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
어반 자카파 - 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
Double Cross 07
네번째배신, 알고보면
“ 뭐? ”
성용이가 아랑곳않고 말했다. 말했잖아. 니가 다 자초한 거라고. 미세하게 내 손이 떨려오는 듯 했다. 무슨 일을 꾸미는건진 모르겠지만, 그만 둬 기성용.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고 말하자 성용이는 피식, 웃었다.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는 듯 했다. 그대로 얼굴이 얼어버린듯,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성용이가 다가오더니 나즈막하고 달콤한, 하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한 목소리로 난… 니가 정말 좋아. 용대야. 널 사랑해. 라며 나를 안았다. 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이내 품에서 나를 풀어내더니 내 어깨를 세게 잡았다. 어깨를 잡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지금 성용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난 말했어.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
“ 용대야. ”
“ 니가 뭔 짓을 해도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이것만은 안변해. 나 간다, 안녕. ”
성용이의 어깨를 툭, 치곤 급하게 나왔다. 나오자마자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흐르더니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시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슬펐다. 그냥 다시 들어가서 잘못했다고 말할까. 사랑한다고 말할까, 하지만 그러기엔 성용의 사랑표현방법은 많이 틀어져있었다. 또한 그것때문에 나와 성용이의 사이도 많이 틀어졌다. 성용이가 교도소에 가기 전만큼 나를 대해줬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
여보세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성용은 매우 기뻤다. 며칠만에 듣는 용대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용대의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듯 잠겨있었다. 자다깼는지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만나자, 시간돼? 라는 성용의 물음에 용대는 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니가 날 왜 만나. 나 시간 없어. 콜록콜록... 하며 기침을 반복했다. 어디 아파? 됐어. 신경쓰지마. 걱정스레 나오는 성용에게 용대는 가시만 세울 뿐이였다. 잠시 아무말 없더니 뚜,뚜,뚜. 이내 전화가 끊겼다.
“ …… ”
성용도 아팠다.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썩어들어가는것만 같았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담배를 물었다. 용대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싫어 차라리 폐가 썩어들어 죽었으면, 하는 바램도 여러번 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끊었다가 다시 피웠을땐 연기가 따가워 그만 피울까도 했지만, 끊을 수 없는 담배의 맛에 길들여진 성용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담배에 손을 댈수밖에 없었다. 용대도 담배같았다. 처음 다가갈땐 가시에 찔릴까 두려웠지만 한번 그 맛을 알고나선 끊을수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그런 것.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요즘들어 머리가 어질어질한게 앞이안보일정도로 심해졌다. 병원에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관뒀다. 차라리 죽으면 죽는대로 가만히 있는게 더 나았다. 용대를 볼수 없다면, 죽는게 차라리 나았으니까.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곧바로 구역질이났다. 우윽. 크윽- 화장실로 향해 곧바로 속을 게워내야 했다. 고통스러웠다. 몸이 아픈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용대를, 자신이 사랑하는 용대를 못본다는게 더 고통스러웠다.
*
“ 콜록, 콜록- ”
심해진 기침, 올라가는 열. 용대는 이불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움직이기에는 힘이 너무 없었다. 밥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먹을 수가 없었다. 이때 울리는 전화벨. 액정을 확인해보니 성용이였다. 받지 말까 생각하다 용대는 가까스로 힘을 내 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성용은 만나자. 시간돼? 라고 물어왔다. 쿨럭, 쿨럭. 항상 넌 이런식이였어. 내 입장 생각하지도 않고 니맘대로 용건만 말하지… 걱정해줄 순 없는거야? 라는 말을 뒤로한 채 니가 날 왜만나. 시간없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또 기침이 나오기 시작해 전화를 끊지 못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은 채 기침을 반복했다. 휴대폰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리지 않았다. 대충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니 어디 아파? 라는 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됐어, 신경쓰지마. 대충 말하곤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전화를 꺼버렸다. 배터리를 분리시키고 엉엉울었다. 저런 걱정 한번에 이렇게 눈물이 나나.
