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글자에 받침이 없는 이름으로 치환하기를 권장합니다.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이별 일기 B
W. 지우주
이별 일기
; 아직은 끝나지 않은, 놓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
D 011. 노래 한 곡
요즘 꽂힌 노래가 있다. 원어원의 뷰티풀인가 뷰리풀인가 하는 노랜데, 그냥 이런 분위기가 좋아. 특히 그 몰랐을까~ 하는 부분이랑 아이 미쓔 쏘 머취! 하는 부분. 난 거기 두 군데가 여운에 남더라. 그냥 뭔가 여주 생각도 나고. 뭐 그런 노래다. 원어원 광팬인 과 후배 다니엘에게 '노래 좋더라' 라고 했더니 신나서는 내게 영업(?)을 하더라. 솔직히 좀 시끄러워서 처음에는 듣기 싫었는데, 다니엘이 신나하는 게 너무 눈에 보이니까 그게 또 귀엽길래 호응도 해 주고 했다.
다니엘 때문에 유트부로 뮤비도 보고 무대 영상도 봤는데, 황갈량이라는 애가 제일 잘생긴 듯. 근데 다니엘은 녜리라는 애가 더 잘생겼다고 했음. 암만 봐도 황갈량이 더 잘생긴 것 같은데…….
D 012.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음
김종현 따라 만화카페에 왔다. 만화카페는 처음 와 보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굳이 만화책 읽는 거 아니어도 보드게임을 하거나 조용히 쉬기에 좋은 것 같아. 여주랑 같이 왔으면 어땠을까. 이런 분위기 완전 여주 취향인데. 진작에 알고 한 번 데려와볼걸. 황민현 바보같은 놈. 이런 것도 안 하고 뭐 했냐.
D 013. 번호
길 가다가 어떤 여자분께서 번호를 물어보시더라. 거절했는데도 끝까지 달라 그러는데, 난감해 죽는 줄 알았어. 애인이 있다고 했는데도 상관이 없다는 거야. 난 상관이 있는데. 그래서 그냥 처음에는 죄송합니다^^ 이러고 거절하다가 나중엔 죄송합니다; 로 말투가 바뀌었어. ㅋㅋㅋㅋㅋㅋㅋ.
아, 여주 생각난다. 우리 사귀기 전에, 너랑 같이 있을 때 이런 일 한 번 있었는데. 왜, 그때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니까 여주 네가 정말 자연스럽게 팔짱끼면서 '자기야 지금 내 눈 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번호 주는 거야?' 라고 했었잖아. 안 그래도 당황했었는데 그때 네 덕분에 더 당황했었어. 그때 우리는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친구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정도의 친밀도였으니까. 뭐, 그 덕에 결국 번호 안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또 여주 생각이네. 있잖아 나, 네 생각을 하는 횟수가 좀 과한 것 같아. 근데 굳이 자제하고 싶지는 않다.
D 014. 시간
과제 하다가 너무 하기 싫어서 잠깐 일기장으로 집중을 돌려. 벌써 2주째네. 시간 참 빠르다. 조금만 천천히 갔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내가 과제도 시간 안에 다 끝내고, 일기도 조금 더 여유롭게 깊게 생각해보면서 쓰고, 조금씩 흐릿해지려 하는 여주에 대한 기억들도 더 더디게 흐릿해질텐데.
시간이 빨리 가는 게 무섭다. 이런 이유에서도, 저런 이유에서도.
D 015. 노래방
최민기가 불러서 오랜만에 둘이 노래방을 갔다.
이별 노래는 단 한 곡도 부르지 않았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게 아니었으니까.
최민기도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신나는 노래만 골라서 부르더라.
