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변백현이랑 잘 싸우는 편이 아니야. 싸워도 변백현이 다 져주니까 사실 투닥대는 선에서 끝나고..근데 저번주에는 진짜 심각하게 싸웠지. 사실 내가 변백현이 하지 말라는 짓 다 한건 맞아. 근데 하필 서로 예민해진 시기에 걸려버려서 크게 싸웠어. 변백현이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병원에서 몸 조심 안하는 거거든. 근데 내가 성격이 되게 급하고 앞뒤 생각안하는 기질이 있어서 변백현이 진짜 싫어했어, 그런 행동 할 때마다. 예를들면 엠플 급하게 따다가 손이 찢어진다거나 손이 찢어진다거나.. ㅋㅋㅋㅋ...엠플따다가 진짜 많이 다쳤어. 특히 중환자실 근무했을 때는 수액팩에 엠플 50개씩 따서 넣고 그럴 때도 많거든. 근데 그게 진통제일때는 내가 빨리 투약안해주면 환자는 그만큼 괴로워하니까 급하게 따다가 빗겨나가서 손 찢고 그러는거야. 다치면 변백현이 화내고 정색하니까 나는 항상 숨겼는데 걔는 귀신같이 알아차려. 솔직히 나는 중환자실보단 응급실이 편했거든? 중환자실은 환자들 회복속도도 더디고 심적으로 되게 힘들었어. 그래서 응급실 근무중에도 계속 중환자실 로테이션 갈거냐고 그랬는데도 내가 거절했거든. 변백현은 그때마다 속터져 죽으려했구. 응급실있으면 험한 꼴 많이보잖아. 그래도 뭐, 응급실이랑 외과 병동 있을 때 변백현을 제일 많이 봤으니 난 만족했지. 엄청 지치고 그럴 때 변백현 얼굴 한번 보면 기분 좋아지고 그런단 말야. 쨋든 백현이는 인턴이니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는데 요새 쭉 나랑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어. 언제 어디서든 사고는 터지고 응급환자는 생기는 법이잖아? 그날도 조용히 지나갈 순 없었지. 공사현장에서 자재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바람에 부상자가 많다고 다 우리병원으로 오는 중이라며 전화가 온거야. 연락받고 응급팀들 비상걸려서 나는 구급차에서 내릴 환자 바로 받아서 들어올 준비 하고 있었고 변백현은 계속 나보고 조심하란 말만 되풀이했어. 한 10분정도 지났나, 구급차가 병원으로 들어오고 구급대원 씨피알하면서 들어오는거야. 딱봐도 씨피알 오래해서 땀 뻘뻘 흘리길래 내가 터치해서 침대에 올라타고 씨피알 시작했어. 자세 잡고 바로 심장압박 하는데 변백현이 베드잡고 대기하다가 미친듯이 달려오는거야. "비켜, 비켜!!! 내려와!!" "베드 어디있는데?!" "아니 씨발, 내려오라고!!!" 변백현이 얼굴 새빨개져서 내려오라고 소리지르면서 달려오는데 환자 자리 옮길 베드는 없고 혼자 달려오니까 내가 베드 어딨냐고 물었지. 근데 얘가 바로 환자 옮기던 베드잡고있던 사람들 손으로 다 쳐내고 내 어깨를 엄청 세게 잡고 끌어 내리는거야. 진짜 찰나였는데 내가 깜짝 놀라서 심장압박하던 손이 올라가버렸어. 그래서 그대로 환자 목을 눌렀는데 순간 목에서 피가 팍 튀더니 내 얼굴이랑 옷이 피투성이가 됐고..나는 갑자기 화내는 변백현때문에 놀라서 침대에서 떨어진상태로 멍하니 있었어. "왜그래? 백현아, 왜그래?" "감염이예요, 아. 씨발..진짜.. " "무슨 감염..어.? 백현아, 응?" 감염위험 있는 환자 오면 베드나 환자 몸에다가 감염스티커 붙이고 온갖 서류에 감염 도장 찍는거 있거든? 그래서 원래 구급차 내리자마자 받는 서류에 감염도장이 찍혀있어. 대게는 도착전부터 전화로 알고있던지.. 근데 이번에 무슨 오류가 난건지 아무 표식도 없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스크도 안낀거지. 멍하니 앉아있으려니까 변백현은 바로 식염수 들고와서 내 코랑 입주변 미친듯이 씻어내고 백신주사를 잡히는대로 가져온거야. 