“ 흑, 흐읍… ”
아픈데 눈물까지 나서 용대는 정말 기절할것만 같았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성용의 얼굴이 용대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밝게 웃어주는 모습, 화내는모습, 키스해줄때의 모습, 사랑한다고 말할때의 그모습. 보고싶어. 성용아. 보고싶어. 전화기가 있는 침대 옆 서랍으로 손을 뻗어 간신히 휴대폰을 잡았다. 분리된 배터리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끼웠다. 폰을 켤 힘이 안났지만 애써 힘을 내 폰을 켰다. 정신을 놓을것만 같아 용대는 더 급해졌다. 폰이 켜지자마자 1번을 꾹 눌렀다. 아직은 단축번호 1번인 성용의 전화번호가 액정에 떴다. 용대의 손이 더 떨려오고,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성용아, 성용아.
- 여보세요.
“ 성, 성용아…흐윽. ”
- 왜그래 용대야! 무슨일이야!!!
“ 나, 보고싶어. 성용아. 보고싶어. 흑, 흐읍… ”
전화를 끊어버렸다. 힘이 더이상 남지 않았다. 짜증이 나서 폰을 던져버렸다. 던져진 폰은 멀리 가지 못해 침대에 그대로 떨어졌다. 몸이 으슬으슬 해진 용대는 이불을 더 꼭 덮어썼다. 힘이 빠진다. 보고싶어, 성용아. 많이… 정말 보고싶어.
*
“ …용대야!!! ”
전화가 끊겼다는 알림음밖엔 울리지 않았다. 성용은 급하게 옷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섰다. 전화상의 용대 목소리는 매우 급해보였다. 그리고 많이 아파보였다. 차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했다. 전화를 다시 걸어봤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여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씨발! 용대가 아픈데 그것하나 캐치못한 자신이 미웠다. 괜히 핸들에 화풀이를 했다. 그리고 금방 도착한 용대집. 급하게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아직 바뀌지 않은 용대네 집 도어락을 간단히 풀고 용대의 방으로 달려갔다. 방안에는 열기가 가득했고, 이불을 뒤집어 쓴채 눈을 감고있는 용대가 보였다. 용대야, 정신차려. 용대야!! 이용대!!
“ 으으… ”
“ 정신이 들어? 용대야, 나 보여? ”
“ 성용이네… ”
“ 얼른 업혀, 병원가자. ”
“ 성용아… ”
보고싶었어. 그말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병신. 보고싶었으면 보고싶었다고 말해야지. 근데 보고싶다고 말하질 못했어 성용아. 아픈 용대의 목소리에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쉴새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 왜말못했는데. 떨리는 내 말에 용대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네가 너무 무서웠어. 보고싶다고 하면, 당장 달려와서 또 나한테 욕할까봐. 그럴까봐… 보고싶은데 말도 못했어.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럴때마다 무서워서, 할수가 없었어 성용아.
“ 병신… ”
“ 그치, 나 병신이지… ”
“ 아니, 내가 병신이라고… ”
그동안 너 의심하기만 하고…. 용대야, 빨리 업혀. 성용의 말에 용대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질 않았다. 성용아, 나 힘이 없어. 자꾸 졸려. 나 잠와… 이용대!! 정신차려!! 얼른 업히라고!!!! 내말에 용대는 웃어보였다. 여전하네, 기성용 성격…, 며칠 못봤는데 몇년은 못본것같다. 어쩌면 나 너한테 길들여져 있었는지도 몰라…
“ 내가 다 잘못했어 용대야. 정말 다 잘못했으니까… 얼른 업히라고… 말하잖아… ”
“ 집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 그만큼… 니가 날 좋아해준다는, 쿨럭… 뜻이였으니까. ”
“ 업히라고!!!!!!…흐윽, 업히라고. 이용대 얼른… 업혀. ”
아니, 나 안업어도 돼. 나 그냥… 그만할래 성용아. 용대의 말에 성용의 눈에서는 눈물이 더 흐르기 시작했다. 뭘 그만해, 내가 옆에있는데 뭘 그만해… 성용의 말이 끝나자 용대는 눈을 감았다. 내가 널 의심한것부터 우린 틀어졌었나봐. 미안했어 성용아.
“ 너 그렇게 가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병신같이 집착만하던 그지같은 기성용은 어떡하냐고!!!!! ”
사담 |
다음편에 끝이 날것 같죠 아마도..?하하하하.... 갑자기 이렇게 슬퍼지니 저도 슬퍼지네요ㅠㅠㅠㅠ 오늘따라 왜이렇게 아련한글이 땡기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따라 좀 우울함...;(ㅠㅠ 마지막편까지 사랑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