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글씨가 언제나 소름일거라는 편견은 버리세요~) 창섭이형.- 어라? 재환아. 이시간에 무슨 일이야?아, 다름이 아니고. 나 오늘은 좀 늦을 거 같은데.- 늦을 거 같아? 밥은 어쩌려고!글쎄 뭐.. 그냥 밖에서 해결할게, 민혁이형이랑 둘이 먹어.- 알았어, 그래도 늦게는 오지 말고!응. 자신이 끊을 때까지 끊지 않으려는 듯 종료가 되지 않는 통화에먼저 종료버튼을 누른 재환. 통화종료가 뜨면서 나타난 창섭의 번호와 저장명.재환의 핸드폰 속 창섭은'엄마'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나른한 듯 까만 화면을 나타내고 있는 핸드폰을 한 손에 쥔 채다른 한손으로 탁자를 규칙적으로 치던 재환. 커피, 라도 시켜놔야 하나. 재환의 표정에는 설레임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여기-어라, 먼저 와있었네요?아.. 뭐 그냥. 멋쩍게 웃으며 재환이 자신의 반대편으로 안내하는 사람은학연이었다. 그냥 앉아있었던 거예요? 나 올때까지?어, 그게 예의 아닌..가?가끔 보면 당신, 예의를 모르는 듯 아는 듯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언제는 그래서 귀엽다며-그것도 한두번이지. 이정도 예절도 못배웠어요?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질문에 굳어가는 재환의 표정을 본 학연이황급히 질문을 바꾸었다. 아, 아 뭐. 같이 있으면서 바꾸면 되죠.같이 있으면서? 그거 좋다.근데, 대체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예요? 난 이렇게 존댓말하는데.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나이를 손으로 표시한 재환.재환의 손을 확인한 학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다재환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허,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지금 반말한거예요?어리게 보이니까 반말하지.아무리 그래도 내가 존댓말을 하면 같이 존댓말을 해야죠!내가 반말해도 뭐라 안하니까 그랬지!...아..정말.. 첫만남때부터 느끼지만 정말 말 안통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재환은 막무가내였고, 학연은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래서, 왜 불렀어요?커피부터 시킬까?..야.아아, 음.. 어.. 택운이형이 생각한 계획이 있는데.근데요?거기에 너도 동참해줬으면 해서.형이거든요? 너라니!알았어, 차형사.곧죽어도 형소리는 하기 싫은가보네. 후.. 뭔데요, 그게.어.. 간단한건데. 택운이형이랑 같은 팀이라 그게 좀 걸리긴 하네.재환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간단해. 그냥 빨간머리로 염색해줘....응?그게 계획 1단계거든.빨간머리...? 나 얼굴이 검은 편이라 빨간머리 안어울릴텐데.그건 내가 장담하는데- 얼굴이 검은 편일수록 더 섹시해.혹시 빨간머리, 그거 당신이 추천한 이야기에요?...어라, 들켰다. 또 나온 재환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학연은 그저 헛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것만 하면 되요?근데, 나랑 같이 가서 해야해., 왜요? 그래야, 재밌잖아? 재환이 입술을 핥았다. 사실 레드와인 머리로 염색해야한다는 계획에서 갈등을 빚은건다름 아닌 재환과 택운이 쓸데없는 부분에서 싸웠기 때문이었다.쓸데없이 스릴을 즐기는 걸 좋아하며 자신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숨기려는 싸이코패스 이재환과스릴따위 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절대 들키지 않으려 하는 소시오패스 정택운은웃기게도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머리를 염색하는 데 있어서택운은 다른 시간에 다른 샵에서 염색을 하자 주장했고재환은 시간차는 30분 이내지만 같은 샵에서 하루 안에 다같이 염색을 해야한다 주장했다. 