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옹(2AM), 에피톤 프로젝트 - 여름, 밤(Inst.)
문이 열리고,
돌아왔어. 홍빈이가.
날은 점점 추워지고 해도 일찍 떨어지는 겨울이 다가왔어.
서울에서의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빅스는 저주인형으로 컴백했어.
너빚쟁은 언제나 싱글벙글이었어.
왜냐면 멀지 않은 날에 빅스 멤버들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 올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홍빈이가 요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보이냐면서 말을 걸면
너빚쟁은 그저 더 밝게 웃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어.
그리고 돌아온 2013년 12월 6일.
너빚쟁은 빅스 멤버들이 행복한 기분을 나누고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조용히 숙소를 나왔어.
혹시, 편지지같은 거 줄 수 있어요?
아파트 단지 내 사람이 없는 벤치에 너빚쟁과 햇승사자는 나란히 앉아 있었어.
사방이 깜깜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벤치에서 너빚쟁이 햇승사자에게 물었어.
날이 추워질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실감이 나는데
이렇게 어영부영 있다가는 편지 한장 못 남기고 갈 것 같았어.
왜, 애들한테 편지라도 쓰게?
그냥 가면 조금... 섭섭하잖아요.
햇승사자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너빚쟁을 바라봤어.
너빚쟁은 안되냐는 눈빛으로 햇승사자를 바라봤고
햇승사자는 한숨을 작게 쉬더니 허공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어. 자, 여깄어.
종이와 펜을 받은 너빚쟁은 그 자리에서 가로등 불빛도 점점 줄어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까지 편지를 썼어.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한 마음을 담아서.
아 아, 목소리 테스트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었지만 홍빈이와 함께 걷는 너빚쟁의 마음은 따뜻했어.
추위가 끝나기 전에 너빚쟁은 돌아가게 되겠지만 지금 이순간이 너무 행복했어.
너빚쟁은 홍빈이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다가 잡은 손을 풀고 홍빈이 앞에 멈춰섰어.
놀란 표정의 홍빈이 앞에서 너빚쟁은 마이크를 잡은 시늉을 하면서
겨울고백에 나오는 라비의 랩파트를 따라했어.
그게 뭐야? 하고 홍빈이가 되묻자 너빚쟁은
배우가 된 듯 대사도 체크! 하면서 홍빈이에게 마이크를 잡은 듯한 손을 내밀었어.
뭐야, 내가 배우야? 홍빈이는 웃으면서 자기 얼굴 앞으로 내밀어진 너빚쟁의 손을 잡았어.
배우처럼 고백만 하면 되겠다, 그치? 하면서 홍빈이는 다가왔어.
너빚쟁의 얼굴로, 입술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겨울 고백이 새로운 시즌송으로 나왔어.
반응이 뜨거워서 무대와 더불어 일위 후보에도 오르게 됐지.
겨울 고백을 녹음하는 현장에서 라비의 랩을 처음 들은 홍빈이는
녹음실 밖에 같이 너빚쟁과 앉아있다가 라비의 랩이 들린 순간 너빚쟁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어.
너빚쟁은 그저 씩 웃다가 손가락을 펴서
쉿 하는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는 녹음을 하고 있는 앞을 바라봤어.
얼마지나지 않아 머리 위로 다정하게 쓰다듬는 홍빈이의 손길이 느껴졌어.
크리스마스에는 빅스 멤버들을 따라 가로수길을 걸었어.
예전같았으면 들킬 위험을 걱정해서 따라나가지 않았을텐데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한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졌어.
그건 홍빈이도 마찬가지였고 상황을 알고 있는 재환이와 택운이는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노력했어.
꿈만 같았던 크리스마스의 데이트가 끝나고
빅스 멤버들은 태어나줘서 고마워로 후속곡 활동을 시작했어.
한달 남았어.
모처럼 멤버들이 없는 숙소에 혼자 앉아있는 너빚쟁에게 햇승사자가 입을 열었어.
한달,
한달만 기다리면 이제 너빚쟁을 친 뺑소니 범인을 볼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홍빈이와 헤어져야 해. 그것도 모든 기억을 잃고.
너빚쟁은 너빚쟁이 모든 일들을 잊어버린다는 점보다
지금까지 함께 한 추억들을 홍빈이 혼자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점이 아팠어.
30일은 정말 빠른 시간이었어.
2주 간의 태어나줘서 고마워 활동, 팬싸인회, V리그 올스타전, 그리고 서울 가요 대상.
상을 받고 들뜬 표정의 빅스 멤버들 앞에서 너빚쟁은 많은 말들을 속으로 삼켰어.
이제 고작 열흘.
떠나가야 하는 날이 정말 코 앞이라는 사실을 차마 홍빈이에게 말할 수는 없었어.
언젠가는, 떠나기 전에는, 꼭 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왠지 그 사실을 말하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나눠지는게 아니라 늘어나버릴까봐.
너빚쟁은 그냥 단지 홍빈이가 행복한 겨울을 즐길 수 있도록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어.
대신에 하루에 한 장씩 예전에 햇승사자가 줬던 종이에 편지를 써내려갔어.
멤버들이 모두 잠든 밤, 잠들지 않는 너빚쟁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것 밖에 없었어.
차가운 겨울 바람,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 앉아 너빚쟁의 마음들을 모두 종이에 쏟아부었어.
그리고 멤버들이 깨기 전에 너빚쟁은 숙소로 돌아와 종이를 예쁘게 접어 숙소 곳곳에 넣어놨어.
언젠가 우연히 멤버들이, 특히 홍빈이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어.
얼마 전부터 곧 2월이다, 하는 학연이의 말에 홍빈이도 눈치는 채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해.
손을 잡고 있다가도 고개를 숙이고 너빚쟁의 손을 더 꽉 쥐어오는 홍빈이의 손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거든.
그래도 설이 지나고 한층 더 활기찬 기운으로 돌아온 홍빈이에게
우리의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삼일이다. 냉정하게 말 할 자신이 없어서 하루하루 미뤄왔어.
그렇지만 이제 너빚쟁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야했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24시간도 채 안된다는 걸.
이제는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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