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또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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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지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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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왜 그래?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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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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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안 잡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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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저..혹시 ㅇㅇ이랑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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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주먹을 쥐고 버텼다. 내가 본 이 장면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내 앞에 서있는 네가, 내 옆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옆에 서있는 네가,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넌 항상 내 옆에서 웃으며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예쁜 입으로 나를 떨리게 하는 말을 뱉었는데. 왜 그런 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입술을 부비고 있었는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껴안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도 정확하지 않았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 며칠 내내 다른것에 정신이 팔린 것 마냥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던 너였고, 나와 있을 때 계속해서 반짝거리는 핸드폰을 숨기느라 바쁜 너였다. 그저 단순한 권태기라고 생각했다. 너는 금방 내 곁으로 돌아올거라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시 나에게 예쁘게 웃어줄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대화가 필요했다. 너와 나의 대화가. 방금까지 너와 입술을 부비던 새끼의 얼굴을 보자니 화가 치밀어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정하게 서 있는 너를 볼 자신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타버릴 것 같은 속을 애써 달래며 너의 손목을 잡고 너희 집 앞까지 걸었다. 너의 집 앞에서 네 손목을 놓았다. 그래, 이 중에도 병신같은 김지원은 혼자 집에 갈 네가 걱정돼서. 나는 아직도 너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너는 아니라는 사실에 속이 무너졌다.
"설명해, 제발. 믿을게, 네가 하는 말 다 믿을게."
"..."
"설명하라고. 변명이라도 해. 믿겠다잖아, 내가. 다 봤는데 병신처럼 믿어주겠다잖아...!!"
네가 아니라는 말만 한다면. 단 그 한 마디면 나는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애원을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만 있는 너에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너와 친구였던 시절에도, 너와 사귀던 시절에도 너에게 이렇게 화를 냈었던 적이 있었던가. 허탈해졌다.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화를 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네가 허탈했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으면서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는 아닐 거라고 부정을 하고 있는 내가 허탈했다.
"그래, 시발. 끝까지 말 안 한다 이거지."
"이제 나랑 얘기도 하기 싫다?"
"네 멋대로 해."
너에게 먼저 이별을 고할 수 없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너에게, 그만두자고 할 수가 있어. 그게 뭐가 됐든 나는 아직 너랑 시작하지 못한 것도 많은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너에 또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네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매달릴까 생각했다.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 옆에만 있어달라고. 그러다 그게 결국 너를 힘들게 하는 일이란 걸 알기에 끝까지 너를 향해 뻗어지려는 손을 애써 누르며 뒤를 돌았다. 끝인건가, 싶었다.
.
.
.
그렇게 일주일,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먼저 시선을 피했다. 너를 잡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게 너를 위한 거였으니까. 사실 너를 계속 보고 있으면 붙잡고 싶을 것 같아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이렇게 잠깐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괜찮았다. 네가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 그게 맞았다.
.
"야, 김지원!!!"
"뭔데 소리를 질ㄹ,"
"나쁜 새끼야..."
집에 들어가봤자 네 생각만 할 게 뻔했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를 반복했다. 강의에 들어갈 수도 없을만큼 술을 진탕 마시고 쓰려오는 속에 결국 과실 소파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과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일어나 앉자마자 느껴지는 뺨의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쳐다봤다. 너와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였다. 잔뜩 화가난 얼굴로 씩씩대며 내 뺨을 때린 사람은 내가 없을 때, 너를 대신 챙겨 주는 그런 친구라고 네가 말했던 기억이 있었다.
기세좋게 들어와 소리를 지르더니 뺨을 때려놓고 이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네 친구가 당황스러웠다. 아픈 내 뺨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네 친구앞에서 쩔쩔매고 있는데 네 친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의 친구의 말을 들은 나는 쓰려오는 속이고 아픈 뺨이고 생각지도 못하고 집으로 뛰어갔고. 빨간 불이고, 횡단보도고 차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미친듯이 뛰었다.
.
