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바쁜 회사 일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오더니, 들린다던 전 날 밤에는 나랑 종대가 곤히 자고 있을 때 잠깐 왔다 다시 나갔더라
놀란 내가 아침에 얼른 전화하니까 피곤한 목소리로 자기랑, 종대랑 보고 싶어요. 보고싶어. 하고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부리는데, 괜히 애틋한 마음도 들고.
나도요. 하고 옆에 앉아서 나만 보고 있는 종대 머리 쓰다듬으면서 말하니까 아, 잠시만. 하고 전화를 급히 끊는거야
전화도 잠깐 못 받을만큼 일이 바쁜가. 싶어서 안쓰러운데, 금방 다시 전화기가 울렸어
이거 뭐예요?
얼굴보고 싶어서. 나 이것 봐. 눈 밑에 장난 아니죠?
영상 통화길래 괜히 머뭇거리다 받는데, 힘든 티 팍팍 내면서 조금 징징거리는 소리 내더니 종대도 보여달라고 하더라
종대야, 아빠네. 하고 내 앞에 앉혀놓고 보여주는데, 신기한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면만 보다, 남편이 니니야- 하고 부르니까 방긋. 웃었어
"니니, 아빠 보고 싶어?"
"네에-"
"아빠 안 보고 싶어?"
"네에-"
"뭐야. 안 보고 싶어? 김종대?"
"아빠,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라는 질문에도 네에. 안 보고 싶어? 하는 질문에도 네에. 하고 대답하는 종대에, 남편이 살짝 툴툴대는 목소리로 물으니까 개구지게 웃더라
그러곤 손을 뻗으면서 아빠, 아빠-. 하고 부르는데, 내가 휴대폰을 가까이 해주니까 얼굴 예쁘게 어루만져 줬어
내가 종대한테 아빠 아이 예뻐. 했어? 하니까 방긋방긋 웃으면서 네에-. 하는데, 휴대폰으로 다 보고 있는 남편은 푸스스 웃기만 하더라
종대 많이 컸죠?
나 없는 동안 부지런히 크나 봐. 우리 아들 맞아?
내 얼굴 비추면서 말하니까 능청스럽게 얘기하는데 그 와중에 보이는 얼굴이 피곤한지 말이 아니라. 괜히 속상해져서 나도 모르게 울상 지었나봐
왜, 왜 또 그래요. 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묻는데, 내가 많이 피곤해요? 하니까 조금. 하고 살짝 인상 쓰더라
엄마아, 아빠-. 남편이랑 이야기 하는 동안 종대가 팔 높이 뻗어서 보채는데, 내가 다시 아빠 얼굴 보여주니까 다시 방긋방긋.
니니야, 아빠 오늘 빨리 갈게. 엄마랑 기다려요.
다시 일해야 하는지 남편이 조금 서둘러서 뽀뽀까지 쪽. 하고 마무리 하는데, 종대는 꺼진 화면을 꽤 진지하게 바라보다 갑자기 내 손을 이끌었어
"아빠, 아빠"
"종대야, 아빠 조금 있다가 오신대"
"..우응?"
"조금 있다가. 엄마랑 놀고있자. 종대 우유 마실까?"
"우유!"
현관문 쪽으로 나를 이끌어서 아빠, 아빠. 하는데, 천천히 달래고 우유 마실까? 하니까 금새 웃으면서 부엌으로 쪼르르 가더라
혼자 낑낑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내가 니니 다쳐요. 하니까 또 얌전히 뒤로 물러서서 바닥에 철푸덕. 안고서 기다리는데, 그 와중에도 엉덩이는 들썩들썩.
빨대를 꽂아서 주니까 두 손으로 받아들고 쪽쪽 마시면서 아장아장 거실로 걸어갔어
요즘 한참 빠진 뽀로로 틀어달라는듯이 잡히지도 않는 리모콘 내 손에 쥐어주는데, 내가 안되는데. 하고 리모콘 숨기니까 내 손 잡고 흔들흔들 애교부리는거야
눈웃음도 보여주면서 한 손으로는 우유 꼭 쥐고 마시면서도 한 손은 내 손 꼭 쥐는데, 내가 졌다.
