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엔 왜 왔는데?"
"아.. 여기.. 여기엔.. 예주가 강제로.. 아, 제가 카톡 보냈는데.. 근데 아저씨 진짜 어떻게 왔ㅇ.."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일단 차에 타."
평소 같았으면 먼저 태우고 운전석에 타던 그였는데.. 많이 화가 났는지 먼저 올라타는 그에 나는 주눅이 들어서는 조수석에 탔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나에게 화를 내는 것도. 사실 이게 화 내는 것도 아닐텐데.. 나에겐 그저 무서운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나에게 차갑게 대했고. 화는 금방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차를 타고 아저씨 집으로 가는 동안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도 왜 이렇게 일찍 한국에 왔냐 물을 수도 없었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기도 무서웠다.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그를 따라 들어서자 그는 겉옷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선 답답한지 와이셔츠 단추를 두개 정도 푼다.
화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아저씨.. 나 정말 술 마실 생각도 없었고..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예주가.."
"예주."
"……."
"친구 탓 좀 그만해."
"…네?"
"네가 싫으면 안 간다고 확실히 표현을 하면 된 거였고, 안 따라가면 된 거였잖아. 자기주장 강한 사람이잖아 석류 너."
"……."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그러다 이상한 사람이라도 꼬이면 어쩌려고."
"아까 그 남자는.. 그냥 제가 못움직이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데. 거기엔 미친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
"오늘.. 처음으로 네가 이해가 안 간다. 석류야."
그는 내가 걱정이 됐던 거였다. 미안하다 말해도 그는 절대 나를 용서해줄 것 같지 않았다.
고개 숙인채 아무말도 않고 있으니.. 그는 내게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씻고 자, 내일 얘기하자. 집에 가고싶으면 말해, 데려다줄테니까."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무서워 제자리에 서서 그만 바라보았을까.. 그는 나를 지나쳐 집에서 나가버렸고
나는 그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서 엉엉 울었다.
내가 잘못한 걸 알아서.. 내가 바보같은 걸 알아서 더 슬펐다. 그냥 싫다고 화라도 낼 걸.. 나는 왜 바보같이 따라가서.
오랜만에 보는 그와 만나서 한 번도 웃으며 대화를 못했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그인데 처음으로 그와 싸우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옆에 그가 없었다. 역시 아직도 나에게 화가난 거구나.. 주눅이 들어 한참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을까.
밖에 TV소리가 들려오기에 그가 깨어있을 거란 생각에 천천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저씨."
"……."
담배를 피러 나가려고 헀는지 손에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그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며 말릴 수가 없었다.
뭔 할말이라도 있냐는듯 나를 바라보는 그에 나는 작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담배를 피고 들어왔을까.. 나는 소파에 앉아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
"……."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맞아요.. 나 자꾸 예주 탓만 했어요.. 내가 싫다고 더 표현을 했어야했고. 그래도 따라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 바보같이 그냥 갔다가 빨리 나와야겠단 생각만 했어요.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아저씨 기분 엄청 안 좋았을 텐데.
어제는 사과 할 용기가 안 나서 방에서 나오지도 못했어요. 미안해요.. 화 풀어요 네?"
"난 네가 클럽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화가 난 게 아니야."
"…네?"
"술도 못마시는 애가 거기가서 몸을 못가눌 정도로 마셨어. 그리고 웬 이상한 남자가 붙잡고 나오고..
그러다 뭔 일이라도 났으면 어떻게 했으려고."
"……."
"거기서 잘못 걸리면 너 정말 큰일 나."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내가 진짜 바보였어요! 다음부턴 절대로.. 절대로 아저씨 걱정끼치는 일 없게 행동할게요."
"……."
"정말 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일 테니까. 눈 한 번 감아줄게. 클럽 간다고 솔직하게 말해준 건 고마워."
"……."
"다음에 또 이런 일 일어나면 나 그땐 정말 화낼지도 몰라."
"이번에 화난 거 아니었어요?"
"응."
"…화난 건줄 알았는데. 어제 막 들어가서 자라구.. 내일 얘기하자고 매정하게.."
"술마셔서 정신 없는줄 알고 술 깨면 얘기하려고 자라고 한 건데."
"와.."
"화내줘?"
"아니요..!"
"참나.. 속은."
"속.. 조금 쓰려요.."
"근데 아저씨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너 걱정 된다고 얼른 가라고 하시길래 며칠 전부터 갈 준비 했었어. 몰래 가서 놀래켜줄라 했거든."
"와아.. 너무해! 말이라도 좀 해주지! 난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목 안빠졌는데?"
"말이 그렇죠! 어머님은 괜찮아지셨어요?"
"나름."
"다행이다.. 아저씨 없는 동안에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요?"
"외로웠어?"
"네! 야동보면서 겨우겨우 버텼네."
"……?"
"…헤헤 농담인데 왜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보세요."
"……."
"뭐 가끔은 아저씨 사진 보면서~.. 하하하 농담!"
"너 또라이지."
"에!?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한테 또.라.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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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이 짧아쬬!! 그럼 우리 내일 볼까용!_! 여러분 굳밤! 헤헤헤헿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