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나인뮤지스 - A Few Good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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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열…"
집에 도착하자마자 교복을 예쁘게 옷걸이에 걸어놓고 침대에 마냥 누워서 페이스북의 박찬열이란 이름을 쳤다.
흔한 이름은 아니니까 치면 금방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는데, 세상에 박찬열이란 이름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결국 친구의 친구 목록을 타고 들어가기로 시작했다.
이건 구남친의 현여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들어갈 때나 쓰던 수법인데. 좀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아무렴 뭐 어떨까, 싶었다.
혜미의 친구, 그 중에서 남자, 그리고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 그러고 나서야 친구 목록에 박찬열이 나왔다.
나는 일단 내가 아는 박찬열이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 (절대 염탐이 아니다) 전체공개로 올려진 글들을 쭉 훑어보았다.
별 내용은 없고, 새해에 많이들 주고받았을 법한 '새해 복 많이 받아'나,
'임시반 몇 반이야?', '학교는 어디야?' 같은 의미 없는 내용들만이 가득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진첩에 올려진 셀카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얘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그러고 보면 중학교 시절에도 인기가 많긴 했다.
3학년 시절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여자 아이들의 이상형이 되어준.
난 애초에 남자 친구 뭐 이런 거에 별 관심도 없고, 내가 노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
더군다나 걔와 나는 크게 싸웠던 적이 있다.
그게 뭐냐면…
-
그러니까, 나는 결벽증? 정리병? 비슷한 게 있다.
너저분하게 널브러진 꼴을 절대 못 본단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여느 때처럼 반에 늦게까지 남아 혼자서 팔자에 없는 청소를 박박 하고 있었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더러운 교실에 있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때, 박찬열이 뛰어들어와서 책상을 싹 뒤엎기 시작했다.
그 속에선 어제 먹은 빵 봉지, 빵 부스러기, 빈 우유곽, 초코파이 껍질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나는 눈이 땡그래져서 그 꼴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씨발!」
갑자기 들어와서 교실을 난장판을 쳐 놓고 욕까지 뱉고 가는 그 어이없는 행동에, 평상시에도 그다지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는 그 쪽으로 빗자루를 던졌다.
그리고 박찬열은 그 빗자루에 귀를 맞았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냐니. 안 봐도 뻔하지.
나는 이 세상에서 정말 평생 들을 욕을 10분 동안 다 들었다.
정말 무슨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을 들은 기분? 어떻게 사람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왔을까, 하는 그런 단어들.
듣고 보자니 뭐가 없어진 것 같다는데, 나를 도둑년이라 칭하며 욕설을 뽑아내는 박찬열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나는,
결국 억울함에 눈물을 뚝뚝 떨궜다.
내 습관이 그렇다. 슬픈 건 잘 못 느끼는데, 억울하면 어김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박찬열은 계속 이리저리 허리에 손도 짚어보고 벽도 쳐다보면서 현란하게 욕설을 뱉다가, 문득 날 돌아봤는데.
내가 고개를 푹 떨구고 울고 있으니까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야, 야. 왜 울어.」
원래 사람 심리 중에 달래주면 더 울음이 복받치는 그런 미스테리한 감정이 있지 않은가.
나는 박찬열이 내 등에 손을 올리자마자 바닥의 빗자루를 집어들어 감정을 실어서 등짝을 한 다섯 대 쯤 때린 뒤에 가방을 집어들고 나가 버렸다.
-
그 뒤로 박찬열은 내 친구들에게선 적이 되었고, 그 뒤로 나와 걔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아까 말 몇 번 했다고 페북 친추를 거는 건 너무 빠르지 않을까?
나는 복잡하게 이리저리 꼬아서 생각하다가 결국 그 애의 타임라인에 올려진 글 하나를 발견했다.
중학교 시절 오지랖이 유독 넓던 한 여자애가 아이들을 모두 긁어모아 번호를 묻는 글이었는데, 혹시나 싶어 나는 댓글을 살짝 눌러 보았다.
그리고…
"찾았다!"
번호를 알아내게 되었다.
난 즉시 번호를 저장하고, 카톡을 켜서 수동 동기화를 몇 번이나 눌렀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에 박찬열이란 이름이 떴다.
