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혁아, 오늘 당번 좀 바꿔줄 수 있어? "
" 네? "
" 너 오늘 원식 오빠랑 당번이잖아, 내일 내가 당번인데 혹시 내일 해주고 내가 오늘 해도 될까 해서. 원식 오빠랑얘기할 것 때문에. "
지은의 말에 상혁은 조금 고민하다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혁을 바라보며 지은은 고맙다며 왈칵 손을 잡았고 상혁은 괜찮다며 베실베실 웃었다.
늦은 밤 다들 잠들 무렵 멀리서 걸어오는 이가 상혁인 줄 알고서 얼른 오라며 손을 까딱거리던 원식은 상혁이 아닌지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네가 왜 오는데? 하고 물었다. 그 물음에 지은은 마무 말없이 어깨를 으쓱이며 옆자리에 앉았다. 제법 날씨가 스산해졌다.그런 날씨에 무거운 침묵까지 더해지니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고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아닌척해도 겁에 질린 게 사실이었다. 눈앞에서 낙훈을 죽였고 무슨 일을 하건 겁을 내지 않고 그 흉측한 것들을 해치웠다. 언제든지 자신도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겁을 먹었다.
그런 그녀가 원식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거운 침묵을 깨고선 입을 열었다.
" 추워요? 왜 그렇게 몸을 떨어요? "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음기 젖은 말에 원식은 아무 말없이 표정을 굳히고선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옆쪽에서 시끄러운 깡통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조금씩 거세지고 있었다. 점점 많이 몰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쩌면 저 소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걸어가자 지은도 원식을 따라 그곳으로 걸어갔다. 소리가 조금 울리는 탓인지 좀비들이 더욱 몰려들고 있었다. 무리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은도 얼른 도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지은은 도울 생각도 안 하고 선 멀뚱멀뚱 원식만 바라볼 뿐이었다. 심지어 무기도 없는 모양인지 팔짱을 끼고선 웃음 짓고 있었다. 왜 움직이지 않느냐며 왈칵 소리치자 지은은 아무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 내가 왜 오빠한테 먼저 시비 걸었는줄 알아요? "
" 이, 씨발…. "
" 그냥 웃는 그 꼴이 참 짜증 났거든요,그 얼굴 꼭 찢어발겨진 걸 눈앞에서 보고 싶어서였어요. "
" 뭐? "
" 생각보다 쉽진 않았네, 그럴 바엔 차라리 한상혁을 할 걸 그랬나 봐. "
아까 얘기해보니까 물러터져서는…
웃는 그 얼굴에 원식은 울컥 화가 나시끄럽게 울리던 좀비들을 잡고 있던칼을 내리고선 지은에게 다가가 아무런 표정 없이 지은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고선 그것들이 손을 뻗는 그 철조망에 쾅 부딪치게 만드니 약간은 널찍한 구멍 사이로 좀비들의 손이 들어와 지은을 마구 당겼고 깡통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의 팔을 할퀴고 귀 뒤로 불어오는 거친 숨결에 그제야 지은은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그간 살아오면서 단 한순간도 여자를 때리거나 해를 가한 적이 없었다. 여자니까, 하고 전부 넘어갔으나 지은은 달랐다.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 그냥 미친년이었다. 가만히 뒀다간 전부 위험한 상황에 빠트릴 수 있는 희대의 미친년. 철조망 사이로 들어온 팔이 지은의 손을 잡아당겨 물어뜯었다. 높은 하이톤의 비명이 들려오고 원식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지은의 목덜미를 세게 붙잡아 철조망에 딸린 나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소리치며 온갖 발악을 했으나 남자의 힘을 이기는 건 역부족이었다. 지은을 붙잡았단 손을 떼며 바깥으로 툭 밀어버리고선 문을 닫았다. 차르륵 거리는 쇳소리들이 들리더니 문이 철컥 잠겼다. 철조망을 탕탕 두드리며 소리치는 지은을 바라봤다. 점차 그것들이 지은에게로 몰리고 있었고 지은은 철조망에 거의 실성한 듯이 씩 웃으며 원식을 바라봤다. 흉측한 좀비 한 마리가제 위에 올라타 살점을 뜯어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은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 노낙훈 죽인 것도, 너 죽이려던 거 노낙훈이 방해해서 죽인 거야. "
" …… "
" 너 때문에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
" …… "
" 나도 너 때문에 죽은 거고. "
" …… "
"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길 바랄게. "
꺼져, 씨발년아.
아무렇지 않게 중지 손가락을 들고선 뒤돌아 걸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실소를 마지막으로 좀비들에게뒤덮여버렸다. 몇 걸음 걷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선 캠핑카에 들어서 학연을 톡톡 건들자 학연은 금세 눈을 떴다.무슨 일이냐며 묻는 학연에게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선 박지은이, 좀비에 묻혔거든요. 점점 몰려들어서… 하고 말하자 학연은 벌떡 일어나 제 옆에 놓인 활을 집어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그것들이 징그럽게 모여있었다. 학연은 더 이상 많은 것을 묻지 않고선 그것들을 향해 활을 겨눴고 그것들의 머리를 찔렀다. 그런 학연의 옆에서 그에게 다가서는 것들을 막아 세우는 건 내 몫이었다.남은 한 마리까지 처리하고 나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내 꼴이, 이곳의 모습이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학연은 쓰러져 붉게 젖어있는 지은의 모습에 나에게 어찌 된 일이냐며 물어왔다. 여기서 얘기하면 길어질 것 같아서요. 안으로…하고 얼버무리는 나에게 학연은 무거운 한숨을 뱉었다.
학연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자 그는 적지 않게 당황했던지 아무 말 못한 채 이리저리 눈동자만 굴릴 뿐이었다. 진작 이야기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자신도 무서웠다고 말하는 원식에게 학연은 괜찮다며 억지로 웃음 지었다.
" 가서 자, 당번은 그냥 내가 할게. "
" 그래도… "
" 잠도 다 깼고, 생각할 것도 좀 많아졌잖아. 들어가서 자. "
" 네… "
" 저것들은 내일 치우자, 지은이는… "
그냥 실수였다고 할게….그 말에 더 이상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푹숙인 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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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주것슴다-_-;
오늘 분량이 평소보다 긴 까닭은 제가 학교에서 미리 써서 옮긴거기 때문이져!(검지 척)
네, 하라는 겅부는 안하고 그러고 있었어요..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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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대 망고 포근 정모카 모카콩 바람 별빛향기 하튜님들!!!!!!!!!11 사랑훼여!!!!!!!!!!!♥
보고싶은거 있음 말만해 구냥 내가 다 해주께 구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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