진짜 예전처럼 주사무서워해서 다정하게 찌르던 변백현도 없고 바로 내 팔 걷어붙이더니 입으로 주사 따서 찌르고, 다 들어가면 다시 같은곳 찔러서 약물 넣고 그걸 반복하는거야. "아, 아파.. 아파 백현아..아파.." "채혈도구 가져다 주세요, 빨리." "변백현!!" "가만히 있어!!" 한 5번정도 찔리니까 팔이 아려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팔 빼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지르니까 변백현이 팔 꽉 잡더니 움직이지도 못하게하고 남은 주사까지 다 찔러 넣었어. 나는 아파서 무서워서 엉엉 울고있고 변백현은 애써 평정심 찾으려하는게 보이고.. 변백현이 그렇게 눈 뒤집혀서 달려드는 거 처음 봤거든. 병원에서 아무리 안좋은일이 있어도 나랑 심하게 싸워도 내가 아파하는거에는 되게 예민했던 애였어. 그래서 예전에도 주사한번 놓느라 쩔쩔 맸었는데. 그랬던 애가 아무것도 안들리는듯이 마구잡이로 찔러대니까 무섭기도 하고 ..좀 내가 알던 백현이가 아닌 느낌? 거기다가 감염환자 접촉에 두려움은 배가 됐었고.. 주사를 너무 마구잡이로 넣으니까 나중에 실핏줄이 안에서 터졌는지 빨갛고 파랗게 멍이 들어서 부어오르는거야. 근데 거기다가 또 찌르고 또 찌르고ㅠㅠ나중에 너무 아파서 반대쪽 손으로 주사놓는 백현이 손을 탁 쳤는데 그게 또 날아가서 백현이 얼굴을 스쳤어. 그래서 애 얼굴에 길게 스크레치 나면서 피가 맺히는데 난 그거보고 또 놀라서 울고ㅠㅠ진짜 총체적 난국이었어.. 옆에서 준면오빠가 채혈도구 가지고 왔는데 변백현이 팔을 묶어놓고선 혈관을 못찾는거야. 얘가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매번 그랬듯이 얜 자기 혈관도 잘 찾는앤데 손을 덜덜 떨면서 헛찌르기만 4번을 하는거야. 난 백현이가 잘못찌른 것 때문에 피만 줄줄 흘리고 있고. 보다못한 준면오빠가 변백현 옆으로 치우고 바로 채혈 한다음에 검사실로 혈액을 보냈어. "감염환자긴 한데..외부 감염 위험자는 아니래. 혈액끼리 섞인거 아니니 괜찮을 거야. 일단 검사실 보내놨으니까 이따 결과 확인하자.ㅇㅇ이는 들어가서 씻고, 백현이도 손 닦아. 옷도 갈아입고." 아, 외부감염 환자 아니구나.. 이말 듣는 순간 몸에서 힘 쫙 풀리고 응급실에서 울음터뜨리는 간호사들도 있고, 뭐 그랬지. 나는 진정이 안되서 계속 끄윽거리고 있고. 변백현도 보니까 의자에 앉아서 한숨 돌리는지 한손으로 이마짚고 고개 숙이고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변백현 옆으로 가서 슬금슬금 손 잡고 이름을 불렀는데. "백현아, 괜찮.." "가서 씻어." 나 쳐다보지도 않고 잡힌 손 슥 빼내더니 그대로 응급실에서 나가버리는거야. 나는 빠진 손만 쳐다보고 있고, 준면 오빠가 오더니 피투성이 가디건 벗겨주고 걷어붙인 팔 내려주려고 하는데 팔이 다 부어서 옷이 내려가지도 않아. "팔 너무 많이 부었는데? 옷 벗을 수 있겠어? " "..." "팔 찢어줄까? 그냥 이거 버릴래?" "..." "그래, 그냥 이거 버리고.. 팔 찢어줄테니까 벗어서 버려 그냥. 알겠지?" "..." "혼자 올라갈 수는 있겠어?" "..응.." "데려다 줄게, 가자." 오빠가 나 부축해서 일으켜세우고 난 아까 백현이 모습 계속 되새기면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지. 오빠가 안 부은 팔 쪽 잡고 나 추스르면서 복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저 복도 끝에서 변백현이 타박타박 걸어오는거야. 그 찰나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쿵덕쿵덕거렸는데 변백현은 미동도 없이 걸어와서는 오빠한테 결과지 비스무리한걸 넘겨주고선 슥 지나가는거야. 예전같았으면 나 한번 괜찮냐고 물어봐줬을 법도하지. 