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머래지입니다........카멜 쓰다말고 갑자기 단편에 꽂혀서 썼는데........
7..2....72....이게 단편 용량이오? 아닌거 같소 난.......떨떠름하네요 --;ㅋㅋ
상중하로 나눌까하다가 이게 또 중간에 끊기면 감정도 뚝떨어질거 같아서 상? 분량 만 올리고 텍파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ㅂㄹㄱ에도 있는데 흡...어찌알릴 방법이 없네요.
댓글에다가 메일 주소 남겨주시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슴다~^^!
아래는 上편만이에요! 메일링으로는 전 편이 날라감다..됴륵...
여름 비망록 |
여름 비망록 _mirage “너 그거 들었다니?” “무얼?” 호들갑이다. 경수는 등교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놓으며 내게 달려왔다. 손까지 휘저어가며 말하는게 호들갑이다. 난 심드렁했다. “어제 삼반 애가 죽었대.” “……별것두 아닌거 가지곤 호들갑이야. 수행평가 오늘까지다, 제출해.” “그 애가 누군지 아니?” “내가 어떻게 아니.” “박 찬열이래. 소름 돋는다, 어제 까지두 쌩쌩하던 애가…….” 너두 차 조심해라.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 같아. 오들오들 몸을 떨어가며 자리에 가앉는 경수다. 난 순간 얼어버린다. 죽어? 누가? ……박 찬열 네가? *** 너무 이른 여름이다. 티비고 라디오고 떠들고있는 날짜는 사월 말인데, 아직 봄이 가기엔 너무 이른 듯 싶다. 그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그 마지막 날이었다. 땀이 푹하니 젖은 교복 셔츠를 벗어들고 내게 달려든 너를 처음 마주한 것이. 난 그때 우유를 들고있었다. 학교 급식으로 나온 우유였다. 배가 부를대로 부른터라 나중에 야자 때 마셔야겠단 생각으로 들고 나온 우유. 난 경수와 멀뚱하니 축구하는 아해들을 구경하고있었다. 내 손엔 우유가 들려있었다. 요즘 애들이라면 그냥 눈감고 말법한 흰 우유다. 도 경수는 버리기까지했다. 왜버리냐 타박하는 내게 ‘너나 먹으라지. 비리다 비려.’라 질색해보이던 경수다. “쟤 축구 진짜 잘한다. 와…막 날라다니는구나.” 경수는 운동을 못했다. 경수의 로망은 운동 쪽에 있었다. 가끔가다 날쌔구 굳건하게 생긴 아해들이 ‘경수야! 축구하자 자리 비었다!’라 내지른다면야 뒤도 안돌아보고 나갈 놈이다. 난 그런 경수가 이해가 되질않았다. 축구? 보는거야 나두 괜찮다. 그러나 바지에 흙도 묻구, 눈알에 모래도 들어가고……여러쪽으로 피곤하기만하다. 난 운동장을 계속 보며 감탄을 내지리는 경수의 머리를 퉁하니 쳐내었다. “왜 때리구 그래!” “들어가자. 덥다.” “조금만 더 보구 들어가자. 저 반이 이기면 결승전 간단다. 넌 뭐 남자애가 이런거 하나 관심이 없어?” “축구 빼곤 다 좋아.” 난 뾰루퉁하니 입을 내밀었다. 경수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못한다. 내가 경수를 이해하지못하는것처럼. 도 경수는 이내 팔짱을 껴내곤 내 옆으로 붙었다. “축구 하나 보는게 그렇게 귀찮니?” “덥다. 아이스크림 사러갈까?” “난 너랑 친구된게 제일 후회스러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눈알에 힘을 퍼뜩주며 경수를 돌아보았다. 경수는 아무것도 모른단 표정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등지고 가는 운동장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골이라도 넣은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앞으로 데굴데굴하니 굴러와 자리 잡은건 축구공이다. 