물론, 결과는 뻔했지만.막무가내인 재환을 이길 사람은 민혁밖에 없었으나그자리에 민혁이 없었으니.택운은 두손두발 다 들고 재환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그거까지 다 맞춰서 염색하라고요?그렇지. 왜, 싫어? 번뜩이는 재환의 눈.며칠전 재환의 집에서 있었던 악몽이 떠오른 학연은손사레를 치며 부정했다. 아니,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결국 그럴거면서. 피식 웃은 재환이 의자를 뒤로 끌며 일어섰다. ..?밥먹으러 가자, 학연아. 저 새끼, 은근 말 놓는 거 봐... 속으로 재환을 한껏 욕하는 학연이었지만 어쩌랴.무서운걸. 그렇게 재환의 뒤를 따라나서는 학연이었다. 학연이 납치되고 다음날, 학연은 다시 서로 나타났다.(*1부 참고)그리고 그 날 이후, 학연은 재환의 편이 되었다. 차형사?당신은 대체 누구편이예요?누구 편이긴. 내가 이득인 쪽 편이죠. 이제껏 알아왔던 이검사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게 자신을 위협하는 민혁을 바라보던 학연이민혁의 뒤에서 자신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큐브를 만지작거리는 재환을 흘끗 쳐다보았다. 이득? 나한테 이래서 이득인 게 뭔데요.음, 글쎄요. 너? 이 둘은 대체 나한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학연은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한테 뭐요.일단은, 나는 차형사를 소유하고 싶었고,...이재환은 차형사를 피흘리게 만들고 싶었고....둘의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차형사를 원한다'는 목적은 같았죠?대체 왜 날 소유하고 싶었..그건 알 거 없고요. 어쨌든, 목숨의 지장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지금 걱정 안하는 게 이상한 거거든요? 당신 검사예요! 이 나라의 검사!!나도 알아요, 그니까 소리 지르지 말자.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민혁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재환을 향해 말했다. 야 이재환, 웃기냐 넌?응. 형이 내 일에 자꾸 참견하는 거 같아서 말야.저건 도와줘도 지랄이야. 뭔가 저번 대화부터 이상한 점을 감지한 학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둘이...형제예요?네, 형제예요. 싱긋, 민혁이 학연에게 웃음을 지으며학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차형사 납치될 때 보고 있었는데. 몰랐죠?네?!학연씨가 이재환한테 다 당하고 있을 때, 저기로 다 보고 있었죠. 음, 섹시하던데.시발, 뭐라고요?욕도 해요? 어휴- 더 섹시하네. 정말 재환과 판박이같은 말투. 학연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학연씨가 우리한테 협조만 해준다면. 우리도 학연씨한테 해 안끼쳐요. 민혁의 등 뒤에서 덧붙이는 말이 들려왔다. 아니지. 쟤가 도와주면 우리는 고맙지. 그리고 그 순간, 학연의 눈빛이 바뀌었다. 내가 도와주면, 고마워요? 도와주면 좋은거예요?어, 뭐. 그렇죠. 어쨌든 아군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그럼, 도울게요. 너무 쉽게도 승락해버리는 학연에 오히려 당황한 건 민혁과 재환이었다. ..엥?도운다고요. 제가 도와줘서 고마운 거라면 난 좋은데.어..그래요. 그럼.왜 그렇게 떨떠름해요? 싫어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도리어 민혁에게 물어보는 학연의 표정에는한치의 거짓이라고는 없어보였다. 아니요, 그런 거라기보단. 좋아요, 혹시나 허튼 마음은 먹지 말고. 어차피- 나나 택운이가 다 보고 있긴 하지만.걱정 말아요. 