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F(x) - 좋아해도 되나요
그거 아니 내가 요즘 니 생각에 밤이 길어졌어
쓸데없는 걱정 쓸모 없는 바램 괜히 나도 몰래 소심해져
찬열이 얼굴을 엄청나게 크게 보시면서 시작하겠습니당.
찬열이 얼굴엔 왠지 설_렘 하고 써져 있는 것 같지 않나요?
※ 징어란 인물을 생각하시지 마시고, 오늘만큼은 징어에 빙의해서 읽어주세요.
자, 이제부터 여러분은 징어입니다. 찬열이의 썸녀 징어에요!
# 여섯 번째. 널 좋아해. 널 좋아해도 되나요?
점심시간이 되어서 느즈막히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내가 진리에게 질질 끌려 화장실에 와 있다.
나는 대체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내가 뭘 하러 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멍하니 진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이 데이트잖아!"
"데이트? 누가?"
"너! 박찬열이랑!"
그걸 데이트라고 불러야 하나...
좀 부끄럽기도 하고. 괜한 생각에 볼이 붉어질까봐 고개를 또 푹 숙였다.
"하여튼 왜."
"화장."
"응?"
"예쁘게 보여야 될 거 아냐."
-
진리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내가 어색하게 얼굴을 가리고 수업을 들었다.
찬열이가 계속 노트에 뭘 끄적여서 내게 내밀었지만 볼 수가 없었다.
괜히 화장한 얼굴이 부끄러웠다. 이걸 어떡하지. 지워야 되나.
평상시엔 잘만 하고 다니던 화장인데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벽을 보고 가방을 메고 있는데 찬열이가 내 팔을 탁 붙잡았다.
얼른 나가려고 했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약속 안 잊어버렸지?"
약간 초조해보이는 듯한 얼굴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찬열이가 눈을 꾹 감으며 다시 물었다.
찬열이가 잡고 있는 내 팔이 좀 더 아릴 만큼 저렸다. 점점 힘을 주는 것 같았다.
"근데 왜 하루종일 피해. 걱정했잖아."
왜 이렇게 말을 헷갈리게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화장한 거 걸릴까봐. 티 안 나? 그럼 그냥 고개 들고 있을걸."
찬열이는 그제서야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가까이 훅 다가와서 바로 눈 앞에서 내 눈가를 빤히 쳐다보는 찬열이가 설레면서도 숨이 탁 막혔다.
허리를 깊게 숙이고 내 얼굴을 쳐다보던 찬열이가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환하게 웃었다.
"화장했어? 예쁘다."
말 하나하나에 설레고, 저 말에 또 두근거리고, 괜히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감정이 가져다 준 열병일 것이라 생각한다.
-
가로수길은 정말 그 명성에 비해 할 게 없는 장소이다.
옷도 비싸고, 화장품도 비싸고, 그냥 눈에 띄는 모든 게 다 비쌌다.
그럼에도 내게 이런저런 옷들을 대 보며 예쁘다고 웃어주는 찬열이는 너무 멋있었다.
머리가 어깨 께에서 달랑이는 나인지라, 머리에 뭘 해도 어중간하고 어색했다.
내가 다리를 드러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짧은 옷도 안 입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이 곳에 거의 없었다.
찬열이의 옷도 골라주고, 그 애가 깔끔한 셔츠를 집어드는 걸 보고 멋있다고 한결 같이 칭찬했다.
진심이었다. 뭘 입어도 멋있을 것 같았다.
찬열이라면 내가 그렇게 질색하는 셔츠 깃을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계산을 하는 찬열이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평소 쇼핑을 워낙 잘 지쳐하던 나인지라, 두 시간 정도 매장을 들락거리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힘들었다.
더군다나 저녁 때가 되는 바람에 배까지 고파왔다.
나는 엄마한테 '찬열이랑 밥 먹고 가요' 하고 문자를 보낸 뒤에 졸린 눈을 치켜뜨고 찬열이의 팔을 탁 잡았다.
"밥 먹으면 안 돼?"
"…많이 힘들지. 미안."
찬열인 그제서야 눈을 크게 뜨고 내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 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고 아무데나 보이는 샌드위치 집에 들어갔다.
솔직히 저녁 식사가 샌드위치 같은 빵쪼가리로 채워질 터가 없었다.
그렇지만 옛날과는 또 다른 사이였고, 그 상대가 찬열이기에 나는 애써 이미지 관리를 하며 샌드위치를 집어 먹어야 했다.
