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 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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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 25 (BGM : Talesweaver OST - Luminiscence ) - "창원 근방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아?" "으으음...아니, 몰라." 덜컹거리는 버스가 휑했다. 버스 안에는 운전수를 제외하고는 맨 뒷자석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호원과 동우밖에 없었다. 돌아올때는 버스 열대가 모두 꽉꽉 차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은 역시나 꽝. 비밀스럽게 숨어있을게 뻔한 소에족 무리를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눈 앞이 깜깜할 뿐이었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한참을 말이 없던 동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여기서 소에족들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반란에 큰 차질이 생길게 뻔했다. 호원도 걱정되는건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동우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다 잘될거야. 가는데 오래 걸리니까 일단 좀 자둬." 그 말에 동우는 말똥말똥한 눈을 억지로 감았지만 심장은 여전히 거세게 뛰었다. 둘 중 하나였다. 소에족들을 만나 잘 데리고 돌아오거나, 그 반대거나.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도 컸지만 무사히 창원에 도착해 소에족들을 만나면... 동우는 그것 또한 걱정스러웠다. 안전함을 추구하는 그들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는지도 문제였지만 막상 그들을 만나면 울음부터 나올듯했다.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자신의 동족들. 그들과 대면하는 느낌은 기쁘기 이전에 우울하고 슬플 것 같았다. 아마 또 한번 상기되는 현실 때문이겠지, 인류에게 버림받아 언제나 도망치고 공격받아야만 하는 소에족의 슬픈 현실. 머릿속에 붕 떠오르는 우울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득 자신의 손을 잡은 옆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나는 사람들, 성규형, 우현이형, 그리고 명수형. 그들의 아픈 과거,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돌이켜보며 동우는 힘을 냈다. 눈 앞의 현실이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숨쉬며, 또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이 끔찍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거다. 그 치열한 싸움 동안 절망해서도, 좌절해서도 안된다. 억지로 감았던 눈을 뜨고 달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핏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도로. 이제 세상에서 핏자국을 지워낼 때가 왔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첫 임무를 무사히 수행해야 한다. -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는 동안 어느새 버스는 창원에 진입했다. 부산 근방은 전쟁의 위험에서 한동안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창원 역시 시끄럽지도 위험하지도 않아 보였다. 버스에서 내리는 호원과 동우에게 운전수가 붉은 버튼이 달린 작은 기계를 쥐어주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위치 추적이 됩니다. 준비가 다 되셨으면 버튼을 누르세요.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네, 조심하세요." 운전수와 헤어지고 걸어가기 시작한 창원은 텅 비어있는 도시였다. 휑한 아스팔트 도로는 햇빛을 받아 이글이글 타오르듯 뜨거웠다. 혹시 빈 건물 어디엔가 숨어있을까 걸어가는 내내 뒤지고 수색했지만 소에족의 소자도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았다. 한시간을 넘게 거리를 헤메었지만 살아있는 생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내리쬐는 여름 햇볕에 결국 호원과 동우는 지치고 말았다. "도대체 어딨는거야?" "설마 여기 없는건 아니겠지..." "그럼 다른데 찾아보면 되지. 시간은 아직 많아." "6월 6일까지 그게 될까? 고작 한 블럭 뒤지는데도 한참 걸리는...어?" "왜 그래?"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동우가 몸을 뒤로 홱 돌렸다. 뭐 있어? 호원이 재차 물었지만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휘휘 젓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동우였다. "찾고 나서 KIST로 간다 치자. 그 다음엔 뭘 해야되지?" "훈련을 해야겠지." "정부에겐 언제쯤..." "야, 왜 그래?" 또다시 말을 하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는 동우에게 호원이 다그쳐 물었다. 동우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뭔가 이상했다. 아까부터 자꾸 소에족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어디인지 당최 찾을 수가 없다. 이쪽인가 싶으면 저쪽에서, 저쪽인가 싶으면 이쪽에서. 이젠 아주 온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동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 근처에 있는건 확실한데... "아무래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더 안 쉬고?" "응, 이 근처에서 뭔가 느껴지는데 확실하지가 않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동우가 주택가 쪽으로 걸어갔다. 호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우를 쫓아갔지만 동우는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넌 저쪽으로 가봐." "혼자 다니면 위험해." "같이 다니면 느려. 어쩐지...빨리 찾아야할 것만 같아." 언제나 밝았던 동우의 표정이 오늘따라 어두웠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웃으며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으이그, 성질 급하긴. 