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야, 밥 엄마랑 아빠랑 앉아서 먹어야지."
"으응, 시러어. 죠대 시러어."
입덧은 사라졌는데, 요즘 괜히 우울해져서 일부러 종대 데리고 바람쐬러 많이 다니는 중이야
4개월까지는 안되서 아직 배는 많이 안나왔는데, 몸이 힘든 이유는 슬슬 투정이 심해지는 종대때문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그저 네, 네! 하고 잘 따라줬는데, 조금 커가니까 장난기만 늘어서 시러어. 하고 도망치는 일이 허다해
내가 뭐만 하려고 하면 옆에 와서 보고 있다 자기도 하겠다고 징징거리고. 청개구리처럼 굴지를 않나.
그럴 때마다 어찌어찌 달래면 눈치보다 히이. 웃는 모습에 미워 할 수도 없고. 정말.
아침에도 밥 다 차려놓고 종대, 밥 먹자. 하니까 시러요! 하면서 얼른 총총 도망가 버리더라
나는 분명 종대를 계속 불렀는데, 먼저 식탁에 자리 잡는건 남편이지.
니니야, 배 안 고파요? 하면서 부르는데, 그저 종대는 시러요, 시러.
남편이 처음에는 웃으면서 장난기 가득한 종대 모습 보고 있다, 점점 길어지니까 자기도 밥 안먹고 계속 종대 쳐다보는거야
"김종대."
"...."
"아빠가 부르잖아, 대답해야지."
"..네에.."
"..종대 빨리 오세요."
혼낼 작정이었는지 딱딱하게 부르는데, 종대가 낯선 아빠 목소리에 얼어서 작게 대답하니까 작게 한숨쉬고 빨리 오라고 부르더라
종대는 기 죽어서 총총 자기 의자에 앉는데, 남편이 종대를 빤히 쳐다보다 작은 손에 숟가락을 쥐어줬어
그러니까 종대는 눈치보면서 밥을 먹는데, 남편이 반찬 얹어주면서 ..종대 또 밥 안 먹을거야. 할꺼야? 하는데, 종대는 도리도리.
"아빠가, 종대 미워하는게 아니고. 종대 아플까봐 그러지."
"..으응.."
"아들, 종대 아프면 엄마 아빠가 어떻다고 했어?"
"..여기이, 아야해"
여기 아야해. 하면서 자기 가슴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는데, 물론 저것도 남편이 가르친거지.
종대는 심각하게 아야하며는, 안대! 하고 덧붙이는데 곧 울 것 같은 표정에 귀여워서 웃음 끅끅 참았어ㅋㅋㅋㅋ
근데 남편은 진지하게 종대도 아프면 안돼. 아빠 없어도 엄마랑 밥 잘 먹을거지? 하니까 네에!
약속.
남편이 새끼손가락을 종대한테 내미니까 종대도 따라서 손가락을 꼬물꼬물해보다 안되는지 그냥 아빠 손가락을 꼬옥 잡더라
나는 그 모습도 웃겨서ㅋㅋㅋㅋㅋ 종대 안보이게 웃는데 남편은 눈치챘는지 나 슬쩍보더니 자기도 살짝 웃고 종대 밥 먹는거 계속 챙겨줬어
계속 오물오물 맛있게 먹다, 남편이 슬쩍 채소반찬 올려주니까 잠깐 머뭇머뭇 거리는거야
그래도 아, 입 크게 벌리고서 먹는데 내가 종대 멋있다 - 하고 칭찬해주니까 뿌듯뿌듯.
사실 나름 편식 안하게 하겠다고 종대 좋아하는 거에 채소 섞기도 하고, 아무튼 별 수를 다 썼는데도 거부감이 있는 종대였거든
언제였나, 남편이 나 입덧할때 종대한테 엄마 뱃속에 아기가 있는데, 엄마 먹기 싫어요. 하고 계속 뱉어내는거야. 하고 설명하면서
장난삼아 놀린다고 종대가 싫어하는 반찬 콕콕 집으면서 동생이 엄마한테 싫어요. 하는거야. 하니까 종대가 심각해졌었어
뭐, 우리 아들이 효자인걸 이용해서 고친 편식이라 해야하나.
강제한건 아닌데, 그 이후로 싫어하는 것들도 참고 자기가 와구와구 잘 먹더라
"종대야,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하부 새이이!"
"할아버지 생신이다, 그치"
"응! 샌싱!"
"종대 그러면 오늘 할아버지한테 뭐라고 말할거예요?"
"우으..음..죠아여!"
아침 먹고 남편이 정리하는동안 종대 안아주면서 물으니까 눈을 반짝거리면서 대답하는데,
응, 오늘 시아버님 생신이거든.
밖에서 외식하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댁에서 밥 먹자고 하셔서.
사실 아무리 잘해주셔도 시댁은 시댁이고. 며느리는 며느리라.
살짝 부담스럽긴 한데, 뭐 스트레스 크게 받는 부분은 없어서 알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남편이 괜찮겠냐고 엄청 물었었어
내가 웃으면서 나도 내공이 이제 나름 있어요- 했는데,
정말로 어머님이랑은 이젠 편해졌으니까.
아들만 둘인 집안에 며느리가 지금은 하나라, 내가 바람쐬러 갈 때도 일부러 어머님이랑 같이 가고 그랬어
간 김에 선물도 사드리고, 하면서.
...남편 월급으로 내가 생색낸거지만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만나는 시댁식구들은 따뜻한 분들이신 것 같아.
아주버님도 내가 같은 부서가 아니였던터라 회사에서 성격은 어떤지 모르지만, ..뭐 대충 남편이랑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안 믿으려고.
아무튼, 내가 본 모습들은 되게 자상하고.. 오히려 남편보다 자기 여자한테 더 잘할 것 같다고 해야하나.