어찌나 채였는지 여기저기 실밥까지 풀린 축구공이다. 아무래도 운동장에서 굴러나온거같았다. 골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어찌 공을 차달란 소리하나 안들리지? 의아함에 공을 줏어내어 뒤를 돌아보았다. 왠 허우대가 길쭉한 놈이 이쪽으로 뛰어오고있었다. 진한 모래 내음을 품어낸체로 말이다. “공 내놔.” 헐레벌떡 뛰어온 허우대는 숨을 고르며 내 앞에 섰다. 허우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공 내놔. 허우대의 교복에 달린 명찰이 아슬아슬하니 떨어질랑말랑 매달려있었다. 흠뻑 젖은 교복. 흠뻑 젖은 머리칼. 허우대의 입은 못나기 짝이없었다. 허우대는 학교에서 유명한 아이다. 교무실에서 자주 봤다. “내놓으라고. 귀먹었냐?” 난 괜한 오기가 생긴다. 옆에서 멀뚱멀뚱 쳐다보던 경수가 내 어깨를 툭툭하니 쳐낸다. 얘 백현아, 빨리 줘라. 우리 수행평가 있잖아. 공부 하나 관심없는 도 경수가 저런 말을 할리가 없다. 수행평가는 없어 경수야. 난 허우대가 내민 손을 뒤로하고 허우대의 가슴팍으로 공을 내던졌다. 놀란 경수가 딸꾹하며 뒤로 물러섰다. 허우대는 기가 찬듯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열이 받은거다. 저 뒤로 허우대의 친구들인가싶은 아해들이 달려오고있었다. 젖은 머리칼을 뒤로 한번 제끼는가 싶던 허우대가 푹하니 젖은 교복 셔츠를 벗어내었다. 얘, 찬열아! 너 뭐하니 지금! 제 친구들의 고함은 귓등으로 쳐낸다. 허우대는 내게 달려들었다. 순삭간에 잡혔다. 켁켁하니 죄이는 숨이 고팠다. “이 개새끼가…….” “큭……켁…….” 난 허우대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부들부들하니 떨리고있는게 왕창 화가 난 모양이다. “박 찬열 미쳤어?!” “배,백현아!!” “야! 박 찬열!” 허우대의 교복 끝자락에서 달랑거리고있던 명찰에 적혀있던 이름이다. 박 찬열. 교무실에서두 선생님들이 허우대의 머리를 툭툭 쳐내며 부른 이름이다. 에라이 박 찬열 미친 새끼야.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허우대는 진득하게도 내 목을 더 졸라왔다. 경수는 울기까지했다. 바보 같은 놈. 그러니까 진작 들어가자고했니 안했니. 난 켁켁하니 ‘죽는다’라는 말의 끝자락에서 매달렸다. 놔. 놓으라구. 그 말이 짧은 사이 몇번이나 되풀이됬는지 모른다. 탁하니 숨이 트인건 내가 눈을 감고 나서였다. 꾹하니 감은 눈두덩이 위로 허우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너 오반 새끼지?” “…….” “개새끼……. 사람 봐가며 건방져야될거아냐. 죽기 싫으면 피해다녀라. 별같지도 않은 새끼가…….” 탁. 침이 내려앉았다. 에이씨 재수가 없어서. 땅을 구르며 등 돌리는 허우대의 옆으로 경수가 보인다. 경수는 거의 오열을 하고있었다. 배,백현아 괜찮아? 응? 기어서 내게 달려드는 경수다. 경수는 날 안고 펑펑 울었다. 미안해 백현아 앞으로 네 말 들을게. 미안해. 내가 괜히 축구 보자구해서……. 아냐 경수야. 넌 잘못하지않았어. 목이 아팠다. 졸라도 제대로 졸랐구나. 그래두 경수야 나 괜찮아. 난 잘못하지않았으니까. 너도 잘못하지않았어.그럼 잘못은……. 잘못은……. 나는 멍했다. 목이 시려왔다. 내 얼굴로 내려앉은 침은 진득하니 흘러내렸다. *** “네가 변 백현이니?” “……그런데?” “너 어제 박 찬열한테 밟혔다며? 으휴……. 어쩌니 너.” 처음 보는 아해들이었다.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우르르 몰려와선 어제의 일을 물었다. 