알았어. 조심해라." 아마 몇년만에 자신과 같은 처지인 소에족을 만난다는게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일 것이다. 아까부터 계속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동우의 뒤로 호원이 크게 소리쳤다. "동우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 아까 말했잖아, 다 잘될 거라니깐?" 마악 옆에 있던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던 동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들어 처음으로 해사하게 웃었다. "그래, 알았어." 대답하는 동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듯 했지만 기우일거라 생각하며 호원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텅 빈 거리가 괜히 낯설었다. - "호원아, 이호원, 어딨어?" 동쪽 방향을 다섯 블록이나 돌고 돌아온 동우는 반대 방향으로 갔던 호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호원은 대답조차 없었고, 깨진 창문 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호원을 찾던 동우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아무 일 없겠지. 좀 멀리간 것 뿐일거야.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벌써 해가 저물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곳까지 뛰어가보았지만 호원은 없었다. 서쪽으로 일곱 블럭 가량을 다급히 뛰어가봤지만 역시 호원은 없었다. "호...호원아? 너...어딨어..." 불안한 정도를 넘어 두려워지고, 두려운 정도를 넘어 미칠 것 같았다. 결국 호원을 찾지 못한채로 해가 지고 말았다. 운전수가 줬던 기계는 호원이 가지고 있었다. 어두컴컴해진 낯선 도시에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호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동우의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동우는 켜지지 않는 가로등 아래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호원아...이호원, 어디있는거야...제발 돌아와...나 좀 찾으러 와줘... 그 때 누군가 동우의 어깨를 잡았다. 이미 패닉에 빠져버린 동우는 그 상태로도 한참을 벌벌 떨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호원...이야?"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장난치지마...호원아, 너 맞지?" 겁에 질린 동우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강한 힘이 동우의 뒷목을 강타했다. 그대로 세상이 기울어지고, 고요한 거리에는 동우가 쓰러지는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 눈을 뜬 동우의 앞에 펼쳐진건 낯선 세상이었다. 여긴 어디지? 어쩌다 여기까지 온거지? 거기까지 떠올린 동우의 생각이 아직 찾지 못한 호원에까지 미쳤다. "이호원!!!"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지르자 곧 문이 벌컥 열리며 웬 할아버지 하나가 들어왔다. "아, 일어나셨군요." "할아버진 누구세요? 그리고 호원이 못 봤어요?" "호원...이라면 그 청년을 말하는거겠죠. 잘 있습니다. 일단 얘기부터 들으시죠." 그제야 동우는 자신이 깨어난 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방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모두 까만 돌이었다. 돌이 하나하나 박혀있는게 아니라, 방 전체가 암석을 파서 만든 동굴인듯 했다. 방안에는 지금 동우가 앉아있는 두터운 모피 여러개를 겹쳐만든 낮은 침대 하나밖에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처음 보는 노인은 키가 작고 흰 수염을 길게 길렀지만 정정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여긴...어디에요?" "흠...여긴 소에족들의 지하 기지입니다." "지하 기지요?" "뭐, 기지라고 하기엔 좀 거창한 면이 없잖아 있죠. 그냥 땅속을 파서 만든 거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그...대피한 분들..." "예, 저희가 맞습니다." 일단 무사히 찾아왔다는 것, 호원이 잘 있다는 것, 그리고 노인의 태도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이 동우를 안심시켰다. 긴장이 풀리자 쓰러지기 전 얻어맞았던 뒷목이 욱신욱신 쑤셨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설명하자면 좀 길군요. 일단 저희는 도련님 일행이 저희를 데리러 왔다는 것, 그 목적이 인간의 정부에게 반란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도련님이 불을 다루는 소에족이라는 것도요." "저기...도련님이라니요...그리고 어떻게..." "설명하자면 길다고 했지 않습니까. 모든걸 알고 있었던건 지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아요?" "선견지명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입니다. 말하자면 예언이겠지요. 6월 2일, 도련님 일행이 저희를 찾아올거란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답니다." 동우는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나에게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쓰는건지, 굳이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일단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묻기로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를 진작에 마중나오지 않은건가요?" "지아는 남자 두명이 온다는 것만 알았지, 그 생김새와 나잇대 등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능력의 한계라고 해야겠죠. 도련님이 여기 온다는 사실을 우리 말고도 인간의 정부가 알고 있을 확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지켜보며 외모와 특징을 파악한 후에야 사람을 보내 데려오도록 했지요." 그제야 아까 소에족의 기운이 사방에서 느껴졌던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랬을 수밖에. "아니, 그럼 왜 굳이 기절시켜서..." "아, 본의 아니게 폭력을 행사한건 죄송합니다. 저희도 만전에 신중을 기해야 했거든요. 어둠을 뚫고 볼 수 있는 자를 보내긴 했으나 도련님이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어깨에 손을 얹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는군요. 