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만남 7
모어
(오늘은 정말로 똥글 주의하세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서로 불편하지 않게 안 마주쳤음 좋겠네."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고. 백현의 말을 들은 찬열의 표정히 싸늘히 굳어갔다. 그 모습을 본 백현은 한참 동안이나 찬열의 표정을 제 머릿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찬열의 표정은 화가 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슬퍼보였다. 뭔가 오묘한 표정이었다. 보는 사람마저 가슴이 저리게 만드는.
뭐야 박찬열...
먼저 나 밀어낸게 누군데 지가 표정을 왜 저렇게 지어...
자기만 상처 받은 줄 아나
난 상처 안 받은 줄 알아?
흥이다 흥
난 이제 너 몰라. 모르는 거야.
백현과 찬열이 아는 체를 하지 않은 지도 어느 새 일주일이 흘렀다.
눈에 띄게 서로를 무시하는 모습을 본 백현의 친구들은 찬열과 백현이 서로 싸워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백현의 입으로 이유가 듣고 싶었던 친구인 찬식이 찬열에 대해 물어왔다.
"백현이 형, 요새 그 사람 안 쫓아다니네?"
"누구?"
"걔 있잖아 걔 박찬열"
애써 찬열을 잊고 있던 백현은 찬식의 입에서 찬열의 이름이 나오자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왜이래, 박찬열이 뭐길래.
다시 결심을 한 백현이었지만 찬열보다 한 살 어린 찬식이 찬열의 이름을 막 부르는 것을 듣고 신경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걔라고 하지 마라, 너보다 한 살이나 많다."
"뭐야, 서로 무시하더니만 왜 갑자기 민감.
아무튼 잘만 쫄랑쫄랑 쫓아다니더니 싸웠어?"
"아니, 내가 걔 쫓아다녀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냐?!"
"아니 뭐, 아님 말고. 그럼 형 소개팅 한번 안 해볼래?"
"소개팅? 갑자기 왠 소개팅?"
"어, 내 친구 중에 진짜 원걸 소희 닮은 애 있거든? 야 근데 대박인게 이름도 소희야. 김소희긴 하지만.
걔가 형 사진 보더니 맘에 든다고. 형 안소희 짱팬이잖아.
그래서 내가 얘기해보려고 했었는데 형이 박찬열 쫓아다니는 데 정신 팔린 것 같아서 얘기를 못 꺼냈지."
"... 소희를 닮았다고...?"
백현은 소희를 닮았다는 여자와 소개팅을 시켜준다는 이야기에 화색이 돌았지만, 왜 그런지는 몰라도 찬열이 떠올라 잠시 주저했다. 하지만 백현은 왜 자신이 박찬열 때문에 이상형과의 소개팅을 주저하고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얼마 전, 찬열과의 만남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
잊는거야.
"응, 소희가 소희를 닮았대. 웃기지 않아?"
찬식은 소희의 이름을 가지고 재미없는 개그를 선보이면서 혼자서 박장대소를 하다 백현과 주변 친구들에게 한대씩 맞았다.
박찬열, 넌 나한테 뭔데 이러냐.
난 그냥 너랑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이씨.
나도 여자친구는 한번쯤 사겨봐야 할 거 아니야...
"야, 콜! 걔 번호 줘."
찬식과 백현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종인이 백현을 빤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야 김종인 너 왜 비웃어."
"아무것도 아냐. 그냥 갑자기 웃긴 게 떠올라서."
"미친놈들."
"뭐야, 너 나한테 욕한거야?"
"아니, 혼잣말인데?"
뭐야 왜 나한테 욕한 것 같지. 백현은 종인이 자신에게 욕한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종인은 어딘가 찜찜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백현을 보고, 조용히 웃어보였다.
"난, 경수형 찾아서 수업이나 들으러 가야겠다."
"쟤도 은근 경수선배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니까. 아니다, 경수선배가 쫓아다니는 건가?"
"야, 좋은 말로 할 때 그 입 닥쳐라."
찬식이 대화 거리를 백현과 찬열에서 자신과 경수로 바꾸자, 종인은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찬식을 향해 욕을 내뱉었다.
"안녕하세요, 김소희씨 맞으세요?"
"아 네 맞아요, 변백현씨세요?"
"네. 우와,
진짜 듣던 대로 원더걸스 소희를 빼다 박으셨네요..!"
