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w. 눈부셔
나는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에 와있다. 우리는 신나게 물속으로 뛰어든다. 물장구도 치고 물싸움도 하며. 조용한 바닷가엔 우리들이 즐겁게 노는 소리만 가득하다. 나는 멀리 던져진 비치볼을 잡기 위해 좀 더 깊은 바다로 걷는다. 바닷물은 겨우 아랫배 정도까지다. 나는 가까워진 비치볼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다. 순간, 숨이 턱 막혀오며 목 깊숙히 물이 차오른다. 숨을 쉬지 못해 발버둥 치는 나는 자꾸만 싶고 어두운 심해로 끌려 들어간다. 빛 한줄기 조차 보이지 안흔 바닷속은 뼈가 시리도록 차갑다. 날 옥죄여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자꾸 잡아 끈다. 짜고 시린 물은 칼조각이라도 되는 듯 날카롭게 코와 입으로 밀려든다. 나는 그저 괴로워할 뿐이다.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좋을텐데. 나는 주위가 환해지는 것을 느낀다. 희망이 생긴 나는 억압적인 힘을 있는 힘껏 뿌리친다. 죽기 살기로 위로 향한다. 들이켰던 물을 차가운 공기와 맞닿는 순간 토해낸다. 어지러운 시야로 작고 낡은 배가 보인다. 나는 그 배로 힘겹게 올라탄다. 폐에 찬 물을 게워내듯 헛구역질까지 하며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냥 푸르기만한 조용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위의 나는 혼자이다.
경수는 콕콕 찔리고 찢어질 듯한 제 목을 부여 잡으며 잠에서 깼다. 힘 가쁜 숨을 내쉬었다. 식은 땀이 경수의 이마를 타고 흐른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이제는 목에서 피맛이 올라왔다. 따끔거리는 것이 아침이면 부어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을것이라 짐작 되었다. 두 무릎을 끌어안고 이불을 둘러싼 경수는 제 목을 만지작 거렸다. 종인아..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웅얼거렸다. 4:00 어두운 방안에 하얀 불빛이 빛난다. 또 잠이 달아나버렸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경수는 제 부은 목을 만져보았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가벼운 거리를 걸어 도착한 학교에서 제게 인사를 건내는 아이들에게 가벼운 미소로만 답한 경수는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 한통 와있지 않았다. 서운한것도 잠시 경수는 패턴을 풀고 키패드를 누른다. 어디야?
2교시를 마치고 나니 경수는 감기 기운이 심해진것을 느꼈다. 앉아있는 것도 힘겨워진 경수는 담임에게로 항한다. 담임은 열이 펄펄나는 경수를 보고 깜짝 놀라며 조퇴증을 끊어주었다.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올때 경수는 아이들이 저를 걱정스러워하는 눈으로 쳐다보는것을 느꼈다. 경수야 푹 쉬어.
도어락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물을 마시고 있는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어지러운 시야에 경수는 눈을 찡그렸다. 종인이야? 목소리가 잘나오지 않았다. 목이 아프다. 종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좋아보이진 않는다. 벌써 왔어? 종인이 신발을 벗는 경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딱 보아도 안좋아보이는 안색에 경수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뜨거웠다. 너 또 감기... 종인은 한숨을 쉬며 경수의 볼을 쓰다듬었다. 늘 목감기를 달고 사는 경수이지만, 이렇게 가끔씩 유독 심해지는 날은 경수가 악몽을 꾸었다는 것을 종인은 알았다. 종인은 경수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 쓰다듬었다. 경수가 종인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안긴다. 종인이 경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거야.
