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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를 만나고 난 다음날 나는 지독하게 몸살을 앓았다.
싸인도 싸인이고 낯선 사람을 만났을때 나는 이상하게 힘들어한다.
그는 이상하게 내 대학교때 짝사랑을 닮았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나보다.
여튼 과도한 정신적 노동으로 앓아 누운듯 하다.
어릴때 이런 기도를 했었다.
"불행해져도 좋으니까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러나 그 기도를 이루어주신것에 감사하지 못했고
더 많은 높은 것들을 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순간 내 안에 갇혀있었다.
어느순간 어떤 앨범을 통해 얻은 경험들과 패턴들을 익혀 답습하고 있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
그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정신은 나를 학대했고 결국 지쳐서 떨어졌다.
제작사는 시장성이 있는 아티스트를 원한다.
그리고 투자한 비용을 빨리 거둬들이기를 원한다.
내 노래는 보통 발매하고 1-2년 있다 뜬 노래들이 많기때문에
늘 앨범을 발매하고 반응이 안오면 계약을 해지하곤 했었다.
자신들이 먼저 다가와서 감언이설로 나를 꼬셔놓고 그들은 나를 버리고 방치한채 떠나간다.
그런 패턴이 4번정도 반복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순간 내가 제작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시간은 흘렀다.
회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회사는 자신의 계획이 있기때문에 닥달하지만 내가 혼자 하는 것은 그런 계획이 뚜렷하지도 않고 나만 돌보면 되는거니까.
어제 제안을 받았다.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겠다' 라는 제안.
겁이 난다.
그가 아무리 나의 열렬한 팬이고 나를 좋아해준다고 해도 그는 그래봐야 제작자 아니겠나
사실 연애관계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다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은 너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달라 나는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나가지 않던가.
그럼에도 흔들리는 이유는 그가 나의 모든 노래들을 듣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나도 잊어버린 나의 모습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콘서트같은 곳에서 자신의 소속가수들이 내 노래를 부르게 했었다는 것들.
그리고 제법 큰 기획사인 것도.
잃을 것은 없는 조건인데 아니 오히려 너무 좋은 조건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왜 굴러오는 복을 차냐고 묻겠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상처받는 것...
그것이겠지.
Rrrrr....Rrrr....
"여보세요?"
"성규! 뭐해?"
"어! 윤아다! 난 집에 있지 뭐 너는 뭐해?"
[소녀시대의 윤아가 아니라 자우림의 김윤아입니다.]
"아 나 오늘 뭐 그냥 있지 뭐...볼까?"
"어디서?"
"메세나 어때?"
"좋지 이따 봅시다."
일단, 넋두리나 신나게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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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날.
나도 어린이 이고 싶다.
엄청 대 선배님께 전화 걸어 41살의 어리광을 한껏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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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한다.
그냥...그 김명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인피니트,넬 등 뮤지션,스타들의 산실 울림엔터테인먼트 젊은 CEO 김명수'
홍대 어느 카페에서 만난 김명수대표(31)
잠깐...지금 서른 한살...?
잠깐 서른하나? 나랑 10살차이?
그럼...내가 She's back을 히트시킬때 그는 파릇파릇한 고딩이었고
아 맞다. 고등학교때 내 팬이었다고 얘기했었지.
그나저나...10살차이라...
뜬금없이 철컹철컹이라는 단어가 스쳐간다.
도대체 이건 무슨 놈의 의식의 흐름인지...
하여튼 첫사랑을 닮은 남자는 이래서 안좋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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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김성규님의 내면을 묘사해보았는데
정말 의식의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간 거 같네요 ㅋㅋ;;;;;^^;;;;;
사실...김성규씨는 김명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ㅋㅋ
그저 겁이 나서 모르는 척 생강을 깐것일뿐...
그는 우리가 예상한거보다 둔감하기도 하지만 영리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