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들
w.눈부셔
루한과 세훈을 발견하자마자 힘차게 달려온 타오는 그들을 와락 안았다. 순간 풍겨오는 냄새에 세훈과 루한의 표정이 굳는다. 세훈은 재빨리 그들 주변에 공기청정용 바람을 불게했다.
"세훈!! 루한!! 흐어엉, 보고싶었어!!"
"타...타오, 진정해!"
세훈이 힘겹게 저보다 덩치가 큰 타오를 밀어냈다. 타오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보구시퐀어라며 칭얼댄다. 루한이 타오에게 손수건을 건냈다. 타오는 꼬질꼬질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는 코를 킁~하며 시원하게 풀었다. 그거 비싼 손수건인데..
"타오, 다 울었어?"
"응.. 끅."
"대체 어딜갔다 온거야. 옷차림 새는 또 왜 이래?"
타오는 중국 무협 영화에나 나오는 중들이 입고 있는 도복을 입고 있었다. 아니 그냥 그걸 입고 있었으면 모를까. 여기저기 헤져있고 때가 탔으며 냄새가 심했다.
"나 중국 옛날 가서 최고의 스승한테 우슈 수련 받고 왔어."
"우슈?"
"수련을 마치고 시간 맞춰 돌아왔어."
시간의 마족 타오는 가끔 꼴릴때 몇년 동안 시간 여행을 하고 오곤 했다. 예전에는 한번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다가 자신도 공룡을 실제로 보고 싶다며 중생대로 갔다가 육식 공룡들한테 쫓기다가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때 무서웠다며 얼마나 울었는지..
"근데 안 씻고 훈련 한거야?"
냄새에 기절할것 같아. 세훈이 은근슬쩍 코를 막으며 물었다.
"훈련하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버렸어."
"맨날?"
헤헤, 끄덕끄덕.
"일단 가서 씻자."
타오를 차에 태우며 루한이 한숨을 쉬었다. 차에 창문을 다 열고 신나게 달려야겠다. 냄새 안나게. 타오는 제 몸에서 냄새가 나던지 말던지 자기는 낭만적이게 거품 목욕을 간만에 하고 싶다며 아주 신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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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타오가 왔더라고. 루한이 형이랑 데릴러 갔다왔어."
"너 페이스북 봤어. '오랜만에 보는 타오형 ㅎㅎ' 이렇게 글 올렸잖아."
"봤어? 그럼 댓글을 달아야지!"
종인은 나몰라라하는 표정으로 한창 카톡중인 태민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뭐하냐?"
"카톡."
"누구랑?"
"종현이형."
그게 누구야. 종인은 초키초키를 빨며 태민의 카톡 대화를 엿보았다.
'태민이뭐해?'
'형은이제일어났다'
'쫑현이형굿머닝^^~'
'저는학교에서아이스크림머거영!'
'아이마싯땅!'
'어제도먹었잖아아이스크림많이먹으면이빨썩어'
'조금씩만먹기!^^'
'아이알아써여이것만먹구여'
'태민이이번주에는알바안하는거야?'
'우와또해두돼여?ㅎ'
'당연하지^^'
'할래여할래여ㅎㅎ'
"너 뭐냐? 귀척 쩌는데? 미친."
"꺼져, 보지마. 남의 대화를 왜 엿보고 그럼?"
"아이 마싯땅? 미친ㅋㅋㅋ야 오세훈 아이 마싯땅이랰. 이태민 귀척 쩌렄."
"개새끼야 그거 아니거든?"
"그럼 뭔데 새끼야."
"아이 마싯따앙♡ 봐봐. 졸라 귀엽지?"
"ㅋ아, 시바 토나와."
"미친.."
꽃받침까지 하고 윙크를 하는 태멘에 세훈이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종인은 입맛이 떨어졌는지 쓰레기통에 다먹은 초키초키를 내던졌다. 태민은 그런 둘의 반응에 짜증이 났는지 주먹으로 김종인의 등을 마구마구 때린다.
"미친. 이태민 졸라 아프다고!!"
"아프라고 때리는 거다 새끼야!"
"어? 경수형. 매점엔 어쩐일이야?"