혹시 모르지만 함정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급소를 내리쳐 기절시켰던 모양입니다." 동우는 뒷목을 만져보았다. 멍이 들 것 같긴 했지만 기절 가지고 생명에 지장을 받거나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럼 호원이는 어떻게 된거에요?" "도련님과 같이 오신 분은 데려오는데 적잖이 고생했습니다. 도련님처럼 알아볼 수 없던건 아니었지만 저희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공격해왔다는군요. 겨우겨우 뜯어말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지금 어디있는데요?" "아마 저녁 식사를 하고 계실겁니다." "가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도련님도 시장하실 때가 됐을겁니다. 제가 누군지, 왜 도련님에게 존칭을 쓰는건지 그런게 궁금하시겠지만 식사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동우는 노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아직 많은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제대로 찾아왔고, 이 사람들이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노인이 안내해준 곳은 대형 식탁 여러개가 늘어서있는 곳이었다. 동우는 둘러앉아 밥을 먹는 수많은 소에족들 사이를 지나가며 호원을 찾았다. 중간중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보이는 분들은 동우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기도 해 당황스러웠지만, 자신과 같은 소에족들을 드디어 만났다는 이유로 심장은 기분좋게 뛰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호원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앳되보이는 여자 한명과 얘기하고 있었다. "호원아!!!" 눈물이 왈칵 쏟아질만큼 반가운 호원을 향해 도도도 달려간 동우는 놀라서 쳐다보는 호원의 품에 쏙 안겼다. 갑작스러운 동우의 등장에 호원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언제 왔어?" "방금 일어났어. 기절했거든." "너 또 울었지?" "아까 너 없어져서 무슨 일 있는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나 진짜...너 못 만날까봐 너무 무서웠어." 두려움에 떨었던 좀 전 일 생각만 하면 아직도 무서운지 울먹이는 동우를 다독여 자신의 옆에 앉힌 호원은 얘기하고 있던 여자를 소개했다. "유지아라고, 예언능력이 있으신 분이야. 우리 올걸 알고 있었다네." "아, 아까 할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어요." 나이가 많아봤자 호원과 동우 또래로 보이는 지아는 생각보다 앳되고 예쁘장한 생김새였다. 동우를 알아보고 밝게 웃은 지아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라고요? 우리 장로님 말씀하시는건가봐요." "아...그 할아버지가 장로님이에요?" "네. 장로님한테 아직 얘기 못 들으셨나봐요." "듣다 말고 나와서..." 머쓱하게 웃은 동우는 호원을 쳐다보았다. 얘 찾으러요, 라는 말은 꿀꺽 집어삼켰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호원은 옆에 있던 고기 한 점을 집어 동우의 입에 구겨넣었다. 고요한 미소로 두 사람을 쳐다보던 지아가 말을 건넸다. "그럼, 제가 마저 얘기해드릴까요?" "아, 네..." "쭉 말해드릴테니 뭐라도 좀 먹고 계세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앞에 있던 접시에 담겨 있는 음식들을 입 안으로 가져가는 동우를 바라보며 지아가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전쟁이 터진 첫 해 이곳으로 도망왔다는건 알고 계시죠? 남편들과 아빠들, 그리고 아들들을 전쟁터에 내보낸 후 힘없는 가족들은 한데 모여 창원으로 피난을 왔어요. 그러나 마땅히 살기가 여의치 않더군요. 몇 달을 브레이커들 눈을 피해 살다 생각해낸 곳이 지하였어요." "브레이커가 뭐에요?" "소에족들이 정부와 정부군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호칭이에요. 파괴자라는 뜻이죠. 어쨌든 각종 능력을 총동원해 만든 곳이 여기 지하 동굴이에요. 그리고 여전히 능력들을 총동원해 끈질기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구요." "아..." "장로님은 전쟁터에서 우리를 모아 피난시켜주신 분이에요. 지금은 저희가 우두머리격으로 모시고 있지요. 음...아마 장로님이 도련님 도련님하면서 존칭을 쓰셨을거에요, 맞죠?" "맞아요. 왜 그런건지 설명해줄 수 있어요?" "당신은 특별한 분이거든요." "제가...특별하다고요?" 뜻밖의 말에 고기를 찍어 먹던 동우가 멈칫하고 지아를 쳐다보았다. 난 그냥... 평범한 소에족일뿐인데? "저도 거기까지밖엔 말씀을 못드리겠네요." "음...그러면..." "아무튼 제가 꿈속에서 당신들에 대한 예언을 본건 두달전쯤이에요. 전 바로 장로님에게 말씀드렸고, 오랜 회의 끝에 반란에 참여하자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정말요? 그럼 저희와 같이 가는건가요?" "물론이죠. 준비는 오래전에 끝냈어요. 내일 당장 출발할 수 있습니다." 지아의 말에 호원과 동우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드디어 첫번째 임무가 반쯤 해결된 것이다. 여전히 그 미소를 만면에 띄운채로 지아가 천천히 일어섰다. "제 역할은 이쯤에서 끝난 것 같네요. 식사 후에 다시 장로님을 찾아가 설명을 들으세요." "...에?" "그 '특별한 사람'에 대한 설명 말이에요. 행운을 빌어요, 메시아들이여."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지아를 바라보며 호원과 동우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어야했다. 메시아. Messiah. 우리는 구원자다. - 식사 시간이 끝났다. 호원가 동우는 장로 노인의 방으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오늘 하룻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장로에게 얘기를 들으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 불안이 동우를 휘감았다. 아무래도 엄청난 얘기를 듣게 될 것 같았다. 똑똑- 작게 노크하자 잠시 후 문이 천천히 열렸다. "들어오십시오." 장로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호원에게도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지아가 우리에 대해서 얘기해줬다더군요." "음...저기...말 놓으세요." "아닙니다, 괜찮아요. 도련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쓴답니다." 장로는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둘을 앉혔다. 