누가 제발 채가라고 하는 말 맞아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앞에서 저런 얘기 한 번 했다가, 진짜 회사 다닐때보다 더 정색한 표정 봤던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완고하게.
아버님은 내가 사실 많이 못 뵀었거든.
근데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것 보면, 남편이 아버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아.
..심지어 나이차이도 두 분 8살 차이 나셔서ㅋㅋㅋㅋ 어머님이 그런 것 까지 닮을 줄은 몰랐다고 하셨어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남들이 말하는 스트레스 유발. 그런게 시댁이다. 이런건 없어
..단지 명절에 꼭 오시는 이모님만 조금.. 음, 남들이 말하는 그런거 느끼게 해주시긴 해.
"니니야, 어제 엄마가 하트 접어줬잖아요."
"핫뜨으-"
"응, 그거 할아버지한테 드리면서 사랑해요. 할까?"
"으음,"
"싫어요? 싫어, 종대?"
"아니이! 죠아여!"
내가 '남편' 카드 과감하게 긁으면서 아버님 생신 선물은 사뒀는데,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귀여운거 뭐 하나 해드려야 맞는 것 같아서.
내가 그 전날에 오랜만에 종이접기해서 하트 왕관에, 하트 지팡이에. 종대 씌워줄거 별걸 다 만들어뒀었거든
만들면서 ..좋아하실까, 했는데 에이 종대라면 뭔들!
처음에는 내가 신문지 갈기갈기 찢어서 뿌려가며 놀아주고, 했던게 생각났는지 색종이도 갈기갈기 찢었었는데,
내가 에이. 종대야, 이 종이는 그렇게 하는거 말고. 엄마가 접은거 봐, 예쁘지? 하면서 하트 보여주니까 신기한지 내 옆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 봤었어
..종대야, 그거 갖고 와 볼까?
종대 간지럽히면서 속닥이듯이 말하니까 꺄르르 웃으면서 도망치더니 하나 하나씩 내 앞에 갖고 오더라
자, 왕관도 쓰고. 지팡이도 쥐고. 목걸이도.
종대한테 하나하나 다 몸에 달아주니까 히히. 웃으면서 나 보는데, 세워놓고 보니까 귀여워서 죽겠는거야ㅋㅋㅋㅋㅋㅋ
내가 사진찍고 있으니까 정리 다 한 남편이 와서 ..이게 뭐야? 하는데, 내가 이벤트! 하니까 얼떨떨하게 종대 쳐다보고 있더라
"...이렇게 해서 뭐 할건데요?"
"엉마, 죠대 하부 사란해! 해?"
"응, 음..종대야, 우리 노래 불러드릴까?"
"..아기를 무슨,"
"왜에, 안 예뻐요? 귀엽잖아. 귀여워라고 하는거지."
"..귀엽네, 귀여워."
남편이 쇼파에 앉아서 보다가, 종대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 결국 웃으면서 귀엽다고 해주더라
종대, 노래 뭐 할까?
내가 물으니까 종대가 으음..고민하다 뽀로료! 하는데, ..뽀로로?
생일 축하 노래나, 무슨 동요를 시키려고 했었는데.
뭐, 종대가 신나야 더 좋을 것 같으니까. 그래, 그래. 하면서 내 휴대폰으로 뽀로로 주제가 틀어주니까 신나서 방방거리는거야
혼자 오물오물, 아직 말이 완전하지 못해서 가사가 노래를 못따라가는데, 그래도 나름 열창에 열창을 하더라
남편은 보고 있다, 아, 하면서 휴대폰 꺼내들고 찍는데 내가 슬쩍 보니까 아, 잘한다.. 예뻐.. 중얼중얼 거리면서 찍고 있었어
주제가가 끝나니까 종대가 엉마아. 하면서 나한테 안기는데, 내가 뽀뽀해주면서 나중에는, 할아버지한테 사랑해요. 하면서 안기는거야. 하니까 네에!
뽀로로 주제가 들으니까 그리워졌는지 뽀로로 보겠다고 칭얼거리는 종대에, 결국 틀어주고 남편이랑 나는 방으로 들어왔어
남편은 침대에 앉아서 내가 만든 왕관을 만지작거리면서 큭큭 웃더라
"언제 만들었어, 이건."
"응? 아, 어제. 어제요."
"종대 유치원 안 보내도 되겠어, 별걸 다 하네. 둘이서."
"아, 나 미미 낳으면 힘들어요."
"어, 또 아기짓 하지."
내가 안기니까 토닥여주면서 놀리는데, 아, 몰라.
평일 내내 솔직히 아기랑 둘이서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거든. 막, 임신해서 호르몬. 그런것도 있고.
오히려 더 임신하고나서 어리광부리는거 나도 인정 해.
그래도 남편도 내 기분 알고 항상 받아주는데, ...표정보면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둘째 태명듣고 수정이가 무슨 만화 캐릭터 이름같다고 놀렸는데,
사실 남편이 고민하다 종대가 니니였으니까, 둘이 합쳐서 미니미니 만들어버리자고, 미미야. 할까? 했었거든
그 때 둘 다 장난식이여서 웃어넘겼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미미야. 하고 있더라
어이없지? 나도 어이없어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안겨서 뽀뽀 쪽 하는데 종대가 들어와서 우리 사이 비집고 들어오는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히히. 웃는데, 남편은 종대 잠깐 장난기 가득해서 째려보다 ..어휴, 우리 아들. 하면서 안고서 둘이서 딩굴딩굴.
셋이서..아니, 넷이서 씻지도 않고 침대 위에서 한참을 꽁냥거리다 가겠다고 약속한 시간 가까이 되서야 꾸물꾸물 일어나서 준비했어
항상 꾸물대고 있으면 재촉하는게 나 였는데, 내가 몸이 무거워지니까 내가 귀찮아서..