뭐 경수형? 세훈의 말에 종인이 찡그리고 있던 눈을 번뜩 뜨고 저를 때리는 태민을 밀친다. 건강에 안좋고 돈도 아깝다고 매점 근처엔 얼씬도 않던 도경수가 매점에 올것이라곤 생각도 못하던 종인은 방심하고 있던 저를 한탄했다. 얼른 멋진척을 해야돼! 멋진척! 세훈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경수의 옆에 붙는 종인을 바라보았다.
"형 뭐 먹으려고? 내가 사줄까?"
"괜찮아. 내가 사먹어도 돼."
"아니야. 뭐 먹을거야?"
"물 좀.."
물을 먹고 싶다는 경수의 말에 종인이 그 뚫기 힘들다는 3교시 쉬는 시간의 매점 인파를 단번에 뚫고 들어가서 물을 사가지고 나온다. 그 빠른 속도에 내팽겨졌던 태민이 엉덩이를 털다말고 벙찐 얼굴로 종인을 바라보았다. 저..저.. 미친놈..
"고마워, 종인아."
"근데 경수형 안색이 안좋은데? 왜 그래?"
"그냥 박찬열 때문에 속이 답답해서."
"박찬열이 왜?!"
당장 찬열한테 달려가서 주먹 한방을 날릴것 같은 표정으로 종인이 경수의 양 어깨를 잡았다. 물을 마시던 경수가 깜짝 놀라 콧구멍으로 물을 뿜을 뻔하자 그제야 종인이 흥분한것을 가라 앉히곤 걱정스럽게 경수의 등을 토닥거린다.
"콜록콜록! 켁 아무튼.. 어떻게 변백현한테 계속 붙어 있으면서도 걔가 지가 그토록 찾던 빛의 마...읍?"
빛의 마족이라고 말하려던 경수의 입을 재빨리 막은 세훈은 경수에게 태민을 눈짓한다.
"아, 맞다. 미안 내가 아직도 코에 물이 들어간것 같아서 정신이 없네."
제 코 끝을 문지른 경수가 코를 찡긋하고 웃어보였다.
"아무튼... 박찬열 그새끼는... 정말 멍청이야!!! 지 앞에 변백현이 있는데도 응? 왜 모르냐고!!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서 옆에 붙어있지, 수업시간에도 하루 좽일 변백현, 우리 백현이~, 성스럽다~ 아 좋아~ 막 이러면서! 대체 왜 눈치를 못까는지! 내가 말해주고 싶어도.. 아니 말해주긴 싫어. 하지만 그래도 답답하다고! 대체 왜 변백현이 그거라는걸 눈치 못채는거지? 응? 세훈아? 종인아?"
"형이 이해해. 찬열이 형이잖아."
"맞아. 그 형은 두가지 생각을 잘 못해."
"근데 변백현이 누군데? 혹시 그 소문의 전학생? 찬열이 형이 걔한테 붙어 있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경수형이 하는 얘기는 뭐야?"
태민이 아주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마구마구 물어오자 종인과 세훈이 그런게 있다며 대충 둘러댔다.
"뭔데! 궁금해."
"그런게 있어!"
"경수형! 알려주세요!"
"경수형 물 먹는거 안보여? 절로 꺼져서 아이 마싯땅이나 하세요."
"김종인 개새끼. 야, 오세훈 정말 안알려줘?"
"어? 종 쳤다. 이번 시간 영어지? 엠버쌤 오시기 전에 얼른 가자. 영어랩으로 혼나기 싫음."
세훈이 마침 울리는 종을 듣고 서둘러 종인과 태민을 끌고 반으로 향했다. 경수도 아직 반이 남은 물병을 들고선 반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4층까지 언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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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은 저를 끌고 급식실로 온 찬열에 한숨을 쉬었다. 하루종일 쉬는 시간마다 백현의 반으로 내려와선 반 친구들과 못 놀게 끼어들어 훼방(사실 찬열은 백현과 백현의 친구들과 같이 놀으려고 한것 같으나 전설적인 소문의 박찬열이기에 반아이들이 슬금슬금 피한것)을 놓는 찬열 때문에 반 아이들과 하루종일 대화를 하지 못했다. 수업시간에도 찬열과 친한 사이라고 이야기가 퍼진 바람에 아이들이 백현과 말을 섞으려고도 안했다.
"인사해. 얘는 도경수고, 얘는 이학년 김종인, 오세훈."
"안녕하세요."