난 스카프를 하고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은 끔찍도 했다. 엄마 눈치보며 나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난 아린 목을 쓰다듬었다. 그렇다구 나아지는것도 아니였지만. “어제 다툼이 있었어.” “다툼이라 할것도 없다 얘. 너만 맞았다며?” “그런거 아냐.” 난 목을 가리켰다. 내 앞으로 침을 꿀꺽하니 삼키는 아해들을 보았다. 꼭 내 무용담을 들려주는듯한 기분이다.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지금 말하기가 힘든데.” “……아 그러니? 그래 그럼.” 우루루 흩어지는게 물속에 퍼지는 잉크같았다. 난 목을 가다듬었다. 좀있으면 음악 수행평간데……. 볼수있을지 심란하다. 시험은 일주일 후지만 준비는 지난주부터해왔다. 그런데. 그런데 이젠 연습도 못한다. 난 한숨을 쉬었다. 문이 드르륵 열렸다. 수업 시작 일분도 채 남지않은 시간이다. 경순가? 경수는 저 앞자리에서 핸드폰 게임질만 투닥거리고있다. 그럼? 허우대다. 잔뜩 불량스러운 태세다. 박 찬열. 박 찬열의 꼴이라면 이랬다. 다 풀린 셔츠에, 그 위도 대충 걸쳐진 교복 마이. 사복마냥 딱 줄인 교복바지하며 그 바지 주머니로 집어넣은 손. 머린 어제 젖어서 몰랐었는데 펌을 하고있었다. 색은 노랬다. 그것두 아주. 우리 동네 짜장면 집 배달부 학생같았다. 그래두 그 애는 친절하기라도했다. 박찬열은 아니다. “씨바알-.” 박 찬열은 낮은 저음이다. 그 것이 낮게 교실 바닥을 울렸다. 사물함이 있는 뒷편에서 놀던 아해들이 합죽이가 되었다. 서둘러 자리에 앉는다. 드르륵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다. “씨바알-!” “차,찬열아 무슨 일있어?” “개새끼 찾으러왔어. 어딨니?” “……응?” 박 찬열에게 쩔쩔매는게 불쌍했다. 저런애한테. 난 관심을 끊었다. 아픈 목을 다시 어루만지며 시간표를 들여다보았다. 일교시부터 미적분이다. 깊은 한숨은 속 깊은곳에서 올라왔다. 마침 종이 울렸다. 박 찬열은. 박 찬열은 아직 그대로 교실 뒷문에 있었다. “어제 나한테 뒤질뻔한 새끼야아.” “…….” “칠교시 끝나구 삼반으로 와라.” 안오면 진짜 뒤진다아? 난 고개를 묻었다. 쾅 문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게로 꽂히는 여러 시선들이 즐겁다는듯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옆에서 쿡쿡 볼펜으로 찔러온다. 고개를 들어올렸다. 짝궁이다. 같이 앉은지 삼일도 채 되지않았다. 그 애는 포동포동했다. 입을 열자 볼살이 따라움직인다. 난 웃지 않으려 애썼다. “……응?” “저……, 삼반 박 찬열이…….” 난 말을 잘라내었다. “알아.” “……너 그 애한테 빨리 사과하는게 나을거같아.” “왜?” “너 못들었니? 그 애 중학교때…….” 학교 짱이었데. 요 근방 조직에서 벌써부터 부른데더라. 너 엄청 잘못걸린거야……. 사과해라. 응? 어이없는 말이다. 그러나 짝궁의 표정은 너무도 심각하다. 정말로 날 걱정하고있다. 손은 꼭하니 말아 쥐고있었다. “알았어 사과할게.” 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뱉었다. 그리고 책상위로 얼굴을 묻었다. 옆에서 짝궁이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까지 괜히 불똥튀면 어떡해…….” “으휴, 그런 걱정 말래두!” “나,나랑 자리 바꿀래? 내가 빵 사줄게.” “농담이라두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선생님 오셨다!” 난 못들은 척 했다. *** 구름 하나 없는 오늘은 더웠다. 계속해서 더웠다. 경수는 내게 쉬는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러가자며 졸랐다. 