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귀찮기는 해도 너는 봐줄만하다.
그래. 네가 좋다.
혼자 떨던 너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더 너에게 정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없고, 여기서 태어나 지금까지 항상 일만 하며 살아온 너는 나를 친구 그 이상으로 의지하고 믿어주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너에게 보답해주기위해 너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감자 반쪽과 너의 일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것 뿐이겠지만 너에게는 꽤 기분좋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그렇게 네 곁에서의 평생을 다짐하던 나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 그 아이 있지 않습니까. 그그 이씨년이 낳은 아이. "
" 사람에게 년이라니요. 말을 삼가하세요. "
" 도련님은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이번에 그 아이를 비롯해 여럿이 김대감 댁으로 갈 것 같습니다. "
" 또, 간단 말입니까. "
" 고작 노비 몇명 팔아 넘기시는 것에 너무 마음을 두지 마세요. 게다가 이번엔 돈도 꽤 많이 들어올 듯 싶으니. "
이름도 없이 불리우는 것이라면 분명 너일 것이다. 그 순간 속에서 무언가가 마치 화염처럼 내 안을 휩쓸어놓았다.
노비문서를 둘러보는 듯 종잇장을 넘기는 소리가 까슬하게 귓가를 긁어내다 이내 흩어졌다. 나온 모양이었다.
내가 감히. 이 집의 장남에게 청을 하고도 목숨줄이 남아날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너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 밖에 누구더냐 "
" 택운이라 하옵니다. 제가 감히 드릴 말씀이 … "
" 들어오거라 "
문이 열리며 푸른 한복을 단정히 입고있는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 고개를 들거라. 이름이 뭐라고? "
" 택운, 입니다. "
" 그래, 나에게 청할 것이 무엇이야? "
" 저.. 노비들을 관리하신다 들었습니다.. "
" 그 일 때문에 온 것이라면 너는 팔려간다는 명단에 없다. 또 묻고 싶은 것이 있느냐? "
" 그것이 아니오라.. "
" 아니라? "
" 혹시 그 명단이라는 것 중에.. 이름이 없는 자가 있습니까? "
" 그래, 있다. 왜 없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만.. "
" 그 아이가 몇 냥에 팔려가는지.. 물어도 "
" 지키고 싶구나, 많이 아끼는구나, 그아이를 "
" … 예. "
"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택운아. "
" ……. "
" 그렇지만 운명을 거스르진 못해. "
" ……. "
" 그래도 내가 도울 수 있다면, 힘 닿는 곳까지 도와줄터이니 안심하거라. "
" 감사합니다. "
" 어떻게 하면 돼? "
" 제가, 대신 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