백현이 어색하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반대편에서도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서로를 알고 있긴 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주하긴 처음이다. 자기와 비슷한 레벨 정도의 마족들. 백현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고위급 마족들을 신기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무슨짓을 할지 모르니 일단 경계하고 있었다.
"오늘 스파게티 나왔네! 앗싸!"
급식 도우미 아주머니들한테 아줌마 많이 주세요~ 라며 재롱을 부리는 찬열을 보고 백현은 급식을 받는 내내 얘가 정말 마왕이 맞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일단 이론적으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박찬열은 저보다 힘이 쎈 마왕임에 틀림 없었다. 게다가 크리스도 가끔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예쁜짓을 하는 저를 보고 마왕에 대해 바보같다며 욕을 하곤 했다. 박찬열은 바보고,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로 박찬열은 일단 마왕이 맞았다. 하지만 정말 바보가 마왕이 맞아? 그냥 바보라고 욕한거 아니었어?? 마왕이 바보라니! 말도 안돼!
"저기요. 경수형? 맞죠."
"어? 어어, 맞아."
"박찬열이요."
"?"
"마왕이에요?
역시 눈치를 채고 있었나? 경수는 살짝 당황한것 같으나 찬열의 맞은편에 식판을 내려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제 옆자리에 앉으라고 의자를 퉁퉁치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경수의 옆자리에 앉으려던 종인을 재치곤 저가 경수의 옆에 앉았다.
"야. 내 자리야. 비켜."
"급식실에 내 자리, 네 자리가 어딨어. 내가 먼저 앉았으면 장떙이지."
"뭐?"
상큼하게 저를 째려보는 종인을 무시하곤 울상인 표정으로 내가 싫은거야? 라고 하는 박찬열을 한번 쳐다본 다음 백현은 경수의 팔을 붙잡았다.
"형."
"어어?"
"진짜 쟤가 마왕이라고요?"
"응. 맞는데.. 믿기진 않겠지만."
"헐... 형은 제가 빛의 마족이란걸 알죠?"
"응, 당연히 우리 다 알아."
"그런데 쟤는 왜 몰라요? 자꾸 나보고 교회 다니냐고, 성당 다니냐고 그래요! 마왕이 대체 왜 몰라요?"
"...둔해서 그래. 둔해서."
한숨을 쉬며 말하는 경수에 백현이 어이없다는듯 빨리 제 옆으로 오라고 징징 거리는 찬열을 바라보았다. 이미 찬열의 옆에 썩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종인이 보였지만 일단 찬열이 마왕이라는 것에 큰 타격을 받은 백현은 그딴것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세훈은 얼빠진 백현의 표정에 이해가 된다는듯 등을 토닥이며 젓가락을 손에 쥐어주었다.
"이해해. 그래도 보다보면 적응 됨."
"아니, 나는 몇백년을 같이 지냈지만..."
한순간도 적응이 안돼! 경수는 뒷말을 생략하곤 고개를 저으며 스파게티를 섞었다. 내가 만든 김치 스파게티가 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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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간호사 송치엔이 타다준 식후땡 커피를 마시며 우아하게 클레식을 듣고 있었다. 그때 책상위에 올려둔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레이.]
"어, 루한."
[타오가 돌아왔어. 그래서 겸사겸사 이번주 금요일날 모임이 한번더 있을 예정이야.]
타오... 아, 잊고 살았네. 레이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겸사겸사는 또 뭐야?"
[빛의 마족도 초대하려고. 크리스랑.]
"아아, 그래? 크리스 오랜만이네. 성질은 여전하겠지."
[아마 오기 싫다는걸 억지로 데려와야 할걸. 준면이 그러는데 어지간히 지 아들을 아끼는 모양이야.]
"꼴에 아들 바보? 헐, 안 어울림."
그 성질 나쁜 빨간용 크리스가 무슨 아들을 키웠나 싶었는데. 아들 바보라니. 레이는 어릴적 저를 향해 브레스를 내뿜던 크리스를 생각했다. 으, 용대가리!
타오의 등장 !ㅋㅋㅋ 지난편에 댓글 달아주신 독자1 님 통조림 님 독자3 님 독자4 님 독자 5 님 커넥 님 르네 님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봐주신 분들도 항상 감사드립니당! 제가 저번편부터 답글을 달려고 했는데 이미 칠편을 올려서 답글 달기가 애매하더라구요ㅋㅋ 그냥 이번편부터 달겠습니당!!~눈부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