꾹꾹 리모콘을 눌러서 틀어주니까 혼자 들썩들썩거리다, 집중해서 보는데 잠시 빨래 정리하고 온 사이에 뽀로로는 보지도 않고 혼자 꼬물꼬물 대고 있었어
뭐하나, 싶어서 조용히 들여다보니까 빨대가 빠졌는지 혼자 작은 손가락으로 꼬물꼬물.
엄마가 해줄까?
옆에 앉으면서 물으니까 나는 보지도 않고 고개 도리도리 흔들더니 계속 시도하는데, 결국엔 혼자 꽂고서 다시 쪽쪽 잘도 마시더라
하나, 하나. 대견한게 늘어가는게 예뻐서 마주보고 웃어주니까 종대도 히. 하고 예쁘게 웃었어
"아빠아!"
종대 장난감 갖고 노는것도 같이 놀아주고, 책도 읽어주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거야
종대는 벌떡 일어나서 문 쪽으로 걸어가서 아빠! 하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는데 아무리 일찍 온다 했어도 이 시간에 올리는 없는데.
누구세요, 하고 물으니까 다짜고짜 나야. 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익숙한 목소리에 허, 하면서 문을 여니까 보이는건 수정이랑. 품에 안겨있는 찬우랑. 손에 들려진 큰 가방.
"너 왜 왔냐?"
"왜 오긴 왜와, 놀러 왔지."
"...참 나"
"들어가도 되지? 들어간다"
들어오자마자 제 집마냥 편하게 있는데, 아기까지 같이 왔는데 쫓아낼 수도 없고. 아휴.
음료수라도 한 잔 내 오면서 너 오늘 회사 안갔어? 하는데, 이리저리 찬우를 살피더니 새벽에 얘 아파서 식겁했잖아. 회사를 어떻게 가. 하고 한숨을 쉬더라
내 옆에 붙어서 졸졸 따라다니던 종대한테 종대야, 동생 왔네. 하니까 아장아장 다가가서 신기한 눈으로 보는데, 수정이가 왜, 신기해? 하니까 더 집중해서 봤어
수정이가 종대 손 이끌어서 찬우 손이며 발이며 만지게 해주는데, 자고 있던 찬우가 꼬물. 움직이니까 놀라서 내 곁으로 다시 오더라
내가 종대 안아주면서 왜에-. 괜찮아. 종대 장난감 갖고 같이 놀까? 하니까 다시 찬우한테 가는데,
몇번 더 만져보더니 히죽 웃길래 내가 동생. 하니까 자기도 따라서 됴섀! 하고 꺄르르 웃더니 방으로 혼자 들어가 버렸어
혼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인형이며, 장난감이며 들고서 찬우 앞에 내려놓는데 그 새 깬 찬우도 신기한지 멀뚱멀뚱 보고 있더라
"니니야, 이건 왜 들고 왔어요?"
"..으응"
이건 갖다 놓으세요.
갑자기 수정이가 야, 얘 니네 집 살림 가져오겠다. 하길래 보니까 종대가 손에 내 팔찌를 들고 오는데, 저건 어디서 꺼내온거래.
내가 갖다 놓으라고 하니까 웃으면서 뒤뚱뒤뚱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수정이도 웃음이 터졌어
"누구 닮아서 저래, 너는 아니고. 부장님이야? 아닌데, 부장님도 아닌것 같은데"
"왜 나는 아닌데?"
"당연한거 아니야?"
"내 아들인데 ㅇ.."
"으응, 찬우야. 우유 먹자"
둘이서 티격태격, 말씨름을 하는데 찬우가 종대가 가져다 놓은 장난감 만지작 거리다 말고 으앙-. 울음을 터뜨렸어
시계를 보니 우유 먹일 시간이구만. 저, 정신없는 계집애.
내가 혀를 끌끌 차니까 찬우 달래는 와중에도 힐끗 째려보고 우유를 챙기는데, 수정이가 우유 먹이려니까 이리피하고, 저리피하고. 온 몸을 비트는거야
이리 줘봐. 결국 보다못한 내가 받아들고 우유 먹이는데, 이렇게 착한데.