난 귀찮다했다. 무더위다. 끝없는 더위 가운데서 선선해진건 육 교시 즈음이었다. 그제사 지친 몸을 책상에 기댄 아이들은 꾸벅꾸벅하니 잠에 들기 바빴다. 난 목이 아프단 핑계로 편하게 엎드려있을수있었다. 종이 울리고 울리길 네번. 칠 교시가 끝났다. 난 안절부절하는 짝궁에게 인사를 하곤 가방을 맸다. “바,박 찬열한테 안갈거니?” “가.” 그래 꼭 가. 꼭 사과하구! 난 작게 끄덕여보이곤 교실을 나왔다. 조금 선선해지긴 선선해졌다. 그래도 덥다.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삼 반으로 가는 계단을 물끄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침 내려오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박 찬열은 담배라도 피러가는건지 라이터를 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삼초. 이초. 일초. 내게 손짓한다. 이리와봐. 난 성큼성큼 박 찬열의 앞에 섰다. 박 찬열은 두어계단 위에 있었다. 짤칵거리는 라이터가 거슬렸다. “목은 괜찮냐?” “…….” “물으면 답해야지 개새꺄아-.” 옆에서 친구로 보이는 아이들이 쿡쿡 웃었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괜찮아.” “보여주라.” “무얼?” “목.” 난 잠시 멈칫했다. 박 찬열은 얄밉게도 웃고있었다. 변태냐 박 찬열? 취향 참 독특하다. 박 찬열의 등 뒤로 웃음소리가 밀려왔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올려 목을 가리고있던 스카프를 쥐었다. 그리고 풀었다. 아리다. 안 그래도 아린데. 박 찬열이 신기하단듯 오-하며 들여다본다. 저려왔다. 난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다시 스카프를 둘렀다. “나 가야돼.” “가라.” 난 몸을 돌렸다. 저 멀리서 눈치만 보고있는 경수가 보였다. 불쌍한 것이 박 찬열네 눈치 보느라 꿈쩍도 못하고있던게 분명하다. 한 발자국 떼내었다. “야.” 난 못들은 척 했다. “나 피해다녀. 그거 빈말 아니야.” 짤칵. 라이터 돌리는 소리가 다시 귓가에 내려앉았다. *** “이거 누가 그랬니?” “몰라.” “……너 어디가?” “나 자리 바꿨어.” “누구랑?” “나 혼자 앉아.” 새초롬하니 말을 내뱉는다. 난 멀뚱하게 내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담배 잿가루다. 바나나껍질이다. 다 먹은 과자봉투. 그리고 칼로 직직 그어져있는 책상. 게다가 짝궁은 혼자 앉는다하고있다. 난 예상이 가는 상황에 질색했다. 유치하다. 결국 이런 아이다 박 찬열은. 손이 조금 떨렸다. 순간이다. 앞에서 손톱만 깨물고있는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후다닥 시선을 내리까버린다. 난 가방을 걸어놓고 경수의 책상 앞으로 발을 옮겼다. “경수야.” “배,백현아…….” 경수는 울먹거렸다. 난 경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경수는 오들오들하니 떨었다. 경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게 내밀었다. 핸드폰이다. 화면엔 문자만이 가득했다. 수신인은 모두 박 찬열이었다. 경수야 얘가 네 번호를 어떻게 알아? 경수는 손톱만 깨물었다. -야 나 박찬열인데 -어?어 왜? -걔 번호좀 -누구? -아 너랑 같이 다니는 새끼 있잖아 -백현이 핸드폰 없어……. 경수는 노력했다. -지랄 너도 죽고싶냐? 바로 말해라 빡치기 전에 -진짜야……. -너 있으면 죽는다? -응 끝이다. 경수는 불안했다. 