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다음편 기다리셨죠?
아니라고 해도 그냥 그렇다고 해주세요.
제가 아쉬워서 쓰는 74편 뒷이야기인 75편.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것인가.
남준이는 머릿속으로 온갖, 입을 맞추다의 다른 의미가 있는지를 헤아리면서 멍하니 윤기를 바라봤으면.
윤기는 남준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대었다가 가볍게 부비면서 입꼬리를 배실 올려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금 또 한 번,
술에 적셔진 입술이 느릿하게 오물거렸으면 좋겠다.
야, 있잖아...
잠긴 목소리가 시끄러운 주위 속에서 유일하게 남준이의 귓가를 두드렸으면 좋겠다.
내가 요즘
네 입술만 보고 살아.
이상해. 나 변태라도 됐나?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랑 입맞추고 싶어서,
그래서 계속 보는 것 같아.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하는거지. 응? 그러니까...
나랑 입 맞추자, 남준아.
아, 신이시여. 남준이는 급하게 제 입을 틀어막고 아주 조그만 이 사랑스러운 속삭임을 누가 들었을새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허둥지둥 윤기의 몸을 부축해 일으켜세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인사하는 점원들에게 같이 인사를 하면서 급하게 술집을 나섰으면 좋겠다.
형. 형. 자요? 자면 안 되는거 알죠, 솔직히?
응. 안 자. 근데 우리 언제 입맞춰?
그, 그거, 키스 말하는...
응... 뽀뽀보다 진한 거.
배실배실 웃으면서 자꾸 남준이 마음을 움켜쥐고 주무르는 윤기가 보고 싶다.
밤바람이 서늘했던가,
더웠던가.
아예 불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모르고 남준이는 오로지 집으로 가야겠다는 일념하게 살짝 어지러운 머리를 다잡으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윤기는 조금씩 빨라지는 남준이의 걸음에 맞추지 못하고
반쯤은 그대로 끌려가듯이,
반쯤은 얼결에 달음박질을 치듯이 투박하게 걸어나갔으면.
겨우 집에 도착하고, 이미 늘어질대로 늘어진 윤기가 집 안의 불이 켜지자마자 웃으면서 현관에 벌러덩 앉았다가,
신발이 벗겨지자 그대로 침대로 달려가 털썩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집이다아.
끝말은 이미 늘어질대로 더 늘어지고, 어느새 익숙한 흰 귀도 드러내서 붉어진 양 뺨을 가리고 있었으면.
마른 침을 삼키던 남준이가 헐레벌떡 신발을 벗고 윤기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옆에 걸터앉고, 상체만을 돌려 누워있는 윤기를 자신의 팔 가운데에 가두고 빤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토끼야.
응...? 어, 김남준이다.
그, 입... 맞추고 싶다는 거.
어? 해줄거야? 아니야. 하지마.
네?
내가 먼저 할거야.
그렇게 말한 윤기가 이불에 폭 휩싸인 채로 웅얼거리다 길게 숨을 한 번 내쉰 뒤에
두 손을 뻗어 남준이의 목을 다시 감싸 안았으면 좋겠다.
남자답게 곧게 뻗은, 불거진 손이 열기를 가득 담은 채로
남준이의 목덜미를 쓸어내렸으면 좋겠다.
마른 침이 다시 삼켜지면서 울렁이는 목울대에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대었으면 좋겠다.
여기, 여기. 움직인다.
작게 키득이는 목소리에 남준이는 섬짓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언젠가의 밤이 오버랩이 되어 남준이의 머릿속을 한결 더 빙글빙글 돌렸으면.
뜨거운 숨을 뱉어내는 뜨거운 입술이 느릿하게 위로 올라오다가,
남준이가 윤기의 허리를 감싸 좀 더 끌어당겨 안는 순간에,
뚝,
그 움직임을 멈췄으면 좋겠다.
... 토끼야?
고른 숨소리,
곧게 감겨진 눈,
축 늘어진 몸.
아, 설마. 제발. 토끼야... 윤기 형. 형? 민윤기 씨?
남준이는 그대로 잠에 들어버린 윤기를 제대로 눕히면서 눈물을 삼켰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남준이가 마른 세수를 했으면 좋겠다.
진짜 못 말리겠다...
잠깐 짧은 탄식을 내뱉던 남준이가 빤히 윤기를 내려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천천히 몸을 숙여 조심히,
간지럽게
윤기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다가 떨어졌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안 봐줄 거예요.
부드럽게 머리를 헤집는 손길이 느껴져 윤기가 살풋, 웃었으면 좋겠다.
다음 날 아침에 윤기는 무거운 머리를 애써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눈도 채 다 뜨지 못하고 비몽사몽, 냉장고 문을 열어 찬 물을 마시는데 문득 자신도 물을 달라는 남준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으면.
그리고
퀭한 얼굴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혀를 차면서 찬물을 건네주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마신거야, 너는?
... 형. 어제 일 기억은 나요?
어제? 뭐? 아, 나 또 취할정도로 마셨나. 나 설마 실수했냐? 우엑했어? 네 옷에 전 부치든? 응? 아닌데, 나 토하는 건 없는데.
... 아니에요. 아니야...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윤기의 하얀 귀가 바짝 세워졌다가 싱거운 남준이의 반응에 그럼 됐고, 라면서 다시 축 늘어졌으면 좋겠다.
야, 우리 아침 해장국... 해장국 먹자... 속 쓰려.
토끼야.
왜.
윤기가 고개를 돌려 본 것이 어째 한이 맺힌 짓궂은 얼굴이라 순간 의아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남준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경악을 했으면 좋겠다.
요즘 내 입술만 보여요?
... 뭐?
변태. 어쩐지 멍해보이더라니 내 입술만 보느라 그랬어요?
... 아니, 야, 씨, 아... 아! 아니거든!
아니긴 어제 주절주절 다 말해놓고는.
다른 때였으면 조용히 넘어갔을 일을, 어제의 장면이 계속 생각난 남준이가 울컥해 윤기가 제일 부끄러워 할 일을 꺼내어 내보였으면 좋겠다.
그런 남준이의 기대에 맞춰 윤기는 목덜미까지 붉게 물든 채로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
맞거든요!
나 기억에 없거든!
필름 끊긴 거겠죠! 얼굴 터질 거 같은 거 보니까 맞네!
아니라고!
이 변태 토끼가!
뭐, 이 변태 인간이!
내가 왜 변태인데요!
몰라! 그냥 그딴 말 했으니까 변태라고 해!
다른 때보다 소란스러운 아침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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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뛰다보면, 넘어질 때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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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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