배고팠는지 꿀떡꿀떡 잘도 마시는데, 수정이가 옆에서 너 배신이다. 하는 말 듣지말라고 내가 귀까지 막아주니까 허, 하고 헛웃음을 터뜨리더라
그 와중에 종대가 방에서 자기만한 돌고래 인형 안고 끙차 끙차 나오는데, 갑자기 나를 보고 빨리 와서 칭얼거리는거야
자기 안아달라고 팔을 뻗어서 징징 거리는데, 왜 그래요, 니니야. 하고 안아주고 보니까 눈이 계속 찬우한테 머무르는게, 질투하는구나. 싶더라
결국 종대는 수정이가 찬우 우유 다 먹이고 찬우가 장난감 갖고 노는 동안에도 돌고래 안고서 내 품에서 보는데, 경계심이 보였어
찬우가 장난감 내려놓자마자 오도도가서 장난감 자기꺼라는 듯이 꼭 쥐고 날 보더라
"응, 종대거야. 근데 종대도 갖고 놀 때 아이 좋아 하면, 동생도 아이 좋아. 하겠다 그치?"
아직 동생이라는 개념이 익숙치도 않고 늘 엄마, 아빠 주위사람에게 사랑만 받았던 종대라, 천천히 설명하니까 알아들었는지 뭔지. 삐죽이면서 꼼지락 거렸어
그 와중에 찬우가 종대한테 기어오는데, 종대는 물끄러미 찬우를 보다 장난감을 찬우 가까이 내려놓고 나한테 와서 꼬옥 안기더라
아유, 우리 아들 착해.
토닥토닥 칭찬해 주니까 배시시 웃는데, 그 와중에 찬우가 나한테 와서 꼬물대니까 스윽 보고 삐죽이더니 죠대 엄마아. 하고 더 꼭 안겼어
질투 많은건 아빠 닮아서.
내가 작게 말하니까 수정이가 옆에서 웃으면서 너도 많잖아. 하고 받아치는데, 아니거든. 하니까 큭큭 웃더라
"우리 다음에 가족 여행 같이 갈까?"
"...아기들이랑? 정신 없을 텐데.."
"아직 아기 하난데, 뭐. 여럿이면 몰라"
"종대는 이제 걸을 줄도 알고 말도 꽤 알아듣는데, 열매가 문제지"
"..그럼 열매 조금 더 크면 같이 가"
"...그러던가"
내 대답에 벌써 들뜬 수정이가 나 열매 때문에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 즐겼단 말이야. 하면서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들 말하는데, 음 글쎄.
더 제대로 못 즐길 것 같은데. 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꾹꾹 삼키고 그래 재밌겠네. 하니까 애 처럼 신나하는데, 철이 없는 것 같진 않은데. 음.
수정이는 이런저런 얘기하다 찬우가 잠들자 마자 조용히 집으로 가고, 나는 종대 저녁부터 먹였어
이제 꽤 숟가락질은 잘하는 종대라, 반찬 얹어주니까 혼자 냠. 맛있게도 먹더라
종대 뽀로로 한 편 더 보여주고 나니까 벌써 밤이 찾아오는데, 일찍 온다는 남편은 연락이 없는거야
곧 종대 잠들 시간인데. 남편한테 전화를 해보는데 받지를 않았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몇번을 해봐도 받지를 않더라
어디예요?
괜시리 불안한 마음에 짧게 문자를 남기는데, 얼마 안가 전화가 왔어
"일찍 온다면서 왜 연락ㅇ..."
"김부장님 지금 많이 취하셨는데.."
"...그 사람 바꿔요"
"네?"
"취했든 어쨌든, 그 사람 바꿔요"
받자마자 여자목소리가 들리는데,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변해버리더라
취했다는 말에 더 날이 서서 바꾸라고 하는데, 꼬일대로 꼬인 여보오.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일찍 온다면서요"
"아니, 내가 일찍 가려고 했지이. 근데 내가 그렇게 좋다네-"
"...나는, 종대는. 뭐하는건데, 지금"
"자기 화났어요? 화났어?"
"얼굴 제대로 본지 며칠 된 줄 알아요? 아님 약속을 하지 말던가"
"화내지마. 으응? 여보, 화내지마."