계속 피클만 두 번 리필해서 와작와작 씹어먹는 날 본 찬열이가 약간 주눅든 듯 말했다.
"하나 더 먹을래? 배고파 보여. 미안해."
"아니. 괜찮아. 너 먹고 싶으면 먹어."
"아니, 난 배불러. 원래 배 별로 안 고팠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애써 한 이미지 메이킹이 어디로 날아가는 거지.
암담한 벽을 느끼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럼 나가자."
이젠 내가 길게 우기지 않아도 자연스레 더치페이가 성립되었다.
우리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늘 그렇게 생각했다.
남에게 무언갈 빚지면 안 된다고. 늘 얻어먹기만 해선 안 된다고.
하물며 그 상대가 찬열인데. 당연히 나는 찬열이에게 뭘 뜯어먹을 생각 따윈 없었다.
아까보단 여유롭게 길가를 걷고 있었다.
여기저기 커플이 많았다. 다들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매장에 손짓을 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어느덧 어둑해져서 짙은 하늘색이 깔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예쁘다. 하나 둘 씩 간판의 조명이 점등되고 하얗게 빛나는 가로등과 매장의 매입식 전등이 빛을 발했다.
그 빛이 사람들, 그리고 나와 찬열이를 비춘다는 게 약간 생소한 떨림으로 와 닿았다.
사소한 하나에도 미소가 지어질 즈음, 찬열이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는 가죽에 징이 박힌 머리띠를 내게 씌워주었다.
그리곤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부터 볼을 슥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쁘다. 이거 사 줄게."
나는 얼떨떨했다.
예쁘단 말도 그렇고, 방금 손이 지나간 머리카락과 볼도 그렇고.
거울을 쳐다보자, 생각보다 나와 잘 어울리는 머리띠가 챙 하고 조명을 받아 빛을 내고 있었다.
-
찬열이랑 손을 잡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왔다.
난 걷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가 걸리는 집이지만 같이 걷자고 했다.
찬열이는 처음엔 다리가 아프지 않겠냐며 걱정을 해 주다가, 이내 내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내 가방을 뺏어 자신의 어깨에 멨다.
바람은 선선했고, 교복 치마는 살랑살랑 흔들렸다.
어느덧 사람이 많이 없는 한적한 길가에 접어들었다.
어느덧 아까보다 깊어진 하늘은 달을 반짝 틔우고 있었고, 쌩쌩 지나다니는 차는 빠르게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기분이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걷는, 내 첫 데이트.
"찬열아."
"응."
"있잖아."
"왜."
"나 뭐 말해도 돼?"
"언제부터 허락을 맡았다고. 뭔데?"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응."
"음… 눈 가리고 있으면 안 돼?"
찬열이는 내 말에 무릎을 살짝 굽히고 내 손을 들어 자신의 눈 위에 올렸다.
두 손 아래에 닿는 찬열이의 숱 많은 속눈썹이 내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나는 1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지 않았던 말을 지금, 예정되지 않은 타이밍에 고백해보려 한다.
"나."
"……."
"너."
"……."
"좋아해."
내가 하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생각도 없었는데.
무심결에 쏟아버린 내 고백을 들은 찬열이가 내 손바닥을 떼고 내 눈을 밑에서 올려다보며 물었다.
"정말?"
"응."
"오징어."
"왜."
"정말이야?"
"……."
"아,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이런 말은 여자가 하는 거 아니야. 남자가 하는 거야."
"……."
"다른 애들한텐 말하지 마. 내가 고백했다고 할 거야."
"…그러던지."
솔직히 지금 좀 울 것 같았다.
너무 손이 떨려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냥 받아줬단 안도감? 내가 착각하지 않았다는 기쁨? 찬열이가 너무 좋아서 나는 눈물일 지도 모른다.
찬열이는 날 꽉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심장 떨려. 이것 봐. 들리지?"
"몰라."
"오징어 울어? 그렇게 내가 좋았어?"
"응."
"야, 너 그렇게 자꾸 직격탄 던지면 나 설레서 심장마비로 죽어."
"죽지 마."
찬열이는 즉시 자기 가슴에서 내 얼굴을 떼더니, 손가락으로 내 볼의 눈물자국을 닦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귀여워, 진짜. 너무 좋아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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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브입니다.
늘 제 글을 봐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여러분들이 더 행복하게 찬열이와 글로나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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