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첫인상은 어땠냐구요?
어...음...솔직하게 말해도 되려나?
조금 별로였어요.
항상 가던 길목에 새로운 파스타 집이 막 신장개업을 앞두고 있었어요.
문을 열기 며칠 전 통유리에 비친 그 가게는 항상 사장님 혼자서 느긋해 보였지요.
눈매도 매섭게 생긴데다가 염색은 또 얼마나 자주 하는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세상에 불만을 가진 질풍노도의 사나이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달까?
가끔 지나치다가 유리창 너머로 사장님과 눈이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다른건 몰라도 절대로 눈싸움 시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절대로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지나가는 길이 그쪽뿐이라 어쩔 수 없이 그 건물 앞에서만 쫄아서 고개를 숙이고 다녔지만 그게 다였어요.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에 휴학을 신청하고 급한대로 아르바이트를 찾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모두 허사였지요.
무슨 놈의 아르바이트가 취업보다 더 빡센지.
제발 그곳만큼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결국 온 동네를 뒤지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왜 수많은 가게중에 알바를 구한다는 종이가 붙은 곳은 이곳밖에 없는 걸까요?
심지어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이면지 하나 주워다 썼는지 구깃한 종이 위에는 그저 '알바 구함' 이라는 휘갈겨 쓴 글씨만 있었지요.
자신을 밀어달라고 붙여놓은 문 위의 스티커도 이 가게에서는 거만한 명령질로밖에 보이지 않는 듯 하네요.
깊은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 문을 당겼어요.
"저, 여기 아르바이트 구하신다고.."
"?"
켁, 담배냄새.
문을 열자마자 뿌옇게 들어찬 희뿌연 공기가 폐부 깊숙히 찌르는듯 싶었어요.
음식점인지 흡연구역인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매캐한 연기가 사장님의 인사보다 먼저 저를 반겨주었지요.
기침이 나왔지만 그래도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닌것 같아 겨우 참았어요.
"알바?"
"예, 저기 창문에 붙여놓으셨길래."
하고는 손가락으로 이면지를 가리키니 그제서야 아, 하고는 담배불을 지져 끄네요.
어디론가 들어가서는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오더니 저에게 주기는 커녕 테이블에 털썩 앉아요.
"종이가 왜 이렇게 많아 진짜.."
"..?"
"..."
"..."
"면접 안 봐요?"
#
"음식 뭐 좋아해요?"
"파스타요."
"본심은?"
"...예? 파스ㅌ.."
"...초밥이요"
"라면의 진리는 면 넣고 몇분이라 생각해요?"
"...라면 못 끓이는데요?"
"세상에."
면접은 커녕 아까부터 말도아닌 질문들만 하는것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경직되어있던 곧은 자세가 점점 저리면서 이 짓을 왜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역시 오는게 아니었어.
"혼자 사는 사람 치고는 할 줄 아는게 몇 없네."
"집안 내력이라서요."
"성격 좋네. 크게 되겠어."
"금스흡느드(감사합니다).."
"간단한 정보는 다 적었고. 출근은 8시부터."
"헤엑, 왜 그렇게 빨리 열어요?"
"왜긴,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은 언제나 긴장되고 경건한 일이야."
테이블과 의자도 구분 못하고 담배나 뻑뻑 펴대는 사람이 할 말인지.
면접이라기보단 취중진담에 가까운 의식의 흐름 속 대화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어요.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마스크를 꼭 하고 다니라는 예쁜 기상캐스터 언니의 말이 무색하게도 공기가 너무 상쾌한거 있죠.
저 가게에서 일하다간 니코틴과 친구 먹을듯 싶었다니까요.
여기까지 봤을땐 마냥 사장님이 이상한 사람인것 같죠?
네, 맞아요. 보시는 그대로에요.
첫인상이 다가 아니라는 나름의 제 신념이 사장님한테는 통하지 않네요, 하하.
그래도 괜찮아요!
저희 가게는 항상 가족같은 분위기를 보장하니까요.
정말 가 족 같은 분위기에요.
가 족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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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연재 끝났다면서 뭔가 싶겠지만
사실 급하게 끝낸 감도 없지않아 있고 싶어
앞으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조금씩 연재 해보려고 해요!
사실 파스타집 연재하는 취지 자체도 처음엔 에피소드였는데
가면 갈수록...로맨스가되고...음..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분들 계서서 감사합니다 8_8
이번화는 민사장님과 연애하기 전 그 어딘가의 배경에서 썼어요
그냥 어느 날 알바하다가 문득 첫 만남을 생각하며 예 뭐 그런거..?
오는 시간은 뒤죽박죽이니 긴장 타세요 여러분ㅎㅎ
어쩌면 다음편이 몇 달 후일수도 있어요^^
아, 호석이 테니스 부장은 스토리 구상중입니다!
올지 안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에요 :)
모두들 좋은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