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자 보라색우유 사줄게"
내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태현은 내 손을 잡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서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하는 마음에 남태현 손에서 빠져나오려 꼼지락거리자 더 세게 쥐어온다.
남태현은 편의점으로 들어가더니 보이는대로 타로밀크티 하나를 잡아 손에 쥐어주곤
"마음같아선 두개사주고싶은데 그러면 니 손 못잡으니까"
라며 웃으며 말해왔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타로밀크티를 뜯자 남태현이 기대에 찬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자기도 달라는 뜻인가 하는 생각에 밀크티를 건네자 "아냐, 괜찮아" 하며 거절한다.
뭐지, 하며 밀크티를 마시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마셔?"
약간은 풀죽은듯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컥벌컥 밀크티를 마셨다. 점점 밝아지는 남태현의 표정.
내가 "다 마셨어요" 라며 빈 우유곽을 흔들어보이자 남태현이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인다.
"잘했어"
그러고 내 손에 깍지를 끼어오며
"그럼 핫바, 이제 오빠랑 만나는거다?"
잠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하더니 이내
"됬어, 대답은 필요없어 무조건 오케이야"
나는 그저 남태현에게 바보같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남태현도 나를 따라 웃었다.
*
집에 돌아오는 길이 조금은 어두웠다. 어느새 겨울이 가까워지고 그만큼 어둠은 빨리 다가왔다.
으, 무서워.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나 인신매매 뭐 그런걸로 잡혀가는거 아냐?
속으로 괜찮아, 난 얼굴이 무기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데
"핫바?"
멀리서 남태현이 날 부르며 다가왔다. 왜 지금와? 라는 물음과 함께.
"오늘 좀 늦었네요, 하하"
괜히 뭔가 부끄러워 어색한 웃음을 짓자 남태현은 내 어색한 웃음이 무안할 정도로 활짝 웃고는
"어쩐지 오늘 산책이 하고싶더라니, 너랑 난 인연인가봐, 흐흥"
기분 좋은 듯 콧노래까지 흘려보낸다.
내가 괜찮다고 산책하라고 하는데도 데려다주고 싶다며 같이 아파트에 들어선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남태현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공부열심히해 핫바야"
알겠다곤 대답했는데, 무언가 쿡쿡 찔린다. 미안해요, 나 공부 열심히 안해요..
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알아챘는지 남태현은 웃으며
"괜찮아, 공부못해도. 너하나쯤이야"
내가 먹여살리지 뭐. 중얼거리는 남태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엘리베이터는 언제 오는거야 정말, 오늘따라 더딘 엘리베이터에 애꿎은 신발코로 바닥만 툭툭 쳐댔다.
얼마 지나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김이너?"
"오빠?"
헐, 망했다. 왜 하필 오빠를 이런데서 마주칠까. 그것도 남태현이랑 같이 있을때.
애써 남태현과는 상관없는 척 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가 왠일로 내려왔대?"
아, 이놈의 발연기. 연기학원을 다닐까..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오빠의 표정은 더 심각하다.
"너 뭐냐?"
쏘아오듯 말하는 오빠에 괜히 움츠리며 바라보니 오빠가 나와 남태현을 번갈아 쳐다본다.
왜..라며 중얼거리자 어딘가를 가리키는 오빠. 그리고 오빠의 손가락 끝은
나와 남태현이 꼭 마주잡은 두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내가 변명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입을 여는 남태현
"우리 이너 오빠분 되세요?"
오빠는 남태현의 말에 "그런데요" 라고 대답하며 우리 이너?ㅋ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남태현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 이너 살살 대해줘요 처남"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오빠가 아니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손을 맞잡자 남태현은 그 손을 흔들었다,
"반가워요 처남,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내게 핫바 잘가, 라며 인사를 건네는 남태현. 그리고 남은 오빠와 나, 둘 사이의 정적.
오빠는 한숨을 푹 쉬더니 "올라가자" 라며 나를 툭 쳤다.
그 날, 오빠는 내게 연예인은 깊은 감정으로 만나지 말라는 말을 남겨주었고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태현에게서 온 카톡 하나.
-까똑
[처남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넌 보라색 우유야 핫바]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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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삐아에요!
다음편, 혹은 다다음편이 완결이 날거같아요..
며칠 학교때문에 글을 안썼더니 감이 잘 안잡히네요ㅠㅠㅠㅠㅠ
많이 짧아서 죄송하구 주말에 길게 찾아올게요!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는 독자분들 감사드려요!
암호닉 ♥워더♥님, ♥남래련♥님, ♥자바봉봉♥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