저 와중에도 몇 번이고 손톱을 깨물었을거다. 난 부들부들하니 떠는 경수의 손을 잡았다. 경수는 지독하게도 불안해하고있었다. “저,저것도 다 오늘 아침에……. 바,박 찬열네 애들이…….” “알았어. 알았어 경수야.” “마,말할거야? 박 찬열한테…….” 경수는 겁이 많았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경수의 등을 토닥였다. 아니 경수야. 절대 그런 일 없어. 걱정하지마. 난 경수를 달랬다. 경수는 내 손만 꾹하니 잡았다. 그리고 박 찬열이 들어왔다. 껄렁껄렁하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좋은 아침이다?” 경수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난 물끄럼 박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박 찬열은 딴청을 피우고있었다. 연락 하나 온것같지않은 핸드폰을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며 내 앞에서 서성거렸다. “볼일있어?” “어, 볼일이야 있지. 있고말고.” 탁. 박 찬열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내 앞으로 던졌다. 크림이 터져나온 빵이다. “먹어.” “뭐?” “먹으라구.” 드르륵. 의자 하나를 빼온다. 그러곤 내 앞에 자리한다. 난 어이가 없었다. 제가 던진 빵을 집어드는가 싶던 박 찬열이 반으로 나눈다. 그러곤 크림이 더 많은 쪽을 내게 내밀었다. 자, 먹어. 난 받지 않았다. 박 찬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안먹어.” “아침 먹었어.” “그래도 먹어.” “싫어.” “씨발.” 잡고있는 경수의 손에서 큰 고동이 치고있었다. 얼마나 불안한거니 경수야. “그래. 그럼 네가 먹어.” 경수의 앞으로 빵이 던져졌다. 책상에 크림이 조금 튀었다. 경수는 허겁지겁 그 빵을 쥐어들었다. 박 찬열의 눈치를 본다. 한입 베어 문 경수가 목이 막히는 듯 컥컥거렸다. 박 찬열은 그런 경수를 응시하며 빵을 깨물었다. 반은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는 박 찬열이 쩝쩝 거리는 것 뿐이다. 박 찬열은 깨끗하게도 먹었다. 봉투에 묻은 크림까지 손가락으로 훑어내어 제 입으로 가져갔다. 경수도 마침 다 먹었는지 가슴팍을 두드리고있었다. 안타까운 광경이다. 박 찬열은 그런 경수를 한심하듯 쳐다보고있었다. 바보 같은 새끼. 경수더러 들으라는듯한 말임이 분명했다. 박 찬열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경수에게 내던졌다. 천원짜리다. “우유 두 개 사와.” “어? 어……. 무,무슨 우유?” “적당히 사와 새꺄.” “어…….” 내 손에서 경수의 손이 빠져나갔다. 난 헐레벌떡 뛰쳐나가는 경수의 등을 바라보았다. 반은 더 조용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 찬열은 어느 순간 내 눈에 마주치고있었다. 턱을 괴고서. 난 그 시선을 피했다. 드르륵. 의자를 끌어밀었다. 내 자리로 갈 생각이다. “야.” “…….” “야.” “…….” “사람 말이 호구 말로 들리냐?” 난 그제사 뒤를 돌아보았다. 박 찬열은 앉아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있었다. 그의 표정은 조금 급해보였다. 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급했던 것이 분명하다. “너 그거 아냐?” “무얼?” “나 네 이름 안다.” 변 백현. “응 맞아.” “넌?” 무슨 말이야? 난 박 찬열을 똑바로 마주했다. 박 찬열은 머리를 긁적였다. “넌 내 이름 아냐?” “우리 학교에서 네 이름 모르면 병신이게?” “뭔데?” 