경수는 종인의 품에서 눈을 떳다. 주위가 어두웠다. 어두운 방안에 하얀 불빛이 빛난다. 6:00. 귓가에서 종인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곤히 자는걸 보니 많이 피곤한것 같았다. 경수는 종인이 깰까, 조심스레 그의 눈가에 손을 올렸다. 피가 섞이지 않은 저의 형제 김종인은 언제나 어른스러웠다. 든든했다. 경수는 거실로 나와 티비를 켰다. 그 채널에서는 마침 종인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경수는 유심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종인의 사진과 영상이 나오며 리포터가 그에 대해 말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음소거를 눌러놨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경수는 그냥 전원을 꺼버렸다. 눈이 건조했기 때문이다. 종인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였다. 영화 배우인 어머니를 따라 어릴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현재 경수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탑 배우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일곱살때 바닷가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된 경수는 폐에 물이 가득 찬 채였다고 한다. 익사 했었을 수도 있지만 당시의 빠른 조치 때문인지 기적처럼 겨우 생명을 유지할수 있었다. 경수는 제 이름 석자와 나이 밖에 기억을 못했다. 결국 가족을 찾지못한 경수는 고아원에 맡겨지게 되었다. 그렇게 이 고아원 저 고아원을 떠돌다가 16살, 그는 두명 뿐인 종인의 가족에 입양 되었다. 그 당시는 그것이 꽤 화재가 되었으나 어머니와 종인의 배려덕에 경수는 무리없이 일상생활을 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활에서 경수와 종인은 서로에게 특별함을 느꼈다. 그것은 애뜻하고 미묘한 감정이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문다. 물비린내가 풍긴다. 역겹다고 느껴진다. 욱, 헛구역질이 나온다. 점점더 진하게 비린내가 풍겨온다. 우욱, 속에서 비린내와 함께 물이 올라왔다. 나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한다. 차갑고 시린 무언가가 내 목을 졸라온다. 나는 발버둥을 친다. 어느새 이 어두운 공간에 물이 가득 차오른다. 비린내가 나는 물은 차갑고 따갑다. 나는 숨이 막혀온다. 목이 너무나 아프다. 칼로 찢는 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저 위로 빛이 보인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그곳으로 올라간다. 그곳은 낡고 작은 배 위이다. 나는 또 넓고 푸른 바다 위에 혼자이다.
경수는 빈 옆자리를 보았다. 종인의 자리였다. 그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알고 싶지는 않았다. 경수는 부은 제 목을 만지작 거렸다. 어제보다 심해진것 같은 이 목감기는 지독하게 가시질 않는다. 종인이 만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학급의 여학생 세명이 교실로 들어오더니 종인의 책상에 편지와 선물을 올려놓는다. 그녀들은 울먹이는 것 같기도 하다. 벌써 일주일째 종인의 자리엔 편지와 꽃과 같은 선물이 한가득이었다. 종인은 참 인기가 많았다. 열이 나는 제 이마를 차가운 책상에 대면서 경수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채널을 돌리자 바닷속 풍경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경수는 바다가 무서웠다. 재빠르게 채널을 돌렸다. 종인이 물을 마시며 경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경수는 씽긋 웃으며 종인을 바라보았다. 종인도 마주 웃었다. 종인은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늦었다, 자야지. 경수는 종인의 품에 안기며 칭얼거렸다. 씻기 귀찮은걸.
그럼 같이 목욕할까?
목욕. 경수는 목욕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속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인과 함께라면 괜찮을것 같기도했다.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는 맑고 투명한 욕조에 몸을 담궜다. 뒤에서 종인이 안아왔다. 푸근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차가운 물이 폐에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목이 아프다. 종인이 그런 경수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아. 경수는 안도했다. 편안하게 눈이 감긴다.
해석 |
종인은 글의 처음부터 죽어있었습니다. 종인은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가드레일에 들이받고 그 옆의 바닷가에 빠져 익사 했습니다. 경수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종인이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끝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자살을 합니다. 악몽과 목감기는 항상 경수를 지독하게 따라다닙니다. 특히 종인의 죽음 뒤에는 더욱 시달리고 있는것이 글안의 표현되어있습니다.... |
~눈부셔~ |
읔ㅋㅋㅋㅋ심오한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단편으로,,, 마족들 2부는 아직.... 너무 바쁜데 이 글이 떠오르는 바람에 얼른 싸질러봤어요.....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