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Realpiano 낮사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때가 있어(piano)]
[배우 민아영 심야 데이트 포착. 알고보니 셰프 민윤기?]
"뭐에요, 이게?"
"..."
"제 말은 눈 내리깔고 묵언수행하라는게 아니라 설명을 해달라는 뜻이에요. 오해가 생기면 안돼잖아요, 안 그래요?"
"..."
"다른 사람들 다 퇴근하고 우리만 남았잖아요. 뭐든 말해봐요 들어줄께요, 아무거나 얘기좀 해봐요.."
기사를 띄우던 휴대폰 창을 끄고 사장님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볼을 감싸고 말했어요.
따뜻하다. 볼을 어루만지며 뭐라도 얘기하기만을 가만히 기다렸지요.
화를 내도, 하다못해 욕을 해도 다 들어줄 자신 있었는데
볼의 온기가 손으로 옮겨져 미지근해질때까지 사장님은 어떠한 말도 꺼내질 않네요.
그게 사람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거 있죠.
그간 참고 참았던 설움이 북받쳐 밀려와 눈가가 홧홧해져요.
"나 사장님 진짜 좋아요. 사랑해요.
사장님 일 때문에 얼굴 자주 못보는거 저도 싫다구요. 그나마 가끔 볼때마다 죽은듯이 자고있는데."
"..."
"나도 투정 부려요. 나도 사랑받고 싶어해요.
일도 중요하지만 나한테 소홀해지는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요. 근데..근데!"
심호흡을 하며 불규칙해진 숨소리를 바로잡았어요.
축축해진 눈가를 보여주기 싫어 옷소매로 벅벅 문질렀어요. 그래봤자 이미 눈물은 흘러내렸지만.
"나도 사람이고 사장님도 사람이잖아요.
피곤한데 내가 투정까지 부리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쵸? 다 참았어요 그래서."
"..."
"어떻게 흐윽, 어떻게 사람이 이래요. 이 나쁜놈아...
나쁜새끼야!!!!!!!"
"울지마."
"...저녁은 다음에 먹어요. 미안해요."
그러고는 눈물을 닦을새도 없이 급하게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와버렸지요.
이건 뭐 시원하게 울분을 토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해가 풀린것도 아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이런걸 요즘말로 빼박캔트라 하나?
...아니 야, 야 김탄소. 그러니까 너 윤기형한테 씨바롬 했다고?
뭔 씨발라먹는소리에요.. 나쁜새끼라했지.
"와 용케도 살아서 왔네. 나 예전에 형한테 욕 한번 썼다가 진짜 이승이랑 빠이빠이 할뻔했어."
"아 이게 아니지. 여튼 그래서 우리집은 왜 왔냐. 레스토랑에서 고기나 썰고 있어야할 마당에."
"맞다....크흡....저..좀 울께요...."
"뭘 또 울어. 야, 야! 울지마. 아!!!"
"흐어어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장님이 나 이제 싫어할꺼야ㅠㅠㅠㅠㅠㅠ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차이면 어쩌지ㅠㅠㅠㅠㅠㅠㅠ"
"헛소리 하고있네. 헤어지면 나랑 사귈줄 알아ㄹ"
"뭐래!!이 미친!!!!!!!!!!!"
"장난이고. 너 바보냐? 눈썰미라고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끅, 왜요?"
"둘이 왜 같은 성씨겠냐고. 초면인데 그렇게 거리낌없이 웃으면서 밤길 돌아다니고. 너희 사장님 원래 그런 성격이었니?"
"아니요..?"
"짱구를 좀 굴려라. 초등학생도 알겠다 이건."
"...설마 막 형제라거나 사촌 끅, 이라거나. 아 진짜 그러지마요. 재미없어."
"니 인생이 무슨 영화라도 되는줄 아나보네, 벌써부터 불륜 찍고싶냐?
원하면 너도 영화배우 하던지."
"끅, 후우 그러니까. 열애설 터진 그분이 가족, 뭐?"
"사촌누나. 컥, 어디가!"
"그걸 왜 이제말해요 미친!!!!!!!!!!!"
젠장, 젠장할.