박 찬열. 다 아는걸 물어보구 그러니. 난 몸을 돌렸다. 상대할 시간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대뜸 눈 앞으로 밝게 빛나는 액정이 들이밀어졌다. “폰 번호.” “나 핸드폰 없어.” “지랄……거짓말인거 다 알아.” “그런걸로 거짓말을 왜 하니 내가.” “무슨 애가 핸드폰 하나 없어?” 난 더러워진 책상 위를 손으로 한번 밀어내었다. 손 바닥으로 먼지가 묻었다. 담배 잿가루가 묻어났다. “없을 수도 있는거야.” “너 구라지?” “진짜야.” “핸드폰 사.” “왜?” 난 바나나 껍질을 집어들었다. 박 찬열은 웅얼거리고있었다. “그냥. 너 나랑 마주치면 안되니까 나 가는데 문자로 보내줄라그런다 왜.” “그럼 오늘은 왜왔어?” “…….” “종친다. 반 가.” 종이 쳤다. 난 아직도 멀뚱히 서있는 박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박 찬열의 표정이 애매하게 굳어 들어갔다. 그의 시선은 곧 내가 들고 있는 바나나 껍질로 향했다. “……줘, 가는 길에 버릴 테니까.” 바나나 껍질을 내 손에서 뺏어 든다. 그러곤 뒷문으로 휘적휘적 나가버린다. 난 그 뒷모습을 보았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복도를 내걷는 박 찬열의 등을. 그리고 그 옆으로 경수가 뛰어오고있었다. 어,어 차,찬열아 너 우유! 너나 먹어 새꺄! 경수가 가까워졌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경수는 내게 물었다. 폰 없다했어? 없다한거맞지? 난 끄덕였다. 경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침 선생님이 들어왔다. 난 히죽하니 웃는 경수의 손에 들린 우유 중 흰 우유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수업은 다른 날보다 유난히 지루했다. *** 박 찬열은 일주일 새 우리 반을 엄청도 기웃거렸다. 일주일 새 나는 음악 수행평가가있었다. 난 당연하듯 보지 못했다. 박 찬열의 손에 들린 라이터는 여전히 짤칵 거렸다. 점심시간, 석식시간, 야자 쉬는 시간……. 위층인 박 찬열은 평소 오지도 않던 아래층에 몇 번이고 내려왔다. 하는 짓이라곤 텅텅 비어있는 짓들뿐이었다. 지나가는 아이들 발 걸기, 어깨 쳐내기, 침 뱉기……. 정말 할짓없어 보였다.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던 아이들이 반에 들어와서 투덜거리 바빴다. 저 할짓없는 새끼! 왜 자꾸 내려온다니 정말? 난 피식 웃었다.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야자 종이 쳤다. 경수는 과외한다고 먼저 갔다. 사실 축구 경기 보러간 것이 분명하다. 난 풀다만 문제집을 가방안으로 밀어넣었다. 집에가서 마저 풀어야겠단 생각과 그냥 잘까란 생각이 맞부딪혔다. 난 피곤했다. “집에 안가냐?” 난 신발을 신고있었다. 발이 커졌는지 부었는지 영 잘 들어가질않았다. 복도에서 서성거리는가싶던 박 찬열이 우리반 문 기둥에 기대 서있었다. 난 못본체했다. 신발끈을 마저 묶었다. 몸을 일으켰다. 박 찬열은 시큰둥하니 날 쳐다보고있었다. 난 그런 박 찬열 옆을 지나쳤다. 뒤에서 쫓는 소리가 들렸다. 야. 야! 야?! “왜 자꾸 부르니.” “호.” “……가.” “가는 중이야.” 박 찬열은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왔다. 내 옆에 붙진 않았다. 뒤에서 졸졸 따라오기만했다. 10분후 버스가 도착한다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난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귀에 꽂았다. 