부드러우면서도 연륜섞인 그의 미소는 기분을 한결 편안하게 했다. "흠...지아가 저희들에 대해 얘기해드렸으니, 전 도련님에 대해 얘기해드려야겠군요." "저...제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랬겠죠, 허허. 이제부터 제가 그 얘기를 하려 합니다. 도련님은 능력을 발견하셨죠?" "네...불을 낼 수 있는 능력이에요. 사실 발견한지 한달도 채 안됐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도련님의 능력은 불을 다루는 것이지요. 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끄는 것도, 그 화력과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장로의 말은 가히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불을 조종한다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소에족의 첫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치 인류처럼, 소에족은 유인원, 즉 원숭이에서 갈라져나왔습니다. 그건 두분 다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호원과 동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고대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아십니까?" "네, 학교에서 배웠었어요." 호원이 대답했다. 동우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원소설을 주장했죠. 네 개의 원소를 가지고 만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논리였지요. 그 네 개의 원소가 바로 물, 불, 공기, 그리고 흙입니다. 초창기 소에족 중에는 네 명의 굳건한 기둥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들이 물, 불, 공기, 흙. 즉 원소를 다루는 능력자들이었지요. 우리는 그들을 원로들이라 부릅니다." "원로..." "그들은 인류에게 공격받기 전 소에족을 번영시킨 장본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막 나온 풋내기였을뿐이지만 인류의 발달된 문명을 무서운 속도로 습득하고 소에족의 문화와 지식을 발달시켰습니다. 언어나 문자, 건축, 제도 등을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지요. 물론 대부분이 인류의 그것을 모방했기때문에 그 속도로 일이 진행되었고요." "어떻게 그런...고작 네 명이..." "믿을 수 없지요? 그러니까 바로 전설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는 있지만 저도 정확히 아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실한 사실은 원소를 다루는 네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 그 하나뿐입니다." "......" "그들이 여자와 결혼해 낳은 자손은 딱 한명씩뿐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꽤 나이가 들었을때 낳았다고 하는군요. 소에족이 탄생한지 채 100년이 안되었으니... 3세대쯤 왔군요." "......" "도련님, 믿기 힘드시겠지만, 도련님의 아버지가 바로 불을 다루는 원로의 아들이었습니다." "...네? 뭐라구요?" 동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 듣는 이야기들도 받아들이기 힘든데...아버지가 뭐, 뭐라고? "그러니까 도련님이 화술(火術)의 원로의 손자겠군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전...전...지금까지..." "도련님의 아버님은 아마 도련님의 능력이 발견되면 그 사실을 말해주려 하셨을겁니다. 그 전엔 철저하게 숨기셨지요." 동우의 아버지가 동우 앞에서 능력 얘기를 한번도 꺼내지 않은건 사실이었다. 그러나...아직 의심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럼 저희 누나들은요? 엄마는요?" "원소를 다루는 능력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거나 다름이 없죠. 웬만한 다른 능력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에족에 딱 한명씩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능력은 그 자손중 오직 하나, 그것도 아들에게만 유전됩니다. 원래 소에족의 능력은 물려받지 않는게 보통인데, 원소술(元素術)은 특별하기 때문에 다르지요." "저..전...잘 이해가...그럼 어째서 그렇게 뒤늦게 발견이 된거죠?" "잘 들으십시오. 소에족의 능력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레벨이라는게 존재합니다. 그 레벨이 높을수록 위험하고 스케일이 큰, 어려운 능력이지요. 지금 도련님의 능력은 A+급에 속합니다. 소에족 중에서도 가장 최고로 꼽는 능력이지요." "...어...음..." "소에족의 능력은 어떤 특정한 상황을 겪음으로써 발견된다는거 아시죠?" "...네." "그 레벨이 높을수록 발견되는 상황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합니다. 아마 그 능력을 발견하셨을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분노를 느낀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불의 능력은 분노에서 발견되는 법이니까요." 동우는 자신의 능력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니까 호원이 죽을 위기에 처했던 그 때를 회상했다. 확실히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있긴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호원의 시선을 느끼며 동우는 어렵사리 질문했다. "음...저기...그럼 저희 가족이 죽었을때요, 그 땐 왜 안 나왔던건가요? 그 상황이 훨씬 극단적이었는데..." 가슴아픈 기억을 밋밋한 말로 표현하는게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련님, 잘 생각해보세요. 그 때 느꼈던건 분노가 아닌 허망함과 슬픔이 아니었던가요?" 동우는 결국 그 말에 수긍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족을 그대로 눈 앞에서 잃었던 그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미숙하고 치기어렸던 어린 날의 슬픔은 호원을 만나고 사랑하는 감정을 알게 된 이후로 바뀌었다. 부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그리고 자신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던 호원의 위기 앞에서 그 모든 분노가 폭발했었다. "그래서...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씀이 뭔가요?" "도련님은 우리 소에족에게 중요한 존재라는겁니다. 목숨바쳐가면서 지켜야할 그런 중요함이 아니라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저희의 존재에 힘을 실어주는 중요함이지요." "그럼 절 왜 진작에 찾지 않으셨어요? 