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번외 1.
아가 흔적이 짙게 베여있는 집에 멍하니 앉아 있으니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형. 회의 스케줄 다시 잡혔어요. 사장님 호출입니다.'
"어, 알겠어. 지금 바로와. 준비 다 됐어"
'네. 좀 걸릴 것 같아요. 나중에 전화하면 내려와요. 먼저 내려오시지 말고요'
그래, 이 집에 있기보단 차라리 앨범준비를 하는게 더 낫겠다 싶었다. 이 집에 있어봐야 아가 생각만 잔뜩 날 뿐이니.. 차가 오기 전에 얼른 집청소를 해뒀다.
욕실청소도 하고, 부엌의 그릇들도 다 정리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청소하려고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상자가 하나 있었다.
"아..."
아기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추억,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열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훅 끼치더니 아기와의 추억이 샘 솟듯 떠올랐다. 공허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기분좋은 느낌에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닫아 냉장고에 다시 넣어놨다. 나중에, 나중에 다시 아가 만나면 그 때 줘야겠다.
청소를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집을 한 번 둘러본 뒤, 문을 나섰다. 이미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의 핀잔을 넘기고 회사로 도착해 회의실로 직행했다. 점점 사람들이 들어오고 시작된 회의에서의 결정은, 앨범 발매와 해외투어였다. 그렇게 놀라운 결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한 선택이었던것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왔던 앨범과 투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앨범 발매하고, 바로 넘어가면 한 2,3개월 정도는 한국 못 와. 괜찮겠냐? 기본이 3개월인건 너도 잘 알테고.. 그거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뭐, 괜찮겠죠...?"
잠깐동안 아기 생각이 스쳤지만 그렇다고 앨범을 안 낼수도, 조금만 더 연기하자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내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불러주는 일이었으니까.. 이미 충분하게 오랫동안 기다려 왔으니까. 여기서 도망칠 수 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정말 잠깐 가기 싫단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접어두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에서 살았다.
혹시나 집에 돌아가면 아기를 보게 될까봐. 문을 열면 아기가 뛰쳐 나올 것 만 같아 집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그렇게 회사에서 머물며 앨범을 발매했다. 원래 일정은 앨범 발매 후 일주일 뒤 출국이었지만 해외의 열띤 반응 덕분에 앞당겨서 조금 더 일찍 해외로 나가게 되었다.
출국하기 전 새벽, 딱 한번. 마지막으로 집에 발을 들였다. 집을 비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빠르게 식어버린 온기를 느끼며 캐리어에 짐을 담기 시작했다. 짐을 다 챙기고 집을 나서는데 티비옆의 액자가 눈에 띄었다. 끌리듯 그곳으로 걸어가 액자를 들어올려, 사진사이의 유리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사진속의 아기를 바라봤다.
얼마나 지났지.. 한 한 달 쯤 됐나? 아가 아젠 말을 잘 할까, 의자위엔 잘 올라갈까..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액자를 뒤로 돌려 사진을 빼내 지갑속에 끼워넣었다. 나는 아직까지 많이 생각이 나니까, 보고싶으니까. 하지만 아가를 지금 만난다면 이대로 해외는 커녕 모든걸 놔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기는 다시 돌아왔을때 처음으로 보기로 하고 같은 땅을 밟지 못할 동안 미칠듯이 그리우면 지갑을 꺼내기로 다짐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줬던 대중들은 날 따뜻하게 맞아줬고 해외에서도 생각지못한 격렬한 환호에 어리둥절 할만큼 사랑을 깊고 크게 받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낯선땅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져만 갔다. 호텔안에서 지갑을 여는 횟수 또한 가면 갈수록 늘어만 갔다.
아기는 어떻게 지내려나, 한국 가려면 얼마나 남았더라.. 숫자를 세고 있기 시작했고, 아가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거울 앞에서 연습을 하고 있기 시작했다.
드디어 모든 일정이 끝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 마지막으로 지갑을 꺼내 사진을 바라봤다.
길고 길었던 비행기 안에서의 몸을 풀기도 전에 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바로 받은 누님은 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응 효신아, 방금 기사 뜬 거 봤어. 오늘 입국했다며. 해외투어 축하해'
"고마워요 누나, 아가는... 많이 컸어요?"
'응. 어린이집 다니면서 잘 지내고 있지'
"아.. 그럼 누나 지금 시간 괜찮아요?"
'응. 나 요즘 촬영 없어서 쉬는 중이야. 왜?'
"그럼. 저 오늘 저녁 사주세요. 누나 옛날에 밥 사준다고 하셨잖아요."
'응? 너 안 피곤해? 시차적응도 안 됐을텐데. 조금 쉬다가...'
"야뇨. 괜찮아요. 오늘 저녁 어때요?"
'왜 그렇게 급해 알았어 알았어. 빈이 데리고 갈게. 내가 자주 가는데 있으니까, 거기로 와. 주소 보낼게"
갑작스럽게 부탁하는 내자신이 약간 당황스러워 입술을 깨물고 있을때 누님은 따뜻하게도 수화기 너머 살풋 웃으며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이제 사진말고 진짜 아가를 볼 수 있단 기쁨에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짐정리를 하고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살짝 졸았던 걸까.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 나도모르게 감겼었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저녁이었고, 허겁지검 달려간 그 곳에서, 1년만에 아가와 나는 만났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닿ㅎㅎㅎㅎ ㅠㅠㅠ일단은 ㅠㅠㅠㅠ너무 피곤해서ㅠㅠ 늦게와서 진짜 미안해요ㅠㅠ 더 있고 싶지만 내일 무리가 가서... 이만.. 총총총 사라지겠습니다 ㅎㅎㅎㅎ 모두모두 사랑해요!!!ㅎㅎㅎ
암호닉 몽쉘통통님, 달돌님,요니별우니별님,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꼼도리님 사랑합니다!!!!ㅎㅎㅎ 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