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졌다.
눈 앞의 빚쟁이도, 내 옆의 빚쟁이도.
재환이형은 핸들 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택운이형은 차 문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빚쟁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방금 마주친 진실이 너무나 거대해서 우리들 중 누구도 입을 먼저 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일 년 전에. 이 자리에서. 빚쟁이를 친 사람들이 우리라는 거지, 지금?"
그 누구보다도 당황했을 재환이형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우리는 그 어떤 것 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제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빚쟁이는 어떻게 된거지?
이대로 가서 자수를 해야하는 걸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이게 지금 꿈인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매니저 형을 불러야 하나?
다른 멤버들한테는 뭐라고 얘기하지?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재환이형도, 택운이형도. 모두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도대체, 왜. 하필, 이런 인연이었을까, 빚쟁아.
"그냥, 그냥. 가자. 사실 그게 맞는거잖아"
빚쟁이의 기억 속에 사고를 낸 사람들은 뺑소니였다.
CCTV도, 목격자도 없는. 정말 아무런 증거가 없어서
빚쟁이가 소원으로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는 그런 뺑소니였다.
그래도 그냥 가자는 말을 하는 택운이형이 죽도록 미웠다.
그렇지만 그럼 어떻게 할건데? 라는 말이 머리 속에 슬그머니 떠올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번 한숨을 쉰 재환이형이 결국 다시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누구도 창 밖을 내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끔찍하게 끔찍한 순간이었다.
아, 이대로 딱.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숙소 안이었다.
다시 눈 앞이 막막해졌다.
싫다, 진짜 싫어.
형광등에 눈이 부셔 팔을 올려 눈을 가렸다.
깜깜하다. 그냥 이대로 깜깜한 곳에 있고 싶다.
나는 그냥 단지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 미움은 차마 나에게로 가지 못해 택운이형에게 갔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하루 이틀, 택운이형도, 재환이형도.
서로가 서로를 참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항상 분위기를 밝게 띄우던 재환이형이 차분해지는 것도 눈에 보였고
하루에도 수 백 번씩 택운이형이 내게 화를 내려다 마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나도 지금이 가장 위태롭다.
상처는 결국 곪고 곪아서 옆으로 번져나갔다.
팀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고 크고 작게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많아지자
결국 학연이형이 나섰다. 너네 도대체 왜 그래?
우리는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했다.
자동차에는 누군가가 장난이라도 친 듯 빚쟁이를 쳤다는 흔적도 없었고
죄책감에 다시 차에서 내려 사고가 난 장소로 돌아갔을 때 빚쟁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우리만 조용히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르게 해결될 일이었다.
나는 그저, 아주 시간이 흐른 후에 빚쟁이를 찾아가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
아직은 내가, 빅스가. 감당해야 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 하루하루가 너무 끔찍하니까.
학연이형의 캐물음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나를, 택운이형을, 재환이형을 오랜 시간 잡아두고 질문을 퍼부었다.
때로는 잔소리를, 때로는 걱정을, 때로는 다그침을.
이야기는 한번 시작되고 나니 물밀듯이 쏟아졌다.
빚쟁이의 존재를 이해시키는 것부터 차사고까지
말하고 나니 한 편의 꿈같은 이야기들을 말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그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몇 가지 분명한 건 학연이형이 회사와 상의를 통해 빚쟁이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점과
멤버들이 나와 빚쟁이를 긍정적으로 봐주고 있다는 것. 딱 그 뿐이었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땐 뭐 했었는데?"
"뭐... 산책도 가고... 얘기도 나누고... 뭐 그랬지"
"어~쩐지. 요즘 너무 운동 자주 가더라. 뭐 둘이 주고 받은건 없어?"
편지.
내가 써준 편지가 있었고, 빚쟁이가 항상 숨겨놓았다는 편지.
편지가 있었다.
그 날부터 멤버들과 함께 시간이 나는대로 숙소를 뒤져 편지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다가 이렇게 꽁꽁 숨겨놓은 건지 종이 한 장 그럴싸해보이는게 없었다.
"야, 홍빈아. 편지는 없고 그냥 아무것도 없는 종이 뭉치만 계속 나온다"
본인의 방문을 닫고 나오면서 원식이가 내게 종이 뭉치들을 흔들어보였다.
그 종이들을 뺏어들고 펼쳐보았다.
빚쟁이가 쓴 것이 분명한 편지들이었다.
"이거…. 편지잖아."
"아무것도 안 써있는데?"
오로지 나만을 위한 편지였다.
독자님들의 포인트 지켜는 드릴게 ★☆ |
빅스 덕후 너빚쟁이 빅스 만나는 썰 29 中
혹시, 편지지같은 거줄 수있어요?
아파트 단지 내 사람이 없는 벤치에 너빚쟁과 햇승사자는 나란히 앉아 있었어. 사방이 깜깜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벤치에서 너빚쟁이 햇승사자에게 물었어. 날이 추워질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실감이 나는데 이렇게 어영부영 있다가는 편지 한장 못 남기고 갈 것 같았어.
왜, 애들한테 편지라도 쓰게? 그냥 가면 조금... 섭섭하잖아요.
햇승사자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너빚쟁을 바라봤어. 너빚쟁은 안되냐는 눈빛으로 햇승사자를 바라봤고 햇승사자는 한숨을 작게 쉬더니 허공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어. 자, 여깄어.
종이와 펜을 받은 너빚쟁은 그 자리에서 가로등 불빛도 점점 줄어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까지 편지를 썼어.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한 마음을 담아서.
빅스 덕후 너빚쟁이 빅스 만나는 썰 A 中
11. 빚쟁이가 쓴 편지는 일반 종이가 아니라 햇승사자가 준 종이와 펜으로 작성했습니다 |
요즘 너무 띄엄띄엄 오죠?T.T.. 미안해요....☆★
그리고 언제나 고마워요!
[암호닉]
코쟈니님
문과생님
치즈볶이님
하얀콩님
레오눈두덩님
아영님
망고님
라온하제님
큰코님
니나노님
찌꾸님
2721님
니풔님
투명인간님
뎨라프님
낭만팬더님
타요님
태긔요미님
솜사탕님
라바님
와디님
허르님
깡통님
미니님
S2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