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환하고 보세요!
Stacie Orrico - Stuck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01
가끔 난 후회를 기반으로 한 반성을 한다.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그의 눈빛을 외면했다면,
그때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이따위 미친 동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시발.
#0 괴물들 프로필
이름 : 최승철
직업 : 뱀파이어(?)
나이 : ???
특이사항 1 : 틈만 나면 유혹한다. 어떡하든 날 뱀파이어로 만들고 싶어 한다.
특이사항 2 : 밤을 무서워한다. 같잖은 핑계 같다.
특이사항 3 : 피를 마셔야 된다. 못 마시면 힘이 없어진다. 존나 섹시해
특이사항 4 : 완력이 강하다. 무거운 것도 잘 들고 나도 잘 들고..
특이사항 5 : 본능적인 욕구가 강하다. 식욕, 수면욕, 갈증, 성욕 등
이름 : 전원우
직업 : 구미호(?)
나이 : ???
특이사항 1 : 여우구슬 만드느라 인간의 생간 999개를 쳐 먹었다고 한다.(하나 남은 건 내거래..)
특이사항 2 : 변신술에 능하다. 가끔 최승철 2명이서 나에게 말을 건다. 대환장
특이사항 3 : 꼬리가 여덟 개다. 3년만 지나면 꼬리가 아홉 개가 되니 기대하란다.
이름 : 김민규
직업 : 늑대인간(?)
나이 : 대략 200살
특이사항 1 : 화가 나면 제일 무섭다. 딱 한 번 있었는데 내 제삿날일 뻔.
특이사항 2 : 반려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제 환생할 때가 되었다고.
특이사항 3 :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며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눈 뜨고 못 볼 꼴.
특이사항 4 : 유독 좀비를 괴롭힌다. 개중 나이가 제일 어려서 그렇단다.
이름 : 최한솔
직업 : 좀비(?)
나이 : 대략 80살
특이사항 1 : 목과 사지가 대충 꿰매져 있다. 작은 자극에도 뚝 하고 떨어진다.ㅅㅂ
특이사항 2 : 거의 눈을 감고 다닌다. 그래도 잘 보인단다.
특이사항 3 :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 같은 일반 사람은 안 난다.
특이사항 4 : 말을 하지 못한다. 원래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1 동거중
난 현재 괴물들과 동거를 하고 있다.
힘이 비인간적으로 세다던가, 눈이 비인간적으로 좋다던가, 후각이 비인간적으로 예민하다는 그런 평범한(?) 능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나는 기쁘면 목과 사지가 분리되는 좀비에 다른 하나는 화가 나면 늑대로 변해 동거녀도 몰라보고 공격하고 또 다른 하나는 슬프면 간 빼 먹으려고 능력 쓰는 구미호고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는 즐거우면,
"오빠 믿지?"
라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보이는 뱀파이어다. 내가 시발 단단히도 미쳤지. 저런 거에 반해서 강제동거중이고.
#2 좀비
집 안이 난리가 났다. 그 이유는 좀비의 가출이었다. 그러게 아까 싸울 때 말이 좀 심하다 했지. 좀비한테 시체 썩는 냄새 나니까 씻고 와라가 뭐야. 방금 씻고 온 애한테. 안 그래도 냄새에 예민한지 요즘 매일매일 씻고 있단 말이야.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는지 왔다갔다 정신없게 돌아다니는 늑대인간을 보았다. 저렇게 당황하면 꼬리랑 귀가 나오는데, 만지고 싶..
"어떡하지..?!"
"에?!!"
"뭐야. 왜 그렇게 놀라."
"아, 어.. 아니에요.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안 그래도 사춘기 온 애한테 심하게 말한 건 그쪽이잖아요."
"많이 심한 거야? 왜? 난 코가 예민하단 말이야.."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군. 저래서 반려를 만날 수나 있을지."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와. 뱀형이 보태주셨나?"
이 집은 툭하면 저렇게 물고 뜯고 싸운다. 난 언제나 그렇듯 그들을 무시하며 마저 빨래나 갰다. 한참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싸움을 다 끝내셨는지 옆에 앉아 도와주고 있는 뱀파이어였다. 말이 없을 때는 이렇게나 멋있는데, 입만 열면.. 밤에 보자는 둥, 침대 위에서 보자는 둥... 변태.
#3 납치
빨래를 다 개서 할 게 없어 좀 두리번거리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승철과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그렇듯 그 능글거리는 눈썹이 꿈틀거린다. 야한 말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가 선수 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갖다놓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근데 인터셉트 당함. 빨래를 향해 열정적으로 뻗었던 팔이 무색하게도 승철은 이미 내 손목을 잡았으며 그 농염한 입이 그새를 못 참고 움직여 날 멈추게 만들었다.
"우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갈까?"
마주친 그의 얼굴에 넋 놓고 그러자고 할 뻔했지만, 난 인간이므로 이성이 앞서서 참았다. 솔직히 나도 성인이고 꽤나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랑 나는 다른 종족임이 분명해 그럴 수가 없다. 아주 만약에 내가 그랑 애라도 낳으면.. 좋은데..? 아. 아냐. 미쳤나봐 진짜. 내가 아는데, 구미호는 전원우가 아니라 최승철이야. 아니면 어쩜 저렇게 사람을 매번 꼬셔..?
"응? 갈까?"
그새를 못 참고 재차 대답을 바란다. 지금은 햇볕이 아주 강력하게 내리쬐고 있는 양기가 가득한 낮이라 나름 신사적인 면이 그에겐 존재했다. 이럴 때 난. 철벽을 쳐야지.
