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29 (변백현외전) |
[EXO/백도]백현아빠29 W.샐리비
변백현, 그리고 7년 동안의 이야기.
얼마나 그 자리에서 서있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버스시간은 1시간이 남았다.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제만 해도 도경수와 함께 이곳을 다정하게 걸었다. 하지만, 내 옆에는 이제 도경수는 없다. 나는 도경수를 지켜주고 싶었다. 무뚝뚝한 표정이였지만, 늘 가족에 대해서는 애착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나였으니깐. 나는 나보다 도경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보내기는 싫은데, 도경수가 우는 건 더 보기 싫었다. 힘들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무심한듯 물어오는 준면의 말에 백현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불합격. 1,2학년 때 공부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경수는 합격을 했을까. 백현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경수가 읽었던 대학교 입시책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 곳에 가면 다시 경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스무살이 되고 어른이 되면 경수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려고 했다. 그래서 더 애절하게 공부에 매달렸고, 실기에 매달렸다. 혹여 목감기에라도 걸릴까 따뜻한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백현은 결국 그 학교에 가지 못했다. 도경수는 갔을까.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학교를 바라보는 백현이였다. 그리고, 그런 백현을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건 그 날 따라 말이 없던 아진이였다.
‘백현아!’ ‘백현아, 오늘도 화이팅!’ ‘백현아, 이게 몸에 그렇게 좋다던데. 먹어봐!’ ‘야, 백현아! 변백현!’
우연하게도 같은 학교에 입학한 아진은 스무살이 되서도 여전히 백현을 쫓아 다녔다. 그런 아진을 보며 백현의 동기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였고, 백현에게 다가오는 여자들도 아진의 행동에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멀어져갔다. 하지만, 백현은 늘 똑같이 대했다. 귀찮게 좀 하지마. 라는 말만 던지고 아진에게 유유히 멀어져갔다. 하지만, 뭐가 그리 좋은건지 금방 같이가! 하며 백현의 뒤에서 걸음을 함께 하던 아진이였다. 그렇게 도경수가 없는 여름이 다시 시작되고,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이 되었고, 완벽한 불합격을 받았던 나의 겨울이 돌아왔다. 약간은 짧아진 머리를 만지며 찬열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 날. 아진에게 그날도 매서운 말을 하던 그 날. 군 입대를 일주일 앞두던 그 날. 아진은 백현의 자취방에 찾아왔다.
‘날 사랑해달라고는 안할꺼야’ ‘...’ ‘그냥 옆에만 있어줘. 있어달라는 그 말이 너한텐 안통하는거 다아는데’ ‘그만해라, 윤아진.’ ‘다 도경수 때문인 것도 다 알아.’ ‘그만하라고 했다’ ‘그런데..그런데..변백현..난 네가 왜 자꾸 좋은지 모르겠어’
백현의 피부를 닮은 새 하얀 눈이 흩날리던 1월의 마지막 주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번도 자신의 앞에서 운 적이 없던 아진이 지금 울고 있었다. 말 없이 그런 아진의 옆에 쭈그려 앉은 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백현의 옆에서 쓰러질 듯 우는 아진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였다. 처음이였다. 아진을 쳐다보지도 않던 백현의 이러한 행동은 아진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다.
‘나랑 섹스해.’ ‘...’ ‘마지막으로. 나도 이제 더이상 너를 찾아오지 않을게.’
한참을 생각하던 백현과 아진의 사이에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대체 무슨 생각이였던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만 매달려오는 아진이 귀찮기도 했지만 안쓰러웠다. 그래, 마지막. 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선 백현이였다. 승낙이였다. 하지만, 백현도 아진도 몰랐다. 이 하나의 일이 자신들의 미래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그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인연의 시작이였다. 애석하게도 그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 내리던 그 날 밤이였다.
* * * * *
백현이 이병이라는 직책을 뗀 한참 후였을 것이다. 아마, 백현이 군에 들어온지 12개월이 지난 그 때도 미친듯이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치우고 온 백현에게 누군가가 면회신청을 했다고 했다. 병원 일로 아직 군대에 들어가지 못한 준면이나 민석이겠거니 싶어 나가보니 역시나 준면이였다. 준면을 향해 환하게 웃는 백현과 달리 준면은 웃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백현을 응시했다. 아, 아. 그제서야 백현은 준면의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여자 품에 안겨있던 작은 생명체도.
