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방탄소년단 - 상남자
똑같은 프로필 사진 왜 자꾸 확인할까
그렇다고 착각하지마 쉬운 남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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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확인해놓고 누르지 않는 너의 행위
"1" 자리 없어 짐과 동시에 속만 타지
#세 번째. -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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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잇뷰티도 보고, 별그대 재방도 보고. 그러다가 보니 벌써 다섯 시가 되었다.
그제서야 느즈막하게 몸을 일으켜서 노트북을 툭 킨 다음에 핸드폰을 살짝 열어보는데,
'오징어? 오전 11:46'
'내 번호 어떻게 알아써 ㅋㅋㅋ 오전 11:46'
음.. 뭐라고 변명해야 되는 거지.
'그냥. 번호가 다 날아가서 애들 페북 보면서 번호 좀 주웠어. ㅂ_ㅂ 1 오후 5:13'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번호가 날아가진 않았지만.
애초에 태생부터 무심하게 태어난 나는 별로 그런 거에 자존심을 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나는 다섯 시간 반이나 답장을 안 했는데, 얘는 내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1이 없어졌단 거다.
'아 진짜? 오후 5:13'
'ㅋㅋㅋㅋ 잘됐다 나 심심했는데 오후 5:13'
'나랑 카톡하자 그럼 오후 5:13'
얜 무슨 카톡을 할 때도 카톡한다, 하고 정의하고 하나.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대충 그러자고 대답했다.
머릿속으론 얘가 내 카톡을 기다리고 있던 걸까? 하는 시뮬레이션을 계속 그려보고 있었고.
'근데 너 어디 살아? 베브고 멀지 않아? 오후 5:14'
'ㄴㄴ 별로 안 멀어 우리집 래미안임 오후 5:14'
'그렇구나 오후 5:14'
'우리집은 힐스테이튼데. 오후 5:15'
'엄청 가깝네 ㅋㅋㅋㅋ 오후 5:15'
힐스테이트와 래미안은 횡단보도를 딱 하나 사이에 두고 꼭 단지처럼 붙어있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가깝다는, 그런 이야기.
'몇 동인데 넌 오후 5:15'
'너 말투 너무 무서워 오후 5:15'
'난 112동 오후 5:15'
'별로 가깝지도 않네 오후 5:15'
'우리집은 104동 오후 5:15'
말투까지 블락먹었다.
원래 저게 내 말투인 걸 어떡하라는 거지…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 온점을 빼기로 했다.
'가깝거든 오후 5:16'
'나랑 같이 학교 갈래? 오후 5:16'
'나 친구없어서 혼자 가야됨 오후 5:16'
'싫어 오후 5:16'
'표혜미랑 갈거야;ㅅ; 오후 5:16'
이게 철벽이란 건 알고 있는데, 정말 같이 학교에 가고 싶진 않았다.
고등학교에 가서 첫 인상이 남자애 끼고 다니는 애로 박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ㅜㅜ오후 5:16'
'제발.. 나 찐따같잖아ㅠㅠ 오후 5:16'
'맞잖아ㅋㅋ 오후 5:16'
'야 너 진짜 피도 눈물도 없다 오후 5:16'
'이 시대의 철벽녀 진짜 ㅋㅋㅋ 오후 5:16'
'? 1 오후 5:17'
'뭐 어쩌라는거야 1 오후 5:17'
내 말투 왜 이렇게 무섭지?
지금 쟤 말투는 설렘이 뚝뚝 떨어지는데, 내 말투는 딱딱하게 굳어서 무섭기까지 하다.
거기까지 30분이 되었는데도 1이 안 없어지는 희대의 똥줄 태우기 스킬까지.
나는 그 사이에 똑같은 프로필 사진을 계속 확인했다.
사진은 캡쳐도 해 놨지만 계속 누르고, 눈 코 입을 확대해서 뜯어보고, 나보다 예쁜 얼굴에 절망하기도 했다.
난 보이지도 않는 속쌍꺼풀만 있는데 얘는 쌍꺼풀도 엄청 짙게 나 있고.
아닌 척 계속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카톡을 하나 더 보냈다.
혹시 내가 철벽을 쳐서 삐진 거라면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왜냐면 나는 박찬열을 좋아하니까.
'야 찬녀라ㅠㅠ 1 오후 5:34'
'삐져써? 1 오후 5:35'
'미안해 학교 같이 가자 표혜미랑 약속 쨌어 1 오후 5:35'
이 정도까지 했는데 카톡을 안 본다면… 그런 암담한 생각을 하며 졸업 앨범을 한 번 들여다 보았다.
