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Special
번외 2. 아저씨와 꼬맹이의 병원 탐방기
‘윤기야. 여주 아프다고 하니까, 집 앞에 소아과 있지?’
‘아파?’
‘응. 감기 걸렸대.’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렇게 잠바 챙겨 입으라고 했는데.’
‘소아과 가서 진찰 받고, 바로 아래층에 약국 있으니까 거기서 약 타서, 집으로 와.’
윤기는 엄마의 미션을 생각하며 꼬맹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소아과. 약국. 아…. 약국, 소아관가? 아니다. 원래 병원에 갔다가, 약국에 가는 거다. 윤기는 제 첫 병원 탐방기를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주사를 독감주사랍시고 제 여린 팔뚝에 꾹 찔러버렸었지. 그때 윤기는 눈물을 참느라 혼났었다. 울지 않는 척 했지만, 사실은 울었다. 얼른 소매로 닦아버려서, 엄마가 몰랐을 뿐이지. 어쨌든, 그 날로 윤기는 소아과의 전설로 남았다. 그러니까 독감주사에도 울지 않는 아기로.
“아찌, 에취.”
“왜.”
“켁켁. 나 주거….”
정말 아프기는 한 모양이었다. 말마다 기침을 하는 걸 보니. 윤기는 꼬맹이의 동그란 머리통을 무심히 내려 봤다가 쌩쌩 달리는 차도로 눈길을 돌려버렸다. 네 책임이야, 내가 잠바 입고 다니라고 했잖아. 아주 무정한 말, 그리고 윤기는 괜히 미안해져서 엄마가 꼼꼼히 입혀줬던 잠바를 꼬맹이의 어깨에 걸쳐준다.
“아찌, 근데 어디 가아?”
“응?”
“어디 가냐구.”
윤기는 잠시 고민했다. 병원에 간다고 하면 될까. 꼬맹이도 병원에 가봐서, 거부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데. 엄청나게 울었다고 했다. 자지러지게. 우는 꼬맹이는 정말 윤기가 감당해낼 자신이 없기에, 윤기는 머리를 굴리다 ‘공주 전용 보건소’라고 대충 둘러댔다. 별 뜻은 없고, 요즘 꼬맹이가 디즈니를 틀어달라고 성화를 내기에 공주 전용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뿐이었다. 단순한 꼬맹이는 아주 당연히, 좋아한다. 바보 같은 게.
“안녀엉.”
“안녕하세요, 해야지. 어른들이잖아.”
“아아, 안녕하세요오.”
병원에 들어서서 조그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꼬맹이의 머리를 윤기는 힘을 주어 아래로 눌렀다. 덕분에 허리를 숙이게 된 꼬맹이는 다시 인사를 해야 했다. 인사를 여러 번 한 뒤, 꼬맹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통통한 볼에 질문이 가득 들어찬 것을 보고 윤기는 간호사 누나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 안내대 앞에 선 윤기는 이내 미간을 찌푸린다. 키가 아직은 한참 작아서 보이지가 않는다. 덕분에 간호사 누나가 일어서서 윤기 앞에 쪼그려 앉아주어야 했다.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입술을 쭉 내미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어어, 윤기네.”
“네.”
“윤기 왜 왔어?”
“꼬맹……. 아, 아니, 여주가 아파서요.”
“으응, 그렇구나. 그럼 조금만 있다가 진료실로 들어갈까?”
간호사 누나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꼬맹이의 옆에 앉았다. 꼬맹이는 윤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윤기가 옆에 앉자마자 질문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공주는 원래 높은 사람인데 왜 안녕하세요 해? 근데 여기가 원래 공주 보건소야? 여긴 여주가 아야했던 덴데. 여기서 엄청 울었는데 아찌는 모르지? 여기 주사기 엄청 크다? 그리고 꼬맹이의 질문 공세에 윤기는 귀찮은 듯 귀를 후비적후비적 판다. ……아휴. 그리고 땅이 꺼질 듯한 한숨도. 요즘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김여주 어린이, 들어오세요.”
꼬맹이의 질문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윤기는 꼬맹이의 손을 꼭 붙들고 진료실로 들어가 앉았다. 윤기의 짧고 강한 ‘안녕하세요.’라는 명령에 꼬맹이는 다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꼬맹이가 간호사 누나에 의해 슝 들려져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꼬맹이가 불안하게 눈을 굴리기 시작한다. 꼬맹이도 여기서 독감 주사를 맞은 모양이다.
“아, 아찌…….”
울먹이기 시작하기에 윤기는 의자에서 일어나 꼬맹이의 작은 손을 탁 잡았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 하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꼬맹이의 입을 들여다 본 뒤에 청진기로 배를 몇 번 짚어보았다. 간단하게 감기라는 병명을 진단내린 의사 선생님은 약을 처방해준다는 말과 함께 엉덩이에 약을 발라야 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장황했지만 윤기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꼬맹이의 엉덩이에 처참하게 주삿바늘을 꽂아야 한다는 것을.
“자, 치료실 들어가세요.”
“네에.”
겨우 사탕 하나에 속아 해맑게 치료실로 들어온 꼬맹이가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자지러지며 울기 시작했다. 윤기는 남자 어린이라 치료실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왠지 꼬맹이가 우는 게 싫었다. 아니, 그보다 병원이 꼬맹이 울음소리에 시끄러워지는 게. 아니, 사실… 꼬맹이가 우는 게 불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윤기는 치료실 앞을 서성이면서 이따금씩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야 했다. 꼬맹이의 눈물이 정말 마음 아파서.
“치료 다 끝났어요.”
“……여주야.”
눈물에 불어 빨개진 눈을 하고 나온 꼬맹이가 다시 손에 사탕을 쥐고 있었다. 오늘 양치질을 꼭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윤기는 꼬맹이의 손을 꼭 잡았다. 아팠어? 하고 묻자, 꼬맹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잘 했어, 하고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꼬맹이는 정말 아팠던 건지 축 쳐진 얼굴로 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원래 공주들은 이런 거 맞아야 해.”
“왜?”
“그래야 빨리 낫거든.”
“…….”
“공주가 아프면 사람들이 슬퍼하잖아.”
“으응.”
“그럼 공주는 아프고 싶을까?”
윤기의 질문에 꼬맹이가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혼자 결론을 내린 듯, 밝아지는 얼굴에 윤기는 내심 뿌듯해지기 시작했다. 알겠어, 이제 안 아플 거야아. 다짐을 한 듯 주먹을 꼭 쥐는 꼬맹이의 얼굴에 윤기는 머리를 휙휙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잘 참았다는 의미에서 볼에 뽀뽀도. 꼬맹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윤기의 엄마가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뭐, 그래서 칭찬의 의미로 뽀뽀해준 것도 있고. ……그리고 사탕에 또 속아버린 거지만, 울음을 그친 게 기특해서. 윤기는 꼬맹이의 손을 단단히 고쳐 잡는다. 이제 약국에 갈 시간이다.
덧붙임
깜빡하고 올리지 않아서 올립니다
철벽 메일링은 이번 주말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어우 이제 키워서 잡아먹는 날 1, 2 만 남았어요 (의심미)
안녕 잘 자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 반존대 초록글 올려줘서 고마워요 9-9 우럭..
자 우리 지미니 만날 시간
더 달달해진 지미니로 만나요 뽀뽀