"오늘은 와도 안 봐. 내가 안 봐. 끊어요"
옆에서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졸려서 하품에, 눈까지 비비던 종대가 들었는지 아빠? 아빠! 하는데, 내가 종대한테 더 미안해져서 화를 냈어
당연히, 마음은 좋지 않더라
그래도 금방 오겠지. 하면서 잠이 깨버린 종대랑 놀아주는데, 늦은 시간까지도 올 생각이 없어보이는거야
결국 계속 안자려는 종대 억지로 재우고 혼자 시곗바늘만 보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확 서운해지더라
며칠동안. 정말 며칠동안 얼굴도 못봤는데. 일찍 온다 해놓고선.
괜히 밉고, 복잡했어.
그것도 잠깐, 점점 화가 더 커져서 결국 언제 오나 보자. 하고 이를 브득브득 갈고 있는데 혼자 시끄럽게 우탕탕.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라
"종대야, 아빠 왔어! 자기야아-. 어디있어요?"
어, 여기 있네.
헤실헤실 웃으면서 들어오자마자 안겨서 뽀뽀를 퍼붓는데, 도무지 애교로 받아줄 기분이 못 되더라
직장에서 직책에, 또 아빠. 가장에 신경쓸게 한 두가지가 아닌것 뻔히 알면서도 너무 미웠어
나도 모르게 짜증내면서 막 쏘아붙이는데, 금새 시무룩해져서 잘못해써...하고 발음도 안되면서 말하더니 다시 안아오는데, 놔. 하고 떨치려고 해도 힘이 장난이 아닌거야
우리 예쁜 여보.
꽉 가둬놓고 목을 물면서 슬금슬금 손을 옷 안으로 넣는데, 뭐 하는건가. 싶어서 헛웃음이 나왔어
술 마셔서 앞 뒤 분간 안되는 남편은 어, 웃었다. 하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더 깊게 옷 안으로 손을 넣는거야
미쳤어, 김종인!
종대도 잊고 크게 말하는데 놀라지도 않는지 허리는 단단히 잡은 상태로 딸 갖고싶어.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갑자기 무슨 딸이야.
오히려 자기가 종대면 충분해! 했었으면서, 갑자기 태도가 왜 바뀐건지.
어디서 뭘 듣고, 뭘 보고 온 건지.
한번 더 헛웃음을 흘리는데 갑자기 목 여린살 안아프게 물어서 나도 모르게 흐으. 하면서 몸을 움츠렸어
하지마, 좀!
한 번 더 말하는데, 이번엔 시무룩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힝. 강아지 앓는듯한 소리를 내더라
미쳐, 진짜.
아예 두 손으로 목을 감싸고 노려보는데, 뒤에서 갑자기 엄마아..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어, 종대 깼어?"
"..종대에-. 아빠 왔어요."
여전히 허리에 감싸있는 팔 풀어내고 돌아보는데 종대가 눈 비비면서 나와있었어
남편은 종대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팔 벌리는데, 종대는 잠결에 비틀비틀 걸어가서 안기더라
술 냄새 풍기면서 뭐하는 짓이야.
내가 떼어놓으니까 종대는 내 목에 팔 감싸서 안기는데, 남편 표정은 시무룩해져서 말이 아니였어
...딸이 있어야 해..
작게 말하는데, 내가 무시하고 종대만 재우니까 혼자 방으로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베개에 이불까지 챙겨들고 거실로 나오더라
"뭐해요, 지금?"
"몰라"
내가 어이 없다는 말투로 물으니까 삐쳤는지 아무렇게나 대답하고 쇼파에 자리를 잡는거야
못살아, 진짜.
내가 종대 방에 재워두고 나와서 달래는데도 꿈쩍을 안하길래 몰라요, 나도. 하고 화난척 방으로 들어가버리니까 팔목 끌어서 아이, 왜그래. 하고 안절부절 못하더라
뭔가 괘씸해서 손 뿌리치고 방에 들어오는데, 내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정말 요즘 피곤할텐데. 괜히 그랬나.
뭔가 누그러진 마음에, 미안한 마음에 술에 취해서 정리 제대로 못한 남편 옷을 정리하는데, 종이 하나가 흘러나오는거야
뭔가 싶어서 보는데, 세상에. 일.십 백천..만 십만..백ㅁ...야, 김종인!!!