급하게 저를 잡는 태형오빠도 뒤로한채 우악스럽게 뛰쳐나와 무작정 거리를 달렸어요.
쓸데없는 오해를 했다는 창피함과 동시에 사장님에게 상처를 준 것만 같아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비집고 흘러나오네요.
대충 이쪽이었는데. 지난번 갔었던 사장님의 집 근처 풍경과 비스무리한 골목이 보이자 기억을 더듬어 내달린 끝에 집 하나를 찾아냈어요.
눈가를 문질러 눈물을 급히 없애고 어느 현관 앞에 멈춰서 다짜고짜 문을 내리쳤어요.
"문 열어봐요, 빨리 나와봐요...! 제발 나와봐요..흐윽..."
세게 문을 내리친 주먹이 빨개져 살갖이 까지는줄도 모른 채 두어 번 쾅쾅대던 문이 별안간 열리고
미운 얼굴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요.
"이게 무슨, 억!"
"왜 말을 안했어요, 이 나쁜새끼야!!!!!!"
조금은 놀란 얼굴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냅다 주먹을 명치에 꽂아주었지요.
막을 틈도 없이 당한 사장님이 맞은 부분을 감싸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어요.
물론 저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지만요.
"사촌이면 사촌이다! 왜 얘기를 못하냐구요 왜!!! 애꿏은 사람 바보만들고!!"
"아, 아파. 잠시만..!"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요..끅, 그런것도 모르고 나 사장님한테 아픈말했어요. 어떡해요...흐으.."
퍽퍽 때리던 두 손을 두 뺨에 갖다대니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보이는 사장님의 표정엔 당혹감이 서려있었어요.
그러다가도 이내 자신의 품에 저를 끌어안아 조용히 토닥여주네요.
"일단 들어와. 차부터 한잔 마시고."
-
달그락 달그락,
어색하게 흐르는 고요한 적막 속에서 사장님의 뒷모습만 흘끔흘끔 바라보았어요.
마냥 왜소할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 어깨도 다부지고. 있을껀 다 있네요.
실없는 생각 몇 번 끝에 사장님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차를 내주었어요.
그러고는 맞은편에 의자를 끌어다가 털썩, 앉아서 턱을 괴고는 빤히 져를 쳐다봐요.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어디 안가니까 천천히 먹어."
"..왜 말 안해줬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어디를 갔다 이리로 오셨나. 응?"
"태형오빠가 다 얘기했어요. 사촌이라면서 왜 그렇게 떳떳하질 못해요.."
"뭐, 김태형이?"
"네. 태형오빠가.."
"...하지마."
응?
한 손으로 제 입을 턱 막더니 갑자기 인상을 쓰면서 하지 말라네요.
뭘, 뭐가. 또 잘못한거라도 있나?
도끼눈을 뜨고서 찌릿 째려보니 입을 막으면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려요.
"오빠 하지말고 김태형 하라고.."
"아니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당연히 오빠.."
그러고 보니 태형오빠는 오빠라 부르면서도 사장님은 한번도 오빠라 불러보지를 않았네요.
톡톡 어깨를 건드려봐도 미동 하나 없어요.
서,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건가.
"그러지 말고 고개 좀 들어봐요, 응?"
"하지마.."
헐, 시발.
질투한다.
이 남자 지금 나한테 질투한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붙잡아 원위치를 시키고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요.
안돼, 여기서 웃어버리면 난 지는거야.
우주최강 절대 갑이었던 사장님이 을이 되는 순간은 살아생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말이죠.
파르르 떨리는 입가를 정리하고 일부러 진지한 표정으로 눈치까지 보는 사장님에게 으름장을 놓았어요.
"크흠. 나한테 거짓말까지 치면서 사촌누나 만난 이유나 들어봅시다. 5초 드릴께요. 안그럼 찻잔 물 들이부을꺼에요."
"뭐? 야 잠시만..!"
"5"
"이건 아니잖아. 잠깐만, 잠깐만!"
"4"
"일단 그 카운트다운부터 멈추지?"
"3"
"후회한다 그러다. 다 설명할테니까 제발 좀."