우리 가족...의 일은 알고 계셨지 않나요?" "물론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2대 화술사의 죽음 앞에 많은 이들이 경의를 표하고, 사라진 도련님을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반대했지요." "왜..." "도련님이 세상에 혼자 서는 법을 익히는건, 그리고 함께 할 사람들을 만나는건 신의 섭리니까요. 신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는 자들은 원소술사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장로가 옅게 웃음지었다. 동우는 아직 혼란스러웠다. 신의 섭리니, 화술사니, 소설책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였다. 평생 소에족으로 살아왔지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실들. "저...죄송한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 가는게 당연하겠지요. 저도 물론 모든걸 이해하라고 한 얘기가 아니니까요." 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우는 이 모든게 거짓같았다. 잘 믿기지도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남들보다 그 힘이 강하다는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저희 아버지는 왜 그 얘기를 숨기셨을까요?" "아마 도련님의 안락함을 지키고 싶으셨겠죠." "안락함을 지킨다고요?" "원소술사들은 한번 그 능력을 발견하면 보통 지배층으로 나서게 됩니다. 도련님의 또래인 다른 세 명의 원소술사들은 지금 전쟁의 최전선에 나가 지휘하고 싸우고 있지요. 아버님은 도련님을 위험하게 키우고 싶지 않으셨을겁니다. 도련님이 어린 나이일땐 전쟁의 가능성이 매년 몇배씩 늘어나던 때였거든요. 결국 도련님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때 전쟁이 터져버렸고요." 기억의 저편에서 아른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언제나 자상하게 안아주었던 아버지의 너른 품. 아버지는 그 행복함을 지키고 싶으셨겠지. "이제...이제 전 어떻게 해야하나요? 제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라면..."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련님은 앞으로 무얼 하실건가요?" 걱정되는 마음으로 던진 말에 되려 역으로 질문을 받은 동우가 당황하자 옆에 조용히 앉아 듣고만 있던 호원이 대신 대답했다. "소에족과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정부에게 반란을 일으킬겁니다." "동료들도 만나셨겠군요, 지금쯤은." "네...근데 전...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한번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머뭇거리는 동우를 바라보며 장로가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반란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뭐든지 시작하는게 가장 힘든 법입니다." "하지만..." "도련님이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성공할거에요. 화술(火術) 원로의 3대손이 아닙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저를 필요로 하지 않나요?" "저희들이 도련님을 필요로 하냐구요? 오히려 도련님이 저희를 필요로 하시지 않습니까. 저희는 도련님과 소에족을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울겁니다." 장로가 미소지을 때마다 입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지어졌다. 그 모습을 보자 동우는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구나. "정말...고마워요, 할아버지." "제가 더 감사하지요." "전...전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에요. 설령 불을 다룬다 하더라도...그냥 여기 있는 분들과 비슷한...그런 평범한 사람이에요." "적어도 저희에겐 특별한 분이죠. 옆에 앉은 분에게도 그럴거구요." 호원이 동우를 보고 싱긋 웃었다. 동우도 그런 호원에게 웃어주었다. 넌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장로와는 얼마간 이야기를 더 나눴다. 동우가 소에족의 기운은 원래 서로서로에게 느껴지는건지에 대해 물었고, 장로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능력의 레벨이 높을수록 그 기운 또한 잘 느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동우가 이번엔 불을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는지 물었고, 장로는 그건 도련님 자신이 깨우쳐야한다는 말만 남겼다. 그리고 능력의 리스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원래 소에족들은 능력을 자신의 체력 이상으로 써버리면 탈진하지요. 쉬면서 체력을 보강하기 전에는 다시 능력을 쓸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과도한 신체활동이나 능력 사용으로 지쳐버리면 능력을 쓸 수 없다는겁니다. 원소술사같이 특이한 케이스의 경우에는 체력이 쉽게 닳아 없어지지는 않을테지만, 주의하십시오. 능력이 강한 경우, 자신의 몸 상태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능력을 써버리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 자연히 그 위험도도 줄어들테니까요." 그러고선 장로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자고 했다. 밤 동안 준비를 시켜놓을테니 이동 수단을 이 근방으로 불러달라는 말로 길고 힘들었던 대화는 끝이 났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방을 나서는 호원과 동우에게 장로는 마지막으로 행운을 빌어주었다. "모든게 잘될 거에요, 메시아들이여." - 운전수들을 호출해놓고 아까 깨어났던 방에서 잠이 든 동우에게 한 인영이 다가왔다. "동우야, 일어나봐." 조용히 속삭이며 흔드는 손길에 동우가 눈을 떴다. "...호원아? 왜 안 자고..." "우리 부산 가자." "...뭐라고?" 대뜸 자신을 깨우더니 다짜고짜 부산에 가자는 말을 한 호원을 동우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부산 내려가자고. 창원이랑 가깝잖아." "아니, 지금 시간이 밤 열신데..." "빨리 가면 한시간도 안걸린대. 바다 보러 가자." 이게 무슨 달밤에 뻘짓인가-하면서도 동우는 호원의 손에 이끌려 방을 나왔다. 알고 보니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는 낡은 주택의 지하실에 있었다. 아마 소에족 탐지기가 있었다면 제대로 신호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훌륭한 요새가 아닐 수 없다. 