아침에 눈을 뜨니까 종대가 곤히 자고 있고 옆에는 얼마만인지도 모르게 남편이 자고 있었어
품에 쏙 안겨오는 종대며, 뒤에서 안아오는 남편이며 두 남자에 갑갑해져서 조금 바스락거리는데, 종대가 눈을 번쩍 뜨고 방긋 웃더라
니니야, 잘잤어요? 뽀뽀.
쪽. 소리나게 입 맞추고 나도 눈 웃음 지으면서 종대를 보는데, 통통한 손으로 내 볼 만지작 거리다 엉금엉금 기어서 아빠 근처로 가는거야
손으로 아빠 볼도 만지작 거렸다, 코도 만졌다. 입도 만졌다, 하고 히히 웃었어
누가 이래 지금, 응?
계속 아빠 얼굴 만지는데 갑자기 남편이 눈은 감은 채로 종대 작은 손 살짝 잡아채더니 앙. 무는 시늉 하더라
종대는 또 꺄르르 웃으면서 나한테 기어서 도망오는데, 남편이 부시시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났어
눈 몇번 비비고 나랑 눈 마주치니까 어색하게 웃는데, 내가 무시하고 고개 돌려서 종대한테 니니 밥 먹을까? 묻고 안고서 나가는데,
어디가요-. 하고 징징거리는 소리 섞인 목소리 내면서 졸졸 따라 나오더라
"자기야아-."
"......"
"여보."
"....."
"종대엄마-"
"....."
"징어야"
돌고래 인형이랑 혼자 거실에서 씨름하고 있는 종대를 두고,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내가 영수증 꺼내들고 이게 얼마야, 얼마예요? 하니까 눈치보면서 받아들더라
이게 뭔데..하고 보는데, 자기도 놀랐는지 눈이 커졌어
일찍 온다면서, 이런거나 만들어오고.
잔소리 잔소리를 해대니까 처음엔 기죽어 있더니 자기도 서운한지 나도 힘들어. 나 좋자고 쓴거야? 하고 날이서서 받아치는거야
아침부터 싸우기 싫어서, 됐어요. 하고 가라고 살짝 미는데, 스트레스 받는지 순순히 식탁에 가서 앉더라
한동안 주방에서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나는데, 갑자기 종대가 낑낑 자기만한 동화책 안고서 남편한테 오는거야
"종대 이거 읽어줄까요?"
"네에-"
"아빠 무릎에 앉자, 으쌰."
남편은 식탁에서 종대 무릎에 앉혀두고 잠긴 목소리로도 열심히 읽어주는데, 내가 힐끗보니까 남편이 작게 입모양으로 미안해. 하더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니까 자기도 어색하게 웃는데, 종대가 동화책 심각하게 보다 말고 나랑 남편 번갈아 보더니 자기도 따라 방긋 웃었어
"종대 오늘 아빠랑 점심 먹을까?"
"아빠-. 죠대."
"응, 니니랑. 엄마랑 아빠랑 같이 먹자."
"그래도 돼요? 오늘 회사 안가?"
"가요. 내가 그렇게 필요하다네. ..자기가 종대 데리고 회사로 올래요?"
내가 일 빨리 끝낼게.
식탁에 그릇 올려놓으니까 나랑 눈 마주칠 때 눈꼬리 휘게 하면서 말하는데, 내가 퍽이나. 하고 뒤돌아서니까 진짜야! 하고 조금 억울한 듯이 말했어
알았어요, 그럼.
내가 국 그릇에 담으면서 알겠다니까 종대가 히히. 하고 웃는데, 남편이 왜, 아빠보다 니니가 더 좋아? 하고 종대 간지럽히더라
"어휴, 부은거 어떡해."
"..아, 몰라. 자기야, 니니야, 조금 있다 봐요"
아침 먹고, 남편 부랴부랴 출근 준비시켜서 보내는데 퉁퉁 부어서는.
