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30 |
[EXO/백도]백현아빠30 W.샐리비
가만히 자료집을 넘기고 있는 크리스와는 다르게 루한은 여전히 싱글벙글인 얼굴로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서류가 아니였던가. 서류가 헷갈리는 듯 약간 미간을 찌푸리던 크리스가 다시 한번 꽉 조여오는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핸드폰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루한이 힐끔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크리스답지 않게 요새 기분이 복잡하다는 것을 팍팍 티를 내고 다니고 있었다. 루한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서류를 집어오는 크리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루한의 시선을 느낀건지 크리스가 루한쪽을 보지도 않은 채 ‘할말있어?’라고 물어왔다.
ㅡ음, 크리스. 의외야 ㅡ뭐가 ㅡ생긴건 완전 여자도 많을 것 같은데 완전 순애보라니깐? ㅡ..루한 ㅡ너 한동안 한국 안 들어온것도, 지금 한국 들어온것도 아진때문이잖아, 안그래?
자신의 속눈썹을 한번 파르르 떤 루한이 동그라면서도 깊은 눈매를 보이며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크리스의 시선은 서류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 크리스를 누가 이길까싶어 루한도 다시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렸다. 자꾸만 카톡으로 민석을 못살게 굴던 루한이였다. 민석 역시 짜증난다는 듯 몇 번 받아주다가 루한의 카톡을 싸그리 무시했다. 하지만, 그런 민석의 반응도 재밌다는 듯 혼자 싱글벙글인 루한이였다. 오늘 점심때도 루한을 피해서 회사를 빠져나가려던 민석의 목덜미를 붙잡고 웃던 루한이였다. 이미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민석을 붙잡고서는 칼국수집에 들어갔었다. 그 때 김민석 표정 진짜 재밌었는데.
ㅡ루한 ㅡ응? ㅡ회사에서 핸드폰만 볼 생각이면 이만 돌아가지?
여전히 루한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던 크리스의 말에 루한이 입을 삐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여튼, 아진이 얘기만 나오면 저렇게 과민반응이라니깐. 혼자 중국말로 중얼거리는 루한의 말이 들리는 건지, 들리지 않는 척 하는 건지 크리스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서류만 넘기고 있었다. 루한이 크리스의 방을 빠져나가자 넘기던 서류를 멈춘 크리스가 옆에 가만히 놓여있는 핸드폰을 만졌다. 그리고는 답이 없는 아진과의 카톡창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크리스였다. 멍하니, 그저 멍하니. 그가 늘 뒤에서 지켜보는 것 처럼.
* * * * *
준면의 연락에 집으로 향하던 차를 준면이 말한 곳으로 돌렸다. 회사에서 1시간 거리의 준면의 병원 근처였지만 백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의 뒷편에는 아윤이에게 줄 곰 인형이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몇 번의 신호를 넘기고 겨우 도착한 그 곳에서 준면은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워낙 주당이라고 소문이 난 준면이였기에 안색 하나 달라지지 않아서 12번 방이야. 라고 말하며 준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2번 방. 도경수가 있는 방이였다. 준면에게 조심히 가라며 인사를 하는 백현의 어깨를 잡은 준면이 돌려진 백현의 몸을 자신 쪽으로 향하게 했다.
ㅡ도경수 술 안마셨어 ㅡ..어? ㅡ근데 나사 하나 빠진 애처럼 군다 ㅡ... ㅡ너희 둘이 끝을 내던지 이어가던지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ㅡ... ㅡ힘내라고. 도경수랑 너.
그러더니 백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던 준면이 주머니에 자신의 손을 꽂은 채 반대 쪽 인도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수의 지난 7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은 준면이 주머니에서 비어있는 담배갑을 꺼냈다. 아, 맞다. 아까 다폈지. 라고 말하며 주변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준면의 발걸음이 이유없이 가볍다. 저 둘은 저리 애절하기만 한 상황인데 어째서 걸음이 가벼운지는 준면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것들이 오늘만은 솔직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였다.
* * * * *
7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준면에게 했다. 서울로 올라온 후, 입시를 하던 중에 당한 부친상과 다시 병이 도지신 어머니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던 경수였다. 그렇게 불안정한 경수의 가족들은 경준이 형수와 결혼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일정한 수입이 있던 경준과 작은 유치원을 경영하던 형수가 유치원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경수의 어머니를 돌보았고, 경수는 학교와 함께 군입대를 했다. 정말 다사다난 했던 7년 동안의 기억이였다. 아무 곳에도 의지할 수 없었던 경수만의 7년. 아무도 생각할 수 없던 경수의 곁에 다가왔던 경수의 옛애인들은 하나같이 경수에게 같은 말을 하며 이별을 통보했다.