‘...미안해’
아진이였다. 그리고 아진이 먼저 내뱉은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였다. 백현이 알기로는 백현이 입대한 후에 아진은 유학길에 올랐던 걸로 기억했다. 그런데 지금 아진의 품에는 조그만한 아이가 꽁꽁 싸맨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지나가던 백현의 선임이 백현의 머리를 내리치려다 말고 그 아이와 벙쪄있는 백현을 번갈아 보았다. 네 애냐? 라며 돌직구로 물어오는 선임이였다. 내 아이. 나의 아이. 하하하, 이제서야 멈춘 사고회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책임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백현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도경수에게 향하고 싶었던 그 책임감은 급하게 유턴하며 아진에게 도착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진의 품 안에 안겨있던 그 아이에게였지만.
* * * * *
경수와 사라진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고3여름과 대학교1학년 겨울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에 전역한 백현은 결국 아윤이가 기어다닐 때쯤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아윤이가 3살이 된 해였다. 우연한 기회에 넣은 백현의 작곡한 노래가 빅 히트를 치며 꽤나 큰 엔터테이먼트와 계약을 했다. 그 쪽에선 백현을 가수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정중하게 거절한 백현은 히트 작곡가로 그 쪽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유명해진 만큼, 회사에서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꼬박 3주를 집에 들어가서 자본 적이 없던 백현이였다. 아진도 마찬가지였다. 백현이 전역하기 직전까지 아윤을 자신의 친정에 맡긴 채 유학생활을 한 아진도 불려다니는 곳이 많았다. 떠오르는 신인 디자이너였다. 서로 바쁘니 서로를 마주할 시간도 없었다. 애정 없는 결혼. 끝인 줄 알았던 아진과 인연이 다시 닿았지만, 억지로 끼워 맞춰진 그들의 관계는 늘 위태로웠다.
‘..배,백현아.’
그 날도 똑같았다. 잠시 눈을 붙일까 싶던 백현이 자꾸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짜증이 난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상대쪽에서는 눈물로 젖은 목소리로 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백현이 침착하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여전히 울먹이는 아진의 옆에는 꽤나 시끄럽다. 알 수 없는 의학용어들이 아진의 쪽에서 들려왔다.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아,아윤이가 쓰러졌어’
그 말과 동시에 회사를 뛰쳐 나온 백현이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매일 밤 늦게 들어와서 자는 모습만 보았던 아이였다. 그제서야 백현은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진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윤은 이 일에 상관이 없는 아이였다. 아진과 인연을 닿게 해준 생명체였다. 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자신의 아랫입술을 꽈악 깨문 백현은 재빠르게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쓰러질듯 울고 있는 아진을 토닥여주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키가 꽤나 큰 남자도 급하게 나온 모양인건지 후드티에 긴 청바지만 입었다. 하지만, 그래도 빛이 났다. 노오란 머리의 그 남자. 결혼식 날, 백현에게 찾아왔던 그 남자. 알고보면 아진도 불쌍한 아이라며 잘 챙겨 달라고 부탁했던 그 남자. 백현은 그대로 등을 돌아섰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는 듯 주먹을 꽈악 쥐었다. 아진이 억지로 끼워맞춘 퍼즐이 다시 공중 위로 흩어지는 그 순간이였다.
* * * * *
당시 인턴이였던 준면이 신경을 써준 탓에 아윤의 심장 수술이 빠르고 덕망 높은 교수에게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 백현은 집에 들어왔다. 일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아윤에게 신경을 썼다. 하루가 멀다하게 다니는 병원은 모조리 백현의 몫이였다. 아진 역시 집에 다시 들어왔지만, 그의 냉랭한 태도에 다시 밖으로 나갔다. 겉은 아윤이의 병원비였지만, 실상은 변백현 피하기였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알면서 백현은 모르는 체 했다. 가끔 들어오는 아진에게 말 한마디만 툭 던진 채 아윤의 방에서 잠을 청하기 일 수 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병원과 집만을 왔다갔다 하던 아윤이가 드디어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더 밝아진 아윤이 백현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준면에게 인사를 하던 그 날. 아윤이가 그토록 기대하던 유치원에 보낸 백현이 아윤이의 보호자 상담을 하러 나갔을 때, 그 때.
‘..경수야’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나와 너는 다시 만났다. 열 아홉의 건드리면 툭 하고 꺾일 것만 같았던 너는 달라진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너의 눈은 그대로였다. 당황하면 눈동자를 돌리던 그 습관까지도. 학생 때와 다르게 갈색으로 염색 된 너의 머리만 빼면 모든게 그대로였다. 경수도 당황한 듯 백현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보고싶었다. 네가 보고싶었다고 외치고 또 외치며 너를 품 안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옆에는 아윤이가 나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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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많이 늦었죠. 급한 일이 생겨서 어디 좀 다녀오느냐구요..ㅠㅠ
이번편은 백현이 이야기입니다. 아마 7년후의 백현이의 시점은 처음일꺼에요. 또, 7년 동안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풀어 놓은것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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