조금 촉박한 시간에도 야무지게 뽀뽀 두번 쪽쪽. 하고 회사로 가더라
오전에 집 근처에서 종대 놀만한 곳 같이 가서 놀아주고, 점심시간 맞춰서 버스타러 가는데 종대는 신났는지 오도도 걸으면서 방긋방긋 웃었어
회사로 가는 버스에 타서 하나 남은 자리에 종대를 앉히는데, 엄마. 하고 앉으라는 듯이 손을 이끄는거야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눈을 마주치면서 달래니까 삐죽거리더니 내 가방 끈을 작은 손으로 꽉 붙드는데, 결국 앉아서 종대를 무릎위에 앉혔어
"응, 저거 새네. 짹짹."
"째째!"
"와, 자동차다. 니니 장난감도 있지, 자동차. 붕붕."
"붕붕!"
창문에 눈을 못 떼면서 이것저것 손으로 가르키는데, 천천히 말해주면서 종대가 할 수 있는 말도 같이 해주니까 신나서 따라하더라
우리 니니 잘하네.
칭찬해주니까 나 가르키면서 엄마! 하고, 자기 가르키면서 죠대-. 하더니 꺄르르 웃었어
재잘재잘, 얘기하면서 오다보니 벌써 회사 앞에 도착했는데, 회사 앞까지는 신나서 내 손 잡고 잘 걸어오더니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안아달라고 하더라
처음보는 큰 건물에 겁먹었는지 혼자 부지런히 움직일 땐 언제고 얌전해져서 나한테 꼭 안겨있는데, 그 와중에도 신기한게 많은지 눈을 데굴데굴 굴렸어
"자기 바빠요? 점심시간 맞죠?"
"응, 맞는데. 나 이것만 마무리 하면 되는데. 잠깐 올라 올래요?"
"...사람 많은건 아니죠?"
"아니야. 점심시간이라서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까 괜히 걱정하지말고 빨리 올라와.
아직 일이 안끝났나, 싶어서 남편한테 전화하니까 부서로 올라오라는데, 괜히 눈치가 보이는거야
그래서 사람 없냐고 묻는데, 알아챘는지 얼른 올라오라고 하길래, 엘레베이터타고 종대 안고서 부서로 갔어
와, 변한건 별로 없네.
나도 오랜만에 찾아온 회사라, 이리저리 종대랑 다름없이 살펴보는데 정말 변한건 별로 없더라
부장실 앞에서서 똑똑똑. 문 두드리니까 들어와요. 하는데, 내가 장난이랍시고 부장님-. 하고 들어가니까 뭐야. 하고 푸스스 웃는거야
"부장님-. 점심 안드세요?"
"아, 오사원은 안 먹습니까?"
"...재미 없다, 이것도"
"왜, 옛날 생각나고 좋은데"
내가 예전처럼 부장님. 호칭쓰면서 점심 안드세요? 하니까 처음엔 별 짓을 다해.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큼큼, 하고 맞춰주더라
뭔가 이젠 이게 낯설어진 기분에. 낯 간지러워서 괜히 재미 없다. 하니까 턱 괴고 자긴 좋다고 하는거야
종대 땅에 내려놓고 니니야, 아빠한테 가야지. 하는데 웬걸. 내 다리에 꼭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더라
김종대. 아빠 싫어? 이제 엄마만 좋아해?
남편이 살짝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는데도 종대는 내 다리에만 붙어서 오히려 내 뒤로 숨어버렸어
종대야, 아빠잖아.
아무래도 낯선 공간인게 자기한테는 큰 변화였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다 쭈뼛쭈뼛 남편한테 가는데, 남편이 익숙하게 안아주니까 그제서야 아빠아. 하고 작게 말하더라
"그래, 김종대. 아빠지?"
"아빠, 아빠."
"아빠 서운할 뻔 했어. 응? 아들, 또 그럴거야?"
남편이 종대 두 손 잡고서 흔들면서 얘기하는데, 종대는 이제는 히히. 웃기만 했어
남편 일 마무리 할 때까지 기다렸다, 점심 먹으러 가는데 제 키에 딱 만지기 좋은지 종대는 주차장에서 타이어에 그렇게 손을 대려고 하더라
남편 손가락 쥐고 걸으면서 한 손은 타이어 만지려고 하는데, 남편이 에이, 지지야. 하고 힘으로 못다가가게 만드니까 뾰루퉁.