"박… 박찬… 여깄다."
졸업앨범 속에서 발견한 찬열이는 진짜 세상에 얘가 이렇게 잘생겼나?! 싶을 정도로 멋있게 나왔다.
이게 콩깍지가 씌인 것 같진 않고, 진짜 특히 잘 나온 것 같다.
"세상에…"
사진도 여러 각도로 조명까지 조절해서 찍어놓고,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채팅방의 1에 짜증을 낼 무렵이었다.
그 때 채팅방의 1이 지워졌고, 나는 급하게 채팅방을 나갔다.
혹시나 걔가 카톡을 보냈는데 1이 바로 없어지면 너무 기다린 티가 나니까. 그런 거는 자존심을 사수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도착한 카톡에 입을 틀어막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 누나가 형광등 좀 갈아달라고 해서 ㅋㅋ 오후 5:41'
'야 너 진짜 귀여워 ㅠㅠㅠㅠ 어떡해 ㅋㅋㅋㅋ 오후 5:41'
'아 진짜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 왜이렇게 귀엽지 오후 5:41'
'그럼 나랑 학교 같이 가는 거다? 알겠지? 오후 5:41'
미친놈...
진짜 그렇게 생각하며 한 3분을 기다렸다가 44분이 땡! 하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아 뭔데 ㅋㅋㅋㅋㅋ 오후 5:44'
'안귀여워 하나도 ㅋㅋㅋㅋㅋ 다른 애들한테 물어바 너 미친놈 취급당할걸ㅜㅜ? 오후 5:44'
'왜 귀엽기만 한데 ㅋㅋㅋㅋㅋㅋ 오후 5:45'
'야 나 누나가 약속 있어서 밥 알아서 해 먹으래 ㅜㅜ 오후 5:45'
'나랑 같이 밥먹자! 내가 사줄게 ㅋㅋㅋ 오후 5:45'
진짜 미친놈...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겨울방학에는 제일 편한 자세로 컴퓨터나 하고 티비나 보는 것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기에 최대한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역시 부드러움의 최고봉! 중학교 시절 3년을 구르던 동복 체육복과, 길지도 않은 머리를 틀어올려 묶은 머리, 그리고 앞머리까지 야무지게 핀으로 꽂은 나.
이걸 그나마 사람으로 만들려면 한 시간은 걸릴텐데.
'야 나 지금 거지꼴임 오후 5:46'
'이거 사람 만들려면 한시간은 걸려 오후 5:46'
'너 혼자 먹어 그리고 나 낯가려서 밥 먹으면서 한 마디도 못할걸 오후 5:46'
진심이었다.
정말 낯을 많이 가렸고, 그래서 카톡으론 이렇게 편하게 말하면서도 실제로 만나면 눈 하나 못 마주칠 게 뻔했다.
거기다가 한 시간이나 고생을 하기도 싫었고.
그런데 얜 왜 자꾸 나한테 귀엽니 어쩌니 하면서 자꾸 약속을 잡으려고 하지?
나 좋아하나? 이건 분명히 나한테 뭔가 감정이 있는 거일거야.
오빠가 있는 나로선 남자애들이 이렇게 풀 문장으로 답장을 안 한다는 것과 이렇게 여자애들한테 귀엽다를 남발하지 않는단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오빠 같은 경우만 봐도… 맨날 방에서 키보드나 두드려대면서 노래부르는 게 끝인걸, 뭐.
'괜찮아 기다릴게 오후 5:47'
'준비 끝나면 카톡해 ㅋㅋㅋ 나도 준비할게 오후 5:47'
이건 빼박캔트야.
얜 날 좋아한다.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대담하지도 않지만 눈치는 빠른 편인 나는 희미하게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얠 꼬시기만 하면 되는 거지?
"야 표혜미!"
"왜. 카톡 아직도 못 했냐?"
"아니! 얘가 나보고 귀엽다고 함!"
"미친… 야 뭐라고?"
"얘가 나보고 밥 먹쟤! 야 이거 빼박이지? 나한테 빼박 꽂힌거지?"
"응. 빼박. 헐. 야 박찬열이 널? 박찬열이 뭐가 모자라서 너 같은 년을?"
"닥쳐. 야 뭐 입어야 돼? 향수는 뭐 뿌려야 돼? 자연스러운 게 나을까? 그럼 바디로션만 좀 향 쎈 걸로 바를까? 아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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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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