"네? 아니에요... 왜 그러세요 쑥스럽게..."
"아니에요!! 제가 진짜 진짜로 제 이상형이 원더걸스 소희였거든요..!
지금 완전 감동이에요.."
백현과 소희의 소개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연락을 주고 받던 두 사람은 드디어 백현의 학교 주변 카페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로 소희를 닮은 상대방을 보자 백현은 얼굴을 붉히며 웃음꽃을 피웠고, 소개팅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거 봐, 소개팅 하니까 얼마나 좋아.
남자 쫓아다니는 것보다 내 청춘을 성장시키는 게 더 중요하지. 암.
난 쌍커풀 없는 눈이 사실 좋았어. 박찬열 눈은 쌍커풀이 너무 진했어.
난 아기자기한 코가 좋아. 박찬열 코는 너무 길게 뻗었어.
난 까만 머리가 좋아. 박찬열 머리는 염색머리야.
난 긴 머리가 좋아. 박찬열은.. 아 이건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리고 난 앵두같은 입술이 좋아. 박찬열 입술은... 박찬열 입술도 앵두같네...
아 뭐야, 나 왜 여자랑 박찬열이랑 비교하고 있어.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야.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백현아? 뭐해?"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나 너네 학교 구경시켜주라. 한번도 와본 적 없어~"
"아 진짜? 찬식이가 구경도 안 시켜줬었어?"
"응, 오지 말라더라. 못됐어."
"그럼 내가 구경시켜 줄게! 가자!"
백현은 자신의 학교를 구경하고 싶다던 소희를 데리고 이곳 저곳 구석구석, 쓸데 없는 설명까지 곁들여 가며 학교를 거닐고 있었다.
"우리 학교 진짜 작지. "
"응? 아니야 다니기 편할 것 같은데~"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책하고 있던 찬열은 백현이 여자와 함께 교정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여태까지 애써 무시해왔던 찬열이었지만 백현이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백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기분 나빠. 변백현.
소희는 백현과 자신을 향해 눈에 불을 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기... 백현아 너 저사람 알아?
너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응? 누구? 헉..."
뭐야 박찬열.
왜 이래 갑자기.. 오지마!!!
"야 변백현 나랑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잠깐 따라와봐"
"나 옆에 얘 있는 거 안보여? 여기서 해"
응 안보여. 찬열은 막무가내로 백현을 끌고 갔다.
혼자 남겨진 소희는 뒤에서 백현을 애타게 불렀지만, 곧 아무리 불러봤자 백현이 돌아올 것 같지 않았기에 포기하고 혼자서 학교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두 사람이 싸운 듯 한데 처음 만난 사람들 싸움에 괜히 끼고 싶지 않았다.
끝나면 연락하겠지 싶어 소희는 찬식에게 연락해 학교 구경을 시켜달라고 불러냈다.
"아 씨발, 야 너 뭐야."
"나? 박찬열이지."
"누가 그걸 모른데? 너 나랑 지금 장난하냐?"
"아니."
"내 옆에 여자 있던 거 안 보였냐? 그리고 내가 마주치지 말자고 했지. 말 귀 못 알아 들어?"
"야 변백현"
"왜"
"내가 나도 왜 이러는 지 모르겠는데, 니가 여자랑 있는거 보니까 존나 빡친다?"
"뭐래, 내가 여자랑 있든 말든 그게 너랑 뭔 상관인데"
"나도 잘 모르겠고, 넌 아냐?"
"니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어 병신아
너 나 좋아하냐? 여자랑 있는거 보고 빡치게?"
"내가 지금 이러는 게 널 좋아해서 그런거라고?"
"그런가 보지 질투하는 거 보면. 그리고 그걸 니가 알지 내가 아냐?"
백현의 말을 들은 찬열은 갑자기 크게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닥에 주저 앉아 웃기까지 했다. 내가 변백현을 좋아하는 거라고?
찬열이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백현은 제 말이 어디가 그렇게 웃겼기에 저렇게 웃어대나, 당황스럽다는 눈빛으로 찬열을 쳐다봤다.