결국엔 아빠 손 놓고 혼자서 뿔뿔 걸어가는데, 남편이 위험하다고 금방 잡아드니까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어
차에 타서도 혼자 심통난 얼굴로 있다, 내리자마자 내 손도, 남편 손도 잡지도 않고 총총 걸어가는데 결국 바닥에 넘어져버린거야
남편이 넘어지자마자 달려가서 일으켜 세웠는데, 훌쩍훌쩍대다 결국 아야. 하고 으앙. 울음을 터뜨리더라
"김종대, 그러니까 아빠 말 안들으니까 그렇잖아"
"흐읍, 끕, 아야. 아야해"
"안 다쳤어. 괜찮아, 니니야. 괜찮아."
남편은 속상한지 살짝 화를 냈다가, 종대가 자기 무릎을 짚으면서 엉엉 우니까 인상쓰면서 살펴보더니 괜찮다고 토닥여주더라
어휴, 못 살아.
나도 괜찮아. 이젠 엄마 아빠 손 꼭 잡고 가자. 하니까 히끅히끅 울음을 멎는데, 잠깐 안아들고 걸으니까 다시 내려달라고 칭얼댔어
내려주니까 이젠 아빠 손 꼭 잡고 걸어가는데, 내가 그 모습 흐뭇하게 그저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 남편이 옆에서 한 손으로 슬쩍 내 손을 잡더라
자기도 넘어질까봐.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나는 보지도 않고 말하는데, 뭐야.
내가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깍지껴서 잡으니까 더 꽉 잡아주더라
종대는 기웃기웃 나랑 남편 손잡은거 보더니 자기도 아빠 손 꼭 잡고 부지런히 걸어갔어
셋이서 손 잡고서 파스타점으로 왔는데, 종대는 잘 못쓰는 포크라 혼자 낑낑대면서 한 가닥 집어올리면 한 가닥 떨어뜨리고를 반복 하고 있는거야
나랑 남편이 해줄까? 해도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결국 손으로 집어먹는데, 남편이 보다못해서 종대 접시를 가져갔어
"에그, 아빠가 먹여줄게"
남편이 손으로 먹여주니까 냠냠 맛있게도 먹는데, 내가 빤히 보고 있으니까 종대가 나도 먹으라는듯이 손으로 한가닥 집어서 주더라
아이, 맛있네. 니니 착하다.
냠. 받아먹고서 칭찬하니까 뿌듯한지 히히. 하고 웃는데, 남편이 앞에서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나도 아-. 하는거야
못말려, 진짜.
돌돌 예쁘게 말아서 먹여주니까 종대랑 똑같이 히히. 하고 웃는데, 갑자기 딸 있으면 내가 딸한테 먹여주면 되겠네. 하더라
"무슨 또 갑자기 딸이야."
"이번에 이과장이 딸을 낳았는데, 그렇게 예쁘대. 응? 자기야."
"......"
"막, 막. 손가락 꼬물대는것도 예쁘고. 웃는것도 예쁘고."
"자기 니니도 그만큼 예뻐 했잖아요."
"아, 그래도. 딸 있으면 좋잖아. 응?"
아들 둘에, 딸 하나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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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하셨는데 오타가 있으셔도 일단 그대로 적어 놓을게요. 확인 꼭꼭 해주셔야 해요!
비회원분들은 댓글 보이는대로 추가 해드릴게요!
저는 지조가 없나봐요. |
당분간 글을 안쓴다고 해놓고 너무 일찍 와 버린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며칠간 생각을 바꿔봤어요. 워낙 단순하기도 하고, 마음 먹기만 바꾸면 고민거리가 꽤 가벼워지는 타입이라, 긍정의 힘을 매우 믿는 사람이라, 사실 개인적인 일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여서, 아예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마음먹고도 분명 힘들다고 징징대겠지만요....) 사실 부장님 마지막 글이 꽤 된것을 보고 고민하다, 전에 써 놓았던 분량을 올립니다. 연중이라던 작가의 갑작스러운 신알신.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리 마음을 가볍게 먹어도, 다음 연재일은 5월 2일 이후가 될 것 같아 올리게 되었어요.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5월 2일 이후에 봅시다! |
암호닉 정리했어요! http://instiz.net/writing/443798여기로 다시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습니다! 위 링크로 들어가셔서 해주세요!
오타나 표현 지적은 거침없이 박력넘치게 해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