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는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를 보고 한숨을내쉬었다.아 어제 좀 농땡이 피웠다고 또 이만큼 쌓인것봐. 어제 거하게 호원과 한잔 한지라 속도 안좋은마당에 이많은 일을 해야한다니 머리가 어질거렸다. 자리에 앉아 자켓을 벗는데 따라들어온 비서가 오늘 스케쥴을 기계적으로 읊기시작한다.
“…그리고 이번 여름 컬렉션에 설 모델 명단입니다.”
“내가 그것까지 확인해야돼?바쁜거안보여?”
“이번 컬렉션 사장님이 직접 담당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아.내가 왜 그런 객기를. 주먹을 꽉 쥐어보인 명수가 이를갈며 명단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책상 한쪽에 던지듯 놓는데 던지기를 잘못한듯 파일안에 들어있던 종이들이 바닥으로 흩뿌려진다.…아오 망할…. 비서가 서류들을 주으려는 포즈를 취하자 명수가 손을 저으며 말하길,
“됐어 내가주울게.이만 나가봐.”
그렇게 비서가 나가고, 얼굴에 짜증을 한가득 담은 명수가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들을 하나,둘 줍기시작했다.모델들의 프로필인듯 사진과 키, 경력등이 써있는데 어느새 흥미가 생긴 명수가 종이들을 줍다말고 바닥에 쪼그려앉아 프로필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이름 이정신…키 185? 기럭지 쥑이네. 이름 심창민…잘생겼네. 이번 컬렉션 모델들 장난아니네. 앿역시. 어느정도 프로필을 읽고 만족을 한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참 쭈그려앉아있어서인지 발에 쥐가 나는데 저 멀리까지 나뒹굴어진 종이 한장. 으씨. 명수가 투덜대며 쥐난 발을 이끌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종이를 주었다.
“…이새끼는.”
이름 이성열 키 183cm...명수의 입가에 웃음이 띄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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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맛있다.”
시원한 무국을 끓였다며 이른아침부터 날 식탁에 앉히는 이성열.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한데 몇입 떠먹다가 무슨좋은일있어? 은근슬쩍 물었다. 응 나 모델 다시 해. 이성열입에서 나온 소리는 약간 충격적이었지만.
대학교때부터 이성열은 곧잘 모델일을 했었다.가끔은 진짜 패션쇼에 서기도하고,잡지촬영도 자주했었다.언젠가는 실시간 검색어에 [이성열] 이 세글자가 뜬적도 있었다.갑자기 공부한답시고 유학을 가버려서 모델도 그만둔줄알았는데.갑자기 다시 모델일을 한다니? 당황스러움에 뭐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데 성열이가 먼저 웃으며 말한다.
“나 다음주에 패션쇼도 서.”
“……패션쇼?!”
“이번기회에 정말 정식데뷔할거야.”
그러고보니 이성열이 왜 한국에 온건지 여태까지 한번도 물어보지않았다.성열이가 아침밥 차려놓으면 그냥 그거 먹은다음에 회사가고, 오면 저녁차려놓은거 먹고 다시 자고…괜히 신경써주지못한것에대해 미안한마음이 들어 성열을 바라봤다.
“한국에서는 제일 큰 컬렉션이고, 이번기회 놓치고싶지않아.”
성열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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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언제든지 만드셔도 상관 없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