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들09
w. 눈부셔
"마왕성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백현은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성문에서부터 성안까지 쭈욱 길을 터놓고 있는 여자들에 깜짝 놀랐다. 여자들은 모두 이성의 하녀들인지 메이드복을 입은 상태였으며, 써니처럼 각종 동물들의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다. 박찬열 너 정말 변태니...? 앞서 들어간 종인과 경수는 이런 성안의 모습에 익숙한지 벌써 성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지도 않다니! 실망이야...흡.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훌쩍이는 연기를 선보인 백현은 흐르지도 않은 눈물을 닦으며 정원을 둘러보았다. 잘 가꿔진 나무와 꽃밭에 경복궁에 가면 볼수있을것 같은 정자도 보였다. 서양적인 이런 성에 왠 정자? 묘하게 어울리네...
"마왕성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정원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길을 걷는데 뒤에서 또 누군가가 들어온듯 싶었다. 민석과 크리스 그리고 종대쌤이었다. 짜증이 한껏 오른 크리스와 눈이 마주친 백현은 아까 저가 아빠에게 반말을 선사했다는 것을 깨닫곤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가 저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발걸음을 움직였다. 식겁한 백현은 재빨리 빛의 속도로 성안으로 들어왔다. 저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크리스를 피해 성안으로 들어온 백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빨간용 화나면 짱무서운데 화 좀 식으면 가서 애교 부려주면서 없던일로 해야지~.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백현은 저가 기다란 복도에 혼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도의 한쪽 벽에는 유리로 된 아치형 창문들이 있는듯 싶었으나 모두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한쪽 벽에는 커다란 액자들이 복도를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올, 꼴에 마왕이라고 비싼 그림들인가? 뭐지?
'탄생'
왠 아기가 금빛 천에 둘러싸여 있는 그림이었다.
'100일'
조금 더 자란듯한 아이가 한복을 입고 있었다.
'걸음마'
도령 옷을 입은 아이가 아장 아장 걷는 듯한 그림이었다.
'친구'
유치원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도령 옷을 입고해맑게 웃으며 얼굴을 맞대고 브이를 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경수형이네? 둥글둥글하고 초승달 마냥 잔뜩 휘어진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는 통통한 젓살을 빼곤 지금의 경수와 아주 흡사했다. 그럼 이 옆에 있는 애는 뭐지? 똘망똘망하니 잘생겼기는한데... 둘이 같이 있는 사진이 몇개는 더 이어졌다. 되게 친해보이네?
'입학'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이의 뒤에 수만마법초등학교라고 써있는 학교가 보였다. 아하, 저기가 아빠가 나왔다는 학교이군. 되게 큰 서당같이 생겼다.
'졸업'
중간에 학교 생활이라던가 다른 성장과정은 생략 되었는지 어리숙한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비단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옆에는 빠지지 않고 경수도 있었다. 근데 이 그림들의 주인공... 누구지? 되게 익숙한데.
'기타연주'
노란색 교복같은 옷을 입은 앳된 소년이 기타를 매고 허세를 부리며 포즈를 잡고 있었다. 어라??? 뭐야, 이거 박찬열이네??? 뭐지 이 허세킹은??
'성인'
완전이 성인이 된 지금과 같은 모습의 찬열이 가만히 성앞에 서있는 사진이었다. 그림이 아니라. 아 그러고보니 기타연주라는 저 사진도 사진이네. 아마 중간에 시간이 꽤 지났나보다. 오래된 그림에서 고화질 사진으로 바뀌었으니.
거기서부터 마지막 5장의 사진들은 모두 특별한 기념일날 찍은 사진들이 아닌 최근에 프로필 촬영을 한듯 싶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챙이 있는 영국식 모자를 한손에 들고 한손엔 지팡이를 든 찬열은 정말 훌륭한 신사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카메라를 향한 살짝 찌푸린 시선이 백현을 왠지 모르게 숨죽이게 하고 있었다. 마른 침을 삼킨 백현은 다음 사진을 보았다. 고급스런 쇼파에 비스듬이 앉아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찬열이 있었다. 마치 저를 압도하는것만 같은 시선에 백현은 이 사진들이 과연 찬열이 맞을까 의문이 들었다. 한국 전통의 왕좌에 앉아 전통적인 임금의 옷을 입고 있는 찬열, 탄탄한 상체를 들어내고 있는 찬열,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는 찬열. 정말 자신이 알고있던 찬열이 아닌것만 같았다. 그 바보같은 멍청한 박찬열은 대체 어디있는거지? 이 사진들 전부... 정말... 전형적인 마왕 같았다. 모든 마족들에게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그 위에 당당히 군림하고 있는 그들의 마왕. 사진들 속의 찬열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마왕이라고.
"뭐지...? 박찬열...."
그는, 정말 바보 마왕이 맞을까?
"백현?"
백현은 제 바로 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왔으면 식당으로 가야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찬열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백현의 손목을 잡고 사진이 나열되어 있던 곳을 다시 되돌아 걸었다.
"여기는 경수도 못 오게 했던곳인데. 백현이가 먼저 와버렸네."
"다 너야?"
"응. 어릴적에, 정말 까마득할때,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공간이야."
"아, 그래?"