주택 앞에 대기해있던 버스 한대에 올라타면서도 동우는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창원이 부산 바로 위에 있는 도시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부산이 한밤중에 바다를 보러 간다는 이유만으로 갈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 때 동우의 머릿속에 떠오른건 바로 부산에 남겨진 호원의 가족들이었다. 앞으로 죽을 위기도 많을테고, 아니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인사를 하러 가는거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피곤할텐데 밤 중에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운전수에게 말한 호원은 살짝 긴장되는 표정이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50분 동안 차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동우는 2개월 전 호원과 갔던 부산을 떠올렸다. 이른 봄이었지만 사람이 많았던 바닷가, 엄마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신 호원의 어머니, 그리고 산에서 했던 이야기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짧은 날들이었다. 물론 부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안좋은 일이 일어나긴 했었지만- 동우는 애써 그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 때 좀 힘들었으면 어때, 지금은 이렇게 함께 있는데. 이윽고 버스가 멈춰겄고, 호원과 동우는 2개월 전에 내렸었던 입구에 내려 바닷가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바다 앞에 도착했을때는 자정이 거의 다 된 시각이었지만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로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근 2개월만에 보는 바다는 그 때와는 달리 새까만 심연의 어둠같았다. 그 점이 더욱 바다라는 존재를 황홀하게 만들어주었다. 거품을 내며 흩어지는 파도소리가 반가웠다. 동우는 지난번에 갔던 호원의 집 방향으로 가야할줄 알고 그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막상 부산에 오자고 했던 호원은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어? 저쪽으로 안 가?" "...오늘은 집에 온게 아니잖아." "집에 인사하러 온게 아니라고?" "지금 가면 마음만 약해질 뿐이야. 오늘 온건 그냥...바다를 보러 온거야." 호원이 씁쓸하게 웃었다. 밤의 바다는 우울함을 띄고 있다. 낮에 볼 수 있었던 그 활기와 생동감은 어디 가고 가슴을 저미는 파도의 노래만 남아있을뿐. 마을과 반대 방향인 방파제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신발 속으로 차게 식어버린 모래가 들어왔다. 한낮에는 이 모래도 뜨겁고 강렬했겠지. 방파제에 가까워져 갈수록 사람들의 수가 적어졌다. 호원과 동우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산이 관광지로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인 광안대교가 무지개색으로 반짝였다. 200년 전쯤부터 있었다던 저 다리는 몇번을 재건축된 끝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다리 아래의 바닷물이 그 불빛을 받아 옅은 분홍빛을 띄며 이리저리 물결쳤다. "바다 보는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파도 소리 사이로 자조적인 호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라 반박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동우는 반박 대신 질문을 택했다. "그래서 후회해?" "아니,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 "나도." "누누이 말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거라니까." "나도 그렇다니까." 마주보며 서로 웃은 둘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묵묵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던 둘의 침묵을 깬건 호원이었다. "동우야." "응?" "우리 꼭 이겨서 세상의 끝을 보자." 「니가 말한 이 끔찍한 세상의 끝을 내고, 진짜 세상의 끝에 가서 행복하게 살자. 네가 하늘이 되고, 내가 바다가 되서, 우리 세상의 끝에서 끝을 만들자.」 기억 속에 겹쳐지는 호원의 다정한 목소리에 동우는 미소지었다. "그래, 그러자." "장동우, 내 하늘아." "...응, 내 바다 이호원아." "사랑해." "나도...사랑해." 얼굴이 달아올랐다. 주위가 깜깜해서 얼굴이 안보이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동우는 고개를 무릎 사이로 파묻었다. 호원도 머쓱했는지 시선을 엄한 곳으로 돌리고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게 뭐야..." "왜,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부끄러..." "동우야, 고개 들어봐." "엉?" 쪽- 고개를 든 동우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릴새도 없이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몇 초간 멍해있던 동우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일을 저지른 호원이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야! 뭐, 뭐, 뭐, 뭐한거야! 이...이게...야, 야!" 머리끝까지 빨개진 동우가 잔뜩 당황한채로 소리를 질렀지만 도망가는 호원은 그저 좋다고 웃을 뿐이었다. "너, 너, 거기 안서? 잡히면 죽는다!" 저 멀리서 좋다고 깔깔대는 호원에게 힘껏 소리친 동우가 호원이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달려가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 덕에 신명나는 풍덩 소리와 함께 호원은 바로 뒤에 있던 바다에 빠져버렸다. "어? 이게 누굴 밀어!" 넘어진 호원을 보고 통쾌하게 웃어제끼는 동우를 이번에는 호원이 홱 끌어당겼다. "으아아악!" 간절한 버둥거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동우도 물 속에 엎어지고 말았다. 물론 이번에도 신명나는 풍덩 소리와 함께. 한참을 그렇게 바닷가에서 엎치락뒤치락 뛰어놀던 두사람은 축축하게 젖은 채로 버스로 돌아와야했다. - 창원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기엔 애매했던 둘은 결국 버스에서 밤을 지새웠다. 운전수 아저씨는 뭘했길래 그렇게 젖어서 왔냐며 히터를 틀어주었고, 두 사람은 본의아니게 초여름에 뜨거운 히터의 열기 아래서 옷을 말리며 잠이 들어야 했다. 