사실 그러면 안되는건데..ㅋㅋㅋㅋㅋ 병원에서도 살이 조금 많이 쪘다고 관리하더라..ㅋㅋㅋㅋㅋ
나랑 남편은 옷 적당히 예의 있게, 예쁘게 입고. 종대는 그냥 뿔뿔 다닐거니까 예쁜옷 입히려다 포기하고 편한 옷 입혔어
"붕붕이야!"
"붕붕이야? 종대야, 자동차."
"쟈돈챠."
"니니, 할아버지 할머니댁 가면, 먼저 안녕하세요. 해야해. 알지?"
"알찌이!"
주차장으로 가서 아빠차가 보이니까 붕붕이야! 하고서 자동차에 딱 붙어서 서는 종대인데, 내가 자동차. 하니까 얼추 비슷하게 따라하더라
내가 인사해야해. 하니까 안다고 고개 끄덕이면서 대답하는데, 남편이 지금 해 봐. 하니까 안냐세요오- 고개가 땅에 닿일듯이 인사하는거야
그거 보고 빵터져서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남편이나 웃으면서 종대 보니까 영문도 모르는 종대는 따라 히죽. 웃었다, 아빠차 문 열겠다고 낑낑거렸어
내가 문 열어서 카시트에 앉혀주고, 나도 뒷자리에 앉아서 안전벨트 메니까
남편이 자기 옆자리 보면서 살짝 한숨 비슷한 걸 했다 뒷자리 봤다, 하더니 그냥 웃으면서 출발하더라
일부러 신혼집 살 때 친정이랑 시댁이랑 많이 안 멀게 구해서, 되게 금방 도착했어
"할무니이- 하부우-"
"우리 손자 왔어?"
"종대야, 인사 해야지"
"안냐세요오-"
들어서자마자 씩씩하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는데, 시부모님은 뛰쳐나와서 종대 반겨주시더라
내가 인사해야지. 하니까 안냐세요오. 고개를 푸욱. 숙였어
내가 신발 벗겨주자마자 쪼르르 들어가서 방방거리는데, 그 동시에 아주버님이랑 ...이모님?
예상치 못하게 보이는 이모님에 당황해서 아주버님한테도 인사 제대로 못하니까 왜 그래요, 제수씨. 하고 서운하다고 하시는거야
나는 그냥 어, 어..거리다 두 사람한테 안녕하세요. 억지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냉큼 남편 끌고서 방으로 들어갔어
내가 들어가자마자 어떡해, 어떡해. 하니까 왜, 왜. 무슨일인데. 하는 남편인데,
내가 ..이모님은 왜 오셨대.. 하고 울상지으니까 아직도 이해 안간 얼굴로 남편이 쳐다보더라
사실 남편은 내가 막, 어머님 아버님한테도 안 당하는 시집살이, 명절 스트레스.
그런거 이모님 때문에 받고 있는지 잘 몰라
아니, 알고 있긴 한데...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모른다고 해야하나.
이모님이 남편한테는 종인아, 종인아. 예쁜 우리 조카. 하시면서, 내가 남편이랑 같이 있으면 종인이랑 결혼 한거, 복 받은거야- 하면서 웃으면서 말씀하시는데,
딱 남편 안 보이면 그 말이 진짜... 막 뼈 있는 말이었다는걸 느끼게 해주셔서..
내가 슬쩍 남편한테 흘렸을 때, 남편이 이해하라고 했었거든
그때 엄청 서운해서 갑자기 막 미워보이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내가 이해하는게 맞는건가, 싶었던게,
이모님이 아이를 옛날에 유산하시고, 죄책감이 커서 아이를 안 가지신 거라고.
지금 혼자 되신 이유도 아이 안가지려는 결심 때문에 예전 이모부랑 너무 많이 싸워서. 결국 갈라선거라고.
그래서 남편이랑 아주버님이 그 사랑까지 이모님한테 받고 자랐는데, 그게.. 남편한테 가는 사랑이 좀 더 컸나봐.
아마 아들이 장가간 기분일 거라고. 이해하라고 하는데..
내가 그 말 듣고서 또 싫다고 하면 너무..그런거야.
그래서 그 이후로는 힘들어요- 투정만 부렸지 이모님 얘기는 잘 안꺼냈는데, 그래도...
"..자기야, 나는..이모님 오실줄은 몰랐죠.."
"..나도 몰랐어. 왜, 힘들 것 같아? 그냥 외식하자고 할까?"
"...아니, 아니..됐어요."
이미 다 시댁에 모인 마당에, 어떻게 갑자기 외식해요, 우리. 라고 말을 꺼내.
그 말도 아버님이 외식보다는 같이 시간보내는게 낫지 않을까. 하셔서 모인건데.
남편이 내 어깨 만져주면서 형이 빨리 결혼을 해야, 자기가 일이 줄어드는데- 그치? 하고 달래는데,
내가 빨리 여자 좀 데려오시라고 해요, 자기가. 하니까 웃으면서 오늘 잔소리 좀 할게. 하더라
밖에서 어머님이 둘이 사이 너무 좋은거 아니니- 하는 목소리에 놀라서 나가니까 어머님이 나오는 우리 둘 흐뭇하게 보셨어
"아가, 나는- 종인이가 아가처럼 좋은 여자 데려올거 생각도 못했는데,"
"에이, 어머님! 또 그러신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들, 엄마 은근히 걱정했었어"
"...아이,.."
"막, 아들이 남자친구 데려오면.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지. 이런 다짐까지 했었는데,"
"..무슨,"
"진짜라니까. 너 나이 먹어가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러지말자. 해놓고선 선자리 알아보려고 했어."
"...."