‘넌 날 사랑하지 않잖아’
사랑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되었나보다. 모두들 같은 이유로 경수 곁을 떠나갔다. 그러던 경수에게 갑작스럽게 백현이 나타났다. 경수도 이제 자신의 삶을 즐기려고 할 때, 변백현이 다시 도경수에게 나타나서 모든 걸 뒤흔들어 놓았다. 잔잔히 묻어 두었던 경수의 마음을 통째로 흔들어버렸다.
‘변백현불렀어’ ‘...’ ‘5분 뒤면 도착한대’ ‘...’ ‘네가 여길 박차고 나가던, 변백현을 기다리던 나는 상관 안할꺼야. 네 마음대로해’
내 마음대로 하라며 나가버리는 김준면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머리로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며 변백현을 피해야한다며 서둘렀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대로 멈춰버린 몸. 그리고 흐르던 시간. 모든게 경수에게는 숨이 막혀 올 지경이였다. 자신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앞에 놓인 술 잔을 목 너머로 넘겼다. 쓰디쓴 술이 경수의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이렇게 매번 마시던 술인데, 오늘따라 더 쓰다. 그리고, 나는 지금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건지 모르겠다. 단순히 목이 따가워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자꾸 눈물이 났다. 양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소매 끝을 가져다댔다. 조심스럽게 소매 끝을 적셔오는 눈물이였다. 그리고 그 소매끝을 내렸을 때에는 나를 바라보고 있던 너와 두 눈이 마주쳤다.
ㅡ...경수야 ㅡ... ㅡ왜 울어
따뜻한 너의 말 한마디에 나는 모든게 무너져 버렸다. 7년 전 처럼 따뜻하게 네가 담요를 들고 나타나며 경수를 따뜻하게 덮어주던 도경수만의 ‘백현아빠’를 자청하며 내 옆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변백현. 백현아. 백현이. 변백현아. 라고 자신의 이름을 수없이 부르는 경수의 어깨에 백현의 손이 닿았다. 울지마. 라며 토닥여주는 손길이 너무 그리웠다. 놀이터에서 울던 경수의 등을 토닥여주던 변백현. 변백현이 돌아왔다.
ㅡ백현아, 백현아. ㅡ응, 경수야. ㅡ..보고싶었어. 진짜 미친듯이 네가 보고싶었어 ㅡ... ㅡ무작정 찾아가고 싶었는데.
무서웠어. 너의 행복을 내가 깨버릴까봐. 사실, 백현의 결혼식장에 다녀왔었던 경수였다. 경준의 집에 놀러왔던 민석과 경준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화근이였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경수는 결국 모자 하나를 푹 눌러쓴 채 식장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였다. 예정된 식의 시간이 30분이나 지난 후에야 겨우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그 곳으로 들어갔다. 마침, 앞에서 축가를 부른 듯 찬열과 종대, 준면이 웃으면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었다. 고맙다는 듯 웃어보이는 새신랑이 되는 너의 모습은 멋있었다. 정말 눈부시게 멋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진에게 시선을 돌린 경수는 그제서야 뒤를 돌아섰다. 경수가 들어갈 곳은 없어보였다. 많이 늦었다. 늦은 후회. 라는 단어가 경수의 머릿 속으로 가득찼다. 백현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정상적인 길을 걸었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경수는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변백현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함이였고 경수의 마지막 발악이였다.
ㅡ이러면 나도 안되는 거 알아. 아윤이한테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잘 알아 ㅡ... ㅡ그런데, 그런데. 네가 왜 자꾸 나를 흔들어 놓아서. ㅡ...경수야 ㅡ자꾸 생각나게 만들고. 또 다시 내가 멀어지려고만 하면 왜 자꾸 네가 와서 ㅡ... ㅡ다 네가 자초한거야.
현관 앞에 놓고 간 크림빵도. 아윤이에게 알려준 우리 둘만의 노래도. 술에 취해서 너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그 날의 끊긴 필름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내가 여깄다는 말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달려온 네가, 변백현 네가 다 자초한거야. 나는 분명 멀어지려고 했어. 여기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변백현. 너는 결국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너는 나의 작은 악마였다. 끊을 수 없게 만드는.
ㅡ...사랑해, 백현아.
미친듯이. 사랑해. 다시 시작하고 싶어.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할지라도 너만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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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댓글 하나하나 답댓글 못달아드릴것같아요..ㅠㅠ그래도 최대한 달아드리는 쪽으로 할게요!!
죄송한 마음에 밤 늦게 다음편 하나 내놓고 갑니다.
아..브금도 얼른 바꿔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