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9살 차이가 뭐 대수인가
w.1억
오랜만에 만나서 술이나 마시자는 놈 두명은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어.
주변에 예쁜 여자 없나 둘러보는 게 얘네 전문이라 나는 그냥 기가차서 술이나 들이키고 있었지.
그중에 한놈은 김상철이라고 짓궃고, 호기심도 많고.. 장난도 꽤 많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여자들도 꽤 많은 친구야.
먹잇감을 노리는 하에에나처럼 주변을 둘러보던 김상철이 갑자기 저 끝에 테이블에 앉은 여자 세명을 보더니
기다려보라면서 혼자 저쪽으로 돌진하는 걸 멀뚱히 봤어.
"야야 합석 한대! 한대! 다 이 형 찬양해라? 알겠냐??"
솔직히 요즘엔 혼자가 좋고, 연애 할 생각도 없었어. 여자 세분이 와서 우리 사이사이에 앉는데..
나는 관심 없는 티를 낼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 눈 한 번 보지않고 안주에 손을 댔어.
내가 지루해 하는 걸 본 김상철이 눈치를 보면서 내게 물었어.
"야 너 2차 갈 거지? 간다고 해라."
"내일 출근도 해야 되고, 너네 끼리 가."
"야이 배신자야. 네가 있어야 쟤네도 따라온다고오.. 저 한정혁 저 새끼는 못생겨가지고.."
"됐어 임마."
"아 2차 가자. 어? 가자..."
나는 끝까지 싫다고 대답을 했어. 김상철이 포기했는지 여자분들한테 술 한잔씩 주면서 짠 하자고 했어.
근데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분이 좀 많이 취한 것 같았어. 눈에 힘이 풀려서는 주위를 둘러보더라?
김상철이 그 여자한테 몇잔 마셨냐고 물어보면 옆에 친구들이 말해.
"두 잔이요. 얘 술 못 마시거든요. 알쓰.. 알쓰."
솔직히 여태 아무 생각도 없다가.. 두 잔에 술이 잔뜩 취했다는 말에 그 여자를 봤어.
근데 그게 이누 너였지.
"……."
되게 티 안 나게 널 몰래 본 것 같은데. 왜 자꾸 나를 빤히 바라보는지.. 당황스러워서 맥주를 잘못 삼켰지 뭐야.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 여자들이 괜찮냐고 걱정을 해주는데.. 너는 꿋꿋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더라. 그것도 아주 무섭게 정색하고 말이야.
내가 당황해서 계속 기침하니까 네가 이제서야 픽- 웃는데 나는 웃을 수가 없었어.
몰래 보고 있던 걸 들킨 느낌이라 되게 민망했거든. 그래도.. 무표정으로 계속 있던 네가 웃어주니까 나도 웃음이 나왔어.
"……."
술을 다 마시고 김상철이랑 여자들이랑 가게 밖에 나왔어.
내 친구들은 다 담배를 피고 있고.. 여자분들도 이누 빼고 다 담배를 폈었지?
나랑 이누는 담배도 안 피는지라 멀뚱히 서서 애들을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김상철이 내 배를 팔꿈치로 툭툭- 치면서 말했어
"2차 갈 거지?"
"글쎄."
"아! 가!"
"갈까."
"어!"
"그럼 가지 뭐."
"뭐야? 갑자기 순순히 간다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이누 널 더 보고싶어서, 더 알고싶어서 2차에 간다고 했어.
중간고사 시험 문제 내는 거 때문에 오늘 엄청 피곤했었는데 너 때문에 다 포기한 거, 넌 모를 거야.
"……."
노래방에서 얼마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지.. 솔직히 너무 시끄러워서 술은 벌써 다 깬 것 같았어.
근데 갑자기 이누 네가 인상을 쓰더니 방에서 나가길래.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던 말던.. 나도 모르게 널 그냥 따라 나와버렸어.
따라 나오는 소리에 놀랐는지 화들짝 놀라서 나를 보는데.. 나도 놀래서 멈춰서서 말했어.
"어.. 그.."
"저.. 토나올 것 같은데.."
"……."
"등 좀 두들겨주세요."
"…아, 네!"
갑자기 등을 두들겨달라는 말에 너를 따라 화장실로 가긴 하는데..
너 때문에 내가 여자화장실에 처음 들어가본 거 알아? 변기를 잡고 토 하려고 하길래 등을 두들겨 줬더니
"아 하지 말아봐요."
하지 말래. 그래서 또 가만히 있으면
"두들겨요 뭐해."
두들기라고 짜증내는데 너무 당황스러웠어. 처음 대화 하는 건데.. 너무 나한테 막 대하는 거 아니야?