"..믿고 두길 잘했네-"
어머님말에 남편이 부끄러운지 표정관리를 못하면서 괜히 딴 곳만 보는데, 나는 계속 아니에요, 아니에요! 손 젓기 바빴어
종대는 아주버님한테 딱 안겨서 평소에는 내가 절대 안주는 휴대폰 쥐고서 타요보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모습 흐뭇하게 보고 있다 눈을 돌렸는데 이모님이랑 눈이 딱 마주친거야
순간 놀라서 눈 피할 생각은 안하고 바라보는데, 이모님이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우리 밥은 언제 먹어. 하고 말씀하시더라
그 말에 눈치 볼 사람이 나 밖에 더 있어.
금방, 금방 준비할게요!
그래도 싹싹하게 굴겠다고, 얼른 부엌으로 가는데 어머님이 오셔서 나는 일 많이 하지 말라고 하셨어
결국 이모님 눈치 봤다, 어머님 옆에서 시키는것만 하는데, 거실에서 들으라는듯한 이모님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종인아, 나는 그 예전에 걔가 예뻤다."
"..누구요?"
"왜, 내가 알아봐줬던 의사 집안 딸 있잖아."
"..이모, 저 결혼해서 애도 있어요. 그런말은.."
"걔가 너한테 딱이었는데,"
"..뭐가 딱이에요,"
아니, 거실에서 부엌까지면. 당연히 들리잖아.
내가 나도모르게 표정관리도 안되고, 그냥 멍하게 이제 애가 둘인데, 저런 소리까지 들어야하나. 싶고.
마음이 불편해져서 묵묵하게 음식만 하는데, 오히려 어머님이 안절부절못하면서 ...언니가 괜히 그래, 응, 아가. 하면서 나 달래주시더라
괜찮아요, 어머님.
나보다 더 소녀같으신 어머님이 더 어떡해, 하는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오히려 내가 웃을 수 밖에 없었어
그냥 싱긋 웃으면서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괜찮다니까 어머님이 ..다음엔 우리끼리 만나자. 하고 속닥거리시는데, 그 모습에 다시 푸스스.
어머님은 내 편이지.
그 생각에 힘내서 얼른 준비하는데, 거실에서 이모님이랑 대화하던 남편이 어슬렁어슬렁와서는 ..뭐 도, 도와줘요? 하고 묻더라
"아들, 엄마 서운하게. 엄마는 언제 그렇게 도와줬다고."
"...."
"아가, 무슨 수를 쓰면 저렇게 애가 바뀌니, 나는 몇년을 키워도 안 하던 짓을."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어머님 도와드리면서 몸에 베어 있는 건 줄 알았어요-"
"...이거 옮겨요?"
어머님이 놀리니까 말없이 그냥 접시만 집어들어서 자리를 피하는데, 그 모습보고 어머님이 웃으면서 은근히 형보다 더 소심해, 종인이가. 하면서 속닥속닥.
아주버님은 그런 말 들어도 그냥 웃으면서 넘기는데, 남편은 어쩔줄을 몰라한다고.
내가 웃으면서 맞아요, 맞아요. 하니까 다시 와서 몇개 더 옮기는 뒷모습 보더니 ...덩치는 커서, 쟤 나이가 몇이야. 하고 징그럽다고ㅋㅋㅋㅋㅋ
금방 준비하고 케이크까지 꺼내놓으니까 아버님 생신인데 종대가 더 신나서 방방.
촛불 붙여놓고 종대보고 노래 불러드리라니까 오물오물, 휴대폰 반주 맞춰서 부르는데 아버님은 흐뭇하게 보고 계셨어
노래 끝나고 박수치니까, 기다렸다는듯이 종대가 먼저 촛불 후우. 해버린거야
그러곤 좋다고 더 박수 짝짝짝. 치는데, 아버님은 그저 웃으면서 한번 더 할까, 종대야? 물으시더라
네에!
해맑은 종대 목소리에 결국 두어번은 더 했나, 내가 이제 할아버지 진지드셔야지. 하니까 아빠한테가서 쪼르르 안기는데,
"죠대 저거어. 쥬세요."
"..응? 케이크 사달라고? 후우, 하는거?"
"네에!"
"..아빠가 월요일에 회사갔다오면서 사올게요, 오늘은 종대 많이 했잖아."
"으응.."
"왜, 싫어?"
"아니이! 죠아!"
내가 작게 옆에서 케이크 누가 먹어.. 하니까 내가 먹어, 내가. 하면서 종대 앞에 앉혀놓고 밥 먹자, 종대. 하면서 숟가락 쥐어주더라
못살아, 진짜.
둘이서 먹는 모습 보다, 나도 한 숟가락 먹으려니까 이모님이 물이 없네. 하시는데, 응, 그래, 내가 가야지.
별 말 없이 일어나서 컵 몇개랑 물이랑 들고 오니까 미리미리 꺼내 놓지.
마음과는 다르게 살갑게 죄송해요, 하면서 웃으니까 그게 더 마음에 안드시는지 아예 무시하시길래 그냥 내 자리에 앉았어
한 반 쯤 먹었나, 이것저것 딴 짓 한 탓에 식구들 맞춰서 나는 다 못 먹고 정리했어
아, 아버님께 선물 드려야지.
정신이 없다보니까 제일 중요한걸 까먹고 있었던 거야
종대한테 속닥속닥,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할까? 하니까 개구지게 웃으면서 응! 하고 끄덕이길래
가방에서 아침에 갖고 놀았던것들 꺼내주니까 아까 해 봤다고 자기가 작은 손으로 쥐고서 이케, 이케. 하고 하는 시늉을 하더라
엄마가 예쁘게 해줄게-
내가 맞춰서 해주니까 통통한 배 내밀고서 히이. 웃는데, 할아버지한테 빨리 가자, 가자. 하니까 쪼르르, 할부-
아까 아침에 했던거에서 더 업그레이드 해서, 몸을 요리조리 더 흔들면서 재롱부리는데, 누구 아들이야. 예뻐 죽겠네.