찬열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질 때 하던 행동들이나, 저처럼 상대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 못해 하던 행동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백현에게 한 행동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뭐야 나, 변백현 좋아하는 거 맞잖아. 자신의 행동과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의 행동이 차이가 없고 딱 맞아들어간 다는 사실을 발견한 찬열은 그제서야 자신이 백현을 좋아하는 것이 맞음을 시인했다.
23년 평생,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찬열이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찬열이 백현을 불렀다.
"야 변백현"
"왜"
"그래서"
"그래서 뭐, 얘기를 해"
"그래서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하면 너 받아줄거냐?"
"박찬열, 너 나 좋아해?"
"어. 나 너 좋아해."
백현과 찬열은 종인의 케이스를 통해 보았듯이 이런 쪽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단지 자신들 또한 그러리라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을 뿐이었다.
찬열은 자신이 백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여태까지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게 자신이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랑할 상대가 남자여서 그랬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찬열은 백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지만 백현은 아직 자신이 찬열을 좋아하는 지 안 좋아하는지 몰랐다. 긴가민가 했다.
자신이 그렇게 찬열을 쫓아다녔던 것을 보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모르겠는 것이었다.
"확실히 말해. 니가 싫다면 깨끗이 내 선에서 정리하고 끝낼게.
싫다는 애 붙잡고 매달릴 만큼 나도 구질구질하진 않으니까."
찬열의 말을 들은 백현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파왔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찬열을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찬열에 대한 감정을 모르겠다는 것이지 백현은 찬열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에게 고백하는 찬열이 너무 갑작스러울 뿐이었다.
"야, 넌 무슨 그런말을 이러케 갑작스럽게 ..."
"그래? 그럼 시간을 줄까? 일주일 어때.
일주일 동안 니 앞에서 완전히 사라져줄게.
근데, 니가 그 일주일 동안 딱 한 번이라도, 나 보고 싶으면 그 때 연락해.
연락 안 오면 그냥 거절하는 걸로 알게."
"어? 어.... 어.... 그래...."
"그럼 나 가본다."
찬열은 자신이 할 말만을 전하곤 백현의 앞에서 떠나갔다.
일주일, 일주일 동안 내가 니 생각을 하면.... 그럼 어떻게 되는데? 백현의 가슴이 진정시킬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백현에게서 등을 돌려 떠난 찬열은 방방 뛰는 기분을 잡느라 애를 썼다. 드디어 만났구나. 너였구나 변백현.
갑자기 길 한가운데에서 멈춰 선 찬열은 소리내어 크게 웃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아야 했다.
근데, 백현아. 미안해서 어떡하지
니가 나 안 좋아한대도 나는 널 떠날 마음이 없거든.
내가 널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는데.
잠시 잦아들었던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커지자, 이제는 사람들이 멈춰서 찬열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런 시선을 느낀 찬열은 재빨리 발을 움직였다.
백현과 찬열의 시간. 시작 D-7.
*******
종인이 항상 수업이 끝나고 경수를 따라 민석의 카페에 같이 출근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5일이 지났고, 드디어 다음 날이 종인이 경수에게 춤을 가르쳐주기로 한 주말이었다.
춤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몸이 아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연습을 빠지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수를 바라보며 종인은 경수에게 어떤 춤이 어울릴지,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했다.
주말만을 기다려오며 살기를 5일, 드디어 내일이 경수가 종인의 집으로 오는 날이다.
개강 이후 5일 동안, 경수와 종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했다. 수업도 함께 듣고 밥도 항상 같이 먹고 경수는 지나가며 마주치는 종인의 친구들과도 그럭저럭 얼굴을 익혔다. 대부분의 공강 시간을 거의 빠짐 없이 종인과 함께 보내면서 경수와 종인은 짧은 시간 내에 소위 일컬어지는 절친이라고 불릴만한 사이가 되었다.
경수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종인은 항상 경수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같은 지하철 호선에 집이 위치해 있던 둘이었지만, 종인은 항상 자신보다 늦게 내리는 경수를 따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종인이 데려다 줄 때마다 경수는 종인의 집이 자신의 집을 거쳐 지나가야 하나보다라고 단순히 짐작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오늘 찬열에게 종인이 사실 자신보다 먼저 내리며 일부러 뺑 돌아 데려다 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땐 종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도 데려다 주면 꼭 물어봐야 겠다. 왜 그러냐고.
오늘도 어김없이 경수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종인과 경수가 함께 경수의 집으로 향했다.