동이 틀때쯤 눈을 떠보니 옷은 거의 다 말라있었고, 히터도 꺼져있었다. 곧이어 짐을 바리바리 싸든 소에족들이 주택 밖으로 걸어나와 차에 올라탔다. 싸울 힘이 전혀 없는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은 창원에 남아있기로 했기 때문에 차에 타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란 소년들이거나 스스로 가겠다고 자원한 여자들이었다. 약 150명 가량의 사람들이 버스 열대에 조금씩 나눠탔다. 한 버스가 공격당했을때의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동우는 걱정되는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서 내려올때는 버스들이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내려와 의심을 사지 않았지만 다시 올라갈때도 그럴 수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게다가 오면서 몇번 들린 검문소에서는 호원과 동우만 좌석 밑으로 몸을 숨기면 피곤이 눈에 덕지덕지 붙은 경비병들은 그냥 빈 버스라며 보내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기 때문에 검문을 피할 수 없을게 뻔했다. 「무조건 저만 믿으세요. 이쪽엔 성종군도 있지 않습니까. 괜히 불안해하면서 덜덜 떨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살 뿐입니다. 당당하게 행동하십시오. 절대 위험하지 않게 해드릴겁니다.」 한일의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그건 옆에 앉은 호원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걸리면 어떡하지?" "...그러게..." "그래도...안 걸리겠지?" "...그럴거야..." 의미없는 대화가 끝나자 버스 안에는 철없는 소년들 몇몇이 떠드는 소리밖에 남지 않았다. 동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장로를 생각했다. 그는 남은 소에족들을 지키기 위해 창원에 있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헤어질때 장로의 눈에는 굳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의지만큼 따스하고 온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동우는 모든게 끝나고 꼭 다시 한번 장로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버스는 검문소에 도착했다. 경비병이 버스 안 사람들을 보고 버스의 문을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일순간 버스 안이 쥐죽은듯이 고요해졌다. 동우는 경비병이 버스 안에 소에족이 우글우글하다는 것을 알아내 순식간에 버스를 벌집으로 만드는 끔찍한 상상을 했다. 모골이 송연해졌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곧이어 소에족 탐지기를 든 경비병이 버스에 올라탔다. "...통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로 지나치는 검문소마다 그런 식이었다. 다른 버스들도 모두 무사하다는 연락이 왔다. 호원과 동우는 어리둥절했지만 어찌됐든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후 버스가 천천히 멈추었다. 창밖으로 약간 낡은듯하지만 깔끔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대학 캠퍼스 넓이의 과학 연구 단지. KIST 였다. - 버스에서 내리자 한일이 마중나와있었다. "아저씨!" "도착하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도대체 뭐한거에요? 우리 한번도 안 걸렸어요!" "하하...글쎄요." 동우의 질문에도 한일은 그저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미리 포섭해놓은 연구원들이 소에족들을 숙소로 안내해줄거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소에족들이 연구원들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호원과 동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한일의 말이 그들을 잡아세웠다. "두 분은 이쪽으로요." 아직도 어리벙벙한채인 호원과 동우는 한일이 이끄는대로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곳이 예전에 M연구를 하던 건물이에요. 앞으로 우리의 작전 본부가 될겁니다." 깨끗하고 하얀 M센터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풍기는 모습이었다. 한일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앳되보이는 꼬마 하나가 노트북을 두드리며 앉아있었다. "너는..." "인사하십시오. 이쪽이 성종군입니다." 아, 저 꼬마가 성종이? M센터에 있을때 들었던 성종에 대한 얘기들이 떠올랐다. M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신체 발육 속도는 4배, 정신 발육 속도는 7배라던 놀라운 이야기들. 성종도 태어난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6살 소년의 모습이라고 했다. "안녕, 형들? 난 알다시피 이성종.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아들이고, 사실은 M(17) 김성규의 아들이야." "어, 어. 안녕. 우리는..." "알아, 이쪽은 동우형, 이쪽은 호원이형. 동우형은 불을 다루잖아, 맞지?" "응, 맞아." 역시 천재 꼬마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당당한 자세로 또박또박 말하는 성종의 모습이 영락없는 대통령의 천재 아들이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과 똑부러진 성종의 말들에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때 성종이 노트북을 덮더니 일어나 떠날 채비를 했다. "형들 온거 봤으니까 난 간다. 아버지가 찾으실 시간이 된 것 같거든. 나중에 다시 올게." "음, 그래. 잘 가." 얼떨떨하게 인사하는 호원과 동우를 뒤로 하고 문을 나서던 성종이 잠깐 멈칫했다. "아, 맞다. 오는 동안 괜찮았지? 너무 궁금해 할 필요는 없어. 인공위성 하나를 해킹해서 소에족 탐지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혼선시켰을 뿐이야. 간단한 일이지. 아마 삐삐거리는 신호는 어느 부잣집 텔레비전 송신기에서 울렸을지도 몰라." 알 수 없는 말을 다다다 내뱉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뒤돌아 나가는 성종의 모습에 호원과 동우는 그저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 서있던 한일이 조용히 미소지었다. |
아잌 천월이에용 오랜만이죠? 길고 긴 인티점검이 끝나고 메시아가 돌아왓승니당
25편 보시면 판타지 요소가 좀 쩔어요ㅇㅇ 사실성따위 발라먹었죠...근데 메시아는 세미판타지 전쟁물이니까 판타지야 므ㅓ...