가족 전부 다 흐뭇하게 보고 있다, 내가 일부러 노래 끄면서 종대한테 선물 안겨주고 할아버지한테 드리는거야. 하니까
자기만한 쇼핑백 들고서 뒤뚱뒤뚱, 아버님한테 가서 안기더니 사란해여! 하는데, 아버님 어쩔줄 몰라 하시더라
아싸, 성공이다.
내가 계획한 이벤트에 뭔가 뿌듯해서 나도 따라서 웃는데, 내가 잠깐 앉아있는 꼴이 보기 싫으셨는지, 이모님이 나를 부르는거야
내가 후우..살짝 한숨 쉬면서 이모님- 왜 그러세요- 웃으면서 일어서니까 옆에 있던 남편이 나 앉히더라
내가 왜 그래! 하는데, 미미가 놀라겠어. 엄마 갑자기 일 많이한다고. 내 어깨 꾸욱 눌러놓고 이모, 왜요? 하면서 가버렸어
이모님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 가니까 살짝 당황하셨는지 나는 징어 불렀는데, 나한테는 한번도 안불러준 목소리로 나긋나긋. 말씀하시는거야
그러니까 남편이 징어 임신했잖아요, 오자마자부터 계속 혼자 움직였는데, 그냥 제가 할게요. 하면서 말하니까 ...그, 그럴래?
나는 그 대화를 듣고 있으면서도 막 몸이 들썩거리면서 어쩔줄 모르겠는게,
곧 남편이랑, 아버님이랑, 시아주버님이랑 술 한잔 하시러 나간다 했거든.
..그럼 결국 남게 되는건 종대랑, 어머님이랑, 나랑, 이모님이랑. 이렇게인데, 그 때 뒷감당 할게 상상이 안가는거야
결국엔 내가 일어나서 제가, 제가 할게요. 하면서 남편 막아서니까
남편한테는 머뭇머뭇거리시던 이모님이 그래, 니가 해. 하면서 기다렸다는듯이 맡기시더라
"왜 자기가 해, 힘들 잖.."
"..그건 집에 가서, 집에 가서 많이 도와주고. 시댁은 내가 눈치 보이잖아요."
"..그래도,"
"집에가서 귀찮다고 징징거리지나 말고, 그냥 있어요."
"야, 김종인. 안 가?"
"...가, ..나 갔다 올게요."
"조심히 다녀와요. 근데, 차 있는데 술 마셔도 돼?"
나는 안 마실게. 그냥 분위기만 맞춰주지, 뭐.
남편을 부르는 아주버님의 목소리에 내 허리에 가볍게 손 얹었다 갔다 오겠다하더니 남자 셋은 집 밖으로 나갔어
딱 문 닫히는 소리 나자마자 이모님이 ...남편을 아주 잡고 사나봐, 하시는데..
이럴 줄 알았어. 싶고. 남편...제발 빨리와라. 싶고.
웃으면서 아니에요- 하니까 저것보라면서, 나도 잡아 먹겠네. 하고 휙 뒤돌아 가시더라
..아, 스트레스 받아.
내가 심장이 쿵쿵 뛰니까 아기도 같이 막 발버둥 치는 느낌인데, 이거 절대 좋은거 아니잖아.
착하지, 아가. 착하지. 엄마 괜찮아. 미미도 괜찮지?
혼자 중얼거리면서 배 어루만지니까 좀 나아지는데, 그래도 한 숨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어
어머님은 종대 데리고 방 안에 들어가시더니, 피곤하셨는지 종대랑 같이 잠이 드셔서.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정리 다 내가 하는데, 이모님은 꼭 부엌 식탁에 앉으셔서 이건 어떻니, 저건 어떻니.
내 손길이 닿는 곳 마다, 내 발길이 닿는 곳 마다 잔소리를 하시더라
그래도 하나뿐인 며느리인데 어쩌겠어
그저 네, 네. 하면서 그 말씀이 맞으신 것 같아요. 하고, 시키는대로 움직이는데, 슬슬 나도 힘든거야
겨우 정리 다하니까 내가 마침과 동시에 이모님은 다른 방에 들어가시는데, 나는 식탁에 앉아서 뻗다싶이 엎드렸어
..따지고 보면, 내가 맏며느리가 아닌데. 맏며느리 노릇에,
집안에 딸도 없지.
..아니, 시누이 없는 건 좋은건가?
이런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우당탕. 급하게 나오시더니 어머, 아가. 어떡해! 정리 아가가 다했어? 하시는데,
웃으면서 괜찮아요- 했다가, 다시 몸은 엎드렸어
"어떡해, 내가 잠이 들어서. ..힘들지?"
"아니요, 아니요."
"..뭐가 아니야! 그냥 있어도 힘들 몸인데, 미안해서 어떡해, 아가."
"..괜찮아요, 어머님."
진짜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시면서 나 보시는데, 미안해 보시는 모습 보는게 내가 더 죄스러워지는 기분인거야
아가, 내가 뭐라도 해줄게. 맞아, 아까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어머님이 분주하게 부엌에서 움직이시더니 물 끓여서 스프라도 해주겠다고, 하시는데,
계속 거절해도 한 번 더 거절하면 그게 예의아니라면서 결국 머그컵에 담아 주시더라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받아들고 먹는데, ...나 오늘 굶었나. 왜 이렇게 맛있어.
어머님, 진짜 맛있어요!
조곤조곤, 감사하다는 말 계속 하면서 먹고 있는데 언제 나오셨는지 이모님이 ..세상 편해졌다, 하면서 나한테 눈치주시는거야
그 말씀에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는데, 어머님이 괜찮아, 하면서 나 앉히시더니 ...아가 임신해서 힘들어, 좀 쉬게 해야지. 하시더라
...아, 나. 진짜. 어머님한테서 후광보이는 줄 알았어
내 편 들어주시는거에 남편이 내 편 들어줄 때 보다 울컥, 하는데 이모님은 코웃음 치시면서 나 쳐다보시는거야
"..임신이, 뭐, 나는 만삭이나 되는줄 알았네."