여자들이 화장실 들어왔다가 놀래서 꺄아아! 하길래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어.
"안 나와요..?"
"…아 기다리면 나올 것 같기도.."
"어어.. 거기에 얼굴 대지 말지? 엄청 더러운데."
"…제 인생이 더 더럽죠. 변기가 더 더럽겠습니까."
그 말을 하고 갑자기 눈을 감길래 놀래서 저기요..! 하면 눈을 번쩍 뜨고선 말한다.
"안 자요. 어지러워서 눈 감았어."
"……."
"토 안 나온다.. 집 가여.."
"네?"
"저.. 여기서 집까지 가려면.. 10분 걸어야 되거든여."
"……."
"그쪽은요."
"차타고 5분?"
"어.. 나랑 똑같네."
"완전 다른데."
"저 좀 일으켜봐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네가 싫어야 되는데. 뭐가 이렇게 귀여운지..
네 팔을 잡고 일으켰더니 고맙다면서 먼저 쌩-하고 화장실에서 나가더라 너?
기가차서 웃음이 나오다가도 무작정 그냥 노래방에서 나가길래 애들한테 인사도 없이 널 따라 나왔어.
밖에 나와서 계속 비틀거리길래 팔을 잡아주면 네가 또 나한테 짜증내.
"아, 잡지 말아봐요."
"그러다 넘어져요."
"아 혼자 걸을 수 있으니까."
"넘어질 것 같은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억- 하고 넘어지길래 놀래서 다가가면 네가 됐다는 듯 손바닥을 내게 보이며 말해.
"넘어진 거 아니고, 앉은 거."
"……."
"여기 옆에 앉아봐요."
주위를 둘러봤더니 차 도로도 아니고.. 사람도 별로 없길래 네 말대로 옆에 쭈그리고 앉았더니
인상을 쓰고 지 옆을 툭툭 치면서 말하더라.
"아예 털썩 앉으라구요."
"알겠어요. 이렇게?"
"응."
네 옆에 바보처럼 털썩 앉았어. 이렇게 맨바닥에 앉는 것도 고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남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 보다는.
네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건넬까 그게 더 궁금했어.
"몇살이세요?"
"서른둘이요."
"왜요."
"왜요? 너무 동안이에요?"
"아, 재수없네."
"그럼 그쪽은 몇살인데요?"
"스물셋 김이누 입니다."
"헐.."
"왜요? 동안이에요?"
"아니요. 예상했던대로."
"아..씨..."
"ㅎㅎㅎㅎㅎ."
"근데 뭐가 이렇게 친절해요.. 원래 막 술집 다니는 남자들 보면 되게 다 사악하고 못됐던데. 어떻게든 해보려고 막.."
"그래요? 그거 이누씨가 예뻐서 그런 것 같은데."
"와."
"언제까지 앉아있게요? 바닥 더러운데."
"변기도 더럽다 그러고.. 바닥도 더럽다 그러고.. 그럼 세상에 안 더러운 게 뭡니까? 에?"
"……."
"그쪽 완전 잘생긴 거 알아요?"
"아, 저 잘생겼어요?"
"네."
"이누씨도 예뻐요."
"저도 알아요. 아! 서른 둘이면.. 사업 하시나."
"아니요~?"
"그럼요?"
"안 알려줄 건데요."
"왜?"
"나중에 더 친해지면 알려줄게요."
"……."
"저랑 친구할래요?"
"무슨.."
"……."
"무슨 서른둘이랑 스물셋이랑 친구를 해요.. 아뭬리카에서 오셨어요? 무슨..."
"그래서 싫어요?"
"아뇨. 싫지는 않은데."
"그럼.."
"핸드폰 줘봐요."
얼른 달라고 손을 마구 흔들길래 얼떨결에 핸드폰을 꺼내 너한테 건네줬어.
너는 막 남자가 비밀번호도 안 달고 뭐하냐고 욕을 궁시렁궁시렁 하길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어.
갑자기 웃으면서 자기 번호를 치고 내게 건네주길래 고개를 갸웃하고 너를 보니, 네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어.
"연락해요. 아뭬리카."
"진짜 연락해요?"
"해요."
"진짜 한다?"
"해라."
"오케이. 그럼 일단 일어나자. 집 가야죠. 여기서 잘 거야? 바닥에서 자면 입 삐뚤어지는데?"
"일으켜주시면."
"……."
"감사하겟숨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너 때문에 미칠 것 같았어.
"네에- 일어나세요."
너무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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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갑자기 정해인 보고싶어서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