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도 빼먹은 뜬금없는 종인이의 말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바뀌어 버리고, 그 와중에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종인이 때문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론 다들 아무말도 없이 밥 먹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여태 한 마디도 안 하던 찬열의 표정이 굳어져 있는 것 같다. 종인이 말도 그렇고, 지금 찬열의 표정도 그렇고 이것저것 신경쓰다보니 불고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꾸역꾸역 다 먹고 급식실을 나오는 길에 먼저 가는 찬열의 손을 잡아 붙들자 나를 바라본다.
"열아."
"저 새끼랑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어."
"응?"
"...아니야."
"새끼라고 하지말고. 알고 보니까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어. 내가 기억을 못했던 거지."
"근데 왜... 아니다."
"뭐야. 아까부터 싱겁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찬열이가 기분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진 않아서 안심하고 있는데 내 오른쪽으로 종인이가 불쑥 끼어든다.
"ㅇㅇ아. 나 매점갈건데, 갈래?"
"응. 열아 너도 갈 거지?"
나를 보며 다정스레 묻는 종인의 말에 찬열이를 보자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결국 다같이 매점으로 향하자 종인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내게 자기가 사주겠다며 돼지바를 사온다. 새끼. 내가 좋아하는 걸 안 잊어버리고 있었구만.
"너 이거 좋아했잖아."
"맞아. 지금도 좋아하지롱."
내가 돼지라서 돼지바를 좋아하는가봉가..ㅋ 그나저나 김종인은 캐릭터를 김다정으로 바꿨나??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정이 넘치네. 그 김다정께서 사주신 돼지바를 냠냠챱챱 먹고 있자니 찬열이는 표정이 또 안 좋아보인다. 아무래도 이따가 야자시간 때 몰래 만나야할 것 같다. 왜 그런 건지 이유나 좀 들어봐야겠다. 혹시 쟤도 차였나?? 여친있다는 소린 못 들었지만. 매점에서 교실로 올라와 아이들이 하나 둘 흩어지고 종대와 민석이, 그리고 무리들 중 유일하게 앞반인 세훈이와 나란히 반으로 향하는데 배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체한 것 같은데 뭣도 모르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댔으니 속이 더 이상해진 것 같다. 이럴 때 내 위년은 소화 안 시키고 대체 뭐하는 건지...^^
"왜 그래?"
"어? 그냥. 속이 안 좋아서."
표정이 안 좋아진 내 변화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민석이가 의아스럽게 묻는다.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려는데 종대가 보건실 가봐야하는 거아니냐며 호들갑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견딜만해서 애들을 보내고 종대와 반에 들어와 앉아있는데 어째 앉아있으니 속이 더 뒤집어지는 느낌이다.
"너 괜찮아?"
"......안 괜찮은 것 같아..."
"안 되겠다. 같이 보건실가자."
"보건실 냄새 싫은데..."
"그래도 가야지. 못 일어나겠어?"
"으응. 아니."
"내 손 잡아."
속이 아까보다 심하게 울렁거리는 느낌에 말을 한 마디 한 마디할 때마다 토할 것만 같은데 종대가 손을 잡아주니 그나마 낫다. 보건실에 갔다오겠다고 반장에게 말한 후 종대의 손을 잡고 종대에게 의지해서 보건실에 가자 얼마 전에 새로 왔다던 보건선생님이 우리를 반긴다.
"선생님. 소화제 좀 주세요."
"속이 마니 안 조아? 밥 먹고 체해써?"
"네. 그런 것 같아요."
중국에서 왔다는 소문이 맞는 듯 선생님은 레이오빠처럼 발음이 어눌했지만 그래도 종대의 설명에 소화제를 척척 찾아 내게 주신다.
"감사합니다."
더럽게 맛없는 소화제를 한 번에 삼켜내고 가려하자 선생님은 잠깐 누워서 쉬다 가라며 종대를 먼저 보내시려고 한다.
"아- 싫어요 쌤. 더 있을 거예요."
아까 침착하게 내 상황을 설명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내가 자는 걸 보고 갈 거라며 종대가 선생님께 징징대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이런 학생은 처음이었던지 당황하기 시작한다.
"종대야. 빨리 가. 쌤한테 혼나."
"괜찮아. 너 데려다 주느라 늦었다고 하면 돼."
"오늘 야자감독쌤 무서운 쌤이잖아. 얼른."
"그럼 이따 쉬는 시간에 올게."
끝까지 버티는 종대를 내가 달래주자 그제야 손을 흔들며 가는 종대에게 나도 손을 흔들어주자 선생님이 편히 있으라며 커튼을 친다. 소화제를 먹으니까 속이 좀 괜찮아진 것 같고, 침대가 뜨뜻하니 자꾸만 잠이 온다. 조금은 자다가도 되겠지, 싶어서 점점 아득해져오는 정신에 눈을 감았다.
* * *
조금만 자겠다곤 했는데, 눈을 떠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아까까지만 해도 하늘이 붉으스름했는데 지금은 완전 어두컴컴하다. 이제 가야겠다 싶어서 몸을 일으키는데 옆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있다.
...박찬열? 박찬열이 왜 여깄대. 게다가 여긴 여자애들 쉬는 덴데. 찬열이도 어디가 아픈 건가 싶어서 깨우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내 행동보다 찬열의 말이 더 빨랐다.
"야."
"어? 안 잤어?"
"처음부터 안 자고 있었어. 나 뭐 하나만 물어본다."
"응."
"그 새ㄲ... 아니, 김종인. 걔랑은 언제부터 친구였냐?"
"초등학교 때부터. 6년 내내 친구였어."
"근데 왜 헤어졌는데?"
"니니가 갑자기 이민가는 바람에."
보건실 천장만 응시하며 내게 묻는 찬열이에게 꼬박꼬박 대답해주자 마지막 내 말에 고민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튼다.
"그러면."
"응."
"뭐가 더 소중할까."
"응?"
"아니야."
"야. 너 나랑 싸우고 싶지. 계속 싱겁게 그럴래?"
"나중에. 나중에 다시 물어볼게."
"뭐, 알겠어. 꼭 말해줘야 된다."
"응."
"근데 넌 왜 왔어? 너도 어디 아파?"
"아니. 너 보러 왔지."
알 수 없는 찬열의 말에 날 왜 보러와? 라는 표정으로 찬열이를 쳐다보자 침대에서 일어난 찬열이가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갑자기 몸을 확 낮춘다. 졸지에 누워있는 나와 허리를 굽힌 찬열이가 마주보게 됐는데, 오늘 처음으로 얼굴을 풀고 웃은 것 같은 찬열이 내게 말한다.
"너 아프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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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놓친 암호닉이 있다면 번거로우시더라도 꼭 말씀해주세요. 작가가 멍청해서 그런거니까요...ㅎㅎ
애들끼리는 애들 다 일진(...)이니까 그냥 서로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겠죠? 뭐 그런 식으로 친구라고 말하기엔 뭐하고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그런 애매한 사이예요! 다음 편부터는 민석이 분량 좀 늘려야겠어...... 미아내......... 남준데......... 게다가 오늘은 분량이 좀 적네요. 그래도 봐줘요 찬열이가 아프지 말라고 여주 보러왔다니까!!!!! 그럼 이따가 메이드로 만나요 앙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