"언니."
"...."
"이번 아기는 종인이 더 닮았으면 좋겠어, 뭐든지."
"....."
"..니네 집에서 편하니까, 여기도 편하지?"
"...."
"..종인이가 부처인거야."
아, 이번에 좀 세다.
차라리 나 일 많이 시키시는건 참을 수 있는데, 진짜 너무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도는거야
평소에 아무리 뭐라하셔도 웃으면서 서글서글하게 대했는데,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면서 한 손은 배에 올렸어
..아기가 안 들었음 좋겠다. ..정말, 귀 막아 주고 싶다.
태어나기 전부터 그런 얘기 들으면 얼마나 서글플까.
여태 우울한거 남편이랑, 종대 보면서 차차 없애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막, 설움이 복받쳐 오니까 그 우울감도 확 몰려오는거야
그 말 이후에도 이모님이 뭐라 하셨는데, 내 귀에는 안들리고 그냥 계속 마음 진정시키기에 바빴어
내가 한참 표정관리도 못하고, 감정 제어도 안되고 있는데 엉마. 하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더라
죠대에, 코오 다 해써.
깼는지 눈 비비면서 나온 종대가 나한테 안기는데, 막, 갑자기 내 새끼 보니까 마음이 다잡아지더라
..별거 아니야, 더 한 얘기 아닌게 얼마나 다행이야.
종대 평소보다 더 세게 안아주면서 생각하는데, 종대는 자고 깨서 그런지 엉마, 죠대 뽑보. 하면서 더 어리광부렸어
뽀뽀 해주니까 아나죠. 하면서 안아달라하고,
안아주니까 다시 또 뽀뽀해달라하고.
내 아들, 부둥부둥. 하고 있는데,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거야
혹시 종대한테 불똥이 튈까, 절대 안주던 휴대폰까지 주며 다시 방으로 들여보냈어
"어떻게 된게, 애가 크면서 더 너를 닮니."
"...."
"...결혼, 좀 더 생각해보지 그랬어."
그 말에, 진짜. 우울함이며, 꾹 참고 있던 분노며, 다 터져버리는 것 같고, 막. 허무한거야.
처음엔 내가 마음에 안드시나보다, 했는데.
이젠 그냥 질투에 가까우신 것 같았어
더 들어봤자 나만 상처받을 말들 뿐일테니까, 저 컵 설거지 할게요. 하면서 뒤돌아서니까 혀 끌끌 차시더라
나 뒤돌자마자 어머님께 쟤 정말 마음에 안든다고 한마디 하시는데, 한참동안 들리지 않던 어머님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왜 어머님도 안시키는 시집살이를 이모님이 시키시냐고,
도대체 내가 지은 죄가 뭐가 있냐고.
어머님은 남편 거둬준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둘이 있는거 보면 예뻐 죽겠다고.
어머님도 참으셨는지 터뜨리면서 말하는데, 이모님은 당황하셨는지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
나는 그저 낄 수 없는 상황에 다 씻은 컵만 물 소리에 계속 매만지고 있었어
어머님이 명절에는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날에는 오지마시라고 딱 잘라 말하시니까 이모님이 그래,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 방에 들어가시더라
방 문이 쾅, 닫히는 소리에 물 끄고 돌아보니까 어머님이 되게 힘든 표정으로 서 계시는거야
...어머님 성격에, 엄청 힘드셨을거야. 그런말하기.
항상 조곤조곤, 밝게, 긍정적으로 얘기하시던 어머님인데, 나도 그런말 하시는거 처음 봤거든.
내가 다가가서 어머님..하고 살짝 어깨 건드리니까 나 꼭 안아주시더니 아가, 미안해. 아가. 하시더라
나도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하는데, 말하면서도 의문스러웠어
..내가 잘못한건 뭔지, 어머님이 미안해하실건 뭔지.
다 나 때문인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한데, 이모님은 가방 들고 나오시더니 가시겠다면서 쿵쿵, 나가셨어
어머님도, 나도 입술만 꽉 물고서 문 닫히는 소리 듣고 멍하게 있는데, 잊고 있던 문이 열리면서 종대가 살금살금, 눈치보면서 나오는거야
내가 얼른 종대, 엄마한테 오세요- 하는데도 쭈뼛쭈뼛, 한번도 안기면서 눈치 보는 적은 없었는데, 조심히 나 끌어안았어
그 모습에 너무 미안해져서 꽉 안아주면서 우리 아기, 눈치보지마. 엄마 여기 있잖아. 토닥이니까 그제서야 평소처럼 꼬옥 끌어안더라
종대한테 몇번을 괜찮아, 엄마 까꿍. 아기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지 몰라.
나란히 쇼파에 앉아서 종대한테는 우유 쥐어주고, 어머님이랑 서로 미안하다는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시끌시끌하게 나가셨던 아버님, 아주버님. 남편이 들어왔어
"잘 있었어요, 자기야?"
"압빠!"
"종대도 잘 있었어? 빨대 계속 물고 있으면 안되지, 그치-"
"..으, 술냄새."
"..어, 나는 안 마셨는데."
옷에서 나는거야, 옷에서!
가까이오자 훅 끼치는 냄새에 인상을 쓰니까 옷에서 나는거라고 그러더라
푸스스 웃으면서 알았어요- 하는데, 갑자기 둘러보다 이모는 가셨어? 하는거야
그 말에 나도모르게 한숨이 나오는데, 어머님 눈치보니까 어머님이 응, 갔어. 내가 명절아니면 오지말라고 한소리도 했고. 말하시더라
아버님이랑 아주버님은 술에 거하게 취하셔서, 어머님말에 아버님이 ..사실 나도 처형 부담스러웠어! 하면서 웃으셨어
남편은 이상한지 ..그냥 이렇게 가실분이 아닌데, 했다 내가 종대 졸려서 꾸벅꾸벅 조는거 보고, 자기가 안아들면서 이제 갈까? 하더라
어머님, 아버님. 저희 갈게요! 아주버님, 안녕히계세요!
