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사진이 없을 땐 뭘 올려야 하지...)
탁, 타닥, 탁.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민혁이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 보통 하는 습관이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상을 치던 민혁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응, 왜.
- 너..
...응 나 뭐.
- 너, 너..어.. 빨갛지?
뜬근없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민혁을 의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뭐가 빨갛다는 거야, 제대로 말을 해봐.
- 머리말야, 너 머리. 빨간머리 아냐?
응, 맞는데.
- ....며칠 전에 병원..왔었지?
어. 너만나러 갔었잖아.
- 왜?
뭐?
- 왜 하필 그날이었어야 했는데!!!!!!!
왜그래, 서은광. 진정해.
- 너..너...너 지금 뭐에 휘말렸는 줄 알아?!
아, 그거때문에.
민혁이 입술을 핥았다.
,뭐. 한상혁 형사 납치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거 말하는 거야?
- ..아, 알고 있었어?
나 이래뵈도 검사인데. 모를리가.
- 근데 뭐이리 태연해.
내가 아닌데, 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 하..하긴.
그렇지? 하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은광의 목소리가 갑자기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작게 들리는 안도의 숨소리.
민혁은 저절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뭐야 서은광. 너 걱정했냐?
- 아니, 뭐. 걱정했..다기보다는 음.
귀엽네. 나중에 혐의 풀리면 찾아갈게. 당분간은 못만날거 같아. 전화도 하지말고.
- 그래? 그정도야?
응, 잘하면 너까지 의심받을라. 얼른 끊자 이제.
- 알았어, 나중에 봐!
그래.
가끔 민혁은 유전자에 큰 의구심을 품을 때가 많았다.
특히 이럴때.
자신과 재환은, 부모님도 놀랄 정도로 빼닮았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입술을 핥는 습관도,
집중하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습관도,
지랄맞은 성격에 싸이코같은 성격도.
그리고 좋아하는 이상형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은광과 은광의 쌍둥이형은
너무도 달랐다.
그래서일까,
민혁은 은광과 은광의 쌍둥이 형.
두명중 한명은 증오스럽게 싫어헀고,
또다른 한명은 열렬히 좋아했다.
그러나 민혁이 둘에게 대하는 태도는 겉으로 보기에 똑같았다.
형.
뭐야, 뜬금없이.
...
기껏 지 좋아하는 도너츠까지 사왔고만.
일훈은 택운의 면상에 들고온 도너츠 박스를 던지려다, 참았다.
그래. 그래도 안쓰러운 인간이니. 오늘은 사람 하나 살린다 치자.
그 머리, 좀.
뭐. 찾아온 이유가 머리 때문이냐?
아니...아오!
어떻게 돌려말해야할까. 어떻게 말해야 정택운이 지랄 안하고 수긍할까?
일훈의 머릿속은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왜 대체. 왜 하필 빨간머리야?
나도 몰라, 왜 하필 빨간머리인지.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너 형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형한테 배운거거든?
말이나 못하면.
택운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일훈을 쏘아보았다.
아, 돌려말하는 거 못하겠어!!
나도 너 돌려말하는 거 듣는 거 못하겠다.
왜 긁어 부스럼 남길 짓을 해, 왜!
뭐, 납치사건에 휘말린 거 말하는거야?
그래, 그ㄱ..어라? 알고 있었어?
내가 형사인데, 내 팀원한테 일어난 일인데.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
..지금까지 난 뭐한거지? 일훈은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그럼. 범인은? 누구야?
나도 몰라. 알면 내가 이러고 있어?
하.. 용의자는? 형말고 또 누구누구야?
넌 몰라도 돼.
, 그래서. 형은 아니지?
택운이 일훈의 얼굴을 특유의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넌 고모께서 요즘 뭐라 안하시디?
우리 엄마? 아니. 왜?
우리 일훈이가 복학하더니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꾸 육성재나 만나러 다니고, 놀러다니는 걸 모르시나봐?
....아씨. 아 왜그러는데 형!!!!!
얼른 꺼지시라고요-
택운이 일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떠밀었다.
너 없어도 이미 충분히 바쁘니까. 뒷북 그만치고 나가.
매정한 사람. 도너츠 먹고떨어져!
