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보고 와주세요.^*^
"800원 입니다."
오늘도 이 남자는 이 곳에 왔다. 그리고 오늘도 삼각김밥을 하나 계산한다. 오늘은 불고기고추장이다. 안 지겨운가? 짤칵- 하는 동전 소리와 함께, 계산대에는 800원이 올려진다. 거의 보름 동안 보는 남자가 익숙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용기내서 슬쩍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어제 폐기김밥도 용기내서 줬는데, 한번 더 용기낸다고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아서.
"저, 삼각김밥만 먹으면 몸 상하지 않으세요?"
"네?"
"매일 삼각김밥만 드시잖아요. 건강 상하면 어쩌시려고......"
사실, 나는 정말로 저 잘생긴 남자가 올 때마다 걱정이 됐었다. 삼각김밥도 하루이틀이지, 매일매일 먹으면 분명히 몸에 안좋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저, 이 편의점 오늘 처음 왔는데요."
"......네?"
신경써서 충고를 해주니, 남자는 오늘 이 편의점에 처음왔다고 헛소리를 한다. 설마, 저 잘생긴 얼굴에 무슨 장애라도 있는 걸까? 내가 뭔가 실수한 걸까?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변했다.
"저 이 편의점 처음 온거라구요."
"아, 그러시구나...... 제가 뭔가 착각했나봐요. 죄송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삼각김밥 한 개를 들고 편의점을 나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 인지. 정말로 장애인가? 기억상실증 이런거? 아, 그래서 매일 저렇게 삼각김밥을 사가는 걸 수도 있겠다. 내일은 다른 상품을 추천이라도 해줘볼까?
쓸모없는 생각을 하다, 나는 '내가 왜 저 남자를 이렇게 챙겨주려고 하고 있나'하는 생각에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딸랑-
"어서오세요."
그래,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은 다른 생각 하지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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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어? 뭐야 그 표정. 너꺼 안사와서 삐진거야?"
"그런거 아냐."
"미안."
오늘도 김종인은 이곳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앉아있다. 18일 째.
김종인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것도 18일 째.
"미안하면 바이올린이나 한번 켜줘."
"그러고보니 요즘 연습을 안 한것 같네."
"춤바람나서 지 전공도 열심히 안하냐?"
이렇게 대화를 하니, 정말 김종인이 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종인아. 종인아. 친구이자, 남몰래 키워온 마음의 주인공. 애틋한 마음에 손을 잡으려 하자 종인이 벌떡 일어난다.
"가야겠다."
"연습하러가게?"
"네 말대로 요즘 연습을 안해서."
"......"
종인이가 가려는 듯 하다. 이제 좀있으면 또 다시 그 말을 내뱉겠지.
"아참, 다음엔 니꺼도 챙길께."
"그래, 꼭 좀 사와라. 맨날 혼자먹냐."
"미안."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삼각김밥을 안사와서 미안하다는 거겠지. 너가 미안해야 하는 건 그게 아닌데. 저 멀리 가버리는 종인이의 모습을 한참동안 보고있다, 종인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목이 말랐다.
딸랑-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어서오세요."
조금 귀엽게 생긴 알바생이 저녁을 먹는 중이였는지, 급하게 먹던 삼각김밥을 내려놓고 입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아, 삼각김밥...... 문득, 아까전의 환영같은 종인이가 떠올랐다. 다들 이걸 말해주면 나보고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일매일 만나고있다. 누구를? 종인이를.
삼각김밥이 진열되어있는 진열대로 가서 삼각김밥을 하나 집어들고, 계산대로 갔다.
"어, 불고기고추장......"
계산을 하는 남자는 의아한 듯이 삼각김밥을 계속해서 바라만보고있다.
"계산이요."
"아, 네? 네! 800원 입니다."
불고기고추장이 뭐길래 저렇게 넋을빼고 한참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던 걸까. 이상한 알바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편의점 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히가세요."
뒤에서 알바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편의점 알바의 말이 조금 많이 신경 쓰였지만,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편의점 알바의 말을 한참이고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큰 길가에 와있었다.
나온 김에 종인이를 보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나는 택시를 잡았다.
한 손에 삼각김밥을 들고.
병원에 도착하니,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에 누워있는 종인이에게서도 이러한 죽음의 냄새가 날까.
익숙한 발걸음으로 내가 아는 사람을 찾아 들어가니, 오늘도 역시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누워있는 종인이가 보인다. 지금이라도 너가 일어나서 지금 몇시냐고 물어볼 것만 같은데. 너는 일어나지 않는다.
종인이의 머리맡에 아까부터 계속 들고있던 삼각김밥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해서 잡고싶었던 종인이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난 너의 손이 정말 좋았는데, 특히 바이올린을 켤 때의 너는 너무나도 멋있었어. 바이올린을 켜는 손 뿐만아니라 너의 전부가 멋있었어.
너는 배고프지 않냐며, 연습 도중 편의점에 저녁을 사러 나갔지. 그 때 내가 나갔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았을텐데.
혹시나해서하는 말인데, 혹시 그 날 내게 삼각김밥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걸로 미안해 한다면, 그래서 계속해서 내 눈앞에 나타나는 거라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나답지않게 눈이 다시 축축해져왔다.
미안하다 종인아, 아무래도 내가 여기 더 오래있으면 견디질 못 할꺼같아. 이만 가볼께. 내일 보자.
그리고 내일은 내 저녁도 챙겨와줬으면 좋겠다. 밝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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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원하신다는 두 분을 위해서 들고왔습니다.ㅜㅜ
분위기가 조금 우중충 하지만, 앞으로도 우중충 할지도 몰라요....☆★ 똥글 스멜.......☆★
아참, 참고로 제목의 의미는 '죽음의 노래'라는 뜻이에요. 제가 저 노래 듣다가 생각나서 쓴 글이라는건 안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