아니 한번물어보는게 아니라 내가 오빠한테 부축받고있는 거 자체를 눈뜨고 못봤을거야. "검사결과 벌써 나왔네. 감염아닌거 확실하게 나왔으니까 걱정말고 푹 쉬고.." "..." "..아, 백현이는..니가 신경 좀 써줘." "..." "레지던트 밟을 날 얼마 안남아서 많이 힘들거야, 그래서 그래." 나도 백현이가 힘들어하는건 알고 있었어. 요새 통 잠도 못자고 매일 근무 끝나면 책보고 공부하느라 집도 안가고.. 가봐야 옷이 다 떨어져서 가거나 빨래하러가거나. 그정도였지. 게다가 나도 내 밑에 신입 들어오고 프리셉터 되고 그러다보니 힘들어졌던거야. 서로 순식간에 닥쳐온 일이 산더미라 신경써줄 새도 없었고 나는 나대로 연락 뜸한 백현이한테 서운했었고 만날때마다 틱틱대는 내가 백현이도 많이 짜증났을거야. "기운 차리고, 정신도 차리고 가서 씻어." "..." "백현이한테는 내가 잘 말해볼게." ㅡ 그렇게 나는 지친상태로 당직실에서 쓰러지다시피 잠들었고 백현이랑도 계속해서 연락은 없었어.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잠을 한숨도 못잔건지 백현이 얼굴이 진짜 심각한거야. 애가 저렇게 초췌했을 때가 있었나싶을정도로.. "선생님~여기 엠플 믹스 좀 해주세요. 50에 50이요." "아, 네? 네." 50에50..이것만 생각하려고 계속 50에 50만 생각했는데 자꾸 앞에서 지나다니는 변백현이 보이는거야. 그렇게 넋놓고 백현이 지나다니는 것만 쳐다보다가 또 엠플에 삭하고 손이 빗겨나갔어. 반사적으로 아, 소리가 나고 변백현도 반사적으로 내쪽을 쳐다봤어. "아..아, 손이 미끄럽나보다.." 내가 멋쩍게 쳐다보니까 변백현이 빠르게 걸어와서 주머니 속에 반창고를 꺼내가지고 붙여줬어.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듣는척이라도 해." 변백현이 딱 저렇게 얘기하고 내 눈 쳐다보는데 순간 내가 너무 무서워서 다리 힘이 턱 풀리는거야. 살면서 저런 목소리 처음 들어봤거든. 그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아닌 진짜 지치고 지겹다는 분위기같은게 확 풍겼어. "내가 말하는 게 너는 들리긴 해?" "..." "내가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야. 감염환자 조심해라, 난폭한 환자 들어오면 나서지 마라. 제발, 제발 몸조심 좀 해라.. 3년동안 들었던 거 아니야?" "..." "그리고, 엠플 딸때 정신팔지 말고. 위에서 이렇게, 똑 한번에 따면 손 안다친다고 이것도 내가 6번째 얘기하잖아." "..." "이제는 니가 알아서 해야겠다." "..." "나도 할만큼 했으니까, 애도 아니고." 벙져있는 나를 두고 뒤돌아서 가나 싶더니 다시 돌아와서 내 오른쪽 팔을 꾸욱 누르는거야. "아," 내가 반사적으로 백현이 팔 쳐내고 내 팔 움켜잡으니까 한숨 푹 쉬더니 진짜 그대로 뒤돌아서 갔어. 그 와중에도 나는 백현이 뒷모습 쳐진거 보고 살빠졌나 걱정하고..정작 백현이는 지쳐서 나가 떨어진 느낌인데. ㅡ 네..염치가 없죠.. 제가 염치가 없어요.. 왜 이제 왔냐 물으신다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아 아니 핑계죠 이것도.. 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엄청난 일은 2월에 끝났는데..네..대학가니까.. 술먹고 토하고의연속이더군요..술먹고 토하고 보니 중간고사.. 엄청난 방대한 전공공부에 전 휩쓸려 밤샘을 하고..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술먹고 토하고.. 남아 있으신가요 마이러버들ㅠㅠㅠㅠ.없어도 할말은 없어요 죄인은 할말이없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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