"그나저나 다들 너 기다리느라 밥도 못먹고 있는데, 너는 한가하게 내 사진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니. 백현이 너 지각 벌금 내야해. 수당 만원~."
찬열과 몇마디 하는 사이에 어떻게 했는지 그 길게 걸었던 공간을 지나쳐 순식간에 식당앞으로 온 찬열과 백현이다. 백현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나는 빛의 능력 안썼는데!! 뭐지 이 순간이동은???
"여긴 우리집이잖아. 다 내 마음대로 할수 있어."
해맑게 웃는 찬열이 백현의 하얀 볼을 톡톡 건들였다. 아 귀여워 강아지 같아!! 좋아 죽으려하는 찬열에 백현이 썩소를 지었다. 아주 내가 좋아서 환장을 하는군.
"변백현 지각. 11만원."
식당으로 들어가자마자 백현에게로 다가온 종인이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종인이 꽤 적극적으로 나서자 벌금 담당 민석이 그 옆으로 와서 종인을 거둔다.
"처음이여도 예외는 없어!"
"푸핰! 구리스 표정이 썩고 있어!"
제 아들이 벌금을 내는것은 곧 저가 내는 것과도 같기에 크리스의 표정이 안좋게 변하자, 종대가 아주 박수를 치며 쳐웃는다.
"변백현 나보다 먼저 들어왔으면서 왜 딴데로 샌거야!"
"여길 처음 와봤으니깐 당연하지!"
"너 11만원 용돈에서 깔줄 알아!"
"뭐?? 안돼!!"
"안되긴!"
크리스는 아직도 쳐웃는 종대의 의자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얘는 왜자꾸 웃는데?? 지갑에서 11만원을 꺼내 민석의 손에 올려놓은 크리스의 표정이 여전히 구리다.
"마족들은 돈도 많으면서 왜이렇게 밝히는데?"
"드래곤도 마찬가지면서ㅋ."
"수고염."
백현은 제 용돈이 깍인다는 것에 멘붕이 왔다. 종인이 그런 백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리에 가 앉는다. 민석으로부터 만원을 받고 헤실거리는 경수의 옆자리이다.
"자, 그럼 마족 여러분 자리에 앉아주세요!"
"나는 드래곤이라고 무시하냐?"
준면의 말에 안그래도 심기 안좋은 크리스가 삐죽거렸다.
"우쭈쭈, 우리 구리스도 자리 있으니깐 앉으세요~."
종대가 킥킥 거리며 옆에서 크리스의 심기를 더 건들였다. 김미원 이새끼가...
"그나저나 너 성에서 길 잃었다면서 식당까지 잘 왔네?"
백현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세훈이 콜라를 마시면서 말을 걸어왔다.
"박찬열이 데려다줬는데?"
"찬열형이? 그 형 어제 올림픽 보다가 늦게 자서 아직 안일어났다고 너오기 직전에 집사가 깨우러갔는데?"
"뭐? 분명 박찬열이랑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고보니깐 왜 여기 없지?"
"당연히 없지, 이제 올거라니깐? 그 형 잠을 너무 잘자서 깨우는데 시간 겁나 오래 걸려."
세훈이 입안의 얼음을 아작아작 깨물었다. 옆에서 루한이 이빨 상한다고 타박을 줬다. 그때 마침 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하품을 하는 찬열이 들어왔다. 그는 디즈니랜드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티셔츠에 학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선 그대로 왔나보다. 옆에서 세훈이 거봐 맞지? 하는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봤다. ....말도 안돼. 백현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찬열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굿모닝~."
"마왕. 굿이브닝입니다."
"아, 맞다. 그랬지. 아무튼 다들 왔넴?"
찬열이 부시시한 머리를 긁적이며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어라, 저 성스러운 흰둥이는?!
"백현이?!?!?!?!?!"
찬열이 커다래진 눈으로 백현에게 달려갔다.
"백현이가 왜 여깄어? 백현이도 마족이야?!"
그래요, 니가 찾던 그 빛의 마족 입니다^^... 식당안의 마족들 + 드래곤이 한심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찬열아, 백현이 빛의 마족이야."
"빛의 마족?!?! 내 반려?!?!"
경수의 말에 찬열이 꿈인가 생시인가 확인하려는듯 제 뺨을 짝짝 친다. 아, 아프다... 이내 곧 기쁜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백현을 와락 안는다. 백현이가 내가 그토록 찾던 빛의 마족, 내 반려라니!
"아니, 저 바보 마왕 생퀴가?!"
찬열이 제 아들을 와락 안아버리자 크리스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저지할 기세로 일어났으나 옆에 앉아있던 타오가 크리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야, 손 놔. 지금 저녀석이 내 아들을...! 야... 뭐야... 이봐.. 너 울어?"
"흡 흑.... 너무 감동적이에요... 흐엉."
뭐?! 크리스가 황당하게 타오를 내려다 봤다. 지금 저게 감동적이라고?
"찬열이 꿈에 그리던 반려를 찾다니... 너무 감동적이야...헝헝, 안그래요?"
타오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크리스를 올려다 보았다. (참고로 얘네 지금 첫만남) 크리스는 멍하니 타오를 내려봤다.
"야...너..."
"?"
"귀엽다?"
(작가말생략!)
항상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