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들은게 아닐까 하고.
"......"
"저 싫어하지 말아요. 듣기만 해줘요. 신경쓰지마요."
"......"
"전부터 이게 뭘까. 이 마음이 뭘까. 무슨 감정일까 한참을 고민해왔어요. 그리고 알게됐죠. 이건 사랑이라고. 형한테 부담주고 싶던거 아니에요."
"......미안. 진짜 정말로 미안."
나는 지금 뭐가 미안한 걸까.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는 것? 아니다. 그게 아니다. 나는 지훈이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형이 뭐가 미안해요.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요. 괜한 말해서 형 부담준 것 같다."
"......지훈아."
"네?"
"나도. 나도 네가 좋아. 그런데, 난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
"......형, 나 형한테 조금만 기대해도 되요?"
"......?"
"형도 어쩌면 날 사랑할 지 모른다고 조금만, 정말로 조금만 기대할께요."
또 다시 지훈이는 버릇처럼 히-하고 웃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 좋거나, 걱정스런 얼굴을 보이면 항상 웃어주던 지훈이. 웃는 모습이 분위기에 맞지않게 '귀엽다.'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나도모르게 지훈이에게 입을 맞췄다. 가볍게.
가볍게 닿았던 입술을 떼니, 놀란 표정의 지훈이가 보인다. 지훈아.
"조금말고 많이 기대해도 돼."
"에, 에?"
"사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지훈이 너가 싫지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형......"
치지직-
갑자기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훈이의 것인 듯한 무전기가 반응하고 있었다.
"형, 잠시만요."
가서 무엇인가를 듣고있는 듯한 지훈이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이그러진다.
"......"
"무슨일이야 지훈아."
내 쪽으로 다시 돌아온 지훈이가 입을 연다.
"지호형이."
"응."
지호...... 굉장히 오랜만인듯한 기분의 이름이다.
"형을 찾고있데요. 그런데."
"?"
"왜 갑자기 형을 찾는건지 모르겠어요. 저랑 형이 같이있는 것도 모를텐데. 무슨일이 있는 걸까요."
둘 사이 고요한 침묵만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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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지훈이와 동행하며, 새로운 근거지를 찾기위해 한참을 걸은 것 같았다.
"지호형......"
"왜 그래."
"좀만 쉬다가면 안돼요?"
지훈이가 조금 쉬다가자며, 투덜거렸다. 하긴, 우리도 끝이 안보이는 목적없는 여정 속에 많이 지쳤는데, 우리보다 어린 지훈이는 얼마나 지쳤을까.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가기 바쁘지만, 그래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다가 혹시 뒤따라오는 경이를 만날지도 모르고.
"그래, 지훈이 말대로 좀만 쉬자 지호야."
지호는 조금 고민하는 듯 하더니, 쉬는 것이 더 났다고 판단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임시거처를 마련한다.
"그러면, 여기서 조금 자뒤요. 여긴 그래도 죽을 위험을 없을꺼에요."
"그래."
지호는 내색하지 않았으면서도, 속으로는 상당히 피곤했는지, 곧바로 먼저 들어가 곯아떨어진다. 지훈이쪽을 바라보니, 지훈이도 많이 지쳤는지, 어느샌가 자고있었다.
과연 지금 내가하는 이게 옳은 일일까. 목표도 없이 무작정 걷다가 거처를 찾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지않을까. 과연, 이대로 지호를 따라가는게 옳은 일일까. 경이를 놓고 온 것만 해도 이미 상당히 두려운데.
......
......
그래, 안전한.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러나, 행동에 옮기자니 곤히 자는 지훈이가 마음에 걸렸다.
미안 지훈아. 나는 살고싶어.
나는 지호와 지훈이가 자고있는 곳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형, 어디 가요?"
그리고, 그 때 잠에서 덜깬 듯한 지훈이가 나를 부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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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을 할까말까, 많이 고민중이에요ㅜㅜ 그래도, 혹시나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써왔는데,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다는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