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들
w.눈부셔
준면이 민석이 개장했다는 만두집에 가자고 할때 크리스는 바쁘다며 다음에 가겠다고 사양을 했다. 하루종일 빠른 속도로 회사 전체에 소문난 크리스와 준면의 관계에 대해 아니라고 해명 하느라 녹초가 된 둘이었다. 하필 그 여직원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게 무어람. 준면은 자신의 신형 마티즈에 올라탔다. 마족 준면은 작고 아담한 것이 좋았다. 나의 귀여운 애마 티즈♡ 운전대를 쓰담쓰담한 준면이 민석의 가게로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검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준면의 차가 주차 되어있는 곳의 옆으로 잘빠진 BMW가 지나간다. 헐, 겁나 멋지다. 헐,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크리스였다. 준면은 여지껏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제 마티즈가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바 누나 여기 한그릇 더!!!"
"준면형 왔어?"
준면은 민석의 만두집에 도착했을때 저의 내비게이션이 뭔가 오류를 냈는줄 알았다. 여기가 만두가게라고?? 그러나 유리창으로 된 가게의 2층 창가에 앉아있는 옆자리의 누군가를 시크하게 응시하고 있는 종인과 맞은편 무언가를 양볼에 터질듯 집어 먹고 있는 찬열을 보았을때 이곳이 민석의 가게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준면이형 여기 앉아!"
아주 행복해 보이는 민석이 테이블을 하나 더 붙이며 세훈의 옆자리에 준면을 앉히곤 맞은편인 레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찬열의 주문을 받고 매우 질린듯한 표정의 알바생 수정에게 새로운 준면의 것까지 3인분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알바생 정수정은 예~ 하곤 화면을 터치했다. 엑소엠 만두 3인분. 밑에 주방에서 만두 찌는 아줌마가 안타까워졌다. 아오, 저 허우대가 멀쩡하다 못해 겁나 잘생긴 고딩 돼지새끼가 지금 몇번째 한그릇 더를 외치는 건지 모르겠다.
"찬열아 그만 좀 쳐먹어..."
경수는 찬열의 앞에 쌓여져 있는 만두 그릇을 보고 알바생 수정이 지었던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깐 만두고 뭐고 햄버거 달라고 타령이더니만 루한이 꼬득여서 만두를 한번 맛보더니 정신없이 7인분을 먹어치웠다.
"민석이형은 천재야. 어떻게 이런 만두를!! 진짜 대박이다.. 먹을때마다 부드러운 만두피가 씹히면서 그 안의 만두 속들이 화음을 이루며 렐라 판타지를 부르는것 같아. 이건 정말..! 반했어, 미지에서 온 만두!"
"시에프 찍어?"
세훈이 단무지를 하나 집어먹으며 저의 마왕을 쳐다보았다. 그 옆의 루한은 찬열이 쪽팔린지 등을 돌린채 제 옆자리의 레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들 모두가 와주다니.. 정말 기쁘다! 게다가 만두집도 이렇게 잘되다니 난 정말 행복해!! 마음껏 먹어 너희들한테는 돈 안받을게!!"
우쮸쮸 우리 빠오쯔 행복해여? 으구으구. 레이가 아주 어린 아이 대하듯 민석의 턱을 우쭈우쭈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민석은 레이보다 200년 일찍 태어난 형이었다.
"종인아 너는 더 안먹어?"
"형 많이 먹어."
"너으 크자나~!"
경수의 입에 만두를 집어다가 쑤욱 넣어준다. 한입에 먹기는 큰 만두 크기가 쑤욱 밀려들어오자 경수는 터질듯한 볼을 하고 종인의 어깨를 퉁퉁 친다. 아 귀여워 졸라 다람쥐 같아 ㅋ. 만두를 우걱우걱 쳐먹는 박찬열하곤 차원이 다르다. 종인이 웃으며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수는 무언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눈썹이 브이짜가 되더니, 그대로 입안에 있던 만두를 밖으로 쑤욱 밀어낸다.
"뭐야. 더럽게 왜 뱉어. 다시 넣어."
종인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젓가락으로 밀어넣자. 경수가 다시 쑤욱 밀어낸다. 어쭈. 안먹어? 종인은 또다시 만두를 밀어 넣었다. 경수는 또다시 만두를 밀어냈다.
"둘이 뭐해? 겁나 더러워."
넣고, 뱉고. 넣고, 뱉고. 무슨 지폐 교환기 놀이함?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훈은 썩은 미소 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얘네 대체 뭐함.
"왜 안먹는데."
옆에서 세훈이 그러던 말던 종인은 테이블에 한쪽 턱을 괴곤 다른 한 손의 젓가락으로 경수 입에 물려있는 만두를 톡톡 쳤다. 마주한 경수의 눈은 심술이 가득했다.
"...."
"왜 심술이 났는데."
"...."
"뱉어."
종인이 빈그릇을 만두 밑에 대주자, 그 위에 만두를 뱉은 경수가 씩씩 거리며 종인을 쳐다보았다.
"만두가 너무 크다고! 줄거면 잘라 줘야 할거 아니야!"
....아, 도경수 졸라 귀여워ㅋ.
한편 반대편에서는.
"너네 크리스 기억해?"
"크리스?"
준면은 마침 생각났다는듯 루한 민석 레이를 향해 물었다. 종대, 루한, 민석, 준면 그리고 두 학년 아래인 레이는 크리스를 알만한 마족들이었다. 같은 시기에 수만초를 다녔으니깐. 그런데, 그러고보니...