밝게 인사하고 나서는데, 종대 어차피 잔다고,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기분이 멜랑꼴리한거야
창문 밖만 보면서 아무말 안하니까 이상했는지 힐끔보더니, 피곤했지. 하면서 손을 슬쩍잡더라
"...."
"오늘 많이 힘들었나 보네, 삐쳤어요? 나 많이 안도와줘서?"
"..아니에요, 그런거."
"..왜 그래.."
"..뭐가요,"
"..평소랑 좀 다르네, 오늘."
이상한지 계속 묻는데, 내가 답답함에 인상쓰면서 다시 창 밖만 보니까 눈치보면서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놓았어
차타고 집에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별 생각이 다 드는거야
..나는 대체 오늘 무슨 자격으로 간건지,
나는, 그래도 엄연히 며느리아닌가.
..종대가 눈치봐야 할 이유는 뭐였지.
어머님이 평생 별로 하시지 않던 말을 해야할 상황이라는게 뭔지.
..다, 나 때문인가.
점점, 우울한 생각으로 빠져들어서 창문만 톡톡 치다, 곧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배를 어루만지고.
엄청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로 집에 도착해서, 남편이 종대 잠자리 정리해 주는동안 나는 멍하게 식탁 의자에 앉아서 똑같은 생각만 반복했어
"..오늘 당신, 조금 이상해."
"...."
"왜 그렇게 우울해, 응?"
"...."
"..여보, 자기야. 괜찮아요? 괜찮아?"
"...."
"무슨 일인데, 말 해줘요. 들어줄게."
멍하게 앉아있으니까 남편이 와서 내 두손 잡더니 바닥에 낮게 앉아선 눈 마주치면서 묻는데, ..뭐라 말을 시작해야하나.
시작할 단어에 다시 머리가 복잡하면서도 나보다 더 끙끙대는 남편에 울컥하고.
막 어리광 부리고 싶고, 그런거야.
결국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모님은 왜 그러셔, 하니까 손 만지작 거리면서 왜, 어떻게 하셨어. 하면서 묻더라
"나는, 나는.. 아버님 생신 축하드리러 간건데, 나도, 자격 있잖아, 근데,"
"..천천히 말해요, 괜찮아. 왜 울어,"
"나만, 계속.. 일하는건, 아니, 맞는건데, ..이모님이..심하셨어,"
"...응,"
"..자기는 몰라, 나한테 얼마나, 날 얼마나 미워하시는데, 나 정말,"
조용히 들어주니까 더 서러워져서 시댁에선 꾹꾹 참았던 눈물이 후두두 떨어지는데,
..아기 낳고서 되게 정신력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싶었어.
막 어린애처럼 잉잉, 울면서 투정비슷한 소리들만 늘여놓는데도 남편은 응,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나 달래주더라
달래주니까 더 우는 내 모습에, 남편이 결국 눈물 닦아주면서 뚝, 하는데, 내가 그 말에 진정시키니까 힘들었지, 응, 알아. 하면서 내 머리 넘겨주는데, 나는 훌쩍훌쩍.
자기 힘든거 너무 잘 아는데, 이모님도 이해해드려야지.
막, 남편이 달래주는거에 괜찮아지려던 마음이 한마디에 다시 복잡해지는거야
..이해도 한계가, 상식적인 범위가 있지.
갑자기 종대가 눈치보던것도 생각나고, 어머님이 힘드신 표정 지으신 것도 생각나고. ..내 뱃속에서 이미 다 들었을 아기도 생각나고.
감정에 사로잡혀버린 내가 어려져서 분명 남편 말이 맞는데도, 너무 미워보이는거야
그래서 손 뿌리치면서 ..이해하려고 했어! 하니까 놀랐는지 조용히 가만히 쳐다보더라
"나만 괴롭히시면 몰라, 일만 시키시면 몰라."
"...."
"오늘, 내가 어떤말까지 아기한테 들려줘버렸는데."
"...."
"나보고, 아기가 자기 더 닮았으면 좋으시겠대. 아니, 그건 나도 이해해. 어머님이 나 임신했다니까, 만삭도 아닌게, 주제에 쉬려고 한다고,"
"..뭐?"
"...내가 자기 잡아 먹겠대, 결혼, 좀 더 생각해보지 그랬냬, 그 말은, 왜 결혼했냐는 말 밖에 내 귀엔 안들려"
"...."
"..종대는, 방안에서, 죄없는 우리 아들은 그거 다 듣고 있었어."
"...."
"..우리 아들이 엄마한테 안기는데, 눈치를 그렇게 보는게, 그게,"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고, 그 꼴.
다시 울면서 배 움켜쥐고 얘는 무슨 죄야, 아직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아기는 무슨죄야, 하니까 남편도 멍하게 나 보더라
마음같아선 서럽게 엉엉 울고 싶은데, 또 방안에서 자고 있는 종대생각에 입술 꾹 물면서 눈물만 흘렸어
남편은 뒤늦게야 몰랐어, 몰랐어. 그정도이신 줄 몰랐어요. 응? 미안해, 하면서 막 어쩔줄 몰라하는데, 나는 눈물 닦아내고 일어서서 그냥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왔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곤히 자고 있는 종대가 보이는데, 그저 종대만 보고서 옆에 누웠어
남편이 급하게 들어와서 ..그렇게 잘거야? 하는데, 내가 ..나가요. 하니까 지금 각방쓰자고? 하고 정색한 목소리로 말하더라
목소리에 살짝 움찔 했는데, 그냥 눈 꼭 감고 종대 안고서 자는척 하니까 한숨쉬고 옆에 앉는데,
내 몸에는 손도 제대로 못대다 ...내가 많이 미안하니까, 사과만 제대로 듣고 자면 안 돼? 하는거야
그래도 미동없는 내 모습에 계속 한참을 옆에서 ..미안해, 응? 자기야. 이모님이 왜 그러셨을까, 정말. ..하아, 하면서 말하는데, 오히려 그 목소리에 종대가 깨서.