그래.
씩씩, 한참을 택운의 사무실 앞에 서있던 일훈이
결국 발걸음을 떼 서를 나섰다.
여기예요.
어라, 먼저 와있었네..요?
자신이 먼저 와서 놀래키려 한건지, 살금살금 뒤로 돌아가려던 재환을 발견한 학연이
손을 뻗어 재환의 어깨를 붙잡았다.
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먼저 왔어요.
아아... 이렇게 막 다녀도 돼요 근데?
재환씨도 잘 다니시는데. 나라고 못다닐 이유가 없죠.
하긴.
저번에 학연의 교육으로 학연에게만큼은 존댓말을 쓰게 된 재환.
그러나 아직 어색한가보다.
참...용의자로 지목되고도 이렇게 태연하게 길거리 활보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용의자가 되보셨어야 알죠, 사실.
하긴요, 매일 용의자 잡기만 해봤지, 이럴 줄은 몰랐으니까요.
전 사실 이번이 더 떨리네요.
왜요?
나 혼자가 아니잖아요.
어깨를 으쓱거리며 하는 재환의 말에 오히려 씁쓸해진 건 학연이었다.
민혁에게서 얼핏 들어 알게 된 재환의 가정사는 꽤나 안타까웠다.
오히려 저렇게 잘 커준게 고맙다 생각이 들 정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재환의 부모님은 어렸을 적에 의문사로 돌아가셨고
민혁과 창섭과 재환은 고아원에서 자라야만 했다.
그나마 민혁과 창섭은 고아원의 도움으로 어엿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나
고아원의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재환까지 도울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사연을 다 듣고나니
학연은 재환을 돕게 된 게 잘한 일이라고, 다시한번 제자신을 합리화시켰다.
재환의 부모님을 죽인 사람이
재환 당사자인 것도 모른채.
그래서, 이번 사건은 또 어떻게 종결시키려고요.
또 어떻게라뇨? 마치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네요?
재환씨가 사건 저지르고 빠져나간 게 한두번 아니라는 거 다 알거든요?
이런, 들켰네.
재환이 씨익, 전매특허인 개구장이 웃음을 지었다.
일단, 다섯 다 알리바이는 충분해요.
정말요? 아무리 생각해도 약간 허술한데 알리바이가.
알리바이가 완벽하면 안되죠.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예요?
그게 재환씨 수법이죠?
그럼요.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거예요. 내가 정택운인가.
재환이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자신보다 키가 약간 작은 학연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둘렀다.
무거워요.
알아요.
맞고 싶어요?
음, 그건 싫은데.
재환이 다시 손을 내리려 하자, 학연이 얼른 재환의 손을 다시 잡았다.
장난이예요, 못받아치는 거 봐.
진짜 때릴거 같으니까 그렇죠.
그때는 참아서 그렇지, 은근 차형사 손 매운데.
저번에 맞은 게 다시 기억났는지, 재환이 울상을 지었다.
알았어요, 안때려요. 누가보면 내가 맨날 패는 줄 알겠네.
상관없어요, 뭐. 맞고사는 남편 하지 뭐.
맞고사는..뭐요?
아니에요, 와 날씨 진짜 좋다-
재환이 학연의 어깨를 잡고 빠른걸음으로 재촉했다.
못이기는 척 따라걷는 학연의 표정에도
괜시리 하늘을 쳐다보는 재환의 표정에도
초조함보다는 태연함이 묻어나있었다.
으, 여기가 어디..야.
....저기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저기요!!!! 살려주세요!!!!!!
상혁이 깨어났다.
우와우... 노아랑 지호ㅠㅠㅠㅠㅠ 끄윽끄윽 ㅠㅠㅠ 나 이제 주말마다 드라마 챙겨봐야해여?
흡..아..포기야 포기...
택운과 일훈의 사이가 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난 당연히 아실 줄알았는데...
'정'일훈 '정'택운...음...사..ㅅ.ㅏ촌인데........나름 생각하고 만든건데...끄흡.
어쨋든, 이번편은 용의자 검출편이었네요, 그리고 달달편.
에잇 봄되니까 외롭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분량조절은?! Fai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감기조심하세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