"...저 이거 가져다 놔야 해서요."
"늑대야, 여우야. 들었지?"
"뭘."
"빨래를 부탁한다."
"잘 다녀와♡"
전여우의 인사에 완력이 비이상적으로 강하신 최뱀파이어씨는 단숨에 날 공주님 안기로 안더니 성큼성큼 집을 빠져나왔다. ㅅㅂ.. 살려주세요.
#4 나레기
"아 어디가냐고요!!!!!"
"아무도 없는 곳이라니까."
"...마늘 먹일 거야. 말뚝 박을 거야. 십자가 보여줄 거야!!!!"
"김치 좋아하고, 말뚝 박기도 좋아해. 20년 전엔 나도 목사였지."
"...혀 깨물고 죽을 거예요!! 나 장난 아니야!!!"
"그건 좀 그렇네. 혀 없는 그대랑 키스,"
아주 공손하지만 빠르게 두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입을 막았으니 입꼬리를 올려 웃을 수는 없는지 눈웃음을 치며 웃는데, 손 떼고 입술 박을 뻔. 하.. 동거 3개월째인데,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은 좀 너무 건전하지 않.. 진짜, 미쳤나봐. 나레기 왜 사냐.
#5 야산
드디어 최승철이 날 내려줬다. 야산인데..? 해도 슬슬 지고 있고. 뉘엿뉘엿한 하늘을 보다가 혹시 이 엉큼한 뱀파이어가?! 라는 생각에 빠르게 최승철을 돌아보았다. 뭐야. 왜 나 안 보고 바닥을 보고 있어. 설마, 좋은 바닥을 찾고 있는 건가..?! 눕히려고?! 살짝 멀어지니 소리 내서 웃은 승철이 날 올려다보며 제안했다.
"앙큼한 생각 좀 하지 말까?"
"누, 누가 할 소릴 그쪽이 한데요?!"
"난 우리 뱀파이어의 혈통을 이어가기 위한 순수한 발상이고. 그대는,"
뭐야. 그대는 뭐. 왜 말을 하다말아. 기분 나쁘게.
"저기요..!"
쉿. 검지를 입 앞에 대며 눈을 감는 그를 보았다. 곧 눈을 뜬 그는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 땅을 파기 시작하는 거다. 뭐하는 거야, 진짜..
"엄청나게 가치가 있는 것이 여기 묻혀 있거든."
"...그런 걸 왜 나뭇가지로 파세요..? 손으로 해야죠."
나도 거들었다. 내가 3개월 간 동거하면서 알아온 바로는, 최뱀파이어씨 나이가 어마어마해서 고려시대의 고려청자는 기본이고 신라 때 유물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므로 엄청나게 가치가 있다는 말은 적어도 고조선 때의 물건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손끝을 사용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파 내려갔다. 어?! 드디어 흙 말고 다른 무언가가 내 (돈에) 예민한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앞으로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 내 뇌가 사고하기를 그만 두었다. 이 느낌.. 내 팔.. 그러니까.. 사람 팔.. 차가운, 사람 팔이라는 것은.. 시체라는 거... 최뱀파이어씨는 뱀파이어니까 피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 이런...
"원래 사람 피부색이 파랗게도 되나?"
"......"
"...00야?"
너무 놀라 아직도 그 팔에 손끝이 닿아 있었는데, 조금씩 움직인다. 움직.. 움직여.. 왜.. 죽은 사람이 왜.. 재빨리 손을 떼고 몇 걸음 떨어졌다. 물론 단 몇 걸음뿐이었다.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으니까. 손으로 새어나오려는 비명을 막았다. 흙 맛이 느껴지고 뭐고 그딴 거 나에겐 1도 상관없었다. 팔이, 흙속에서 나왔다고.. 아니, 정정해야겠다. 팔만, 나왔다고. 징그럽게도 움직이는 손가락들에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비명과 구역질을 막으려 두 손으로 입을 꼭 막고 계속 쳐다보았다. 눈을 감으면 저것들이 나에게 달려들 것 같아서 도저히 눈을 감을 순 없었다.
"도와줄게. 기다려 봐."
최승철은 뭘 돕겠다는 건지 마저 흙을 파냈다. 그냥 도망가자고 말하고 싶은데 손을 떼면 비명이 새어나와 혹시라도 시체가 마음이 상해 나에게 달려들까 봐 못 했다. 나 혼자라도 도망가고 싶은데 다리가 풀려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최승철은 아주 빠르게 흙들을 파냈다. 어느 정도 다 파헤치고 내 다리에 힘이 돌아올 때 그 흙속에서 나온 시체가 벌떡 일어나 앉았고 막아놨던 내 입에선 비명이 새어나왔다.
"꺄아아악!!!!!! 아...!!! 아....?"
물론 누군지 확인하고 비명은 멎었다. 가출한 좀비새끼였다.
"......"
좀비가 느리게 눈을 떴다. 처음 보는 좀비의 그 오묘한 갈색 눈을 보고 소리쳤다.
"가출 좀 평범하게 해 이 좀비 새끼야!!!!!!!"
물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힘이 다 돌아온 다리로 도망쳤다. 팔이 아직도 안 붙어 있잖아 시발. 존나 울고싶어. 아무나 좀 나 좀 살려주세요.
***
곧 2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0^/
사담인데, 노래 좋네요.ㅎ 내스타일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