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
"가요, 우민"
"잠깐만요. 어딜 간다는... 아!"
루한이 민석의 손목을 덥썩 잡아 일으켜세워 이끌었다.
민석의 루한을 멈춰세우려 했지만 팔목을 감싼 손의 힘만 더욱 강해졌다.
한참을 끌려 도착한 곳은 꽤 고급스러워보이는 옷가게였다.
"여긴 왜..."
"들어가요."
"루... 루한씨!"
민석이 루한에게 물었지만 루한은 별다른 설명없이 미소만 지어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루한이 자신을 두고 들어가버리자 밖에 덩그러니 남겨진 민석은 한숨을 쉬고 루한을 따라 들어갔다.
이것저것 옷을 고르는 루한에게 다가가자 그는 옷 몇가지를 골라 민석에게 물었다.
"이거 어때요, 우민?"
"..."
"저하고 어울려요?"
"..."
옷을 자신에게 대보면서 해맑게 웃으며 물어오는 루한에 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멀리 떨어져 뚱한 표정으로 루한을 주시했다.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끌고오더니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도가 지나쳤다.
민석의 표정을 읽은 루한이 그제야 옷을 고르던 손길을 멈추고 민석과 똑바로 마주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쉴새없이 움직이며 민석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 휴. 루한씨, 지금 도대체 뭘하는건지 설명해줄래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제 눈치를 보는 루한의 모습이 마치 잘못하고 주인의 눈치를 보는 꼬리내린 강아지처럼 보였다.
짧게 한숨을 내쉰 민석은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
그후에도 잠시동안 우물쭈물하는 루한의 볼이 살짝 상기되었다.
민석은 그가 입을 열때까지 팔짱을 낀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금 뒤에 루한은 상기된 볼을 검지로 긁적이며 결국 입을 열었다.
"우민 친구들..."
"네?"
"... 우민의 친구들에게 잘보이고 싶었습니다."
루한은 말을 마치고 괜히 헛기침 두어번 한뒤 빨게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민석은 그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보았다.
수십번의 반복 끝에 그말을 이해한 민석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풉... 푸하하하"
"으... 그만 웃어요, 우민"
루한이 앓는 소리를 내며 웃는 민석을 말렸지만 민석은 웃음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그의 말에 동하여 마구 뛰고있는 심장때문에 심장이 진정하기까지 일부러 더 웃어버렸다.
그의 말이 귓가에서 계속 맴돈다. 자신의 친구에게 잘보이고싶어 옷을 사러오다니... 이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어제낀 민석은 심장박동수가 돌아올때쯤 숨을 가다듬고 웃음을 멈추고 루한에게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금 옷도 충분히 멋져요."
"그래도..."
"정말 멋져요."
민석이 진심을 다해 그에게 대답했다.
루한이 민석의 말에 결국 옷을 사지 않고 가게에서 나왔다.
민석은 아쉬움에 자꾸 고개를 돌려 가게를 보는 그를 달래었고 두사람은 겨우 연습실로 발길을 돌렸다.
"친구들이 좀 짖궂을거에요..."
"기대하고있어요."
연습실 문앞에서 민석은 백현과 찬열을 떠올리며 걱정되는 마음에 루한에게 충고했다.
하지만 루한은 가볍게 여기며 오히려 약간 들떠보였다.
민석은 두사람이 루한에게 제발 이상한소리를 하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