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건 입은 종인이를 보니 쓰고 싶은 글..
세훈이 깜짝 등장이네여? 컨셉은 남사친 김종인입니다. 히.. 글쓴이 취향주으,ㅣ...
원래 누구나 다 이런 남사친 쯤 있잖아요? 하하 (흘린 눈물이 낙동강을 타고 흐른다)
짧음,똥글,오글,못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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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징은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야. 긴 방학때문에 두어달 동안 알바라도 해야겠단 심산으로 집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가는 곳곳 마다 썩 좋지않은 대답뿐이고 제대로 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또 허탕치고 시무룩해진 너징이 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대면서 집에 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표를 보는데, 저 멀리서부터 시커먼 소낙비가 내리는게 눈으로 보일 만큼의 먹구름이 몰려와. 사람들이 헐레벌떡 젖어들어가는 걸 보니까 너징도 우산이 없다는게 생각나서 한숨을 쉬어. 막 너징이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한거야 타려는데 또 만원버스라서 주춤해. 집에 가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많이 기다려야되는데 너무 정신적으로 쩔어있어서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너징이야. 대학교 축제라도 있었나.. 그래서 어영부영 끼어서 버스에 눌려탔는데 비가 내리니까 꿉꿉한 습기는 2배. 오늘 참 일진 사납다고 생각해.
"어 종인아 왜?"
때마침 절친 몽구애비한테서 전화가 왔어 북적거리지만 힘겹게 통화를 시작했는데 종인아, 종인아?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야 몽구애비야 왜 대답이없
"으억? 헉..."
갑작스럽게 뒤로 당겨져서 통화를 끌 새도 없이 누군가의 무릎에 앉혀졌어. 반동처럼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일어나려는데 허리에 팔이 감겨와. 당황한 너징이 뒤로 돌아보려는데 멈춰선 버스에서 사람이 더 타버려.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핸드폰을 봤는데 반짝인 액정화면에 아직 통화중인 [몽짱애비조닌]이 비춰져. 여보세요? 종인아 나 어떡해? 아 진짜 전화는 왜 건거야,무슨 말을 안 해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이야?" "어?"
너징은 통화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하다고 생각했어. 스피커폰 안켰는데 뭐지? 어리둥절하게 액정만 응시하던 너징이 반사된 액정화면으로 두 팔의 주인공 얼굴이 흐릿하게 나마 보여. 버스가 대학로 정류장에 멈춰서자 우르르 내리는 인파에 부대끼던 공간이 조금 넓어지는거야. 이제 일어나야지 상체를 일으키는데 배 앞으로 둘러진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껴.
"저기.."
다시 뒤로 돌아보려는데 간질간질 뒷목이 간지러워.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느낌이 아닌걸로 봐선 뒷사람 숨 때문에 너징 머리카락이 움직여서 인가봐. 너징은 불편한 기색을 감출수가 없어서 다시 의자 옆 지지대를 잡고 일어서려고해. 그런데 이제는 도망 못가게 하듯이 팔까지 잡아내리고는 너징의 무게중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데 잠깐 환해졌던 액정이 통화가 종료된 후 스르륵 잠금화면에서 까만 화면이 되어버려. 그리고 비춰진 액정속으로 보이는
"헐 뭐야 김종인"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이냐니까? 왜 말을 안해?"
액정처럼 까만 김종인이 입꼬리를 씰룩이면서 비웃고있었어. 너징은 그나마 있던 긴장한 맥마저 탁 풀리는 느낌에 힘 없이 김종인에게 기대. 야 무겁다 힘빼지마 일어나
"됐어. 아 진짜 너 일부러 그랬어?" "그럼 이부러 그랬냐? 집에 가는 길?" "몰라..아휴 사람 적어지니까 이젠 춥다 야. 에어컨 왜 이렇게 세?" "난 딱 좋은데?" "됐고. 니가 자초한 일이니까 편하게 앉아서 간다."
사납던 일진에 그나마 한줄기 빛이 된 김종인에게 너징은 묵었던 스트레스가 가시는걸 느껴. 왜 지금처럼. 되는일 없어서 기분 꿍-한데 친구랑 마주쳐서 수다 떨고 자연스레 있었던 일이 잊혀지는거. 아예 종인이의 오른쪽 어깨에 머리를 기대려하니까 자연스럽게 자기 목을 왼쪽으로 기울어주는 그 세심한 배려에 살풋 웃음이 나오는 너징이야. 그리고는 한참 남은 정류장에 창 밖을 쳐다보던 너징이 안도감과 피로감이 동시에 몰려와서 무거운 눈꺼플을 꿈뻑였어. 이대로 자면 김종인 다리가 파랗게 변할거야 생각은 하고 있지만 몸은 다르게 이미 한껏 늘어져버려.
"피곤해? 어차피 내리는 정류장 같으니까 좀 자라 깨워줄께." "진심이야? 너 그러다가 나 때문에 못 걷게 될 수도 있어..지금도 저릴텐데? 목에 담도 올껄?" "기계공학과 오세훈보다 튼튼해. 몰라? 나 무용학과야 숨겨진 근육들 이럴 때나 써야지."
정말 후회 안하지? 뒤척이며 되묻는 흐릿해진 시야 속에 너징이 마지막으로 본건 언제 벗었는지 모를 김종인의 검회색 니트 가디건이야. 음..따듯한 꿈을 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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