"근데 종대는 왜 안왔어?"
"종대형?"
다들 종대는 왜 없지? 여태까지 몰랐네! 하는 표정이다.
"세훈아 종대한테 안말했어?"
"종대형 오늘 야자 감독이래서 일부러 말 안했는데."
세훈이 단무지를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까부터 단무지만 먹는 세훈이다. 안짜? 루한은 제 앞의 물을 세훈에게 건냈다.
"그나저나 크리스가 누구? 아, 혹시 그 빨간 용대가리?"
이 마족들은 참 무신경했다. 제 동료 마족 한명 있던 없던 상관쓰지 않는 듯 처음 준면이 꺼냈던 본론에 관심을 기울인다. 루한은 고개를 내젓곤 팔짱을 꼈다.
"다들 기억하네? 나만 못 기억한거야?"
"나도 레이가 말해서 기억났어."
너네들이 그렇지. 다른 바보같은 마족들과는 다르게 세심하고 젊잖은 루한이 또 단무지를 집어 먹는 세훈의 빈 물컵에 물을 따랐다.
"세훈아, 짠 거 먹고 물 계속 먹으면 밤에 쉬 마려워."
"응, 그만 먹을게."
"헐! 그 빨간 용대가리가 형 회사라니!!"
"나 완전 식겁했다니깐."
준면과 그외의 수만초 동창들은 과거를 기억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해 나갔다. 대부분이 자리에 없는 크리스의 흑역사를 위주로한 뒷담이었다.
"형들 근데 드래곤이면 저번에 찬열형이 말했던 빛의 마족 키운다는 그 드래곤은 아니에요?"
"뭐? 빛의 마족?!"
세훈의 예리한(그나마 이 바보 마족들 사이에선) 질문에 귀도 좋은 마왕 찬열이 배부른 제 배를 쓰다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래곤이 그렇게 흔한건 아니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깐 그러네."
늙땅 마족들(고딩 마족들과 직딩 마족들은 무려 5세기나 차이가 난다)은 이제야 알아챘다는듯 머리를 긁적였다. 루한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준면형 그 드래곤 어딨어!!"
찬열 언제 준면의 앞에 왔는지 준면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건 생각도 안하곤 당장 찾아내겠다는 기세로 저러는거 보세.. 종인이 만두를 반쪽으로 짤라 입에 넣어주는걸 맛있게 받아먹고 있던 경수가 비웃음을 자아냈다. 그나저나 찬열이 크고 울리는 목소리로 드래곤! 드래곤! 이러니깐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마족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눈치가 빠른 루한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하하 웃으며 찬열을 진정시켰다.
"찬열아~ 우리 진정할까? 형들이 드래곤 장난감은 내일 사준다고 했잖아. 말 잘들어야 사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땡깡 부릴거야? 응? 우리 자리에 앉자~. 아이, 착하다."
뭐지. 이 모자란 취급은? 얼떨결에 루한에게로 끌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찬열은 주위 인간들이 모두 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 머리가 조금 모자른 아이였구나. 괜히 돼지새끼라고 욕했네. 뒷머리를 긁적인 알바생 수정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찬열에게 내밀었다. 먹어. 누나가 알바비에서 빼면서까지 너한테 주는거야. 형들 말 잘들으렴. 수정이 내어주는 콜라에 방금전 인간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걸 다 잊어버리곤 기분이 좋아 헤실헤실 웃는 찬열이다.
"고마워, 누나!"
아이고, 아이가 참 밝네... 가게에서 수근수근 들리는 말소리에 찬열을 제외한 마족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박찬열은 마왕이 정말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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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으로 야자를 선택할수 있는 학교의 시스템 덕에 학교 야자실은 종대와 10명도 안되는 아이들만 있을 뿐이었다. 요새 애들은 비싼 돈을 써가며 사교육을 해서 문제야! 학교에서 주체하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시간을 갖을수 있는 야자를 하란 말이야! 종대는 얼마전 역사 선생인 제가 개강하고 싶었던 '존잘 종대쌤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세계사'란 방과후 프로그램에 최소 인원인 10명도 못 채워 폐강하는 쓴맛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야자 감독인 종대는 무료함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다. 세훈이가 7시, 그러니깐 두시간 정도 전에 올린 사진이 눈에 띄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만두 사진이었다.
'민석이형네 만두집 만두! 완전 맛있음ㅋㅋ'
민석이 형이 만두집을 했나? 아, 지난주 모임에서 만두집 연다고 꼭 오라했지. 맞다. 깜박했네. 내일이라도 가야겠다며 화면을 쭉 내려 잡아댕겨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한 종대는 방금 세훈이가 사진을 또 올린듯 싶었다.
'형들이랑~ㅎㅎ'
.... 저를 뺀 모두가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만두 접시 앞에서 단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브이.
조...종대야!! |
이럴수가 지난편에서 저의 만행으로 세훈이가 종대를 빼먹고 톡을 보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급작스럽게 종대는 오늘 야자감동인걸로.. |
눈부셔~ |
지난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항상 감사드리구 있어요~ 많은 힘이 됩니다! 봐주신 독자분들도 정말 감사드려요~ 그나저나 제가 걱정되는건 여러분을 일주일동안 못볼것 같습니다 ㅠㅠㅠ 여행을 가는 바람에.... ㅠㅠㅠㅠㅠㅠ 얼른 백현이를 등장시키고 싶은데 가능한 한 오늘이나 내일 한편을 더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끝마무리가 항상 애매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