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
Double Cross 05
세번째배신, 버림받다
“ …… ”
미웠다. 과거의 행복한 모습만 떠올리려 했던 자신이. 불행했던 순간들은 머릿속에서 지워내려고 했던 자신이. 그리고 그때 날 위해 누명을 뒤집어쓴 기성용이. 차라리 내가 그때 기성용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바로 자수를 했더라면, 이런일은 없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가 이렇게 날 합리화시키며까지 기성용을 미워하진 않았을텐데. 정말 내가 자수를 해서 5년동안 감옥에 살았더라면, 성용이는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 배고프다. ”
일부러 누군가가 있는듯, 혼잣말을 하며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반찬이 있었다. 성용이가 가져다놨나… 또 성용이 생각. 난 성용이 생각을 할 자격이 없어. 다 잊었다고 했었잖아. 이제 질린다고 했었잖아. 왜 이제와서 뒷북이야 이용대. 고개를 저었다. 반찬을 꺼내다 버렸다. 성용이 생각 하지말자. 라면을 꺼냈다.
*
“ 응, 다와가? ”
- 응. 집앞이야.
전화를 끊었다. 침대에 누웠다. 지저분해진 침대를 치울 힘이 없었다. 오늘따라 그저 축 처졌다. 날씨는 좋은데 기분은 영 좋질 않았다. 삐비비빅, 드르륵-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 성용이 왔나보네. 그냥 계속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방 문이 달칵, 하고 열리더니 성용이가 들어왔다. 뭐해- 라며 오는 성용이에게 으응, 졸려서. 오늘따라 힘이없네. 라고 대충 대답했다. 요즘 성용이가 달라졌다. 아니, 예전.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과의 성용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적어도 그땐 사랑했었는데. 행복했었는데. 내가 성용이에게 등을 돌리면 성용이는 그 등을 날카롭게 할퀴고 다시 내가 자길 보도록 만들어버린다. 이젠 겁이난다. 성용이와 끝을 맺는다는거 자체가.
“ 용대야 나 배고파. ”
“ 밥 먹어. ”
“ 니가 해주라. ”
오늘따라 왜이리 어리광이야, 부엌에 밥해놓은거 있고 냉장고 안에 반찬 있으니까 먹어. 라고 하곤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성용이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 듯 했다. 신경쓰고싶지 않았다. 이용대. 나즈막한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나 졸리다니까.라며 졸린듯 쳐다보자 …넌 나 사랑해? 라며 갑자기 물어오는 기성용이다. 사랑한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자 …내가 너 사랑해. 이용대, 내가 널 사랑해. 라며 같은말을 되풀이하기만 했다.
내가 널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해. 용대야 사랑해.
사랑해란 말은 참 아름다운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섭게도 표현이 될수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 해졌다.
*
“ …… ”
성용은 마른 하늘만 바라보았다. 공허한 하늘이 마치 자기 마음같았다. 밑을 바라보았다. 베란다를 통해 딱히 높아보이지 않는 땅이 보였다. 차가 주차되어있고,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현실은 똑같았다. 하늘은 맑고, 아이들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웃고있다.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성용은 어딘가모르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시한번 마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바람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게 구름일지도 모르겠다. 흘러가다가 한순간 사라지는. 어떤 때는 예쁘게 보이다가도 다른 때는 비를 품은 먹구름처럼 미움을 사기도 하고.
“ 용대야… ”
성용은 아직도 서랍 위에 올려져 있는 자신과 용대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예쁘게 웃고 있는 용대와 그런 용대를 바라보고있는 자신. 마음같아선 이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쩌면 이때가 자신에게는 뭉게구름같이 예뻤던 때이니까.
*
“ 오늘따라 왜이리 어리광이야, 부엌에 밥해놓은거 있고 냉장고에 반찬 있으니까 먹어. ”
싫어.
용대가 나한테 쌀쌀맞게 대하는게 싫었다. 또 다시 나를 떠나갈까봐. 내가 감옥을 나왔을때의 그날처럼, 다시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 웃으며 데이트를 할까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줄까봐. 그게 싫었다. 그래서 더 옆에 두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때면 용대는 나에게 등을 보이고 만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 등을 할퀴어서라도 용대를 다시 내걸로 만들어버린다. 넌 나에게서 벗어나선 안돼. 벗어나지 말아.
“ 넌, 나 사랑해? ”
“ …… ”
아무말도 못하는 용대가 미웠다. 왜? 왜 넌 날 사랑하지 않는거야. 난 널 사랑해서, 너를 대신해서 감옥까지 갔다왔는데. 어째서 넌..! 화가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참았다. 난 용대를 사랑하니까. 난 널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용대야, 사랑해.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난 용대를 사랑하니까. 정말 사랑하니까.
… 우린 끝까지 함께할 사이니까. 사랑해야만 하니까.
사담 |
이번편은 망했네요........큽............... 오늘따라 저도 기운이 빠져서 ㅠㅠㅠㅠ 사담도 길게 못쓸것같아요... 그래도 제작품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사랑한다는 말은 꼭 전해드리고싶어요...♡ 여러분 사랑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