"형, 내일 우리집 오는 거 잊지 않았지?"
"아아, 응. 그래 내일이구나."
"응, 집 주소 문자로 보내 놓을게."
"아, 맞다. 찬열이한테 들었는데.
너 요새 연습실 안간다며? 나랑 같이 카페 가서 그런거지?"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연습하기 귀찮아서 그래."
"연습도 안하면서 어떻게 날 가르치려고 그래.
찬열이가 걱정하더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한번도 빠진 적이 없던 애가 일주일이나 빠졌다고."
경수는 연습을 빠지면서 자신을 어떻게 가르치려고 하냐면서 종인을 놀렸지만 종인은 경수의 입에서 찬열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 별 일 아니니까 걱정마.
근데 형 박찬열이랑 연락 자주 해?"
"응, 왜? 찬열이가 자주 문자 보내는데~ 하면 안돼?"
"아니, 내가 뭐라고.. "
나랑은 안하면서. 종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
"아니야, 내일 봐. 나 갈게."
"아, 응! 맞다. 종인아 잠깐만
나 너한테 물어볼 거 있는데"
"뭔데?"
"너 왜 이렇게 맨날 나 데려다 주고가?
너네 집 이 쪽 아니라며. 엄청 돌아가는 것 같던데?"
박찬열이 얘기했나.
쓸 데 없는 얘기를 해서는.
그러니까 지 연애도 못하지.
종인은 경수가 집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언젠간 알게 될 사실이었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냥, 걱정되니까."
"뭐가?"
"형 혼자 집에 가다가 무슨 일 나면 어떡해"
"내가 무슨 여자도 아니고, 무슨 걱정이야~
다음부턴 안 데려다줘도 되. 너도 집 가서 쉬어야지."
"형은, 형을 잘 몰라.
그리고 데려다 주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
나 갈게."
종인은 경수가 이해할 수 없는 말만을 남기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서면서 경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종인이 자신을 데려다 주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경수는 준비를 다 마치고 종인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종인의 집으로 향하던 도중 편의점을 발견한 경수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아.... 그래도 집에 가는 건데 뭐라도 사가야 될텐데.. 뭘 사가야 되지?
아무래도 처음 방문하는 곳에 빈 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경수는 가장 무난한 음료수 종합 세트를 사들었다.
띵동-
우와, 집 좋다. 서울에서 전원주택이라니...
[누구세요]
[종인이? 나 경수야-]
덜컹.
안에서 종인이 문을 열어주자 경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와."
"아, 응. 여기 이거. 아무리 그래도 빈 손으로 오는 게 그래서..."
"뭘 이런걸 다 사왔어.. 그냥 와도 되는데.
저기 쇼파 가서 잠깐만 앉아 있어."
종인은 부엌으로 향했고 경수는 종인이 가리킨 쇼파에 다리를 모으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하얀 벽지와 갈색 나무 무늬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집은 어딘가 모르게 딱 종인의 느낌이었다.
"이거 마셔."
"아 고마워."
종인이 준 초록색 액체가 담긴 잔을 받아든 경수는 자신이 사온 음료수 중에 이런 종류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가지며 한모금 마셨지만
곧바로 경수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상쾌함에서 나온 탄성이 아니라 괴성이었다.
"조..종인아.... 이거 뭐야..? 내가 사온 음료수 아니야..?"
"아니, 야채즙인데? 몸에 좋아."
"아, 그.. 그래?"
"다 마셔. 그거 다 마시고 내려가자."
몸에 좋다고 원샷하라는 종인의 말에 경수는 눈을 딱 감고 야채즙을 원샷했다. 으아, 써....
종인이 말한 연습실은 집 지하에 위치해있었다.
"우와, 진짜 좋다. 집 지하에 연습실도 있고."
"누나들도 다 무용 전공이라 그래. 엄마랑 아빠도 즐겨 쓰시고."
"신기하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경수를 종인이 빤히 바라보았다.
"아, 미안미안...그냥 신기해서..."
"아냐, 그냥 귀여워서 쳐다봤어"
"뭐야... 놀리지마..."
"진심인데. 옷은 그거 입고 온거야? 그거 불편할텐데"
"아! 옷? 아, 맞다 깜박했다."