그리고 지아양은...울림엔터의 유지아양 마즈다...
동우는 알고보니 참 쎈캐엿던게 함정!!
지금은 29편을 쓰고 있어요...29편은 참고로 스케일쩌는 작전 상황이라긔...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다보니 힘드네요 헣ㅎ헝ㅠㅠㅠ
중요한걸 빼먹었네요
야동 처음으로 뽀뽀함!!!!!!!!!!!!!!!!!!!!!!!와오아아까!!!!!!!!!!!!!!!!!!!!!!!!꼉싸났어요 꼉싸났어!!!!!!!!!!!!!!!아잌완쩐끼뼈요!!!!!!!!!!이뤄켸헁뽂할쑤까어ㅃㅆ엉요!!!
25편만에 첫 뽀뽀라...ㅋㅋㅋㅋㅋ
속닥속닥 이건 비밀인데요 현성아직 뽀뽀도 못햇대요 속닥속닥
내 하늘아 내 바다야...이거 오글거리는거 나도 잘 알아요...쓰면서 손발 퇴갤
음...지난번 24편이엇나 공지엿나 여튼 댓글에 남자분(!!! 게다가 인핏공커를 좋아하시는)이 글잡 팬픽 재밌게 읽고 있는거 추천해달라고 하셔쓰여~ 제가 뭐 요약이나 리뷰같은데 젬병이라서 어떻게 잘 해드리진 못하겠지마뉴ㅠ 그냥 짧고 간단하게 소개해드릴께옇ㅎ 스포는 앙댕닝깡영 지금 29편 쓰다 말고 나와서 정신이 없어요 = 제가 지금 읽고 있는 글잡 팬픽 전부다를 소개해드릴순 없어요ㅠㅠ 그점 유의해주시고 작가분들 상처받지 마thㅔ영ㅠ 전 금손 그대들을 영원히 스릉흡느드 1. 드래그 댓 뱀파이어 - 이건 뭐랄까...메시아가 전쟁판타지(미래) 라면 드댓뱀은 일상판타지(현재) 에요!...올리비아님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제 머리는 그렇게 이해..햇답니닿....음...인픽 공커다각이구여! 멤버들 일곱명 중에 일부가 뱀파이어, 일부가 감시자(읽어보세요...설명이참...),또 사람.. 음...뭐 그런식이에요ㅠㅠ 아 천월이는 진심 바보인듯ㅠㅠㅠㅠㅠ읽고도 왜 요약을 하지를 못하니ㅠㅠㅠㅠ 2. 작약향 - 이건 인픽인데 이성픽이에요! 고전물이고...이성픽 안좋아하시는 분들 많은데 되게 색다르고 재밋더라구요! 아주 그냥 어휘력이...고급 어휘들이 줄줄... 봉봉이처눨이가 제일 딸리는게 어휘력인데 한낱님 진짜 부러브요...아맞다 한낱님 예전 호이시랑 그거 작가분...♥ 3. 너는펫 - 수열 픽입니다! 되게 달달해요ㅠㅠㅠ성열이가 명수 펫...펫...음...펫이라 해야되나? 여튼 그런 존재인데에요 딱 어감으로는 격하고 야하게(??????) 들리지만 사실 수열 서로 레알 스릉하는 뭐 그런...이해가 안되시겠지만 둘이 사랑하는 모습 하나는 참 달달해요ㅠ 4. 호줌마 - 이건 야동러 천월이가 개인적으로 레알레알 사랑하는 픽이에요... 메시아가 글잡 열리자마자 연재됐는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재시작된 픽이거든요! 시즌 1, 2 로 나눠져있고 지금은 시즌 2 연재되고 있습니닿~ 매우매우 달달한 픽임ㅠㅠㅠ동우가 너무 귀여워요ㅠㅠㅠ 아 지금 제가 멘붕이 와서 여기까지만 쓸게요ㅠㅠ나 진짜 글 못쓰나봐요ㅠㅠ줄거리 요약을 하고 싶은데 그게 되지가 않으니...작가분들 그리고 추천 부탁한 분... 진심으로 사죄합니다ㅠㅠㅠㅠㅠㅠ죄송ㄷ해요ㅠㅠㅠㅠㅠ 읽고 있는건 더 많은데 쓸수가 음슴...역시 난 병찐이야...Hㅏ...신청받은 글잡 팬픽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