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번외 2.
1년 사이에 아가는 쑥쑥 자라 있었다. 이제 거의 내 허리를 간당간당하게 넘어보이는 아기는 날 보자 엄마 뒤에 쏙 숨었다. 처음 봤을 때 같다.. 하나도 안 변했네..
"아가, 형 모르겠어? 형인데? 아가랑 옛날에 놀았잖아."
"빈이예요. 아가 아냐."
"어...어 그래, 빈아. 형 진짜 모르겠어?"
아가는, 아니 빈이는 여전히 엄마 다리 뒤에 쏙 숨으며 나를 몰라보는 듯 했다. 약간은 섭섭했지만 아기는 하루하루가 다르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날 알아보겠지 싶었다. 음식들이 나오고 한참 맛있게 먹는 아기를 바라보다 갑자기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외국에서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
"누나, 옛날에 아가랑 있을 때 다른 사람들한텐 다 아저씨라고 부르던데, 나한테만 형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계속 고쳐줘도 아니라고 하고, 무슨 이유라도 있는거예요?"
"응? 아아, 내가 그렇게 가르쳤거든"
"에?나 형이라고 부르는걸 가르쳤단 거예요?"
"아니, 너 뿐만아니라, 그러니까 빈이가 더 어려서 한창 옹알옹알 엄마아빠 배울 때, 아빠랑 엉아란 말을 헷갈리는 거야.우리가 봤을땐 헷갈릴 발음이 아닌데.. 그래서 한참 그렇게 말하고 다니다가 이제 고쳐졌나 싶었는데 거기서 급이 나뉘어 진 거 있지"'
"급이요? 어떻게요?"
"음.. 그러니까 자기가 아빠 급으로 생각하는 사람한텐 형이라고 부르고 아빠 아닌 다른사람들은 다 아저씨. 얘 진짜 삼촌도 아직 아저씨라고 불러. 너한테 형이라고 한다니까.. 네가 아빠같다고 생각했나보네"
"아아..."
아가 입을 닦아주던 누님은 내 질문에 냅킨을 내려놓고 웃으며 설명해 줬다. 지금. 지금 나는 아가에게 형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식사를 다 하고 디저트를 주문했다.
"빈이는 코코아 주문한다?"
"네"
"아, 아직도 코코아 마셔요?"
"응. 그때 네가 처음 코코아 줬었지? 그때부터 다른거 안마시고 이것만 마셨어. 빈아 아직도 형 모르겠어?"
엄마가 부추기자 아기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가져온 뽀로로와 라바인형을 보기만 했다. 누님는 머쓱했던건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기는 눈길 한 번 주지않은채 시간만 어색하게 흘러가다 생각보다 일찍 디저트가 나왔다.
"아.. 아니 빈아. 코코아 먼저 마셔. 엄마 조금 있으면 올꺼야"
"..."
아기는 계속해서 자신의 인형을 보고 있다 갑자기 숙였던 고개를 올리고 폴짝 의자를 뛰어내려와 맞은편의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왔다. 그러곤 내 무릎을 짚고 올라와서는 무릎위에 털썩 앉았다. 이제 잘 올라오네.. 근데 갑자기 왜..?
"빈아, 왜? 왜그래?"
"...마셔주세요"
아직까지 말이 서툰 아기는 나보고 코코아를 마시라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코코아를 달라는 말을 그렇게 내게 전했다. 아기를 바라봤지만 아기는 등을 돌리고 앉아있어서 표정을 보지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하는 아기가 이제 나를 기억 한 것 같아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얼른 컵을 가져와 아기의 입에 갖다대주자 아기는 말없이 코코아만 쪽쪽 마실 뿐이었다.
"아가.. 아니, 아니 빈아. 이제 기억 난거야? 형 알겠어?"
"...흥. 형아 미워여"
"응? 왜?"
"내.내가, 흐윽, 내가 맨날맨날 형아 생각했는데에.. 그래서, 그래서 형아 집도 갔는데, 없어서. 형아 집에 없어써어..'
"응? 아가 진짜? 진짜 형 집 왔었어?"
"지..진짜에여! 형아 미어!"
기쁜 마음에 얼른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작은 아기가 날 보러 아이로써는 꽤 멀었을 거리를 계속해서 와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 외국에 나가있는동안,한번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아기와 함께 했던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싫을까봐 가질 못했었다. 그 때, 한번이라도 갔었으면 지금 아기가 이렇게까지 울 진 않았을 텐데...
울고있는 아기를 돌려안아 토닥여줬다.
"아가, 그 먼거리를 아가 혼자 다녔었어? 나쁜사람 만났었음 어쩔려고.. 미안해 미안해.. 형이 집에 없어서 미안해"
"흑, 흐읍. 형아.. 지짜지짜 보고시펐단 마리야아... 엉마 없어서 저나도 못했는데에.."
"응응. 혀도 우리 아가 너무 보고싶엇는데 형이 바빴어. 미안해. 진짜진짜 형이 미안해. 형도 우리 아가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흐응..히잉"
처음부터 아기는 나를 알아봤지만 저를 생각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해 모른척을 했던 것이었다. 아기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라 게속해서 아기를 안고 토닥여줬다. 아기는 들썩이던 몸이 조금씩 잦아들더니 진정이 된 듯 싶었다.
"아가 그래도 다음부터는 혼자서 형 집 막 오고 그럼 안돼요. 알았지? 위험하단 말이야."
"흥...흐응.. 아줌마랑 가치 가써여"
"어휴. 알았어 알았어. 눈 그렇게 비비면 나중에 아야해. 형이 해줄게"
눈을 비비며 새침하게 말하는 아기모습에 피식 웃으며 손을 내려 살살 눈물을 닦아주곤 다시 토닥여줬다.
1년만의 재회는 첫만남때보다 더 어색했었지만 1년전의 마지막만큼 애틋했었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닿ㅎㅎㅎㅎㅎ 이제...이제 진짜 아가야 번외도 한 편? 정도 남았습니다...하아..ㅠㅠㅠㅠ 아가야가 끝나면 이제 다음작품이 있을텐데요.. 시간 약속을 정확히 하지 못 할 것 같습니다ㅠㅠ 자세한 건 다음주에 번외 마지막편으로 찾아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ㅎㅎㅎㅎ 읽어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Heal님, 달돌님,요니별우니별님,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꼼도리님,코쟈니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