴이 예쁘던지 귀엽던지 사랑스럽던지 하나만 해TㅅT
끙끙 너무 완벽한 우리 징어 때문에 빛큥은 듀금ㅇ<-<
오늘도 빛나는 징어야 너를 항상 응원할게
우리의 빛이 되어 줘
-빛큥마스터님 잠은 주무셨어요?
-역시 고퀄임...b
-끙끄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징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댓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백현이가 뿌듯한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사진이 고퀄일 수 밖에 없는 건 피사체가 저렇게나 완벽한데 고퀄이 아닐 수가 없지. 팔불출도 저런 팔불출이 없어. 한 번은 일반인인 형에게 징어 찬양을 몇 시간을 하다가 그렇게 착하고 인내심 강한 형에게 뒷통수를 맞았으면 그만 할 법도 한데.. 때려도 좋다며 징어가 너무 예뻐서 용서가 된다며 밤낮할 것 없이 징어찬양을 한 결과, 같이 자취하던 형은 연인과의 결혼을 서둘러 자취방을 나가버렸어. 그리고 나가기 전에 이런 말도 덧붙혔어.
‘얌마, 작작해라. 그런다고 걔가 알아줄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백현은 생각했어. 징어한테 뭔가를 원해서 사진을 찍고 그러는 게 아닌데.. 알아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징어의 20살. 21살. 그렇게 한 살, 한 살을 먹어가는 것을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건데 말이야.
생각에 빠져있던 백현이 뾰롱.하고 개인적으로 도착한 쪽지에 마우스를 움직여 쪽지함을 열었어. 레벨..0...? 오징어? 징어?
왜 그 사진은 안 올렸어요'ㅇ'? 그거 교복인증~ 〈lv.0 오징어>
헐, 뭐라고 대답하지. 분명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정상박동으로 뛰고 있던 심장이 손가락 끝에 달린 기분이야. 두근두근.
아니 그게 이상하게 찍ㅎ
한 참을 생각하다가 겨우겨우 사진이 이상하게 찍혔다는 핑계를 대려던 백현이가 백스페이스버튼을 눌러서 썼던 말들을 지워. 우리 징어 앞에서 거짓말치는 사람들은 지옥에 갈거야. 감히 어떻게 징어앞에서 거짓말을 치겠어.. 눈물을 머금고 백현이가 타자를 쳤어.
*
빛과 엑소는 새벽이 되어서야 회식이 끝나고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벤을 타고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어.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는지 과하게 술을 마신 준희와 경아는 꿀잠에 들었고, 집이 가까운 세나는 간만에 본가에서 자고 내일 출근하겠다며 태우러오신 아버지 차를 타고 본가로 가버렸어. 전부 다 잠에 들어있고 운전을 하고 있는 매니져 오빠와 이야기를 나누던 징어가 심심한지 핸드폰 즐겨찾기에 저장되어있는 빛이되어줘에 들어가. 지금쯤 자고 있으려나? 말간 얼굴에 입을 멍하게 벌리고 있던 백현의 얼굴이 생각난 징어가 피식 웃었어. 귀여워.
“헐”
“왜? 징어야”
“아니예요”
대충 매니져에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다시 핸드폰을 쥐고 빛이되어줘를 둘러 봐. 잠시만, 나 미쳤나 봐. 방금 전에 그 사람이 귀엽다고 생각했어. 헐. 그럴리가 없어. 핸드폰을 들고 있던 두 손으로 살짝 얼굴을 가리며 징어가 도리질을 쳤어. 그런 징어를 보던 매니져가 한숨을 쉬어. 쟤도 술 취했구나. 어휴.
도리도리하던 징어가 살짝 발갛게 물든 얼굴로 빛이되어줘를 둘러보다가 방금 전에 업데이트 된 사진들을 훑어 봐. 정말 사진은 잘 찍는다니까. 괜히 엄지를 추켜세우게만드는 백현의 실력에 감탄하며 보던 징어가 이상함을 느껴. 밑에 써져있는 말에도 나를 향한 애정이 듬뿍듬뿍 느껴지는데 뭔가 이상해. 뭐지? 뭐지? 끙끙거리며 생각하던 징어가 아! 하고는 빛큥에게 쪽지보내기.를 눌러. 분명히 어제까지만해도 이런 건 안 보였던 것 같은데.. 내가 왜 레벨0이지? 어제는 10이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0부터 시작인가? 머리를 긁적이던 징어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키패드를 누르기 시작했어.
잘 들어갔ㅇ
이건 아닌가. 키패드를 누르다말고 잠시 액정에서 손을 뗀 징어가 머리를 긁적거려. 아니야.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징어는 썼던 문자를 지우며 창문을 톡톡톡 치며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해. 징어야! 신경에 거슬리니까 그만해! 소리가 거슬렸는지 매니져가 그만치라고 말할 때 까지 창문을 치던 징어가 시무룩해져서는 다시 키패드로 손을 옮겨.
사진 예쁘다~ 내 덕분ㅇ
아니야 이것도 공주병같잖아. 끙끙. 한참을 고민하던 징어가 그냥 사진이나 물어보자. 하며 한참 고민해서 쪽지를 보내.
왜 그 사진은 안 올렸어요'ㅇ'? 그거 교복인증~
쪽지를 보내고는 만족한 듯 웃는 징어의 얼굴에 살짝의 기대감이 비춰. 답장아 빨리 와라.
삽질하는 징어와 백현이가 다음 화부터 본격적으로 나옵니당 흐흐
삽!질!삽!질! 군대 간 제 동기들이 이번 겨울을 되게 싫어하더라구요. 쓰레기가 내린다고. 얘들아 화이팅!
새벽에 비몽사몽하면서 쓴 글이라서 오타나 이상한 곳이 있으면 콕 찝어서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