그렇게 너무도 쉽게 맺어진 학연과의 거래.학연은 어느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성사시켜버렸다.학연이 그럴 수 있었던 것에는학연의 어쩌면 병과도 같은, 증후군 때문이었다. 웬디 증후군(Wendy Syndrome).학연은 웬디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심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한마디로 희생주의였달까.그저 자신의 도움으로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것이 도움이 된다면.그걸로 된다면, 학연은 만족했고 행복했다.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게 어떤 것이든, 설사 그게 잘못된 것이어도 희생하면서까지 하려했다.그리고 그런 학연의 약점과도 같은 것을민혁과 재환이 우연찮게 파고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웃기게도 이 증후군으로 학연은 이들을 헌신적으로 돕게 된다.그러나 이 증후군이훗날 누군가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학연의 협조를 구했을 때 즈음에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민혁이형, 창섭이형. 나왔어.어, 왔어? 질겅질겅 육포를 씹어가며 노트북에 타닥타닥 타자를 쓰고 있는 창섭.크고 둥그런 안경에 뽀글머리까지 더해서 그런지가끔은 재환이 형같다는 생각도 한다. 민혁이형은?형, 아마 잘걸? 조오기 방에 들어가있어. 셋의 침실을 가리키며 창섭이 헤헤 웃었다. 시나리오 완성 하고 있는거야?음, 아니.그럼?아예 싹 갈아엎고 다시 쓰려고.그간 쓰던건 어쩌고.그거 어차피 마음에 안들었는데, 마침 좋은 주제가 생각나서. 창섭이 새로운 육포를 꺼내들며 말했다. 무슨 주제? 형사물 쓴다 하지 않았나?응응, 형사물인데-..? 정수기에서 물을 따른 재환이물이 가득 담긴 컵을 들어 입에 갔다댔다. 실화야. 한모금, 꿀꺽.재환의 식도로 물이 들어갔다. 근데, 그게. 형사랑 검사랑 어느 싸이코 둘의 이야기거든. 푸웁-!재환의 입에서 들어가던 물이 모두 뿜어져나왔다. 컥, 커걱..!어라, 재환아. 괜찮아?!어, 어.. 컥.. 그거, 그거. 어디서 들었어?응? 그냥, 뭐. 민혁이형이 자기가 맡았던 사건이라면서 얘기해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창섭을 바라보던 재환은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 그거. 실명이랑 다 알려줬어?아니. 그냥 피해자 가해자 이렇게만 알려주던데 뭐.아..그래..? 그거 진짜 쓰게?응, 당연하지. 이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어딨어! 해맑게 웃으며 민혁에게 들은 이야기를 곱씹으며 시나리오를 적어가는 창섭을 뒤로한 채재환이 민혁이 있을 방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민혁은 없었다. 첫째 날 끝. 첫째 날 정리(시간 순) :택운과 재환, 피터팬 이야기 - 홍빈과 재환 만남(Red) - 홍빈과 의문의 남자 택운 형의 산소에서 마주침(Red)원식과 택운 만남 - 원식 납치 - 재환, 창섭에게 전화 - 재환과 학연 만남 - 민혁, 집 도착. 창섭에게 사건 이야기해줌 - 재환 집 도착 - 창섭의 시나리오 발견 피터팬 이야기 제가 주의해서 봐달라고 해드렸죠? 헿헿 그게 증후군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을걸~..알았으면 말고(쭈굴)평일에는 시간이 없는데 주말에는 시간이 좀 있길래.. 있을 때 써놓자 해서ㅠㅠㅠ제가 시간 순으로 쓴다고 하면서도 또 바뀌어서 올려지더라고요 ㅋㅋㅋㅋ그래서 날짜가 바뀔 때마다 정리해서 올리기로 했습니다!2부 끝난거 아니구요 ㅋㅋㅋㅋ 그저 첫째날이 끝났을 뿐이예요 ㅋㅋㅋㅋ 웬디 신드롬의 모든 징후에 해당되는 건 아니에요..그리고 재미로 집어넣는 거니까막 찾아보고 다른데요?!?!? 이러시면 저 슬퍼요 우럭우럭 ㅠㅠㅠㅠ점점 켄엔이 다정하게..나오네요...? 오모오모...헿헿
(* 빨간 글씨가 언제나 소름일거라는 편견은 버리세요~)
창섭이형.