너에게 하루 이틀 이상한 문자가 왔다고 했다. 내가 알면 걱정할 거라고 나에게 말을 안 하는 너에 네 친구는 답답했지만 혹시 무슨 일이 나기라도 할까 널 지켜보기만 했고. 문자들은 점점 너를 옥죄어왔고 갈수록 노골적이고 심해지는 말들에 너는 내가 보기라도 하면 화를 낼까 무서워 숨기기에 급급했고. 그러다 일이 터진 거다. 문자만 보내던 미친 새끼가 너를 찾아가 너에게 억지로 입을 맞춘 거다.
누군지 몰랐던 그 사람은 과에서 꽤나 영향력을 행사하던 선배였고 키스 한 번만 하면 앞으로 너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에게 신경을 끄겠다고, 아니면 나에게 해코지를 할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그 새끼의 말을, 나에게 해가 갈까 바보같은 너는 믿어버렸고. 내가 너에 관련된 일이면 아무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마, 너도 같았을거라 생각했다.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나에게 연락을 하면 거절당할 게 무서워 연락하지 못했고 내가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며칠 내내 나의 집 앞에서 오랜 시간 가만히 서 있다가 울면서 돌아온다고. ㅇㅇㅇ이 말하지 못하면 네가 알아줘야하는 거 아니냐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던 너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집에 뛰어오는 내내 나를 욕했다. 김지원 병신 같은 새끼. ㅇㅇㅇ이 다른 사람이랑 키스 좀 했다고 눈이 돌아가지고는.
"...지원아."
"너 바보야?! 내가 안 오면 연락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을 서있었던 건지 아직 여름인데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너를 보며 차오르는 화에 너를 붙잡고 다그쳤다.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에 미안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너한테 화만 냈어.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너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ㅇㅇㅇ. 내가,"
"지, 지원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 키스, 키스해서 미안해."
"ㅇㅇ아."
"나 다시 좋아해주면 안 돼? 나, 나 보기 싫은 거 아는데, 끅, "
"야, 이 멍청아..."
내 옷자락을 꾹 쥐고 날 올려다 보며 말을 하다 이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너에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여전히 사실은 말하지 못하고 미안하다고만 하는 너를,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으면서 잘못했다며 우는 너를 나는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네가 뭐가 미안해."
"흐으, 지원아. 나 미워하지마아-..."
"하나도 안 미워, 예뻐."
"화내서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너 잘못 없어."
오랜만에 품에 안아보는 네가 믿기지 않아 아프지 않을 만큼 꽉 끌어안고 달랬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누그러진 내 말투를 듣자 긴장이 풀렸는지 몸에 힘이 빠지는 너를 인식하고 안아들었다. 집에 들어와 널 소파에 앉히고 그 옆에 앉아 뚝뚝 떨어지는 네 눈물을 닦아냈다. 네 눈물이 뚝뚝 떨어질때마다 내 심장도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너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었다.
너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보지 않아도 동그랗게 뜨여질 너의 눈을 알기에 손으로 너의 눈을 감기고 너의 뺨에 남아있는 너의 눈물을 닦았다.
"그쳤네, 이제."
"봐, 안 우니까 얼마나 예뻐."
눈물을 그친 너에 그제야 나도 좀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씩 웃으며 금방 붉어진 너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 너에 허둥지둥 너를 다시 껴안았다.
"어어, 왜 또 울어. 어디 아파?"
"나, 나, 안 미워? 이제 화, 안 내?"
내가 화를 냈던게 많이 무서웠는지 끅끅 거리며 묻는 너에 마음이 짠해져 고개를 돌려 네 뺨에 입을 맞췄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미워해."
"화 안 내. 그러니까 뚝, 응?"
"마음 아파 죽겠다. 뚝."
"...뚜욱..."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리며 내 말을 따라하는 네가 귀여웠다. 미안해, 울려서. 예쁘기만 한 너를 울린 나를 용서해. 앞으로 내가 너를 울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웃게 해주겠다 다짐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너에게 감사해. 시간이 계속 흘러도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 같아. 좋아해.
오랜만에 와놓고 이런 글 가져와서 미안해... 하지만 소재가 없는걸.... 미안해......
+) 아참 댓글남겨주면 다음에 올때 꼭 알려줄게요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