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06
1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1시간동안 내내 네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데 정작 당사자는 내 옆에서 태연하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래놓고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 내게 겨우 1시간이 끝났다고, 수업이 너무 지루하지 않냐며 물어왔다. 대충 그러게…. 하고 대답을 했지만, 나는 네 생각을 하느라 수업이 재밌는지, 지루한지 따위 알 수 없었다.
아까보다 두근거림은 많이 줄었지만, 혼란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내가 설마 전원우를 좋아하는 걸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대체 어떤 면에서 전원우를 좋아하게 된걸까? 이야기도 얼마 해보지도 않은 아이를 내가 대체… 왜? 이 아이가 어떤 앤 줄 알고?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지만,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이 감정에 나조차도 확신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원우가 내게 말을 거는데, 나는 왠지 그를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괜히 그와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어색한 이 상황에서 차라리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야! 김여주!"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반으로 들어오는 김민규의 목소리에 나는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랄까. 싱글벙글 웃으며 무슨 매점을 털어버리기라도 한 듯, 품 안에 먹을거리를 잔뜩 들고 오던 김민규는 내 책상 위에 그것들을 털썩 내려놓았다.
"이게 다 뭐야?"
"너 오늘 늦게 왔지."
"어떻게 알았어?"
"내가 안 깨우고 그냥 갔으니까."
너 아침밥도 안 먹고 그냥 나왔을 거 아니야. 밥순이가. 큭큭 웃으면서 내가 너 밥 굶을까봐 이렇게 친히 먹을 걸 사왔다며, 빨리 칭찬을 해달라는 김민규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허, 하고 웃었다. 니가 전날에 진작 얘기를 했으면 내가 아침에 안 늦었을 거 아냐! 괜히 괘씸해져서 나는 칭찬 대신에 정강이를 발로 퍼억- 찼다. 아, 야! 꽤나 아픈지 손으로 맞은 곳을 문지르며 김민규는 울상을 지었다.
"기껏 생각해서 사왔구만! 몬난아. 얼굴이 못났으면 마음이라도 이뻐야지!"
"한 대 더 맞을래?"
"아니."
내가 잘못했…. 잘못했다며, 실실 웃던 김민규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굳었다. 처음엔 내가 너무 세게 때려서 정색을 하는 건가 싶었는데, 김민규는 내가 아닌 내 뒤쪽을 바라보며 표정이 굳어있었다. 뭘 보나 싶어서 고개를 돌리니 내 옆에는 다음 시간에 배울 부분을 예습을 하고 있는 전원우와, 교실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밖에 없었다. 뭐지. 야, 야! 하며 김민규 앞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자 김민규는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뭘 보는 거야?"
"…아니야. 어쨌든 배고프다고 힘없이 있지 말고, 먹고 공부하라고!"
"그래. 고맙다."
"그럼 난 친구가 기다려서 이만."
"친구?"
저기. 김민규는 뒷문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뒷문에는 어떤 남자아이가 벽에 기대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 남자아이의 머리가 지나칠 정도로 샛노랗다는 거.
"헐. 쟤 머리색이 저게 뭐야…?"
"짱 신기하지."
"저거 안 걸려?"
"몰라. 저러고 학교 잘 다니던데?"
겁나 특이해서 내가 친구하자고 말 검. 자랑스럽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말하는 김민규에 나는 픽 웃었다. 새삼 그의 친화력이 놀랍기도 하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야, 나머지 수업도 잘 들어라! 끝나고 다시 올게! 손을 흔들며 나가는 김민규에 나도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김민규는 휴대폰을 하고 있던 머리가 샛노란 남자애에게 다가가 그를 툭, 치자 그 남자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김민규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그나저나 이게 다 뭐람…. 내 생각해서 먹을 걸 사다준 건 고마운데 뭘 이리도 많이 사왔는지. 일단 빵부터 먹어야겠다 싶어서 봉지를 뜯다가,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전원우가 보여서 그에게 빵을 하나 건넸다.
"이거 먹을래?"
"어?"
전원우는 내게 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어차피 많이 남아서 괜찮다고, 제발 먹어달라고 애원을 하면서 그에게 빵 하나를 쥐어줬지만, 전원우는 자기는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어서 괜찮다며 내게 다시 돌려주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뭐…. 나는 마저 봉지를 뜯고는 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오. 솔직히 기대 안했는데 맛있네.
"…근데 아까 그 애, 네 남자친구야?"
내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전원우가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진짜 입 안에 있던 빵들을 다 뿜어낼 뻔 했다. 뭐?! 입에 빵을 한 가득 담아놓고 빽 소리를 지르니 전원우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절대 아니야!! 걔랑 지금 봐온 시간이 얼만데. 걔가 남자친구라니. 어우. 소름 끼쳐."
"…아님 말고."
"으으…. 야. 진짜 그런 소리 하지마라. 김민규도 그 소리 들었으면 화냈을걸."