- 어라? 재환아. 이시간에 무슨 일이야?
아, 다름이 아니고. 나 오늘은 좀 늦을 거 같은데.
- 늦을 거 같아? 밥은 어쩌려고!
글쎄 뭐.. 그냥 밖에서 해결할게, 민혁이형이랑 둘이 먹어.
- 알았어, 그래도 늦게는 오지 말고!
응.
자신이 끊을 때까지 끊지 않으려는 듯 종료가 되지 않는 통화에
먼저 종료버튼을 누른 재환.
통화종료가 뜨면서 나타난 창섭의 번호와 저장명.
재환의 핸드폰 속 창섭은
'엄마'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나른한 듯 까만 화면을 나타내고 있는 핸드폰을 한 손에 쥔 채
다른 한손으로 탁자를 규칙적으로 치던 재환.
커피, 라도 시켜놔야 하나.
재환의 표정에는 설레임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여기-
어라, 먼저 와있었네요?
아.. 뭐 그냥.
멋쩍게 웃으며 재환이 자신의 반대편으로 안내하는 사람은
학연이었다.
그냥 앉아있었던 거예요? 나 올때까지?
어, 그게 예의 아닌..가?
가끔 보면 당신, 예의를 모르는 듯 아는 듯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언제는 그래서 귀엽다며-
그것도 한두번이지. 이정도 예절도 못배웠어요?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질문에 굳어가는 재환의 표정을 본 학연이
황급히 질문을 바꾸었다.
아, 아 뭐. 같이 있으면서 바꾸면 되죠.
같이 있으면서? 그거 좋다.
근데, 대체 나이가 몇인데 반말이예요? 난 이렇게 존댓말하는데.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나이를 손으로 표시한 재환.
재환의 손을 확인한 학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다
재환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허,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지금 반말한거예요?
어리게 보이니까 반말하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존댓말을 하면 같이 존댓말을 해야죠!
내가 반말해도 뭐라 안하니까 그랬지!
...아..정말..
첫만남때부터 느끼지만 정말 말 안통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재환은 막무가내였고, 학연은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래서, 왜 불렀어요?
커피부터 시킬까?
..야.
아아, 음.. 어.. 택운이형이 생각한 계획이 있는데.
근데요?
거기에 너도 동참해줬으면 해서.
형이거든요? 너라니!
알았어, 차형사.
곧죽어도 형소리는 하기 싫은가보네. 후.. 뭔데요, 그게.
어..
간단한건데. 택운이형이랑 같은 팀이라 그게 좀 걸리긴 하네.
재환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간단해. 그냥 빨간머리로 염색해줘.
...응?
그게 계획 1단계거든.
빨간머리...? 나 얼굴이 검은 편이라 빨간머리 안어울릴텐데.
그건 내가 장담하는데- 얼굴이 검은 편일수록 더 섹시해.
혹시 빨간머리, 그거 당신이 추천한 이야기에요?
...어라, 들켰다.
또 나온 재환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학연은 그저 헛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것만 하면 되요?
근데, 나랑 같이 가서 해야해.
, 왜요?
그래야, 재밌잖아? 재환이 입술을 핥았다.
사실 레드와인 머리로 염색해야한다는 계획에서 갈등을 빚은건
다름 아닌 재환과 택운이 쓸데없는 부분에서 싸웠기 때문이었다.
쓸데없이 스릴을 즐기는 걸 좋아하며 자신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숨기려는 싸이코패스 이재환과
스릴따위 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절대 들키지 않으려 하는 소시오패스 정택운은
웃기게도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염색하는 데 있어서
택운은 다른 시간에 다른 샵에서 염색을 하자 주장했고
재환은 시간차는 30분 이내지만 같은 샵에서 하루 안에 다같이 염색을 해야한다 주장했다.
물론, 결과는 뻔했지만.
막무가내인 재환을 이길 사람은 민혁밖에 없었으나
그자리에 민혁이 없었으니.