프사는 그 나잇대 남자애 답지 않게 자기 셀카였다.
나는 픽 웃어버리며 그걸 가볍게 캡쳐했다. 밤에 자기 전에 봐야지.
-
"응. 혜미야."
- 야, 너 그거 들었어? 그 때 우리 까고 다녔던 애, 김종대랑 사귄대!
"그래?"
- 뭐가 그래, 야! 김종대가 훨씬 아깝지! 그치? 김종대 왜 그런 애랑 사귀지?
나는 티비를 보면서 소울리스로 응, 어, 하고 대답을 하다 문득 표혜미가 저렇게 열폭을 하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야. 네가 말하는 김종대가 그 7반 김종대?"
- 어. 그 7반 김종대.
"야, 너 걔 좋아해?"
- 아니? 미쳤어? 얘, 허, 내가 무슨 김종대를 좋아해! 걜 좋아할 바엔 차라리 박찬열을 좋아하겠다!
별 것도 아닌데 오바하는 꼴 보니 100% 좋아한다.
나는 책장에서 졸업 앨범을 꺼내 김종대의 사진을 찾아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야. 근데 박찬열 솔직히 잘생긴 편 아니냐?"
- 왜? 좋아해?
나는 그 질문에 한 번 생각해 봤다. 사실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주제였다.
"응. 좋아하는 것 같은데?"
- 야. 넌 좋아한다는 애 말투가 왜 이렇게 삭막해?
"아니 막 좋아서 미치겠고 그런 건 아니고, 아.. 얘 좀 괜찮다. 이 정도?"
- 진짜 명불허전 오징어. 야, 너 그렇게 고고하게 살아가시면 너 평생 노처녀로 살아.
"저주하지 말구. 잘생겼지?"
- 응. 걔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생겼을걸. 왜. 고백하게? 경쟁자 의식하는 거야?
"염병하네. 야, 설마 네가 말하는 김종대가 이 존나 공부 잘하게 생긴 애는 아니지?"
그런 잡담을 하고 있을 사이 김종대란 이름을 찾았는데, 세상에. 표혜미가 얠 좋아해?
기억을 해 보기론 그냥 7반에 웃기고 잘 노는 애였는데. 이렇게 모범생의 자태를 풍기는 애였나?
- 야. 사람 졸사는 원래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못 돼! 니 졸사도 봐 봐. 완전 씹찌끄레기거든?
"야, 아무리 그래도 씹찌끄레기까지야."
- 하여튼, 그 정도면 귀엽게 나온 거 아니야?
웃음이 나왔다. 이러고도 안 좋아한다고 우기는 게 더 신기하다.
"응. 그렇다고 해 줄게."
- 음… 아 맞다. 박찬열! 야, 박찬열 어떡할거야? 꼬실거야?
"뭘 꼬셔. 나 철벽인 거 알면서."
- 하긴. 너만큼 철벽 치는 애도 없을거야. 번호따러 왔는데 멀쩡하게 통화하던 애가 갑자기 폰 정지 당해서 번호 없다고 하고.
"그게 왜 철벽이야. 그냥 걔네가 별로였던 거야."
- 니가 하는 게 철벽이야, 등신아.
"몰라. 하여튼, 그냥 카톡 먼저 걸어서 좀 친해져 볼까?"
- 오, 그럼 이제 썸남썸녀 사이가 되는 거지.
"그런가?"
- 와, 드디어 내 손으로 키운 우리 새끼 오징어가 연애라니!
"야, 설레발 치지 마. 아직 카톡도 안 했어."
- 솔직히 너 얼굴이면 꽤 귀염상 아니냐?
"그건 모르겠구. 나 그럼 카톡 걸어본다?"
- 응. 꼭 후기 좀 남겨줘.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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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빼먹은 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려요 ;ㅅ;
준짱맨님.. 금색을 찾으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결과 저렇게 우중충한 색이 되었네요..
연님도.. 짙은 갈색으로 하면 그냥 까만색 같아서 저 주황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색으로 해 드렸어여... 죄송합니당.
암호닉 신청은 늘 받아요! [] 괄호 안에 신청하실 암호닉을 넣어주시면 되세요!
ex. [베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