내가 소름이 끼친다는 듯 어깨를 쓸면서 말하니 전원우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나는 그 소리에 헐. 하며 먹던 빵을 입에 와구와구 집어넣었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빵을 넣고 막 씹고 있는데 옆에서 전원우가 큭큭대면서 웃는 것이 보였다. 아. 지금 내 모습이 많이 추한가. 민망해져서 고개를 숙이니,
"아. 너 진짜 귀엽다."
하면서 내 머리를 막 쓰다듬는 게 아니던가. 그 행동에 놀라서 사레가 걸려 켁켁대니 깜짝 놀랬는지 전원우는 내 책상에 있던 음료수를 따서 내게 건네주었다. 건네 받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으어…. 하고 숨을 골랐다. 괜찮아? 하고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얘는 오늘 나를 죽일 생각인가.
"이제 괜찮아. 고마워."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나는 김민규가 사줬던 먹을거리들을 가방에 막 집어넣었다. 이제 다시 열심히 수업을 들어보자며 두 손을 불끈 쥐어보이는 전원우가 귀여워 풋, 웃었다. 그런데,
"어?"
여기 왜 이래? 살짝 걷어 올라간 와이셔츠 소매로 인해 전원우의 팔이 조금 보였는데, 어디에 긁히기라도 한 듯 흉터가 길게 나 있었다. 세로로 쭈욱 그어진 흉터에 내가 왜 이러냐고 묻자, 전원우는 순간 표정을 굳히고는 아니야, 하며 소매를 내렸다. 내가 물어보면 안 될 걸 물어본 건가…. 싸늘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는 전원우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
수업이 끝나고, 이대로 전원우를 보내면 겨우 편해졌다고 생각한 사이가 다시 어색한 사이로 돌아갈 것만 같아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의 팔을 다급하게 잡았다. 내 행동에 놀랬는지 조금은 눈이 커진 전원우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미안해!"
내 말에 전원우의 표정은 진짜 딱 '?' 이거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전원우의 표정에 내가 당황해서 어… 하고 머뭇거리고 있자 전원우가 물었다.
"뭐가 미안해?"
"아까 그거… 내가 괜히 물어본 거 같아서."
눈짓으로 전원우의 왼팔을 가리키자 전원우는 아- 하더니 웃기 시작했다. 뭐야. 왜 웃어.
"나 화난 거 아닌데?"
"…어?"
"그런 거 물어볼 수도 있지. 나 화 안 났어!"
가끔 내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화난 줄 아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나 진짜 화난 거 아니야. 그냥 그때 일이 생각나서 그랬던 거니까. 그 말에 나는 긴장이 풀려서 아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나는 내가 괜히 오지랖 떤 건 아닌가 싶어서…. 내 말에 전원우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으이구.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간이 그렇게 콩알만해서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거야?"
"어?"
"어제 네 친구도 그랬잖아."
독서실에서. 그 말에 어제 김민규가 내게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맞다. 어제 김민규가 그랬었지.
"원우야!"
그때, 뒷문에서 어떤 여자애가 전원우를 부르는 게 들려왔다. 딱 봐도 하얗고 여리여리한게 굉장히 이쁘게 생긴 아이였다. 우와…. 진짜 이쁘다. 여자친군가? 싶어서 전원우를 바라보는데, 전원우는 그 여자애를 보더니 아…. 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독서실 와?"
"아, 응."
"그래. 그럼 좀 이따 보자."
"어, 어. 그래!"
곤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벅벅 긁던 전원우는 그 여자아이에게로 걸어갔다. 여자애는 웃으면서 그의 팔에 팔짱을 끼려고 하니, 전원우는 그 여자아이를 살짝 밀치면서 그냥 앞을 향해 걸었다. 그에 여자아이가 막 전원우의 뒤를 따라가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여자친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근데 내가 왜 좋아하는 거지?
"아. 미치겠네."
나 어떡하면 좋아…. 고스란히 느껴지는 심장박동 소리에 귀를 틀어막아 보아도,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안녕하세요! 금요일날 오겠다고 했지만
이틀 빨리 오게 되었습니닿ㅎㅎㅎ 핳
빨리 글을 올리고 싶었던 것도 있고, 그리고 금요일에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올릴 것 같았거든요... ㅎ.. 그래서 지금 올리게 되었어요ㅋㅋㅋㅋ
뭔가 저번이랑 엔딩이 비슷한 거 같다면 그건 기분 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사실... 저도 지금 제가 뭘 쓴건지 모르겠어요...
저번이랑 내용이 비슷한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ㅠㅠ
그래도 나름 떡밥이라고 뭘 투척하긴 했는데... 잘 이해가 가실런지도 모르겠네요ㅠㅠㅠㅠ
항상 이 비루한 글에 칭찬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독자님들도 생겨서 전 진짜 너무 행복해요ㅠㅠㅠㅠㅠ
암호닉 : 치킨님, 악마우님, 지유님, 일공공사님.
그리고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들도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
암호닉 신청하실 분들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쭈굴)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
독자님들하고 소통을 하고 싶으니까욯ㅎㅎㅎㅎ 핳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