내품에서 비집고 나와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빠, 죠대에..하면서 눈도 제대로 못떴으면서 아빠 품에 안겼어
남편은 나도 달래야하지, 품에 안긴 종대도 달래줘야 하지.
우왕좌왕하다, 그냥 한 손은 종대 토닥거려주면서 한 손은 계속 내 손 안 놓는데, 종대가 갑자기 잠결에 그러는지, 핫뜨으..하면서 아빠손 이끌고 거실로 나가더라
나는 눈만 꼭 감고, ..미워, 다 밉고. 짜증나고 그래. 못된 생각만 늘여놓는데,
밖에서 뭘 하는지 둘이서 속닥속닥 이야기 소리가 들려
미운생각하면서도 이야기소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엉마! 하는 종대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종대, 왜?"
"엄마! 이거어, 아빠가!"
"...."
"아빠가! 핫뜨으!"
종대한테는 웃어주면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얼마나 이리접었다, 저리접었다. 했으면 꾸깃해진 색종이로 어설프게 접은 하트를 내미는거야
..참, 못나게도 접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아빠가! 핫뜨으! 하는 종대 목소리에 왜인지 모르게 울컥, 하더라
참 방식대로 안 접어도 신기하게 꼭 하트모양인 종이에, 픽, 웃는데 남편이 들어오더니 내 눈치보면서 쭈뼛쭈뼛.
..내가 또 참 단순하다고 느꼈던게, 그 못난 하트가 뭐라고.
아니, 이래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건지.
마음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데, 남편이 눈치챘는지 나랑 눈 마주치고서 씩, 웃는거야
"뭘, 뭘 잘했다고 웃어."
"..미안해, 정말."
"...."
"..이제 무조건 자기 편 들어주고, 얘기 시작할게."
"...."
"..이모님 앞에서도 내가 잘 할게. ..티 많이 안나게."
"...또,"
"..또? 어, ..아, 형 빨리 장가보내야지. 그래야 자기 일 줄어들지."
"..미워, 진짜."
"..알아,"
"..때리고 싶을만큼."
"..때, 때릴래요?"
"..옆에 와서 앉아봐요."
내 앞에 서서 손가락까지 접어가면서 약속하는데, 눈 흘기면서 옆에 와서 앉아보라니까 얌전히 와서 앉는데,
내가 ...나 결혼 괜히 한거 아니지, 자기 나랑 했다고, 후회 안하죠? 조심히 물었어
"후회를 왜 해, 내가. 자기가 그럴까봐 겁나는 사람인데, 나."
진짜 때리기라도 할 줄 알았는지 눈치보다, 그 말에 조금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면서 손 잡는데,
내가 울어요? 하니까 ..몰라, 하면서 눈을 피하더라.
"..울지..말고요.."
"..나도 똑같이 불안해. 근데 자기가 그런말 듣고 상처받아서, 혹시나 뭐든지 나쁜 생각 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말하니까 입술 한번 꽉 물었다,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그게 더 막, 사람 마음에 와닿는거야
종대는 엄마 아빠가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침대에서 딩굴딩굴.
내가 그런 종대 한 번보고 슬쩍 웃었다, 이미 자물쇠가 두 개나 있는데. 열쇠는 없고. 하니까 자기도 픽 웃었다 ..누가 해도 듣지마, 그런 말들. 진지하게 말하더라
남이 우릴 평가할 이유도 없고, 자격도 없어요. 누구든지. 그게 만약 가족이라해도.
다, 이유가 뭐 있어. 사랑하니까 그러는거지.
싸우는것도, 같이 사는 것도. 다.
남편이 말하는데, 괜히 내가 울컥 울컥 해.
그러다 말 없는 나에,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아, 설마 나 사랑 안하는건 아니지? 하고 장난치는데, 내가 대답을 안했거든
그러니까 불안해졌는지 ..하지? 에이, 하겠지.. 하면서 대답을 재촉하는데, 쪽.
"...여보, 조울증 있는거 아니죠?"
"..없어요, 그런거."
"..아, 진짜. 내가 오늘은."
"..응? 왜요?"
"..종대, 아들. 눈에 꼭꼭이 해."
눈에 꼭꼭이 하라는 말에 종대는 작은 두 손을 자기 눈에 갖다대고 꼭꼭이 해써요! 하는데, ..저건 또 뭐야.
내가 뭐냐는식으로 종대한테 향해있던 시선을 남편한테 옮기는데,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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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하셨는데 오타가 있으셔도 일단 그대로 적어 놓을게요. 확인 꼭꼭 해주셔야 해요!
비회원분들은 댓글 보이는대로 추가 해드릴게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
일단 머리박고 시작하는 레밍이에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 기다리..셨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누나썰 올리고 다음날 올리려다, 정리가 안되서 못 올리고..ㅠㅠㅠㅠㅠ 월요일에 올리려니 갑자기 허리가 말썽이라 찜질에, 물리치료받고 누워있었네요ㅠㅠㅠㅠ 이 나이먹고 허리가 아픈건..정말..답이 없지만 원래 안좋았던 터라..ㅠㅠㅠㅠ 그래도 지금은 좀 괜찮아요! 나중에 한번 더 물리치료가면 된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ㅠㅠㅠㅠㅠㅠ 모음남발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왔으면서, 내용은 달달달..하지도 않은 것 같고.. 재미..가 있나..? 싶고.. 모르겠어요. 제가 졸려서 뭐라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