"2, 나 지금 찻잔 들었어요. 물 아직 덜 식었네?"
"너 진짜..!"
"1..읍,"
사실 진짜로 부어버릴 생각도 없었기에 그저 위협 정도로만 끝내려고 찻잔을 들었던 손목이 턱, 잡히고
그와 동시에 박력있게 다가온 사장님이 입술을 먹어버렸어요.
사장님한테 갑질 한번 해보나 싶기가 무섭게 다시 저는 우주최강 을이 되어버렸고요.
한참이 지나도 놓아줄 생각을 않자 숨통이 막혀 사장님의 어깨를 퍽퍽 밀쳐냈지만 당최 떨어질 생각을 않네요.
오히려 손에 들려있던 찻잔을 식탁에 내려놓고 더 깊고, 은밀하게 파고들어와 혼이 빠져나갈뻔 했어요.
혀가 섞이고 뒤통수를 부드럽게 감싼 손이 자꾸 아래로 향하는것을 겨우겨우 떼어냈지요.
조금은 달뜬 두 숨소리가 집 안을 웅웅 울려요.
"..."
"후회한다 그랬지 내가?"
"...으으.."
"이유 설명해줄께. 고개 좀 들어봐."
망할, 결국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네요.
어쩔 수 없죠. 나는야 사장님의 영원한 을이니까.
밀려드는 수치심에 고개를 파묻고 어쩔 줄 몰라하니 위에서 픽, 하는 웃음과 함께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그러고는 한참을 아무런 소식도 없다 이내 툭툭 하고 저를 건드리며 일어나보래요.
왠지 그 목소리가 떨리는것만 같은건 기분탓일까요?
부시시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고개를 들었을땐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죠.
"짠."
"...이게..뭐.."
조금은 풀죽어있는 장미꽃 한 송이와 작은 반지.
흔한 프로포즈의 표본이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는 순간이었어요.
"손가락 안맞으면 어쩌나 싶어서 급한대로 누나 데리고 갔는데, 어쩜 딱 그걸 봤냐."
"..."
"나도 일 하느라 너한테 소홀해진것 같아서 미안했어 그동안.
그래서 그냥 큰 맘 먹었지."
가만히 뒤통수를 쓰다듬던 손길이 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버리네요.
사장님 냄새.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어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듣고 싶었기에.
몇 년 전 혼자 가게를 지키며 드라마를 보다 우연히 화면 속 남자가 은은한 분위기 속에서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을 종종 본 적이 있어요.
감히 엄두도 못 낼 비싼 음식점에 화려한 꽃다발과 반지까지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했지요.
사장님은 어떤 프로포즈 해 주려나? 하고 문득 궁금해하다 실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저 소리없는 푸념만 늘어놓았지만요.
하지만 지금,
짧은 상상이나마 부질없는짓일줄 알았던 그때와는 달리
이젠 길었던 우리들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볼까 하네요.
"결혼하자."
"..."
"김태형한테 성 붙여서 이름 부르고 나한테는 사장님 호칭도 빼. 들을 때마다 마음에 안들어 그거."
"그럼 뭐라 불러요..?"
"뭘 물어. 내가 말하고 싶은게 뭔지 알면서."
"윤기오빠. 하고 불러, 알겠지?"
.
민군주네 파스타집
끝
.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제가 또 늦었죠..?ㅎㅎ..
죄인을 매우 쳐도 좋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아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 완결이네요..
사실 처음엔 파스타 먹다가 영감이 뽝 떠올라서 쓰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께 엄청난 사랑을 받고
가끔씩 독방 놀러갈때마다 글잡 추천글에 제 글이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네요.
한분한분 댓글 달아주시는거 볼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초록글에 올라가는 제 글 보면서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네요.
진심으로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부랄친구 테니스부 부장 호석이는
쓸지 안쓸지 확답을 드릴수가 없어요 8ㅅ8
너무 기대는 하지말아요...ㅠㅠㅠㅠㅠㅠ
더이상 암호닉은 받지 않아요!
암호닉 찾는법
Ctrl+F 또는 F3키 누르고 자기 암호닉 이름 검색!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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