D 016. 전화
어머님께 전화가 왔었어. 네 짐을 정리하다가 너와 나의 추억들을 발견하셨대. 네가 없으니 이제 그것들의 주인은 나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게 물어보시더라. 조만간 가지러 가겠다고 했어. 더불어 내게 전화해주시고 물어봐주셔서 감사하다고도. 그 말을 하자마자 어머님, 우시더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입을 열면 나까지 울어버릴 것 같아서. 나 그렇게 억지로 참고 있었는데,
"민현아, 울지 마……."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정작 당신께서는 울고 계시면서, 혹여나 내가 당신의 전화 때문에 또 속을 썩이는 일이 생길까 걱정하시더라. 결국 전화기에 대고 소리내어 울어버리고야 말았어.
김여주, 진짜 나빴어. 왜 이렇게 아프게 해.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아프잖아.
너도 아프길 바라. 많이는 말고, 적당히 아파했으면 좋겠다.
D 017. 만약에 취한다면
내가 많이 수척해지긴 했나 보다. 내 주량 꽝이라 재미없다며 술자리에 잘 부르지도 않던 녀석들이 오늘 얼굴 보더니 술 마시자고 하는 걸 보면.
그러고 보니 난 여주가 사라진 뒤에도 술 한 번 마셔본 적이 없네. 오늘 취하면 여주가 내 눈앞에 나타나줄까. 예전처럼 잘 하지도 못하면서 술 마신다고 막 걱정해주지는 않을까.
아, 어떡해. 그러면 진짜로 아플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라도 보고 싶다. 우리 여주.
D 018. 비 오는 날
오늘의 날씨: 비 '굉장히 많이 옴'
비 오니까 마음까지 축 처지는 기분. 내일은 비 안 왔으면.
*'굉장히 많이 옴'에 노란색 형광펜 밑줄
D 019. 과제
바깥에 나가기 싫었는데, 팀플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하필이면 카페를 가도 여주가 좋아하던 단골 카페인 걸까. 약속 장소를 정한 A 형이 아주 조금 미웠지만, 형은 몰랐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여주와 함께 올 때면 늘 시키던 걸 주문했다. 회의를 하는데 나 뿐만이 아니라 다들 집중이 잘 되지가 않더라. 제대로 끝낼 수 있으려나, 우리 조.
D 020. (제목 없음)
여주 안녕. 오늘 네 집에를 갔어. 주인이 바뀌어버린 추억을 가지러. 거기서 우연히 네 일기장을 봤어. 오로지 내 얘기로 매일을 채웠던 일기더라. 그래서 지금 이 일기를 쓰는 동안 마음이 조금 그래. 너는 나와 함께한 매일을 채웠는데, 나는 네가 없는 매일을 채우고 있으니까.
…그, 혹시 여주야. 내가 네 일기 보는 거, 네가 싫어할까? 그렇다면 그냥 본 거 다 잊어버리고 간직만 하고 있을게. 네가 싫어하는 건 안 하고 싶어.
아, 음. 네 방은 그대로더라. 네 가족들도 많이 힘든가 봐. 정말 아주아주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고 하셨어. 한번에 정리할 용기가 안 난다고.
무슨 말이라도 적고 싶은데, 뭘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네 집에, 네 방에 들러 네 물건을 받아오고, 그걸 하나하나 훑어보고 나니 감정이 다 꼬인 것만 같아. 아니, 막힌 건가. 아무튼, 그래서 속이 답답하고 아리고 그러네.
어머님께서 건네주신 짐 속에 앨범이 하나 있더라. 전부 우리 사진이었어. 언제 인화까지 해서 붙여 둔 거야? 한장씩 넘겨 사진을 보면서 나는 행복했어.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시간이 모두 행복이었으니까.
고마워. 나를 행복하게 해줘서. 이건 내 방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종종 꺼내봐야겠어. 그래도 되지?
우주 일기 |
1. 이 글에는 사진(움짤)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딱히 넣을만한 타이밍을 못 찾아서... 2. 연재 주기에 기복이 있습니다. 조금 심합니다. 3. 늘 그랬듯 외전이나 특별편이 아닌 이상 구독료는 없습니다. 좋아해주셔서 매번 감사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