택운은 두손두발 다 들고 재환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그거까지 다 맞춰서 염색하라고요?
그렇지. 왜, 싫어?
번뜩이는 재환의 눈.
며칠전 재환의 집에서 있었던 악몽이 떠오른 학연은
손사레를 치며 부정했다.
아니,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결국 그럴거면서.
피식 웃은 재환이 의자를 뒤로 끌며 일어섰다.
..?
밥먹으러 가자, 학연아.
저 새끼, 은근 말 놓는 거 봐... 속으로 재환을 한껏 욕하는 학연이었지만 어쩌랴.
무서운걸.
그렇게 재환의 뒤를 따라나서는 학연이었다.
학연이 납치되고 다음날, 학연은 다시 서로 나타났다.(*1부 참고)
그리고 그 날 이후, 학연은 재환의 편이 되었다.
차형사?
당신은 대체 누구편이예요?
누구 편이긴. 내가 이득인 쪽 편이죠.
이제껏 알아왔던 이검사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게 자신을 위협하는 민혁을 바라보던 학연이
민혁의 뒤에서 자신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큐브를 만지작거리는 재환을 흘끗 쳐다보았다.
이득? 나한테 이래서 이득인 게 뭔데요.
음, 글쎄요. 너?
이 둘은 대체 나한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학연은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한테 뭐요.
일단은, 나는 차형사를 소유하고 싶었고,
...
이재환은 차형사를 피흘리게 만들고 싶었고.
둘의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차형사를 원한다'는 목적은 같았죠?
대체 왜 날 소유하고 싶었..
그건 알 거 없고요. 어쨌든, 목숨의 지장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지금 걱정 안하는 게 이상한 거거든요? 당신 검사예요! 이 나라의 검사!!
나도 알아요, 그니까 소리 지르지 말자.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민혁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재환을 향해 말했다.
야 이재환, 웃기냐 넌?
응. 형이 내 일에 자꾸 참견하는 거 같아서 말야.
저건 도와줘도 지랄이야.
뭔가 저번 대화부터 이상한 점을 감지한 학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둘이...형제예요?
네, 형제예요.
싱긋, 민혁이 학연에게 웃음을 지으며
학연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차형사 납치될 때 보고 있었는데. 몰랐죠?
네?!
학연씨가 이재환한테 다 당하고 있을 때, 저기로 다 보고 있었죠. 음, 섹시하던데.
시발, 뭐라고요?
욕도 해요? 어휴- 더 섹시하네.
정말 재환과 판박이같은 말투. 학연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학연씨가 우리한테 협조만 해준다면. 우리도 학연씨한테 해 안끼쳐요.
민혁의 등 뒤에서 덧붙이는 말이 들려왔다.
아니지. 쟤가 도와주면 우리는 고맙지.
그리고 그 순간, 학연의 눈빛이 바뀌었다.
내가 도와주면, 고마워요? 도와주면 좋은거예요?
어, 뭐. 그렇죠. 어쨌든 아군이 하나 더 생기는 거니까.
그럼, 도울게요.
너무 쉽게도 승락해버리는 학연에 오히려 당황한 건 민혁과 재환이었다.
..엥?
도운다고요. 제가 도와줘서 고마운 거라면 난 좋은데.
어..그래요. 그럼.
왜 그렇게 떨떠름해요? 싫어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도리어 민혁에게 물어보는 학연의 표정에는
한치의 거짓이라고는 없어보였다.
아니요, 그런 거라기보단. 좋아요, 혹시나 허튼 마음은 먹지 말고. 어차피- 나나 택운이가 다 보고 있긴 하지만.
걱정 말아요.
그렇게 너무도 쉽게 맺어진 학연과의 거래.
학연은 어느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성사시켜버렸다.
학연이 그럴 수 있었던 것에는
학연의 어쩌면 병과도 같은, 증후군 때문이었다.
웬디 증후군(Wendy Syndrome).
학연은 웬디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심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한마디로 희생주의였달까.