난 아무런 노래도 틀지않았다. 그저 내 뒤에 있는 박 찬열 때문이다. 난 흥얼거렸다. 이어폰에선 아무노래도 나오지않았다. 박 찬열이 뒤에서 신발로 땅을 쿡쿡 내리찍는 소리가 들렸다. 그 정도로 버스 정류장은 조용했다. 그렇게 십분이 지났다. 딱맞춰 버스가 온다. 난 이어폰을 빼지않은체로 버스에 올라탔다. 뒤로 박 찬열이 따라탔다. 난 혼자 앉는 자리에 앉으려했다. 그러나 이내 수포로 돌아간다. 박 찬열이다. 박 찬열이 내 손목을 잡아내 맨 뒷자리까지 질질 끌고갔다. 어이가 없었다. 박 찬열은 맨 뒷자리 구석에 날 앉혔다. 저는 그런 내 옆에 앉았다. 박 찬열 이 버스타 원래? 모르겠다. 뭐니 정말. 같은 학교 아해들이 눈치보기바빴다. 아무도 뒷자리로 오지않았다. 난 아무말 안했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박 찬열이 내게 손을 뻗었다. 내 왼쪽 귀에 달린 이어폰을 가져갔다. 그리곤. 그리곤 제 귀에 꽂았다. 아무 노래도 나오지않았다. 박 찬열은 잠시 조용했다. 난 계속 조용했다. “I know you heard this line a thousand times…….” 박 찬열이 흥얼거렸다. 이어폰에선 아무 노래도 나오지않았다. “The way you look tonight just blows my mind, Let's go someplace where we can talk awhile…….” “…….” “노래 좋다.” “…….” “난 이 노래 좋아해.” 이어폰에선 아무 노래도 나오지않았다. 난 박 찬열을 쳐다보았다.박 찬열은 눈을 감은체 흥얼거렸다. 날이 더웠다. 박 찬열은 다리를 꼬아앉았다. 난 정자세로 앉았다. 박 찬열은 다 풀어진 교복을 입고입었다. 난 단정에 각이 진 교복을 입었다. 뭔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박 찬열이 0이라면 난 180이었다. 박 찬열이 왼쪽이라면 난 오른쪽이다. 박 찬열은 달랐다. 난 그런 박 찬열이 이상했다. 버스는 덜컹거렸다. 박 찬열 집이 이쪽이란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본적도 없다. 한번도 같이 타본적이 없으니. 집에 도착하기까지 이십분이 남았다. 난 엠피를 꺼내어 진짜 노래를 틀었다. 박 찬열은 계속 흥얼거렸다. 결국 나는 다시 노래를 껐다. 박 찬열의 흥얼거림이 대신 채웠다. 나도 눈을 감았다. 십분쯤 지났을까. 내 머리에 어깨가 닿았다. 박 찬열의 어깨가 닿았다. 박 찬열은 어디에서 본것마냥 내 머리를 제 어깨에 뉘이고있었다. 난 모른체했다. 박 찬열의 숨소리가 닿았다. 박 찬열의 손이 내 목으로 향했다. 난 아직까지 스카프를 하고있었다.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않았다. 그건 박 찬열도 잘 알고있었다. 스카프가 풀어졌다. 목의 맨살 위로 박 찬열의 손이 닿았다. 그는 어루어만졌다. 한번, 두번, 세번. 다시 스카프가 매어졌다. “네가 너무 하얘서 그런다.” “…….” “너무 하얘서. 그래서 잘 안지워지는거야.” “…….” “넌 하얘.” 박 찬열은 내가 자는 줄안다. 난 자지않았다. 박 찬열은 몰랐다. 우리 집이 있는 정류장이 가까워졌다. 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척했다. 박 찬열은 아무 말 없었다. 난 박 찬열을 못본체했다. 가방끈을 고쳐매고 종을 눌렀다. 버스 뒷문으로 향하는 내 뒤를 박 찬열은 따라오지않았다. 내렸다. 박 찬열은 여전히 맨 뒷자리에 있었다. 난 올려다보았다.박 찬열은 내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박 찬열이 입모양으로 말한다. 잘가. 나도 말한다. 너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