짧게 한숨을 쉰 종인이 연습실 한 켠에 위치한 서랍에서 트레이닝복 세트를 꺼내왔다.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반바지. 왠지 모르게 경수와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이거로 갈아입어. 그 옷으론 못해."
"응 고마워, 미안해... 다음엔 가져올게"
"그냥 여기다 두고 형 계속 입어.."
"미안해서 어떻게 그래.. 안그래도 내가 배우는 입장인데..."
"괜찮아. 나한텐 작아."
"아.. 그래? 그럼 잘 입을게..."
경수는 종인이 건네 준 옷을 받아 들고 주위를 살펴봤다.
"아.. 근데 어디서 갈아입어?"
"여기서."
"여.. 여기서?"
"응, 왜?"
남자끼리니까 상관 없으려나... 경수는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고 그 앞에서 종인은 경수가 옷 갈아 입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종인아.."
"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종인의 시선을 느낀 경수는 이상하게 종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화끈거리는 것 같았고 결국 참지 못해 종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내가 쑥스럽잖아.."
"아... 그냥 참 하얗다 싶어서."
"너무 하얗지 않아?"
"아니, 딱 좋은데. 난 너무 까매서."
"아..그래도.. 창피하니까 뒤로 좀 돌아 있을래?"
알았어."
경수는 종인의 시선을 못 참겠던지 종인에게 뒤를 돌아달라고 부탁했고, 종인이 자신을 등지고 서자 안심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근데 형"
"응? 왜?"
"내가 서 있는 쪽 다 거울이라 형 다보이는데?"
종인의 연습실은 한쪽 벽이 다 거울로 이루어져있었고 경수가 종인보고 뒤 돌아 서 있으라고 한 곳은 거울을 향한 쪽이었다.
경수의 의도와는 달리 종인이 눈만 뜨면 경수가 옷 갈아입는 모습을 다 볼 수 있는 방향이었다.
종인의 말을 들은 경수는 종인이 자신을 다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해서 바지를 다리에 끼운 채로 우당탕 넘어졌다.
종인의 앞에서 크게 넘어진 경수의 몸은 창피함으로 인해 눈에 띄게 색이 변했다.
"형, 왜 그래... 옷을 못 입겠어? 내가 입혀줘?"
"아, 아니야! 빨리 입을게, 다 입었어!"
경수가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본 종인은 자신의 앞에 위치한 거울을 통해 계속 경수를 주시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얼굴이 빨개진 경수를 보며 다가온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스트레칭부터 시작할까?"
재밌게 읽으셨나 모르겠네요... 제가 사실 스토리라인을 다 완성시켜놓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이야기들로 글을 채우는데요... 이번 편 카디는 정말.. 쓰기가 힘들었네요 ^^;; 썼던 내용도 지우기가 여러번이었고.. 저는 사실 경수를 울리거나 종인이를 힘들게 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전개가 되고 있지를 않아요.. 제 뇌가 한계에 달했나 봅니다..엉엉 오히려 생각지도 않고 중간에 투입시킨 찬백이들이 더 쓰기가 편했네요.. 아마 보시면서 카디 정말 재미 없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네요ㅠㅠ 저는 그랬어요.. 진짜로 오늘 부족하게 들고 온 것 같아 죄송하네요... 참, 오늘은 일찍 들고 오려고 했는데..ㅎㅎ 인티만 몇 번을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네요 ㅋㅋ;; 저번편에서 정말 너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진짜로 감동 먹었어요. 그래서 막 더 힘이 나서 열심히 써보려고 했는데 찬백이 쓰고 그만 카디를 쓰다 방전... 죄송합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과 댓글 신청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댓글이 달릴 때마다 제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아요. 물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ㅠㅠ 오늘도 모자란 제 글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트 이 글도 무슨 정신으로 썼나 모르겠네요ㅠㅠ주절(소근소근)
암호닉리스트! |
공작새님, 덜자란 왕자 도경수님, 독자1님, 됴르르님, 리을님, 링세님, 쏘쏘님, 아가님, 오리님, 임상협님,
빠지신 분 없겠죠..? 암호닉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받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하트 |
정말 짧은 댓글이라도 남겨주고 가시면
제가 글을 쓰는 데 진짜로 많은 힘이 되요!
그냥 지나치지만 마시고 짧은 댓글 하나만 남겨주시면 안될까요?ㅠ
감사합니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