그저 자신의 도움으로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것이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된다면, 학연은 만족했고 행복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게 어떤 것이든, 설사 그게 잘못된 것이어도 희생하면서까지 하려했다.
그리고 그런 학연의 약점과도 같은 것을
민혁과 재환이 우연찮게 파고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웃기게도 이 증후군으로 학연은 이들을 헌신적으로 돕게 된다.
그러나 이 증후군이
훗날
누군가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학연의 협조를 구했을 때 즈음에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민혁이형, 창섭이형. 나왔어.
어, 왔어?
질겅질겅 육포를 씹어가며 노트북에 타닥타닥 타자를 쓰고 있는 창섭.
크고 둥그런 안경에 뽀글머리까지 더해서 그런지
가끔은 재환이 형같다는 생각도 한다.
민혁이형은?
형, 아마 잘걸?
조오기 방에 들어가있어. 셋의 침실을 가리키며 창섭이 헤헤 웃었다.
시나리오 완성 하고 있는거야?
음, 아니.
그럼?
아예 싹 갈아엎고 다시 쓰려고.
그간 쓰던건 어쩌고.
그거 어차피 마음에 안들었는데, 마침 좋은 주제가 생각나서.
창섭이 새로운 육포를 꺼내들며 말했다.
무슨 주제? 형사물 쓴다 하지 않았나?
응응, 형사물인데-
정수기에서 물을 따른 재환이
물이 가득 담긴 컵을 들어 입에 갔다댔다.
실화야.
한모금, 꿀꺽.
재환의 식도로 물이 들어갔다.
근데, 그게. 형사랑 검사랑 어느 싸이코 둘의 이야기거든.
푸웁-!
재환의 입에서 들어가던 물이 모두 뿜어져나왔다.
컥, 커걱..!
어라, 재환아. 괜찮아?!
어, 어.. 컥.. 그거, 그거. 어디서 들었어?
응? 그냥, 뭐.
민혁이형이 자기가 맡았던 사건이라면서 얘기해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창섭을 바라보던 재환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 그거. 실명이랑 다 알려줬어?
아니. 그냥 피해자 가해자 이렇게만 알려주던데 뭐.
아..그래..? 그거 진짜 쓰게?
응, 당연하지. 이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어딨어!
해맑게 웃으며 민혁에게 들은 이야기를 곱씹으며 시나리오를 적어가는 창섭을 뒤로한 채
재환이 민혁이 있을 방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민혁은 없었다.
첫째 날 끝.
첫째 날 정리(시간 순) :
택운과 재환, 피터팬 이야기 - 홍빈과 재환 만남(Red) - 홍빈과 의문의 남자 택운 형의 산소에서 마주침(Red)
원식과 택운 만남 - 원식 납치 - 재환, 창섭에게 전화 - 재환과 학연 만남 - 민혁, 집 도착. 창섭에게 사건 이야기해줌 - 재환 집 도착 - 창섭의 시나리오 발견
피터팬 이야기 제가 주의해서 봐달라고 해드렸죠? 헿헿 그게 증후군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을걸~..알았으면 말고(쭈굴)
평일에는 시간이 없는데 주말에는 시간이 좀 있길래.. 있을 때 써놓자 해서ㅠㅠㅠ
제가 시간 순으로 쓴다고 하면서도 또 바뀌어서 올려지더라고요 ㅋㅋㅋㅋ
그래서 날짜가 바뀔 때마다 정리해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2부 끝난거 아니구요 ㅋㅋㅋㅋ 그저 첫째날이 끝났을 뿐이예요 ㅋㅋㅋㅋ
웬디 신드롬의 모든 징후에 해당되는 건 아니에요..그리고 재미로 집어넣는 거니까
막 찾아보고 다른데요?!?!? 이러시면 저 슬퍼요 우럭우럭 ㅠㅠㅠㅠ
점점 켄엔이 다정하게..나오네요...? 오모오모...헿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